메타버스의 미래, 지속 가능한 메타버스를 위한 준비
정보라 EBS 디지털인재교육부 차장
메타버스의 위기
코로나19와 함께 2022년 메타버스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화상회의는 언택트 시대 소통의 창구가 되며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하였으나 ‘화상’이라는 틀 안에서 부담으로 다가왔고 이로 인한 사용자의 피로감은 날로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의 관심은 화상회의 플랫폼의 기능과 가상공간에서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아바타를 제공하는 메타버스 공간으로 옮겨가게 된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투자와 연구가 확대되며 메타버스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와 사회의 주요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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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2022년 8월 발표한 가트너의 ‘Hype Cycle for Emerging Tech’ 그래프에서도 메타버스는 기술의 촉발(Innovation Trigger) 중반을 달려가며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초기 모든 기술이 그러하듯이 메타버스에 대한 이러한 관심 역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엔데믹을 지나며 다시금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고 ‘실체가 없는 미래 기술’로 메타버스를 칭하며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Peak of Inflated Trigger)을 지나 빠르게 환멸의 늪(Through of Disillusionment)으로 접어들게 된 것입니다.
대중들이 기대하던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 경제적 가치 창출까지 가능한 메타버스는 어느 순간 환상이었음을 느끼게 되고 우리는 빠르게 메타버스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에픽게임즈의 CEO인 팀 스위니(Tim Sweeney)의 메타버스 온라인 추모식 관련 트윗이 높은 주목을 받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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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허상이었던 메타버스는 가고 올해 초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은 창의성까지 겸비한 생성형 AI가 미래를 이끌 유일한 기술이 될까요?
‘융합(Convergence)’이라는 단어는 어느 순간 우리에게 익숙하고 누구나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단어일 것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겠지만 ICT 기술에서의 융합은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고 모든 기술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생성형 AI의 기술 촉발 요소가 생성형 AI의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클라우드, 통신 기술 등의 기반이 필요했던 것처럼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발전은 기존 기술을 보완하며 함께 진화합니다. 2017년 당시에는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구글의 ‘Attention is all you need’ 논문을 시작으로 Attention 메커니즘을 적용한 Transformer 모델이 지금의 생성형 AI 분야 언어모델로 발전해 왔듯이 기술은 한순간에 영웅처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와 진화를 통해 완성되어 나간다는 점, 모두 공감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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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는 죽은 것도, 다시 불씨를 지펴 살아나야 하는 기술도 아닙니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메타버스는 XR(eXtende Reality), 생성형 AI, 기기(HMD, AR 글래스), 블록체인, 이동통신 6G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을 흡수하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2023년 최근 발표된 컨설팅그룹이나 시장 조사 전문기관의 메타버스 시장 전망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치적으로는 다를 수 있겠지만, 메타버스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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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대를 위한 정책 동향
메타버스의 본격적인 산업 활성화에 앞서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법, 제도적인 측면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21년 초부터 국가적 차원의 메타버스 전략 수립을 준비하여 2022년 1월 부처 합동으로 ‘메타버스 신산업 전략’을 발표하였습니다. 글로벌시장 메타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메타버스 모범사례 발굴, 메타버스 공급 기업 육성과 전문가 양성 등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지원을 이어 나가고 있으며, 이와 함께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켜 메타버스 생태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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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정책 초기에는 미디어, 문화예술을 넘어 디지털 트윈과 AI를 접목한 제조, 생활, 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선도 과제 발굴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윤리 원칙을 마련하고 선제적 규제혁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지속 가능한 메타버스 생태계 구성하기 위한 기반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관심도가 정점에 다다를 무렵 아바타를 통한 성추행과 같은 윤리적인 문제가 이슈화되었던 것을 아마 다들 기억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메타버스 활용 확산의 이면에 새로운 윤리적‧사회적 문제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러한 역기능에 대응하기 위하여 윤리 원칙을 제시하고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에 필요한 사회 저변의 올바른 가치관을 마련하였으며 이를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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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사회적인 측면과 함께 글로벌 메타버스 상에서의 정보 보호, 저작권 이슈와 메타버스 내의 가상화폐, NFT 등 금융 규제 방안의 모호성 등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 저해하는 소요들이 다수 존재하였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올해 초 정부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체계(‘선허용-후규제’를 원칙)에 따라 민간 중심의 ‘자율규제’, 산업 초기 여건을 고려한 ‘최소 규제’,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을 위한 ‘선제적 규제혁신’이 세 가지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한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지식재산권 보호, 저작권 침해 방지 안내서 마련, 개인정보보호 원칙 및 처리기준 명확화, NFT의 법적 성격 판단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 국내 메타버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메타버스 선도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지만 2030년 머지않아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에 대비하여 기술 연구를 준비하고 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정책적 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습니다. 가트너 사이클의 ‘생산성 안정 단계(Plateau of Productivity)’로의 진입을 위해 지금도 메타버스는 새로운 ICT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혁신이 진행 중일 것입니다. 2017년 Attention 메커니즘을 적용한 Transformer 모델이 ChatGPT로 진화했듯이, 지금과는 또 다른 혁신성을 갖춘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진정한 현실과 가상이 융합되는 시대를 열어가게 될 것을 예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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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교육 메타버스, 위캔버스(WeCanverse)
기술의 발전은 교육 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과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칠판강의’에서 교육과 기술이 접목되며 2000년대 전후로 이러닝 온라인 학습 시대를 거쳐 이제는 AI를 활용한 맞춤형 교육과 메타버스를 활용한 체험형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학교 수업이 암기와 이해 위주의 수용적 학습이었다면 메타버스를 통해 창의성 발현 중심, 학습자 주도의 문제해결형학습(Problem based Learning)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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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당시 메타버스는 비대면 환경에서의 세미나, 행사와 창의 활동, 게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활용한 학습 등 다양하게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나 비대면 상황에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메타버스 툴을 다루는 데 능숙한 특정 그룹에 한정되어 콘텐츠 저작과 활용이 이루어지는 등 교육에서 지속해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교육에 활용된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많은 기능을 보유하고 있으나 그 기능이 소셜 네트워크를 중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교육 분야, 특히 공교육에서 활용되고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교육 콘텐츠, 교사, 교사를 지원하는 학습 지원 도구와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가 필수적입니다. 이에 EBS에서는 22년 초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올해 공교육에 특화된 메타버스 서비스인 위캔버스(WeCanverse)를 오픈하였습니다.
‘우리가 만들어 가는 세상’이라는 뜻의 위캔버스는 교육 메타버스라는 명확한 목적성을 토대로 교육에 필요한 메타버스 공간과 교육용 콘텐츠, 학습지원도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6개의 가상공간과 체험형 학습을 통하여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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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교육 메타버스를 위하여
컨설팅그룹이나 시장 조사 전문기관이 말하는 메타버스의 안정기인 2030년까지 EBS도 교육 메타버스로써 어떤 방향성과 전략을 갖고 그 기반을 탄탄하게 구성하여 버티고 있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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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컨설팅 회사인 BAIN & COMPANY에서 최근 메타버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경영진이 고려해야 할 5가지 핵심 사항을 제안하였습니다. 가상경험, 콘텐츠 저작도구, 앱스토어 및 운영체제, 디바이스, 클라우드 및 컴퓨팅 인프라와 같이 5가지 요소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교육 메타버스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고려하고 있는 위캔버스의 콘텐츠 서비스의 방향성도 BAIN & COMPANY에서 제시한 핵심 사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① 명확한 목적성 ‘교육’
메타버스가 위기라고는 하지만 ‘교육 메타버스는 지금이 기회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의 학생 맞춤형 디지털교과서를 보완하는 체험형 교보재 ‘도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문제기반학습(문제를 활용하여 학습자 중심으로 학습하는 교수-학습 방법) 형태의 체험형 미션을 제공하고 LMS와 연계하여 학생들이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 이를 기록으로 남겨 분석하고 정보를 보여줍니다. 나아가 xAPI 기반의 LRS와 연계해 학생 행동 기반 데이터 분석으로 추천 학습을 제공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교보재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② 콘텐츠의 차별성
메타버스 교육 콘텐츠는 소셜기능을 제공하는 메타버스와 다르며, 기존의 지식 전달 위주의 이러닝 콘텐츠와도 그 특성이 매우 다릅니다. KERIS에서는 5가지 유형으로 메타버스 기반 교수학습을 정의하고 있는데요, 위캔버스에서는 디지털트윈 기반의 어드벤처형, AI 기반의 스토리텔링형, PBL 문제해결학습형 등 교육과정과 연계된 킬러 콘텐츠를 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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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콘텐츠의 확장성, 지속가능성
콘텐츠의 확장성은 메타버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고민하는 사안일 것입니다. 지속해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확장해 나가기 위해 UGC 기능과 함께 EBS의 기존 교육 콘텐츠 활용과 학교 선생님이 보유한 자료 공유 풀을 만들어 제공하고 교육 관련 기관들과 협업하여 콘텐츠를 확대해 나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자체 메타버스와의 연계를 통해 콘텐츠 공유와 확장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④ 교육분야 최적화
‘명확한 목적성’에서도 언급했듯이 교육 필수 요소인 학습지원도구와 LMS를 제공하고 학교 현장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메타버스 ‘안전’과 ‘윤리요소’를 고려하여 2단계로 구성된 욕설 필터링을 적용하고 신고와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요소 이외에도 지속 가능한 플랫폼 구성을 위하여 생성형 AI를 활용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과 AR/VR 콘텐츠를 메타버스에 재구성하여 활용하기 위한 방안, XR 모달 기술과 연계한 모션인식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기술을 포용하며 교육에서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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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지금까지 메타버스 산업의 전망, 정책 동향과 함께 EBS에서 서비스 중인 교육 메타버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드렸습니다. 현재 OTT 플랫폼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의 미디어 서비스 전환을 고민하는 방송사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지난 호와 이번 호를 통해서 향후 메타버스가 재조명되는 시기가 왔을 때 메타버스의 어떠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고 그 특성을 살린 경쟁력 있는 킬러 콘텐츠를 제작할 것인지 한 번쯤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