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휘수 에임즈미디어 대표이사

물리학에서 AI 영화 제작으로
물리학부 학생에서 창작자로의 변신. 나의 여정은 예기치 않게 시작되었다. 물리학을 전공하는 동시에 개발자로서 AI 기반 플랫폼 사업을 구상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 제작비 문제 등 수많은 난관 속에서 나는 점점 방향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AI 기술을 접하게 되었고, 기술이 창작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생성형 AI가 콘텐츠 제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깨달음은 나를 창작의 길로 이끌었다. 불과 한 달 만에 첫 번째 단편영화 <수련>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2024년 6월 실제로 발생한 방글라데시 대규모 시위를 재구성한 다큐멘터리로, 개발자가 아닌 창작자로서의 나를 새롭게 정의하는 계기가 되었다. 창작의 즐거움에 몰입하면서, 나는 점점 더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고, 그 과정에서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초청을 받았으며 외주 작업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업량이 증가하면서 기업 형태로 확장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 단순한 취미나 개인 프로젝트 수준을 넘어, 새로운 산업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에임즈미디어’다. 원래 계획보다 빠른 법인 설립이었지만, EBS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과 협업을 모색하고 콘텐츠진흥원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인 선택이 되었다.
‘에딩턴’ 영화의 탄생 배경
창작의 아이디어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하며 영감을 얻던 중, 나는 과거 재미있게 보았던 일본 만화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가 애니메이션화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작품은 중세 시대 천문학자들이 지동설을 증명하기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학문적 탐구, 신념을 지켜가는 투쟁. 이것이야말로 나의 전공인 물리학과 결합할 수 있는 완벽한 주제였다.

하지만 단순히 물리학적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이를 통해 새로운 서사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했다. 일반적인 제작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나만이 구현할 수 있는 독창적인 이야기를 고민했다. 나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떠올리며, 물리학과 영화적 서사를 결합한 작품을 구상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바로 ‘에딩턴’이다. 이 작품은 중력렌즈 효과를 증명하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의 역사적 업적을 재구성한 것이다.

<에딩턴>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 몰입감을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했다. 과학적인 요소가 스토리텔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했다. 이를 위해 실제 연구 자료를 검토하며 가능한 한 정확한 시각적 연출을 AI를 통해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AI 영화 제작의 도전과 해법
AI를 활용한 영화 제작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일관성 유지다. AI 생성 콘텐츠의 특성상 인물의 외모, 배경, 복장 등이 일정하지 않으면 관객에게 강한 이질감을 주기 마련이다. 특히 <에딩턴>의 경우, 아서 에딩턴과 아인슈타인의 젊은 시절 사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이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몇 장 남아 있는 사진을 기반으로 AI를 학습시켜 인물 모델을 구축했다. Deepfake 기술도 활용하여 인물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도 중요한 고민이 필요했다.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AI 비주얼의 한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시각적 요소가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또한, 배경 역시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이 아니라, 특정한 연출 의도를 담아야 했다. 중력렌즈 효과를 관찰하는 장면에서는 실제 천문학 자료를 기반으로 시각적 묘사를 강화하고, 인물 간의 심리적 대립이 극대화되는 장면에서는 조명과 색감을 조정하여 감정적인 깊이를 더했다.


AI 영화 제작 워크플로우
<에딩턴>을 제작하는 과정은 전통적인 영화 제작 방식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기존의 방식에서는 기획, 촬영, 편집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반면, AI 기반 제작에서는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수정과 재생성이 훨씬 유연하게 이루어진다.
AI를 활용한 주요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스토리보드 및 컨셉 기획
o 미드저니(Midjourney)를 활용해 초기 컨셉 아트를 생성한 후, 피그마(Figma)를 이용해 스토리보드를 구성
o 장면별 비주얼 스타일을 설정하고, 연출 방향을 미리 시각적으로 정리
2. 캐릭터 모델링
o ComfyUI를 활용해 에딩턴과 아인슈타인의 일관된 인물 모델 구축
o Deepfake 및 LoRA(Low-Rank Adaptation) 기법을 적용해, 캐릭터의 표정과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유지
3. 배경 및 환경 생성
o 미드저니를 활용해 천문대, 연구실, 일식 관측 현장 등 주요 배경을 생성
o 씬의 감정과 연출 의도를 고려하여 색감과 조명을 조정
4. 장면 합성
o 생성된 캐릭터와 배경을 조합하여 완성도 높은 장면 이미지 제작
o 빛의 방향, 그림자, 색조 등을 조정해 각 요소가 자연스럽게 융합되도록 보정
5. 애니메이션 및 영상화
o 런웨이(Runway), 클링(KLING), 루마(Luma)를 활용해 정적 이미지를 영상으로 변환
o 캐릭터의 움직임을 조정하고, 카메라 워크를 시뮬레이션하여 더욱 자연스러운 영상 구현
6. 사운드 디자인
o AI를 활용해 음악, 효과음, 대사 등을 생성
o 영상의 분위기에 맞춰 사운드를 실시간 조정하며 최적화
7. 최종 편집 및 색보정
o 프리미어 프로를 활용해 모든 에셋을 배치하고, 타이밍을 조정
o 다빈치 리졸브(DaVinci Resolve)를 통해 색보정을 고도화하여 영화적 톤을 완성
AI를 활용한 제작 방식은 기존 영화 제작과 비교했을 때, 더 유기적이고 반복적인 프로세스를 가진다.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촬영과 편집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만, AI 기반 제작에서는 각 요소를 지속해서 수정하고 재생성할 수 있어 유연성이 극대화된다.
즉, 단 한 번의 촬영으로 결과물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AI 모델을 조정하고 최적화하며, 원하는 퀄리티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AI 도구의 선택과 활용
<에딩턴> 제작 과정에서 사용한 주요 AI 도구는 다음과 같다.
• 미드저니(Midjourney) : 빠르게 컨셉 이미지를 생성할 때 활용. 프롬프트 작성 시 상세한 설명과 핵심 키워드를 조합하면 효과적
• ComfyUI/Flux : 인물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사용. 사전 학습된 모델을 기반으로 LoRA(Low-Rank Adaptation) 기법을 활용하면 더욱 정교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음
• 런웨이(Runway) :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변환하는 img2vid 기능 사용. 짧은 클립을 먼저 테스트한 후 본 작업 진행
• 클링(Kling) : 자연스러운 인물 동작 구현. 동작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지정하면 더욱 부드러운 결과 가능. 현재 최고 수준의 영상제작 AI

교육 현장에서의 AI 활용
EBS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기업, 기관에서 AI 콘텐츠 제작 관련 강의를 진행하며, AI 기술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창작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혁신적인 요소임을 강조해왔다. 특히 EBS 강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1. AI는 창작자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도구라는 점
2.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워크플로우의 필요성
3. 각 AI 도구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적절히 조합하는 전략
4. 저작권 및 윤리적 고려사항
강의 현장에서 만난 임직원들은 이미 AI를 활용해 본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많았으며, 예상보다 깊이 있는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AI가 기존의 영상제작 방식과 어떻게 융합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방송 제작 환경에서 AI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인 아이디어들이 오갔다.

앞으로의 전망과 발전 방향
AI 기반 콘텐츠 제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연적인 흐름이 되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AI를 활용한 광고와 영상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AI의 발전은 단순히 제작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과거 모션 캡처 기술이 애니메이션과 게임 산업에서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처럼, AI 역시 인간의 창의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작용할 것이다.
필자는 AI를 단순한 자동화 기술이 아닌, 창작자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바라본다. 현재 AI를 활용하는 전문가들조차 길어야 2년 미만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본질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AI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으며, 영상 연출, 미장센, 컷 편집 등 영화적 감각이 필수적이다. 결국 AI는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감각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뿐, 창작의 본질을 대체할 수는 없다.
현재 AI 영상 생성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더 많은 개인 창작자가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퀄리티 역시 지속해서 향상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개인 크리에이터의 성장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미디어 시장에도 새로운 기회이자 위협이 될 것이다. 과거 유튜브와 OTT 플랫폼이 전통적인 방송 산업을 위협하며 미디어 환경을 변화시켰던 것처럼, AI 기반 콘텐츠 제작 역시 또 하나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요한 것은 AI와 인간의 협업 모델을 어떻게 정립하느냐이다. 단순히 AI의 기술적 기능을 익히는 것을 넘어, AI를 활용한 감성적 연출과 스토리텔링을 조합하는 능력이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다. AI가 발전할수록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창작의 본질적인 질문이다.
필자는 앞으로도 AI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며 더욱 도전적인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단순한 기술적 실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쌓고 여러 콘텐츠를 접하며 창작자로서의 시야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뮤지컬, 연극, 애니메이션 등 장르를 넘나들며 시각적 접근 방식을 연구하고, AI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영상제작과 광고 관련 학문서적을 꾸준히 탐독하며 연구하고 있다. 기술적 발전을 넘어, 더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과 연출 기법을 지속해서 개선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AI는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지만, 그 도구를 통해 무엇을 창조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또한 AI라는 신기술에만 그치지 않고 기존의 예술, 도구들과 융합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우리는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술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