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일을 합니다
김 동 수 아리랑국제방송 융합기술센터 부장
아리랑국제방송은 로비에 스마트 라이브 스튜디오를 구축해 제작한 방송을 라디오와 TV로 동시 송출하고 있다. NDI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는 IP 환경이기에 아리랑 건물 내 어디서든 제어가 가능하고, 방송 제작의 효율이 향상되었다. 아리랑의 이 새로운 스튜디오에서 음향감독을 맡고 있는 김동수 부장을 만나 제작 이야기와 삶에 대해 조명해 보았다.
테니스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열과 성을 다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 줄 것 같은, 깊은 향기와 맛을 내며 그 매력에 빠지게 하는 드립커피 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김동수 부장의 삶으로 들어가 보자.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아리랑국제방송 융합기술센터에서 음향감독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동수입니다. 1995년 타 방송국의 라디오 방송기술 엔지니어로 입사 후 2004년 아리랑국제방송으로 이직하여 라디오 생방송 제작 송출 업무로 시작했고, 라디오 기술기획 업무를 거쳐 현재 ‘스마트 라이브 스튜디오’에서 TV, Radio 동시 송출 생방송 제작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업무 맡고 있는 업무
‘스마트 라이브 스튜디오’는 아리랑 국제방송에서 최소한의 장비와 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하려고 구축한 스튜디오입니다. 이곳에서는 데일리 프로그램으로 하루에 매일 두 프로그램이 생방송으로 TV와 Radio로 동시에 송출됩니다. 오전 11시 ‘Playlist Up’ 프로그램과 오후 3시 ‘Radio Clock’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Rock 밴드, Jazz 밴드, 합창단, 국악 등 다양한 뮤지션들을 초대해 Live로 공연하는 프로그램이라 매일 콘서트 현장에 있는 느낌입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지만 TV로도 송출되기에 주위에 카메라도 많고 비디오 장비도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요즘은 보이는 라디오로 대부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라디오에서도 비디오를 다루지만 제작되는 프로그램 성격이 TV 같기도 하고 라디오 같기도 합니다.
제 업무의 가장 큰 난이도는 각기 다른 악기 소리에 가수 목소리를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하여 청취자가 듣기에 편안하고 듣기 좋게 믹싱을 해내느냐입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다 보니 최대한 리허설 시간에 모든 레벨과 톤을 결정하고 방송을 시작합니다.
믹싱이라는 일이 가수가 누군지에 따라, 악기의 종류에 따라 제각각 음량과 음색이 다르다 보니, 레벨미터에 의존하기보다는 현장에서의 음향을 염두해 적절하고, 균형감 있게 만들어내곤 합니다. 출연 가수에 따라 리허설 때와 본 방송에서 소리 파워를 달리하여 가끔 당황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당연히 그럴 거로 생각하고 감안해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라이브 스튜디오 소개
‘스마트 라이브 스튜디오’는 NDI(Network Device Interface) 기반으로 오디오 및 비디오 신호를 저지연으로 전송, 공유, 처리하는 공개 프로토콜로 구축된 스튜디오입니다. 이 스튜디오는 기존 아리랑국제방송 사옥의 로비 공간을 일부 개조해 만들어진 스튜디오로 규모는 작은 공간이지만 IP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오디오와 비디오 신호를 고품질로 실시간 스트리밍하고 효율적으로 전송하여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케이블과 연결의 제약을 극복하고 네트워크 환경에서 통신을 실현합니다.
또한 ‘스마트 라이브 스튜디오’는 NDI를 활용하여 다양한 플랫폼과 장치 간의 호환성을 지원해 컴퓨터, 태블릿, 모바일 기기 등 다양한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하며 클라우드 기술과의 결합으로 콘텐츠의 저장, 공유, 처리를 클라우드에서 실현 가능하고 이를 통한 협업, 원격 작업 등의 환경에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유로움과 유연성으로 라이브 방송 제작에 새롭게 역할 수행이 가능하여 아리랑국제방송에서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출근 후 하루의 스케줄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신청 가능한 스케줄로 퇴근 후 운동 등 자기 계발 목적으로 저는 7시 출근, 4시 퇴근하는 유연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아리랑 라디오의 생방송 시작 시각은 오전 7시로 먼저 출근하면 생방송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장비 점검을 마친 후 오늘의 ‘스마트 라이브 스튜디오’ 스케줄을 확인합니다. 출연자는 누구인지, 인원수에 따라 자리 배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담당 PD, 작가와 의논을 하고 밴드 출연자라면 악기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확인하고 준비해야 할 기타 장비들을 준비합니다.
준비가 완료되면 출연 가수가 오늘 들려줄 곡을 검색해서 직접 들어보며 곡 분위기라든지 악기소리는 어떻게 배치되는지 파악하고 최대한 원곡에 가깝게 믹싱을 하기 위한 기준점을 잡습니다. 10시가 되면 리허설을 시작하고 최대한 출연가수 입장에서 생각하여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려 애쓰며 11시에 생방송을 시작합니다. 오후도 같은 루틴으로 체크 사항들을 체크하고 3시에 생방송 시작 4시에 방송을 마칩니다. 어찌 보면 단순한 업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생방송으로 밴드 라이브를 한다는 게 매번 잘할 수만은 없어 항상 제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스태프들과 소통하며 방송사고 없는 고품질의 방송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업무의 보람과 행복
‘스마트 라이브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 모든 가수 Live 방송이 보람 있습니다. 특히 출연자분 중 신인 가수들은 대기 중에 긴장을 많이 하십니다. 긴장을 풀어드리기 위해 이런저런 가벼운 얘기들을 건네며 가끔은 농담 섞인 말도 하면 다들 좋아하시고 약간의 긴장이 풀리는 듯 하는 것 같습니다. 방송 후 아리랑국제방송 분위기가 너무 편하고 좋았다든지 음향이 정말 좋았다든지 이런 말을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또 작가분께서 가수 섭외 시 지난 방송의 Live 클립을 샘플로 보여주며 섭외를 시도하는데 그 샘플클립을 보고 음향과 영상이 너무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을 때나 기존 출연했던 가수가 지인 가수에게 “아리랑 출연해 봐라, 정말 좋더라”라고 소개해서 출연했다고 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아리랑 라디오 업무의 매력
여러 부서의 인원이 많이 필요한 TV 제작과는 달리 라디오 제작은 보통 DJ 1명, PD 1명, 작가 1명, 엔지니어 1명으로 구성되다 보니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할까요. 특히 아리랑 라디오는 큰 규모도 아니다 보니 제작진 서로가 내 일처럼 챙겨주고, 신경 써주는 분위기가 너무 편안한 업무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가끔 TV 업무를 하시다 오신 분들은 바로 적응을 하지 못하시기도 하는데, 아리랑의 경우는 PD분들과 사무실도 같은 층에 있다 보니 안 친해지기도 어려운 구조입니다. (웃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2020년 초에 발생한 코로나19 유행 시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제작 인력과 출연자를 최소화했어야 했고 음악 프로그램 역시 무관객으로 화상통화시스템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초유의 사태였다고 생각합니다. 밀접 접촉이나 증상 발생 시 바로 PCR 검사를 받아야 했고 감염자 발생으로 제작 인력이 부족해 휴가 중에도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급기야 다수의 확진자 발생으로 라디오가 있는 8층이 폐쇄되어 혼자 방호복에 고글까지 착용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제작해 놓았던 음원으로 비상 방송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이후로 라디오도 온라인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제작 방식의 변화가 생긴 시점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나만의 취미
‘로저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 ‘라파엘 나달’, ‘앤디 머레이’ 하면 뭐가 생각나시나요? 예전에 ‘빅 4’라고 불렸던 프로테니스 선수들입니다. 요즘 MZ 세대에게 테니스의 인기가 엄청 핫하다고 하는데 제가 테니스를 취미로 시작한 지는 20년이 훌쩍 넘었구요 군대 복무시절 동기가 선물해 준 테니스 라켓 한 자루가 지금까지 테니스를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테니스는 처음 배우기가 어렵지 배워놓으면 정말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에 전신 근력운동과 고강도의 유산소 운동 효과를 볼 수 있어 최근 젊은 연령대에서도 테니스의 운동 효과를 보기 위해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렴한 코트 사용료에 운동화와 테니스 라켓 한 자루만 있으면 즐길 수 있지만 고강도 운동이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갈 수 있어 부상위험도 많은 스포츠입니다.
저는 비록 전국대회 우승은 못했지만, 그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10여 년 전에 테니스 심판이 되겠다고 2박3일 연수 후 필기 실기 시험에 합격해 심판 자격증까지 갖출 정도였으니까요. 현재는 대회 우승 욕심 보다는 후배 테니스인들 양성을 위해 주말 아침마다 무료 레슨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커피에 대한 관심
한 10여 년 전에 일본 고베로 여행을 갔었는데 유명한 커피집에서 드립커피 우연히 마셔봤다가 그 맛에 완전히 반하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평범하게 라떼, 믹스커피를 마셨었는데, 제대로 된 드립커피를 마셔보고는 바뀌게 된 거죠. 그때부터 드립커피를 마시기 시작했고, 드립커피 전문점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로스팅을 해보고 있는데요. 집에서 생두를 볶아 원두로 직접 커피를 만들어보고 있는데, 잘하는 커피숍만큼은 아니지만 웬만한 곳보다는 맛있더라구요. 회사에서는 텀블러에 미리 만든 커피를 채워와서 마시곤 합니다.
나만의 좌우명, 삶의 철학
‘오늘 하루도 당신은 꽤 잘 해내고 있다?’ 갑자기 좌우명, 삶의 철학 하니 이런 걸 잊고 산지가 언제인가 싶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하루하루가 힘들고 어렵고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오늘 나는 잘했고 또 나아가야 하니까 ‘오늘도 나는 꽤 잘했다’라고 칭찬해 주고 싶네요.
인생 계획
요즘 항상 하는 고민입니다. 이젠 퇴직이 5년 남짓이라 퇴직 후 삶을 계획해야 할 시기인데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이 아직 없습니다. 과거 많은 직장인이 회사 일에만 몰두하여 준비 없는 퇴직을 맞아 뭔가 해보려 대출받아 사업하다 삶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신문 기사도 자주 보곤 했는데 저 역시 아직 계획이 없다는 게 한심하기만 합니다.
원래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워낙 해외여행을 좋아해 여행하는 삶을 사는 거였는데 요즘 제 아내랑 은퇴 후 여행 유튜버에 대해 얘기하곤 합니다. 흔히 많이들 가는 똑같은 장소가 아닌 남들이 자주 가지 않는 기상천외한 장소라든지 체험 삶의 현장같이 현장감으로 우리가 여행한 여정을 전달할 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둘이서 말 만하지 실제로 계획은 세우지 않습니다. (웃음)
계획 없이 막연히 그런 삶을 꿈만 꾸는 중이구요, 향후 5년 내로 남들은 잘 못하지만 나는 잘하는 뭔가를 꼭 찾아 계획하고 추진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