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과 삶(My Work and Life)
KBS 생방기술국 보도 시스템관리실 정 환 일
방송국의 많은 장비와 시스템은 유기적으로 동작하며,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긴다면 방송제작에 큰 차질을 만들어 내게 된다. 특히 시시각각 제작되는 뉴스 제작은 더욱 시스템관리가 중요한 영역을 차지한다. KBS 생방기술국 보도 시스템관리실을 담당하고 있는 정환일 방송기술인을 만나 시스템관리 업무의 생생한 하루를 들어보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취미생활에 대해 들어보았다.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KBS 생방기술국 보도 시스템관리실 정환일입니다. 2018년에 입사하여 라디오기술국의 스튜디오16 녹음실에서 1년 6개월간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의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후 1년 6개월간 KBS 라디오 생방센터에서 2FM 채널의 생방송 음향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라디오 생방송을 제작했고요. 2021년 보도기술국으로 발령받아 1년간 이미지매니저 직무를 수행하며 비디오월에 송출되는 비디오 소스를 제어하는 생방송 현업 업무를 했습니다. 2022년부터는 보도 시스템관리실에서 근무하며 방송시스템 관리와 기술 지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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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시스템관리 업무
뉴스센터에서 사용 중인 방송 장비의 관리와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방송 장비의 유지/보수, 신규 장비의 도입 및 설계를 주된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유지/보수 측면에서는 기존 장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예비품으로 교체한 후, 장비 점검 및 수리를 진행합니다. 디지털 장비의 복잡한 수리는 외부 업체에 맡기지만, 간단한 정비나 오래된 장비로 인해 외부 업체의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직접 수리를 진행합니다.
신규 도입/설계 업무로는 새로운 장비의 검토와 선정, 도입된 장비의 설치 공사를 포함합니다. 이 과정에서 케이블 및 커넥터 제작, 케이블 포설, 장비 설치 및 초기 세팅 등을 직접 수행하며,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외부 업체와 협력해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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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의 어려운 점
보도시스템 특유의 어려운 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생방송 스튜디오 관리 특성상, 작업 시간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까다롭습니다.
첫째, 생방송 스튜디오에서는 편성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평일에는 긴 작업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간단한 작업은 진행할 수 있지만,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작업은 주로 주말에 진행해야 합니다.
둘째, 뉴스는 방송사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중요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안정성 유지에 특히 예민합니다. 시스템 작업 중에는 현재 방송시스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하며,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빠르게 원상 복구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또한 메인 시스템을 보조할 수 있는 안정적인 예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애 상황에서도 현업자들이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셋째, 관리해야 하는 장비의 위치와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뉴스센터, NDC(위성중계실), 라디오뉴스, 유튜브 스튜디오 라온, 해외지국, 서울경찰청 교통정보센터, 소방청 방송시설 등 다양한 장소에 장비가 분산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비디오, 오디오 방송제작 장비뿐 아니라 외신 수신장비, MNG 수신서버 같은 장비들도 관리 범위에 포함되어 있어 업무가 까다로운 편입니다.
시스템의 비상절체 훈련에 참여 여부
비상절체 훈련은 주로 현업자들이 연습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시스템관리실에서는 훈련을 직접 진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절체 훈련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저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절체를 진행할 때 어떤 장비까지 절체가 필요한지, 절체시에 모니터링 시스템은 어떻게 구성할지, 탈리(Tally) 시스템은 어떻게 동작하게 할지를 설계하고 구축합니다. 이번 NS(News Studio)-2 공사에서도 VMU와 AMU 장비를 주/예비 동일한 사양으로 구성해 장애 상황에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절체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러한 준비 덕분에 생방송 중 장비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현업 감독님들이 부담 없이 예비시스템을 활용해 방송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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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2에 시스템 사업 소개
최근 메인 스튜디오인 NS-2 스튜디오에서 VMU와 AMU 장비를 교체하는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관련된 패치 패널, 케이블, 그리고 UMD(Under Monitor Display) 시스템도 전면 교체하였습니다.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NS-2 스튜디오를 운영해야 했기 때문에, 내부의 카메라, 마이크, PA 등을 옆 스튜디오인 NS-1 부조정실과 연결하여 공사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대체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새롭게 구축된 메인 스튜디오 시스템은 주요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즉시 절체할 수 있도록 주/예비 동일 장비를 도입하여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공사는 10월부터 시작해 12월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연이어 발생한 특보와 시국의 영향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1월 초에 공사가 완료되었으며, 현재는 특별한 문제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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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출근하셨던 경험
방송 중 문제가 발생하면 예비 장비를 사용해야 합니다. 저희가 현장에 간다고 해서 장비가 바로 고쳐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애가 발생하면 우선 예비 장비를 통해 운용합니다. 따라서 급히 출근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비디오 월 시스템의 경우 예비 장비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긴급하게 출근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소스 측면에서는 주/예비 장비가 준비되어 있지만, 세트와 함께 사용하는 비디오 월 장비에는 예비품이 없어서 대응이 매우 어렵습니다.
작은 블랙 화면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샷을 돌려 화면에 나오지 않게 하거나, 풀샷이나 부감샷을 피하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장애가 발생하거나 중요한 위치에서 문제가 생기면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이유로, 비디오 월 장비인 DLP나 LED 월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긴급하게 출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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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후 하루
아침에는 기계실과 부조정실을 한 바퀴 돌며 장비의 알람 램프를 확인하고, 소리를 통해 장비가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점검합니다. 알람 램프가 정상이라도 팬에서 쇠 갈리는 듯한 소리가 나면 고장의 징후일 수 있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점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조정실에서도 현업 담당자분들을 만나 운용 중 이상이 없었는지, 고장 내역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순찰합니다. 담당자분들이 문제를 인지했지만 전달을 깜빡했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던 단서를 저희에게 떠올려 이야기해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순찰까지가 기본적인 업무 루틴이며, 이후 일정은 날마다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사업이 있을 경우 관련 준비를 하고, 타 부서 및 업체와 협의합니다. 개별 장비 도입 시에는 케이블 제작 및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문제가 발생한 장비를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작업도 합니다. 또한, 현업 감독님들의 개선 요구사항을 반영하다 보면 하루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시스템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자세
시스템 관리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디테일, 기억력, 침착함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첫째, 디테일은 시스템 엔지니어에게 필수적인 덕목입니다. 시스템을 꼼꼼하게 구축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업 중에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디테일에 강한 사람일수록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습니다.
둘째, 기억력은 다양한 장애 상황과 그에 대한 대응 방법을 빠르게 떠올리는 데 중요합니다. 물론 기록을 통해 보완할 수 있지만, 머릿속에서 즉시 필요한 정보를 꺼낼 수 있으면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자신감도 생깁니다.
셋째, 침착함은 방송 장애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장애가 발생하면 빠르게 대처해야 하지만, 성급하게 대응하는 것보다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실제로 방송사고가 나면 부조정실이 혼란스러워지고 장애 포인트를 찾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 빠르고 정확한 대응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한다면 시스템 관리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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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를 하며 느낀 보람과 힘든 점
제가 구축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문제없이 운영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현업 감독님과 제작진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들을 때 그 기쁨은 배가 됩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업 감독님들이 침착하게 제가 구축한 예비 시스템을 활용하여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시는 모습을 보면, 예비 시스템을 구축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예비 시스템조차 사용하지 않게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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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나 여가를 즐기는 방법
저의 대표적인 취미는 독서와 위스키입니다.
우선, 독서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활동입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며 지식을 넓혀왔지만, 회사 생활을 시작한 뒤로 점점 책과 멀어지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에 책을 다시 읽을 동기를 찾고자 독서 토론 모임에 가입했고, 현재 6년째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흥미로워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입니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께 꼭 도전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시대를 넘는 명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독특한 책을 찾으신다면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권하고 싶습니다. 읽는 과정이 다소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신선한 관점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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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는 2019년에 시작한 취미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맛있는 술을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점차 깊이 빠지게 되어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스코틀랜드로 위스키 투어를 떠나는 경험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5개의 증류소를 방문하며 알찬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즘 위스키의 인기가 한풀 꺾였고, 저 역시 열정이 다소 잠잠해졌지만, 가끔 BYOB(Bring Your Own Bottle) 모임에서 다양한 위스키의 맛과 향을 즐길 때면 당시의 즐거웠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언젠가 더 길고 온전한 스코틀랜드 위스키 투어를 기획해 볼 생각입니다.
취미 관련하여 목표
건강하게 지속가능성을 가져가는 것이 저의 목표이기 때문에 꾸준히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굳이 꼽자면 스코틀랜드에 다시 가서 못 가본 증류소들을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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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하고 싶은 이야기와 올해 계획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단 시작하라’입니다.
제가 현재 보도시스템 관리실에 오게 된 계기는 과거 라디오에서 근무하던 시절 들었던 한 가지 조언 덕분입니다. 당시 라디오 2FM 생방송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은퇴를 앞둔 선배님께서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엔지니어로서 한 번은 시스템 업무를 경험해 봐야 한다.” 그리고 시스템을 알아야 하는 이유와 그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 후 보도시스템 관리실 업무를 제의 받았을 때, 제 능력으로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엔지니어로서 한 번은 거쳐가야 할 길이라면 지금 가보자!’는 생각으로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시스템 업무는 현업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장비 구매, 사업 진행, 시스템 구성, 업체 협력 등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팀장님과 팀원들의 도움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한마디는 바로 이것입니다. “너무 재지 말고 일단 해보세요!” 이것은 업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시작하고 나서 치열하게 고민해도 늦지 않습니다.
올해의 계획은 이러한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더 많은 도전과 성장을 이루는 것입니다. 새로운 프로젝트와 업무를 통해 배움을 이어가며,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기반으로 더 큰 성과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