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군의 B급 잡설, 영단어 어원탐구 Chapter – 1

C군의 B급 잡설, 영단어 어원탐구 Chapter – 1

방송과기술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호에서 장기간에 걸쳐 연재되었던 색(色) 시리즈가 마무리되어 이번 호부터는 새로운 내용으로 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색에 관한 복잡한 내용을 이어 오는 중간중간 C군 스스로도 과욕이 부른 참사로 끝나지 않기를 많이 바래왔던 것 같습니다. 짧게 이어가는 본 연재의 속성으로 인해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기 어려운 복잡한 전개는 본 연재 자체의 수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C군이 이번에 뽑아 든 비장의 카드는 바로 ‘영단어 어원탐구 시리즈’입니다. 매우 간단한 내용이지만 머리에 쏙쏙 들어와서 실생활과 업무 및 취미생활 등에 양념같이 스며들고, 바퀴벌레와 같은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 지속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얄팍한 영어 지식을 추구하는 연재를 통해 그 동안 실추된 ‘C군의 B급 잡설’의 위상을 제고하여 궁극적으로는 ‘방송과기술’의 간판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야심차게 기획된 시리즈입니다. 많은 기대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전개에 앞서 C군 스스로의 자랑은 아니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간다면, C군은 항상 독자 여러분과의 소통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는 사실입니다. 매체의 특성상 실시간 양방향 소통은 꿈도 꿀 수 없고 비실시간 소통에도 애로가 있으므로 가상 소통의 수단으로 독자 여러분을 대신한 자문자답이 문득문득 등장할 수 있습니다. 이때 마다 “C군이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구나…“하고 깊게 공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셀프 소통 하나 들어가겠습니다.

왜 하필이면 ‘영단어 어원탐구 시리즈’인가?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세계화’도 이제는 새로울 것 없는 아련한 추억의 한 조각입니다. 이제는 일상보다 더 진부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드는 ‘세계화’라는 말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에게 ‘세계화’는 뭔가 영어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사실 단어 자체의 뜻은 영어와 별로 관련이 없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세계화’를 영어와 직결시킨 어학학원이나 어학교재 출판사의 상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딱히 증거는 없습니다. 아무튼 20년 가까이 무의식에서라도 여전히 흐르고 있는 ‘세계화’에서 영어가 제일 맘에 걸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영어를 쓸 일은 거의 없음에도 말이죠. 이러한 부담감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나 현상을 알기 위해 접하는 1차적 정보가 영어로 작성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더 그럴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세계화’ 자체를 영어와 결부시키려고 꺼낸 말은 아니었고 그만큼 우리가 ‘영어’를 많이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세계화’라는 말과 영어가 뒤얽힌 화제를 던졌습니다.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이 사용하던, 그렇지 않던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영어의 홍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런 영어의 홍수 속에서 회화, 작문, 문법, 독해, 어휘 등 놓쳐서는 안 되는 여러 중요한 요소들이 많습니다만, 이 중에 C군은 어휘를 통해서 독자 여러분께 이런저런 재미를 드리려 합니다. 대단히 많은 수는 아니지만 어휘가 하나둘 늘다 보면, 이런 저런 문장이 눈에 들어오고, 또 문장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는 다양한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소한 경험들이 하나 둘 쌓여 어느 날엔가 생각과 시각도 새로워지는 멋진 경험이 여러분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C군의 ‘영단어 어원탐구 시리즈’는 영어 어휘를 무작정 나열하는 성의 없는 형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영단어가 가지고 있는 어원을 통해서 단어의 의미를 설명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영단어의 어원으로부터 파생되는 다른 단어들도 연결하여 개별 단어들에 대한 유기적인 기억의 연결 고리를 형성하여 비교적 덜 고통스럽게 영어 단어를 하나씩 쌓아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양질의 정보를 조사하여 정리해 나가겠습니다. 그러면 매우 쉬운 영단어를 통해 앞으로 ‘영단어 어원탐구 시리즈’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윤곽을 잡아보는 것으로 시리즈를 시작해보겠습니다.

Broadcast
Broad + Cast

‘Broadcast’, 방송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단어입니다. 사실 ‘Broadcast’ 정도는 어원 분석도 필요 없는 그냥 단순한 합성어의 느낌입니다. ‘Broad’는 누구나 알듯이 ‘넓은’ 정도의 의미를 가진 단어이고, ‘Cast’는 동사로 쓰이면 기본적으로 ‘던지다’는 의미를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즉 ‘Broadcast’는 뭔가를 넓게 던지거나 날리는 정도의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됩니다. 방송(放送)이라는 한자어도 널리 보낸다는 의미이니 유래는 모르지만 아마도 ‘Broadcast’를 한자로 옮기며 ‘Broad’와 ‘Cast’를 ‘放’과 ‘送’으로 각각 대응시킨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C군의 치밀한 조사에 의하면 1800년대에는 ‘Broadcast’가 ‘농업용어’였던 것 같습니다. C군이 “~같습니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100%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정황적으로 어느 정도 심증이 가는 경우라서 그렇습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다분히 가능성이 높은 정보지만 100% 확인된 것은 아니니 믿거나 말거나 정도의 가십(Gossip)으로 재미삼아 읽어 보세요.” 정도의 의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Broadcast’가 농업용어였다면 무슨 의미였을까요? 애석하게도 C군은 1800년대 당시의 농업용어로서의 ‘Broadcast’의 의미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건전한 추리를 발동해보면 아마도 넓은 밭에 씨를 흩뿌리거나 하는 등의 행위, 또는 민들레 씨앗 같은 것들이 널리 널리 날려가서 여기저기 퍼지던 것 정도를 의미하는 단어는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100% 확증은 없는 이야기이므로 재미로 흘려들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달랑 ‘Broadcast’ 정도의 단어를 분해해서 설명하고 끝낸다면 굉장히 싱겁고 유치한 느낌이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싹틀 것 같습니다. 뭔가 더 심도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방송과기술’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 중에 톱(Top)의 자리를 노려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C군의 마음에도 싹트며, 이대로라면 톱 근처에 가보기도 전에 원고 자체를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흔들리는 유리멘탈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뭔가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Broadcast’에서 한 발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Cast
명사로서 출연자(영화나 연극 등의), 주물, 거푸집 등

‘Broadcast’를 설명하며 ‘Cast’가 ‘던지다’라는 의미를 바탕에 깔고 있는 단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데 ‘Cast’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동사로서의 여러 의미는 ‘던지다’와 관련된 의미로부터 확장 가능한 것들로 채워져 있는데 명사로서는 이상하게 ‘던지다’와 상관없어 보이는 의미가 대표의미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바로 ‘출연자(영화나 연극 등의)’와 ‘주물‘, ‘거푸집’이라는 명사로서의 의미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Cast의 명사로서의 의미는 동사로서의 의미와는 상관없는 것들일까요?

그림 1
그림 1

‘Cast’의 ‘던지다’라는 동사적 중심의미와 ‘출연자(영화나 연극 등의)’ 또는 ‘주물’, ‘거푸집’ 등의 명사적 의미를 연결하기 위해 [그림 1]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진도를 더 나가기에 앞서 [그림 1]을 추상화하여 전개되는 이야기들과 이를 바탕으로 한 ‘Cast’의 명사로서의 의미의 형성에 관한 C군의 추측은 어느 정도 조사에 기반 했지만 C군의 개인적 해석 또한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정설은 아님을 유의해주세요.

[그림 1]의 포탄은 공중에 던져지고(발사되고), 그걸로 끝일까요?

[그림 1]의 포탄은 어딘가에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공중에 두둥실 떠 있을까요? 우리의 경험에 의하면 포탄은 100% 어딘가에 떨어집니다. 어딘가에 떨어져 불발탄으로 끝날 수도 있고, 폭발을 일으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림 1]의 예를 조금 더 추상화하면 던진다는 행위는 무언가가 내 손을 떠난다는 것이고, 던져진 이후에는 어떠한 사건이나 변화가 이어집니다. 다시 강조하면, 던져지는 것은 필연적으로 던져짐으로 인한 사건이나 변화를 동반합니다.

‘Cast’가 명사로서 가지는 ‘주물’, ‘거푸집’의 의미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녹인 쇳물은 거푸집에 던져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거푸집 안에서 식어가며 거푸집의 모양을 따라 형태의 변화를 맞이합니다. 쇳물을 어딘가에 던져 넣는 행위와 연결되어 ‘Cast’가 명사로서 ‘주물’, ‘거푸집’의 의미를 갖게 된 것 같다고 추측하면 억지일까요? 억지라면 억지 같을 수 있는 추측을 하나 더 펼쳐보겠습니다. ‘Cast’가 명사로서 가지는 또 다른 의미인 ‘출연자(영화나 연극 등의)’에 관해서입니다. 대본이 한 편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대본에 나온 인물과 이야기들은 그것을 읽는 사람의 상상 속에서 재구성됩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인물들이고,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도 아닙니다.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이 상상 속에서만 그려 볼 수 있는 것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대본의 내용을 눈앞에서 보고 듣고 싶다면, 누군가 대본에 나온 대로 연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대본을 연기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상상의 세계에 머물던 대본이 현실의 세계로 던져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대본이 현실의 세계로 던져지고, 현실의 세계에서 갖춘 모습의 핵심이 ‘출연자(영화나 연극 등의)’이기에 ‘Cast’가 명사로서 ‘출연자(영화나 연극 등의)’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추측한다면 이 또한 억지처럼 느껴질까요?

C군에게 위의 추측과 관련한 100% 확증은 없습니다. 다만,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조각조각의 정보를 종합해 보면 나름 개연성이 있기에 추측을 해본 것입니다. 사실 C군이 진짜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Cast’의 명사로서의 의미들이 C군의 추측과 같은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는지 아닌지가 아니라 어원에 뿌리를 둔 영단어의 기본적인 의미를 통해 영단어의 다양한 의미를 추상화하고 확장하는 것에 관한 본 연재의 방향성이었습니다. ‘Cast’의 의미에 관한 C군의 추측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추측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영단어와 관련한 사고의 범위가 넓어지고 어원을 공유하는 단어와 단어의 연결고리가 강해지면서 나름의 안목을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잘 못 알고 있었거나 추측했던 것들을 발견한다면 수정해 나가며 깊이를 한 층 더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Broadcast’라는 단어의 분석 예를 통해서 C군이 보여드리고 싶었던 본 연재의 방향성이며 목표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연재에서는 훨씬 복잡한 어원을 가진 단어들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어원들이 초기에는 단어를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번 어원을 통한 영단어의 의미 해석에 익숙해지면 어원의 강력한 힘에 독자 여러분 모두 탄복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앞으로의 연재를 통해 여러 단어들이 하나의 뿌리에 묶여 체계화된 기억이 얼마나 견고하며 시간의 부식에 강한지 꼭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야심차게 기획된 ‘영단어 어원탐구 시리즈’와 함께 독자 여러분의 직업인으로서 삶, 그리고 생활인으로서의 삶 모두 사소하고 작지만 즐거운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럼, 다음 호에서 새로운 영단어와 어원들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P.S.
C군의 잡설은 귀동냥에 근거하여 재구성된 것이므로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항상 유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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