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사심 인터뷰 – 김종규 MBC 방송인프라본부장

방송인, 사심 인터뷰 – 김종규 MBC 방송인프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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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사심 인터뷰
김종규 MBC 방송인프라본부장

MBC가 지난 2018년 11월 콘텐츠 제작, 마케팅 강화, 조직 슬림화를 골자로 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9본부 24국 9센터 109부’에서 ‘9본부 21국 11센터 96부’로 기구를 개편하고 보직 간부 수를 10% 줄이는 등 조직을 재정비하였다. 미디어 환경이 극심해지고 있는 만큼 MBC의 선택과 결단에 박수를 보내며, 기술의 수장인 김종규 방송인프라본부장을 만나 방송기술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줄곧 지상파 방송의 공영성과 사회,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그를 만나보자. (사진제공. MBC)

안녕하세요. 본부장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저는 지난 1986년 MBC 방송기술국에 입사해 뉴미디어 정책팀장과 뉴미디어 기획부장을 거쳤고, 작년부터 방송인프라본부장으로 근무 중입니다. 기술을 기본으로 MBC의 문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나가고자 합니다.

듣기로는 ‘방송과기술’과 어떤 인연이 있다고 하던데요? 당시 상황이 궁금합니다.
제가 1996, 97년경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이하 연합회) 사무국장을 했었습니다. 당시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열악하던 시절이었는데, 취재기자도 따로 없었고, 광고와 원고 관리가 현재보다는 단순한 구조였습니다. 그때 연합회분들과 ‘방송과기술’의 제호와 표지 디자인, 판형을 개선하면서 현재의 형태와 비슷하게 리뉴얼하였습니다. 연합회의 재정을 확고히 하려는 의도였는데, 연합회비도 많이들 안 냈던 시절이어서 안정적인 재정 상태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너나 할 거 없이 광고 영업도 하고, 기사량도 늘렸지요. KOBA 운영을 통한 수익도 강화했고, 무엇보다 KOBA에서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는 국제 방송기술 컨퍼런스를 그때 시작했습니다. 그 전은 단순한 제품 전시만 했었죠. 참 옛날이네요.(웃음)

본부장님께서는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예전 얘기를 좀 더 들려주시겠어요?
생각해보면 파란만장했죠.(웃음) 그 당시만 해도 연합회가 단순한 기술인들끼리의 모임, 즉 친목 모임의 성격이 강했었고,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방송기술이 방송계에서 화제나 아젠다가 되지 못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TV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뀔 때도 기술의 변화와 성과이지만 주목받지 못했었죠. 제가 연합회 활동을 하던 때가 조학동 연합회장의 시절이었는데, 지상파 DTV 전송방식의 표준을 정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공청회를 했었는데, 삼성이 유럽방식을, LG가 미국방식을 주장했었죠. 삼성이 강하게 유럽방식을 주장했었는데, 그 시기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기술로 인한 변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보통신부와 논쟁을 하게 되었고, 아시는 바와 같이 종결이 나기까지 4년의 세월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기술만의 싸움이 아니라 정보통신부, 언론노조, 방송협회, PD연합회 등 관련 단체, 학계 등 모두가 연계하여 진행되었던 논쟁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식은 우선 모바일 전송이 어려웠고, 대형화면의 고화질 위주여서 있는 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30평대의 집에 30인치의 TV면 충분하다는 생각들이었죠. 이에 반해 유럽식은 화질을 양보하지만 모바일과 다채널을 통한 문화의 전파가 핵심이었습니다. 기술의 싸움이 아닌 문화의 싸움으로 인식을 하게 된 것이죠. 삼성에 이어 정보통신부는 이미 미국방식의 TV가 100만대 이상 팔렸고, 미국시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모바일이 제공되지 않는 미국방식을 위해 정보통신부가 DMB를 내놓았고, 결국,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노성대 방송위원장, 정연주 KBS 사장,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등 4인을 대표로 한 ‘DTV 비교시험 추진 4인 위원회’에서 미국방식으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정해지는가 싶었는데, DMB를 놓고 방송 쪽에서 방치를 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지상파 모바일 방송으로 규정을 하지 못해, KBS, EBS가 재전송을 못 하게 되어, 신규 매체로, 신규 사업자가 진행하게 되었죠. 단순 모바일 재전송으로만 했다면 송신기만 있으면 되었는데, 참 뼈아픈 사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DTV 전송방식 논쟁을 계기로 방송기술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기술 쪽 의견을 물어보는 등 바뀐 것이죠. 700MHz 논쟁도 그렇게 하여 화제가 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오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방송기술의 위상이 변화된 다른 예는 KOBA를 들 수 있는데, 전시회의 위상도 그때 한 차원 격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테이프 커팅 시에도 전에는 방송사 국장, 본부장도 참석을 안 했었는데, 이 논쟁 이후로 정보통신부 장관이 오게 되었죠. 후원 등도 붙게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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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당시 논쟁이 방송기술에서 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방송엔지니어로 진로를 정하셨나요?
솔직히 86년 입사 당시에는 방송기술에 대해 잘 몰랐었습니다. 첫 번째로 입사원서를 넣은 곳이 MBC였는데 덜컥 되고 말았지요. 입사하고 나서 엔지니어가 무엇이지, 방송 제작이 어떤 일인지 알게 된 거죠. 재미있어 보였어요. 언론사이다 보니 기자, PD는 아니었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엔지니어지만 MBC의 일원으로서 할 일이 꽤 있겠다고 생각했지요. 80, 90년대만 해도, 기자, PD의 힘이 엄청났어요. MBC PD 수첩의 영향력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사로서 공영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힘이 잘 사용되면 그만이지만 잘못 사용되었을 때는 그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겠죠. 이런 특성을 내부에서 기자, PD가 아닌 사람들이 견제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해옴으로써 MBC가 공영성을 유지해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임원이 되었지만 이러한 공영성을 지켜내어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것 또한 저만의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MBC 방송인프라본부장으로서 어렵고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별로 없습니다.(웃음) MBC는 오래 유지된 회사이고, 조직적이며 그 구성원들도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이란 것은 조직이 해내는 것이고, 시스템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 조직되어 있다면 자연스럽게 돌아가게 마련인 것이죠. 그래서 보직자들이 중요한 것입니다.
방송인프라본부장으로서 방송인프라본부를 잘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방송인프라본부가 회사의 구성으로서 회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있고, 또한, 경영진으로서 회사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2017년 준비되지 않은 경영진들이 회사를 맡으며 시행착오도 겪는 등 회사 전체의 문제를 임원진이나 본부장들이 소통하여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만 워낙 누적된 문제들이고, 다양하게 얽힌 문제들이라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해결하지 못할 것은 아니고, 계속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고,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우선 제가 아직 좋은 리더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웃음) 기본적으로 자기 일을 잘 해야 하겠지요. 실력도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디오도 해보고, 비디오도 해보라는 얘기가 아니라 예를 들어, 협회나 연합회 일 같이 자기 일을 기본으로 하면서 회사나 구성원이 요구하는, 사회가 요구하는 이런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귀찮고 힘들 수 있겠지만 그러한 일들이 개인의 성장에 굉장히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회사 내부에서는 현업으로 오디오 업무를 13~14년 했고, 기획실, 연구실, 감사실 업무를 했습니다. 외부에서는 노조 전임으로 1년 간 생활도 해봤고, 연합회 사무국장,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등을 거치면서 그 이전과는 현상을 보고 생각하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일 외에 다양한 활동을 했으면 합니다. 다른 쪽에 사용하는 시간만큼 자신에게 분명히 좋은 쪽으로 돌아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얼마 전 MBC가 조직개편을 했는데, MBC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특히 기술 부문의 메시지는 무엇인지요?

예전 케이블이 없던 시절, 공중파의 시청률이 30~40%를 유지하던 시절에는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케이블에 자본이 유입되며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매체환경이라는 용어가 생겨났습니다. 통신사도 2005년경부터 IPTV를 하려고 했고, 그때 위성 DMB가 나왔었죠. 기술이 발달하다 보니, 그러한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영상 콘텐츠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집단들이 생겨나면서 그쪽으로 자본이 유입되었습니다. 그러다 2007년 IPTV가 런칭되었죠. 지상파 입장에서는 2002년부터 광고료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한 번도 반등하지 못하였습니다. 인터넷, 스마트폰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지상파 방송국이 직접수신율을 높이기 위해 DTV KOREA(현 지상파UHD방송추진협회, UHD KOREA)도 만들었고, MMS 서비스도 고려하는 등 여러 가지를 시작했었습니다. 또한, 그 시기에 재전송료 협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재철 사장부터 정권이 바뀌기 전까지 방송정책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그렇게 되기 이전에 현재와 같은 미디어 상황을 예견한 친구들이 pooq, SMR 등을 만들었었죠. 광고의 한계를 깨닫고 국내 및 해외유통을 이미 시작했었습니다. 2008년 당시 광고 외 수입을 2011년까지 12%에서 30% 이상으로 목표를 세웠고, 결국 달성하기도 했었습니다.
올해 회사 경영을 하게 되면서 2018년 이전의 3~4년이 우리나라 매체 환경이 가장 극심한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때 지상파 방송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넷플릭스가 공격적으로 성장했고, 2019년 5G 서비스가 출시되며, 이미 지상파의 자본력을 넘어선 tvn, CJ E&M과 같은 기존 PP들까지 합종, 연횡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지상파의 자본력이 가장 컸기 때문에 잠깐 방향을 잘 못 잡았더라도, 바로 정상궤도로 복귀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러한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이전의 조직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파편화된 조직으로는 급변하는 환경을 극복하기가 힘들다고 생각되어 실시한 것이 이번 조직개편입니다. 인터넷 기반의 OTT, 스트리밍 서비스에 MBC가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MBC의 콘텐츠가 다양한 유통 경로를 통해 분배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2019년 개인적인 다짐과 목표는 무엇인지요?
올해 시행한 조직개편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합니다. 이런 노력과 기획한 목표대로 MBC가, 지상파 방송사가 잃었던 영향력을 회복하고, 공영방송으로서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었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방송과기술’의 발전을 위해 한 말씀 해주세요.
예전에 격월로 방송과기술이 제작되었는데 이제는 월마다 발간하느라 관련된 분들의 고생이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방송과기술도 이제는 기술 영역에서 벗어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 중간광고와 같은 언론의 공통 관심사도 다루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더욱 다양한 콘텐츠로 풍성한 방송과기술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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