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호의 테마클래식 3 – 봄

송주호의 테마클래식 3 – 봄

이제 봄이 되었습니다!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을 맞아서인지, 시련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얻는 듯한 생각으로 설렘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봄은 그 어떤 계절보다도 음악의 주제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번 달에는 봄을 노래한 음악을 들어보죠.

비발디 : 바이올린 협주곡 마장조 ‘봄’, RV269 (1725)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 1678~1741)의 ‘사계’는 한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클래식 음악일 겁니다. 이 곡은 본래 1725년에 출판된 ‘화성과 창의의 대결, Op. 8’(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 Op. 8)이라는 책에 들어 있습니다. 이 책은 모두 열두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수록하고 있는데요, 비발디는 앞의 네 곡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오늘날 이 네 곡을 따로 떼어 내어 ‘사계’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죠.
비발디는 지금뿐만 아니라 생전에도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협주곡’이라는 양식을 널리 보급하고 정착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세 악장 구성과 ‘리토르넬로 형식’이 비발디가 뿌린 대표적인 씨앗들이었죠. 회전한다는 의미인 ‘리토르넬로(ritornello) 형식’이란 바이올린의 화려한 독주와 관현악의 후렴이 대화하듯 주고받으며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발디의 ‘사계’에는 작자 미상의 소네트가 쓰여 있는 것, 아시죠? 작가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으니 아마도 비발디 본인이 직접 썼을 겁니다. 이 글은 각 계절을 묘사하고 있는데요, 각 음악과 절묘하게 매치됩니다. ‘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제1악장 : 봄이 왔다. 새들은 즐거운 노래로 인사를 한다. 그때 시냇물은 살랑거리는 미풍에 상냥하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흘러가기 시작한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천둥과 번개가 봄을 알린다. 폭풍우가 가라앉은 뒤, 새들은 다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제2악장 : 여기 꽃들이 만발한 즐거운 목장에서는 나뭇잎들이 달콤하게 속삭이고 양치기는 충실한 개를 곁에 두고 잠들어 있다.
제3악장 : 님프들과 양치기들은 전원풍 무곡의 명랑한 백파이프 소리에 맞추어 눈부시게 단장한 봄에 단란한 지붕 아래서 춤춘다.

이 글처럼 1악장에는 새소리와 시냇물 소리, 천둥과 번개, 폭풍우 소리가 묘사되어 있고, 2악장에는 잠이 드는 듯 나른합니다. 3악장은 춤곡과 같이 리드미컬하고 활기가 넘치며, 지속되는 저음 위에 멜로디를 연주하는 백파이프 소리를 흉내 냅니다.
이 곡의 추천 영상은 독일의 핫한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가 웨일즈 국립 식물원에서 연주한 영상입니다. 색색의 타일조각을 붙인 듯한 드레스가 눈에 띄는군요.
추천 영상 : youtu.be/aFHPRi0ZeXE

안토니오 비발디 /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봄’ - 율리아 피셔
안토니오 비발디 /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봄’ – 율리아 피셔

베토벤 :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바장조 ‘봄’, Op. 24 (1801)
‘봄’ 하면 떠오르는 곡 중 하나가 바로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 1770~1827)의 ‘봄 소나타’입니다. 이 곡은 본래 제목이 없었지만 ‘월광 소나타’처럼 훗날 이름이 붙여졌죠. 화사한 분위기에 전원의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바장조 조성이 따뜻한 봄과 매우 잘 아울리기도 합니다.
이 곡은 베토벤이 하이든과 모차르트에 기대던 초기 시절로부터 벗어난 중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베토벤 생존 당시에도 밝은 분위기로 큰 인기를 얻었죠. 그만의 자신감 넘치는 스타일도 엿보이는데요, 시작과 동시에 바이올린이 먼저 주제 선율을 연주하는 것은 베토벤에게도 드문 것이었습니다.
그럼 정말 그런지 들어봐야죠? 추천 영상은 2008년 롱 티보 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초절정 미모의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의 연주입니다.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피아노 연주도 귀를 기울이면 두 악기의 균형 잡힌 이중주를 즐기시길 바랍니다.
추천 영상 : youtu.be/dCzSLm0Lpxw

루트비히 판 베토벤 /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 신지아
루트비히 판 베토벤 /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 신지아


멘델스존 : 무언가 ‘봄 노래’, Op. 62 No. 6 (1844)

음악사 최고의 신동은 누구일까요? 투표를 한다면 아마도 모차르트가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받을 것 같군요. 물론 모차르트가 어렸을 때부터 특출한 재능을 발휘한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사실 알려진 많은 내용은 꾸며낸 거짓이랍니다. 이에 비하면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Bartholdy : 1809~1847)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놀랍습니다. 9세에 연주자로 데뷔했고, 12~14세 때에 이미 무려 열두 곡의 교향곡을 썼습니다. 13세에 피아노 사중주곡을 출판했고, 15세 때에 정식으로 ‘교향곡 1번’을 썼죠. 그리고 16세에 ‘현악팔중주’라는 기념비적인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이 ‘현악팔중주’는 멘델스존 천재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걸작이자, 이 장르의 모범을 보여주는 최고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의 이름에는 ‘바르톨디’라는 이름이 또 붙어있습니다. 멘델스존은 유대인으로서 유대교를 믿고 있었습니다만, 펠릭스의 부모가 개신교로 개종했습니다. 그런데 ‘개신교도 멘델스존’은 어색하다면서 삼촌의 성 ‘바르톨디’로 바꾼 것이었죠. 하지만 펠릭스는 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본래의 ‘멘델스존’이라는 이름으로 서명을 하곤 했습니다.
이달에 추천해드리는 곡은 피아노곡 ‘무언가’입니다. ‘무언가’란 ‘가사가 없는 노래’라는 뜻으로, 선율과 반주로 이루어진 서정적인 소품에 종종 붙은 이름이죠. 멘델스존은 20세부터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36세까지 촉 48곡의 무언가를 작곡했습니다. 어느 곡도 아름답지 않은 곡이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멘델스존은 이 곡들을 여섯 곡씩 여덟 권으로 묶어 전 생애에 걸쳐 출판했는데요, 그중 5권 마지막 곡이 ‘봄노래’입니다. 들판에 활짝 핀 꽃들 사이로 춤추는 요정을 묘사하는 듯한 화사한 음악입니다.
추천 영상 : youtu.be/fsdThmsffNk

펠릭스 멘델스존 / 멘델스존의 무언가 ‘봄노래’
펠릭스 멘델스존 / 멘델스존의 무언가 ‘봄노래’

 

슈만 : 교향곡 1번 내림나장조 ‘봄’, Op. 38 (1841)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 1810~1856)은 낭만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결혼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는 자신의 피아노 스승의 딸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스승은 둘의 결혼을 완강히 반대했고, 심지어 법정에서 제자를 무능한 한량이라고 심하게 매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슈만은 법정 투쟁에서 승리하여 1840년에 결혼을 쟁취하게 되죠. 슈만은 그 기쁨을 가곡 작곡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그래서 1840년을 ‘가곡의 해’라고 부르죠.
이 해에 작곡한 가곡 중에는 ‘아돌프 뵈트거의 시 ‘사랑의 봄’에 붙인 열두 개의 노래, Op. 37’이 있습니다. 슈만은 이 곡을 완성하고 나서도 이 음악으로부터 떠오르는 악상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듬해 교향곡 규모로 확대시켰는데요, 그 곡이 ‘봄 교향곡’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봄이 되면 자주 연주되는 관현악단의 단골 레퍼토리죠. 보통 독일의 작품들이 어두움, 시련, 악 등을 깨쳐 승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반해, 이 곡은 시작부터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 있습니다.
추천 영상 : youtu.be/abrie8X9seU

로베르트 슈만 / 슈만의 교향곡 1번 ‘봄’
로베르트 슈만 / 슈만의 교향곡 1번 ‘봄’

 

델리어스 : 교향시 ‘봄의 첫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1912)
프레더릭 델리어스(Frederick Delius : 1862~1934)는 영국 태생으로, 본래 음악가가 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22세에 미국 플로리다로 이주한 후 작곡을 시작하여 2년 후에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했습니다. 24세 때니까 매우 늦은 나이였죠. 그리고 또 2년 후에 파리를 중심으로 작곡가로 활동을 하고 프랑스에서 세상을 떠납니다.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작곡을 시작하여 독일에서 공부하고 프랑스에서 활동하다 보니, 그의 음악은 영국적인 요소가 그리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드뷔시의 인상주의의 영향이 많이 보입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그를 챙겨주는 나라는 역시 영국입니다. 지난 2012년에 그가 탄생 150주년을 맞았을 때 이를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나라는 영국밖에 없었죠. 사실 그해에 세계의 클래식 음악계는 드뷔시 탄생 150주년에 흠뻑 빠져 있었습니다.
그의 교향시 ‘봄의 첫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처럼 목가적이면서 평화롭고 따스합니다. 이 곡의 풍부한 저음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게 안정되는 기분입니다.
추천 영상 : youtu.be/3xHIhcstxUM

프레더릭 델리어스 / 델리어스의 교향시 ‘봄의 첫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프레더릭 델리어스 / 델리어스의 교향시 ‘봄의 첫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스트라빈스키 : 발레음악 ‘봄의 제전’ (1913)
20세기가 되면 ‘표현주의’라는 새로운 사조가 등장합니다. 이 말을 정확히 정의할 수 없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어떠한 대상을 묘사하면서 전통을 거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미술에서는 19세기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음악은 조금 늦은 20세기 초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독일어권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쇤베르크가 그 기치를 높이 들었다면, 프랑스에서는 러시아 출신의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 1884~1971)가 그 역할을 했습니다. 바로 발레곡 ‘봄의 제전’으로 말이죠.
스트라빈스키는 ‘봄의 제전’ 한 곡으로 음악사에 길이 남는 중요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작곡가 메시앙은 그에 대해 이렇게 얘기를 했죠. “스트라빈스키는 ‘봄의 제전’의 작곡가로서, 가장 위대한 천재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대 최고의 유명인사가 되었죠. 여기에는 소동과 관련이 됩니다. 파리에서 이 곡이 발레와 함께 초연될 때 관객들은 야유를 보내고, 한쪽에서는 올바른지 그른지 토론하며 주먹다툼까지 벌어졌다고 합니다. 스트라빈스키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합니다. “누군가 내 뒤에서 “닥쳐!”라고 외쳤다. … 무대 뒤쪽으로 가보니 디아길레프(발레단 단장)가 홀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명을 껐다 켜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니진스키(안무자)는 의자 위에 올라서서 키잡이처럼 무용수들에게 숫자를 외치고 있었다.” 객석에서 너무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무대 위의 무용수들이 음악이 들리지 않았던 것이죠. 그 공연에 참석했던 사람 중에는 유명한 작가인 장 콕토도 있었습니다. “나이든 P 백작부인은 칠면조와 같이 붉은 얼굴로 머리띠가 삐딱하게 걸린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 부채를 흔들며 “60 평생에 이렇게 감히 나를 놀려댄 것은 처음이야!”라고 외쳤다.”
이 정도로 ‘봄의 제전’은 매우 파격적인 음악이었습니다. 이 곡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을 언급하자면, 첫째는 소음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화음을 거부하고 인접한 음을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소음처럼 만들고 마치 타악기를 두드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죠. 그리고 둘째는 그 리듬이 불규칙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규칙적으로 진행하는 리듬이라도 불규칙하게 악센트를 두어서 불안감을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스트라빈스키는 이러한 파격을 시도했을까요? 저는 이 발레의 시나리오가 가진 원시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곡의 내용을 이렇게 간단히 요약했습니다. “나이든 현자가 한 모임에 앉아 희생재물이 된 처녀가 봄의 신을 달래기 위해 춤을 추다 죽는 모습을 지켜본다.” 한마디로 원시사회의 인신제사를 내용으로 하고 있죠. 그러니 세련된 멋은 완전히 걷어내고 거칠고 소란스러운 야만성을 가득 집어넣은 것입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안무 또한 괴상하기 짝이 없었으니, 벨 에포크의 도도한 파리지앵들이 놀림을 당했다고 느낄 수밖에요.
추천할 영상으로 당시 상황을 넣은 영화를 골랐습니다. ‘코코 샤넬과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라는 영화인데요, ‘봄의 제전’ 초연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합니다. 당시 의상과 안무, 무대 등을 그대로 재현하여 음악애호가 사이에서는 큰 화제가 되었죠.
추천 영상 : youtu.be/iQN4ehFmAYM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봄의 제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봄의 제전’

 

코플런드 : 무용음악 ‘애팔래치아의 봄’ (1944)
미국의 위대한 작곡가 애런 코플런드(Aaron Copland : 1900~1990)은, 20세기 초에 젊은 시절을 보낸 많은 작곡가들이 그랬듯이, 전통적인 작곡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으로 음악을 쓰는 데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음악은 당대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설었고 그래서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방법을 고수하는 작곡가들도 많았지만, 회의를 느끼고 전통으로 되돌아오는 작곡가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코플런드는 이 중 후자에 속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코플런드는 그냥 돌아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아메리카적인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국의 대중음악과 멕시코, 쿠바 등의 음악까지 섭렵하며 자신의 음악에 녹여 넣었던 거죠. 그래서 그는 미국 음악에 큰 영향을 끼친 거장이 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수많은 명곡을 남겼지만 대표작으로서 ‘애팔래치아의 봄’을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곡은 당시 최고의 현대 무용가였던 마사 그레이엄의 위촉으로 작곡되었습니다. 본래 특별한 시나리오 없이 무용만을 위해 작곡되었지만, 작곡 후에 그레이엄의 제안으로 시나리오가 붙게 되었죠. 배경은 미국 동부의 애팔레치아 산맥에 위치한 한 시골 마을입니다. 신부와 신랑이 등장하여 춤을 춥니다만, 곧 경쟁자가 나타나 신부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그때 설교자가 나타나 신랑 신부를 축복하고 희망찬 미래를 제시합니다. 실제로 있직한 소박한 내용이죠? 마사 그레이엄의 무용으로 감상해보세요. 네 부분으로 나뉘어있지만 쉽게 이어 볼 수 있습니다.
추천 영상 : youtu.be/XmgaKGSxQVw

애런 코플런드 / 코플런드의 무용음악 ‘애팔래치아의 봄’
애런 코플런드 / 코플런드의 무용음악 ‘애팔래치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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