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STORY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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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동 KTskylife 과장

봄의 정취가 가득했던 어느 날, 일상의 무료함을 뒤로하고 완연한 녹음과 문화예술을 찾아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미술관 옆 동물원’과 같은 느낌을 도심에서 꼽으라 한다면 단연 예술의 전당일 것이다. 전시는 우면산 기슭에 자리한 예술의 전당에서 감상하고 오페라하우스 뒤쪽의 산책로를 따라 펼쳐진 연못 우면지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자라, 물고기 등을 볼 수 있어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안성맞춤이었다. 사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전시회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평소 관심이 많던 아내를 만나 의무적으로 데이트 겸해서 다니기 시작한 것이 햇수로 꽤 되었다. 올해만도 세 번째이나 필자는 아직 평론을 할 정도는 아니며 일반 대중의 시각에서 느낀 그대로 기술하였으니 문화예술을 잘 모르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절대 없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KT그룹의 방송채널 사업자인 skyTV가 주최한 ‘2017 아틀리에STORY展’은 올해로 두 돌을 맞았다. 문화예술 전문채널 skyA&C의 자체제작 프로그램인 ‘아틀리에 스토리’ 시리즈를 고스란히 TV밖으로 옮겨 놓은 전시회다. 작년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22인을 주제로 처음 대중에게 소개된 후 관람객들의 호평을 계기로 또다시 예술의 전당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skyA&C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문화예술을 시청자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기 위한 채널로 전문 종사자와 일반 대중이 서로 소통을 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 대표작 ‘아틀리에 스토리’는 현재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먼저 소개에 앞서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단어를 정리해 두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틀리에(Atelier)는 쉽게 말해 예술가들의 작업장이라 할 수 있다. 붓 등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에게는 화실이요, 물건을 만드는 공작공예가에게는 공방이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진가에게는 스튜디오가 아틀리에인 것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오브제(Objet)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불어의 오브제는 물건, 물체를 뜻하는 영어의 오브젝트(Object)이다. 본디 모든 사물은 개개의 목적을 가지고 존재한다. 그래서 사물, 목적, 대상 모두 오브젝트로 통한다. 보통 고철은 일반인에게 낡고 오래된 철 조각이다. 물론 고물상에서는 인기 취급품이지만 그 자체로는 더 이상 쓸모가 없을 때 고철이라 부른다. 하지만 예술가에게 특히 초현실주의적 예술표현의 대상이 되는 도구로 쓰였다면 본디 용도와 상관없이 그것은 작가의 오브제인 것이다. 작품탄생의 은밀한 공간을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는 회화, 입체조각 및 설치, 공예,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개개의 작가들만의 오브제를 중심으로 김남표, 구자승, 석철주, 권오상, 전명자, 홍경희, 이이남 등 14인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지면 관계상 모든 작품을 소개할 수는 없고 기억에 남는 몇몇 작가 위주로 기술하고자 한다.

김남표, Instant Landscape His way#2
김남표, Instant Landscape His way#2

초현실주의 풍경작가 김남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촉감으로 세상을 그리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 ‘Instant Landscape’에서 보듯 순간의 풍경을 자신만의 오브제로 화폭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밑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표현하기에 작업 시 그의 손끝엔 목탄과 파스텔색이 항상 묻어있다. 그의 그림엔 얼룩말, 호랑이, 원숭이 등과 같은 털 있는 동물이 자주 등장하는데 특히 인조털을 자기만의 오브제로 사용해 작품을 재창조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타블로 정규 1집 ‘열꽃’ 음반 커버에도 쓰였던 그의 작품엔 호랑이, 원숭이, 붉은 꽃이 그려져 있다. 좀 더 낯선 재료를 만나 마음껏 즐겁게 논다는 논리로 털을 활용할 때 활력소가 된다는 그의 말에서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예술가만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때마침 칼빈슨함이 동해로 오고 북이 연이어 미사일 도발을 하는 와중에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요즘 정세가 정세인지라…) 불이 난 배에서 탈출한 듯 보이는 호랑이 두 마리와 한반도를 상징하는 호랑이 뒤로 포탄이 떨어지는 그림을 보고 작가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우연치고 묘한 생각이 들어 잠시 작품 앞에서 실소를 자아냈다. 미술이라는 것이 이성적인 부분을 뛰어넘는 감각의 체계가 있고 자기 자신만이 활용하여 극대화할 수 있는 감각을 끊임없이 가지고 가는 것이 본인만의 작업 방식이라 믿고 있는 김남표 작가! 다음의 작가 노트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저는 생각을 손끝으로 하는 것 같아요. 손끝에서 어떤 리듬이 생기고,
어떤 느낌이 생겼을 때 그것이 저한테 영감을 주는 거죠.”

김강용 Reality + Image 시리즈
김강용 Reality + Image 시리즈

40여 년간 모래로 벽돌을 그려온 벽돌 화가 김강용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실제가 아닌 환영을 그리는 작가이다. 모래로 표현하다 보니 캔버스의 바탕을 채우는 건 물감이 아닌 모래가 전부다. 거기에 2차원 평면에 3차원의 공간감을 구현하기에 시각적 착시현상을 이용한다. 실제로 위 사진처럼 정면과 옆면이 동시에 나오게 사진을 찍어 보았다. 보는 바와 같이 평면이다. 필자와 같은 사람은 벽돌을 그렸다 생각하는데 실제 작가가 그린 것은 그림자 외엔 다른 것은 터치를 안 한다. 바로 그림자를 통해 평면의 캔버스가 입체화가 되는 것이다. 동양 작가 최초로 뉴욕 뉴호프 갤러리 초대전과 독일 쾰른 아트페어에 출품된 그의 작품은 모두 완판될 정도로 벽돌작품의 독창성이 묻어난다. 그는 모래를 활용해 평면상에 형상을 그려내는 조형 미술 오브제 회화를 시도한 몇 안 되는 작가이다. 해수욕장의 모래는 일반인에게는 두꺼비집이나 하트 속 이름을 새기는 재료이다. 하지만 작가는 보통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이 모래에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모래는 곧 작가에게 보석인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 모래로 벽돌을 형상화 했을 뿐 그리는 건 오브제 실체가 아닌 그림자이니 환영을 그린 셈인 것이다. 현실과 다른 새로운 도전을 일삼는 크리에이터 김강용은 앞으로 작업환경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고 한다. 다만 보는 사람이 ‘참 열심히 했구나’ 그런 느낌이 드는 작업을 하고 싶을 뿐이라고 한다. 모래를 고르고 캔버스에 옮기고 그림자를 그려 입체화해가는 고된 작업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정말 열심히 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을 본 미국의 미술평론가 로버트 모건은 다음과 같은 평을 남긴다.

“주요 모티브는 벽돌이지만 그의 작품에서 묘사된 벽돌이란 환상이며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창과 같다.”

구자승 와인박스위의 정물
구자승 와인박스위의 정물
구자승 드로잉
구자승 드로잉

구자승 작가를 말할 때 정물과 두로잉 두 가지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화풍 또한 서양 회화에 동양 여백 조합은 물론 피사체의 영혼까지 그려 넣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추사미술의 시대 흐름 속에서도 사실주의를 고집한 작가정신이 뛰어나 그래서 그를 현실 세계에 존재하여 눈에 보이는 여러 대상을 사실대로 묘사하는 구상미술의 신사라 부른다. 2016 전시회에 이어 올해도 그의 아틀리에엔 이젤이 펼쳐져 있다. 평소 그가 정물화를 그리기 전 그 대상이 되는 소재와 무언의 대화를 한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소재가 지닌 상처를 본인의 그림에서 치유되길 바란다고. 감성적으로 그럴 수 있다지만 도무지 이성적으론 이해가 되질 않는 대목이다. 또한 그는 30여 년간 드로잉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한다. 선 하나하나 그릴 때, 농담 하나하나 처리할 때, 때로는 황홀하기도 하고 때로는 드로잉과 같이 춤추는 그런 분위기가 난다. 드로잉을 작품 경지로 끌어올린 선구자, 역동적인 필선이 느껴지는 3분 드로잉! 바로 구자승 화백이다.

구자승 아뜰리에
구자승 아뜰리에

구자승의 작품은 사실주의 화풍이지만, 꼭 추상화 같다.
– 프랑스 미술 평론가 호제뷰어
어쩌면 거의 금욕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절제된 구성 및 구도를 보여준다.
-한국 미술 평론가 신항섭

이이남 작가를 볼 때마다 故백남준 비디오 아티스트가 떠오를 정도로 미디어 아티스트 선구자이다. 그는 이미 2007 뉴욕 아트페어 완판을 기록했고 지난 2011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출품한 ‘크로스오버 쇠라’는 7,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필자는 작년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컨버전스 아트 전시회 <모네, 빛를 그리다 展>에서 비디오 아트를 접해본 적이 있다.(2016 『방송과기술』 10월호 게재) 모니터가 곧 캔버스인 TV를 표현매체로 하는 비디오아트는 동서양의 유명 회화를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디지털로 재작업되어 현대적 관점으로 고전을 해석하는 형식이 보통 주를 이룬다. 그래서 그의 작품 이름 앞에 붙은 크로스오버는 그를 잘 표현해준다. 왜냐하면 비디오아트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크로스오버이기 때문이다. 뒤에 붙은 쇠라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하면 생각나는 신인상주의 화가 조르주 쇠라이다. 모네가 인상주의의 효시였다면 쇠라는 인상주의를 계승하면서 빛에만 의존하는 기존 화풍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무수한 점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점묘법을 사용하는 한편, 형태나 구도 측면에서 고전 스타일의 황금비율로 인상주의의 모호한 느낌에 안정성을 추구하여 신인상주의 대가로 손꼽힌다. 그런 쇠라의 작품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와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비디오 화면의 양옆에 두고 그사이를 작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화면을 삽입하여 ‘크로스오버 쇠라’란 컨버전스 아트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두 그림의 배경이 된 곳은 모두 파리 근교의 센강 강변이며 ‘아스니에르에서의 물놀이’ 그림 안 오른쪽에 조그맣게 그랑드 자트섬이 있다. 그 사이의 풍경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펼친 셈이다. 가히 포스트 백남준이라 불린 만하다.

김정희 세한도
김정희 세한도
이이남 스카이라이프 세한도를 만나다
이이남 스카이라이프 세한도를 만나다

위 그림은 추사체로 잘 알려진 김정희의 ‘세한도’이다. 글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문인화의 대표작으로 인정받아 국보 180호로 지정되어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아무리 전문화가가 그린 그림이 아니라지만 집 한 채에 덩그러니 솟아있는 나무 몇 그루가 전부인데 국보라니? 그렇다면 김정희는 과연 그림 속 송백(소나무와 잣나무)과 외딴 집으로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일단 배경은 제주도 김정희의 유배지이고 계절은 제목과 같이 세밑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이다. 발문이 화면에 다 안 나왔지만 그림 옆에는 여러 글씨가 쓰여 있다. 먼저 세한연후(歲寒然後) 지송백지후조(知松柏之後凋)는 세한이 된 후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는 뜻이다. 논어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말로 줄여 송백후조다. 그리고 우선시상(蕅船是賞)에서 우선은 그의 제자 이상적의 호이고 시상은 이 그림을 감상해 보란 뜻이며 끝으로 장무상망(長毋相忘)은 우리 서로 오래도록 잊지 말자는 뜻이다. 유배지로 쫓겨나 아무도 안 찾는 자신을 위해 중국 사신으로 다녀오며 어렵게 책을 구해다 준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표시를 세한도를 빌어 전했다. 풍성하진 않지만 세한에도 결코 시들지 않은 잎이 달려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의리와 절개를 표현키 위한 그만의 오브제인 것이다. 역시 그림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이런 세한도가 이이남의 상상력을 만나 재탄생 한 것이 ‘스카이라이프 세한도를 만나다’이다. 아래 해석은 필자가 재해석한 세한도이다.

외로움을 달래려 책을 벗 삼아 지내던 어느 날 밤 몹시 지루함을 느낀 김정희는 답답한 마음에 바깥 공기를 쐬러 방안을 나간다. 그러던 중 달빛 섬광과 함께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깨닫게 된다. 인적하나 없는 외딴섬 유배지까지 찾아올 수 있는 방송은 스카이라이프만이라는 것을! 두메산골 도서벽지의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를 위해 사시사철 한 곳에 떠 있는 위성을 오브제로 그 절개와 의리에 고마움을 표현코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다.

해지연후(解止然後) 지위성지후조(知衛星之厚助)
우선시청(于先視聽) 장무객망(長毋客忘)

기타 그림

구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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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철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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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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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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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철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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