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SBS 지상파 방송 3사의 수도권 UHD 본방송 일정이 2017년 5월 31일로 기존 시행일인 2월보다 100일가량 연기됐다. 지난 7월 ATSC 3.0 방식으로 국내 UHD 방송표준이 정해지고, 1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UHD 본방송을 허가했지만 제작 및 송출 장비의 미비, 방송 장비 간 정합성 검증 필요와 이 외의 오류 수정 등으로 지상파 방송사는 올해 9월 3일로 작년 말 UHD 본방송의 연기를 요청한 바 있다.
방통위는 2월 초까지만 해도 방송사 준비상황 점검, 미래창조과학 자문 등을 거쳐 준비된 방송사부터 순차로 UHD 본방송을 개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주장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15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안정적인 지상파 UHD 본방송을 위해 방송 전반에 걸쳐 장비 연동을 더욱 면밀하게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며, 지상파 UHD 방송 초기에 국민적 관심을 조성하기 위해 방송사 동시 방송이 필요하다는 지상파 3사의 의견을 수용하여 공동 개국 및 KBS의 방송장비가 구축되는 시점인 4월 말부터 1개월 후인 5월 31일로 결정하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방통위는 정부·방송사 등 지상파 UHD 방송 이해관계자가 폭넓게 참여하는 ‘UHD 준비상황 점검단’을 구성하여 차질 없이 본방송이 준비되도록 관련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 2013년 11월 ‘국민행복 700플랜’ 발표 (KBS, MBC, SBS, EBS)
• 2014년 10월 TTA, DVB-T2 전송방식 기반의 지상파 UHD 송수신정합 표준을 잠정표준으로 제정
• 2015년 7월 지상파 UHD 방송용 700MHz 대역 5채널 할당 (30MHz)
• 2015년 8월 산·학·연 공동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 협의회’ 출범
• 2015년 12월 미래부, 방통위, 지상파 UHD 방송도입을 위한 정책방안 마련
• 2012년~2016년 UHD 실험방송 실시 (DVB-T2, ATSC 3.0)
• 2016년 3월 협의회, ATSC 3.0 기반 지상파 UHDTV 송수신정합 표준안 작성
• 2016년 7월 UHD 방송방식 결정 (ATSC 3.0)
• 2016년 9월 국내 방송표준방식 확정, 무선설비규칙 결정
• 2016년 11월 방송사업자 허가 신청/선정
• 2016년 12월 지상파 방송 3사 UHD 본방송 연기 신청
• 2017년 2월 지상파 UHD 본방송 17.5.31로 연기 결정
• 2017년 5월 지상파 UHD 본방송 개시(수도권, EBS는 9월 개시)
• 2017년 12월 광역권 및 평창권 본방송 실시(예정)
지상파 UHD 방송 추진 경과
애초 지상파 방송사가 요청한 6개월의 연기 요청에서 3개월로 최종적으로 연기가 되었지만 기간이 늘어난다고 하여, 성공적인 UHD 본방송이 개시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상파 3사에서 UHD 방송을 송출하더라도 이를 시청할 수 있는 가구수는 얼마가 될까? 당장 UHD 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ATSC 3.0 튜너를 탑재한 UHDTV가 3월 초나 되어야 국내에 시판될 예정이다. 기존에 UHDTV를 구매했더라도, 이는 DVB-T2 방식의 튜너를 내장하여 새로운 방식으로는 UHD 신호를 수신할 수가 없다. 당장 이미 100만대 이상이 팔린 기존 구매자를 위한 컨버터관련 대책이 나와야 한다. 또한,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관련 홍보와 자료도 준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3월부터 구매가 가능한 ATSC 3.0 지원의 UHDTV의 구매 역시 출시 전 높은 가격 때문에 초기에 판매가 급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직접수신율에 비추어 볼 때 수도권에 거주 중인 시청자가 지상파 UHD 본방송을 볼 수 있는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안테나 문제가 추가된다. ATSC 3.0 지원의 UHDTV를 구매해도 바로 UHD 본방송 신호를 수신할 수는 없다. 안테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한 UHD 코리아 등 관련 기관 및 단체는 UHDTV에 안테나를 내장할 것을 주장해 왔다. 수신율이 향상된 UHD 방송 신호의 경우 안테나를 내장하더라고 충분한 시청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가 상승과 관련 문의 및 수신 책임을 두려워한 나머지 삼성과 LG의 TV 제조사는 이를 거부해오고 있다. 이러한 수신 문제가 5월 31일 되어도 해결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관련 공시청시설 역시 올해 말이나 돼야 일부 수도권 지역에 설치될 예정이어서, UHD 수신을 더욱 요원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문제와 맞물려 UHD 본방송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 UHD 방송이 무엇인지, 왜 하는지, 기존 HD 방송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무엇이 달라지는지, 어떻게 시청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어야 UHDTV 구매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아직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하는 가구수도 많고, HD에 만족하는 시청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 HD 전환 시 고화질과 다채널 방송과 함께 멀티음향 및 데이터 방송까지 HD 방송의 장점으로 인식되었지만 실질적으로 변화한 것은 SD에서 HD로의 화질 상승뿐이었다.
UHD 방송은 늘어난 해상도뿐만 아니라 HDR과 HFR 등 더욱 사실적이고, 현장감 있는 화질을 추구한다. 이러한 장점이 국내 지상파 UHD 방송에도 충분히 적용되기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지 산업 논리가 아닌 시청자의 입장에 서서 이번 지상파 UHD 본방송 시작에 접근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조기 대선으로 인한 국정의 혼란과 관련 정책의 제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5월 초 대선이 이루어질 경우 4월과 5월, 국민의 관심은 대선으로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UHD 본방송을 시작한들 대선 이슈로 인해 시작을 했지만 시작을 하지 않은 상태와 다를 것이 없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다양한 문제와 쟁점이 순차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지난 12월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던 ‘UHD 방송 정책 세미나’에서와 같이 UHD 콘텐츠 제작과 관련 인프라에도 힘써야 한다. UHD 제작은 HD 제작보다 더 많은 비용과 장비,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방송사에서도 현 여건상 투자를 많이 하지 못하는 형편이고, 제작되는 UHD 콘텐츠의 수도 많지 않다. 투자와 제작, 배포, 다시 투자가 되는 선순환 구조가 되기 위해선 지원과 관련된 법의 개정이 필요하며, UHD 방송 분야 전문인력 양성과 교육, 더 나아가 국가 차원의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과 정책적 방향이 먼저 확고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바꿀 수가 있다.
지상파 UHD 본방송은 연기되었지만 관련된 지원과 정책 역시 연기되면 안 될 것이다. 예상되는 문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며, 정부와 지상파 방송사, 가전사 및 관련 기관과 단체의 화합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근거와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