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복 CBS 디지털기술국 제작기술부 국장 대우
우리나라에는 1967년 지리산이 처음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현재 전 국토의 6.7%에 해당하는 21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되어 있다. 그중에 2013년 3월에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광주 무등산(1187m)을 11월 중순 늦가을 기술국 동료들과 함께 다녀왔다.
무등산이란 명칭은 서석산과 함께 고려 때부터 불린 이름으로, 비할 데 없이 높은 산 또는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란 뜻이다. 무등산은 그 높이에 비해서 오르는데 그리 가파르지는 않다. 무등산은 필자가 어려서부터 즐겨 다니고 있는 서울의 북한산(836m)에 비해 높이는 약 300m 정도 높지만 바위가 적고 등산로도 비교적 오르기에 무난한 편이다. 무등산은 광주시민의 휴식처요, 어머니 품같이 푸근하고 믿음직한 토산(土山)으로 산행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고 가족 산행으로도 좋은 멋진 산이다. 특히 남한에서 가장 발달한 주상절리대(천연기념물 465호)인 입석대와 서석대가 정상 부근에 위치해 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현재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록을 추진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주상절리대이다.
#.주상절리(柱狀節理: columnar joint): 지구 마그마의 냉각과 응고에 따른 부피 수축에 의해 생긴 다각형 기둥 모양을 한 바위를 말한다. 무등산의 주상절리는 약 7천만 년 전 안산암에 형성된 것으로서, 주상절리 기둥 하나의 규모는 둘레 6~7m, 높이는 10m 내외로서 남한에서는 최대 규모임.
서울에서 우리 기술국 직원 일행 3명은 교대근무 특성상 한 달 전에 미리 산행일정을 잡고 반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광주행 첫차인 5시 반 고속버스를 타고 3시간 10분 만에 광주 터미널에 도착, 부산에서 달려온 박 국장과 합류하였다. 아침식사를 터미널 식당에서 하고 증심사 입구에 10시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무등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코스가 있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증심사 코스로 오르기로 한다. 증심사 주차장에 내리니 커다란 무등산 표지석이 입구에서 산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어제까지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려 걱정을 많이 하였는데 다행히 비는 그치고 무등산 중턱에는 안개가 끼어 정상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늦가을 풍광을 흠뻑 느끼며 산을 오른다.
주말이라 많은 산객들이 함께 삼삼오오 줄지어 오른다. 북한산 국립공원처럼 예전의 어수선했던 입구에 있던 음식점들이 깔끔히 정리되어 호젓한 산길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입구 우측골목에 있는 식당에서 김밥과 간식을 준비하고 등산화 끈을 단단히 조인 후 산행에 나선다.
산행 초입 좌측에 문빈정사라는 절이 자리잡고 있고 조금 올라서니 정겨운 계곡 물소리와 함께 산길이 마중한다. 잠시 후 신림마을이라는 표지석과 함께 다리가 나타나고 왼쪽에 의재 미술관이 보인다. 산속에 웬 미술관이냐는 의문이 들었지만 광주비엔날레 행사의 일원으로 참가한 제법 유명한 미술관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곳은 남종 문인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 화백이 1938년부터 작품 활동을 한 곳이라고 한다.
곧이어 증심사의 일주문이 보이며 신라 시대에 지어진 천년고찰 증심사가 나타난다. 원 건물은 6.25전란 때 대부분 소실되고 현재의 건물은 1970년에 중건된 것이라 한다. 좁아진 산길을 잠시 들어서니 오방수련원이 보인다. 이곳은 독립 운동가이자 광주 YMCA를 설립한 오방 최흥종 목사님을 기리는 기도처로써 계단 앞의 기념비가 이곳의 유래를 알려준다.
산길을 조금 올라서니 눈앞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수령이 500년 가까이 된 높이 30m나 되는 마을을 지켜준다는 당산나무다.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가 되고 있는데 이곳에 쉼터가 마련되어 산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나무다.
산길을 따라 오르막을 제법 올라서니 증심사 입구를 들어선 지 1시간여 만에 중머리재(해발586m)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많은 분들이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안개 때문에 멀리 전망을 제대로 보지는 못하였지만 주위의 억새밭이 장관이다. 각기 다른 방향에서 올라온 산객들의 만남의 장소로도 이용되는 곳이다.
중머리재 표지석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곧 바로 장불재(해발 900m)로 향한다. 안개가 조금 끼었지만 입석대에 도착하기 전에 안개가 걷혀서 무등산 전체를 조망하고 광주시내도 내려다보리라 하는 희망을 갖고 길을 오른다. 하지만 끝내 날씨가 받쳐주지를 않는다. 중봉과 장불재로 향하는 갈림길인 용추삼거리를 거쳐 장불재에 도착하니 나무로 만든 널따란 간이 쉼터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이곳에서도 안개가 제법 끼어 전망이 좋지 않다. 거기에다가 안개비까지 내린다. 쉼터 안에 들어서니 많은 분들이 점심 식사 중이다.
우리도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주위를 둘러보니 안개가 점점 더 짙어진다. 10m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잠시 안개가 걷히는 사이에 눈앞에 헬리콥터가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구급헬기는 아니고 작업용으로 날이 좋지 않아 내려가지 못하고 산중에 머물러 있는듯하다.
장불재에서 천연기념물 주상절리대인 입석대와 서석대를 향하여 산행을 계속하려고 하였으나 안개 때문에 더 이상의 미련을 갖지 않고 하산하기로 한다. 아쉽지만 입석대와 서석대 소개 표지판을 보며 위치와 설명을 접하며 발길을 돌린다.
덕분에 시간 여유가 생겨 하산 길에 호젓한 늦가을 단풍으로 물든 무등산을 맘껏 눈에 담고 내려온다. 정상을 오르지 못하여 예상보다 조금 일찍 하산하게 된 우리 일행은 1961년도에 개국 후 54년의 역사를 가진 광주 CBS 방송국에 들러 연주소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마침 연락을 하니 광주국에 근무 중인 정해룡 국장 외에 2명의 엔지니어가 모두 모인다고 한다. 광주국 동료들과 반갑게 해후를 하니 그냥 갈 수 없다며 맛깔 나는 남도 음식을 대접받았다. 역시 음식은 남도 음식 맛이 최고다. 시간이 늦어져 아쉬움을 뒤로하고 늦은 저녁 고속버스로 귀경길에 올랐다. 새벽부터 시작된 하루였지만 아름다운 무등산의 정기를 듬뿍 받고 온 보람 있는 산행이었다. 이번 산행은 방송기술인으로서 지역과 서울이 서로 돌아보는 소중한 나눔의 시간도 되었다. 가끔 산행을 통해 지역 방송국을 돌아보는 계기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산행에 함께한 기술국 선후배 동료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광주 방송기술인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광주시민들의 휴식처요 어머니 같은 아름다운 무등의 자락에서 잠시 거닐다 온 것에 보람을 느끼며 잠자리에 든다. 무등이여 눈 쌓인 겨울에 다시 만나자~~.
<참고> 무등산 주요 명소
* 서석대: 저녁노을이 들 때 햇살에 반사되어 수정처럼 빛나기 때문에 서석대를 수정병풍이라고도 함. 예전에 무등산을 서석산이라 부른 것은 이 서석대에서 연유한 것임. 서석대의 병풍바위는 맑은 날 광주 시가지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 입석대: 높이가 약 10~18m, 5~8각형으로 된 돌기둥이 반달같이 둘러 서 있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경관임. 이곳에 가뭄이나 질병 발생 시 지방 관리들이 하늘의 도움을 얻기 위해 제사를 드리던 제천단이 있었다고함.
* 규봉: 규봉을 보지 않고 무등산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 할 정도로 무등산의 절경 중 으뜸으로 친다. 한 폭의 풍경화를 대하듯, 신들이 옥을 깎아 놓은 듯하다. 바로 아래에 규봉암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멀리 바라보면 광주시의 상수원 역할을 하는 동복댐의 물이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온다.
* 장불재: 광주시와 화순군의 경계가 되고 있는 능선고개로 해발 990m의 고갯길이다. 규봉과 입석대, 서석대로 가는 유일한 등산로이다. 정상을 향해 왼편에 서석대, 오른편이 입석대이고, 이서면 쪽으로 능선을 따라 돌면 지공너덜과 규봉에 이른다.
* 백마능선: 장불재에서 방송국 송신시설이 있는 쪽으로 펼쳐진 능선. 가을이면 억새의 흰 손이 바람에 흩날릴 때 마치 백마의 갈기처럼 보인다. 장불재에서 이어지는 고산 초원지대.
* 중머리재: 증심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동쪽으로 약 3㎞ 올라가면 대피소가 있다. 이곳에서부터 정상으로 향하는 가파른 고갯길이 나온다. 이곳부터 편안한 능선이 이어져 있어 사람들이 휴식하기에 적당하다. 더 올라가면 장불재로 가고 입석대, 규봉을 갈 수 있다.
필자는 서울의 북한산자락에서 어릴 적부터 살아와서 북한산을 뒷동산 삼아 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산과 친숙해졌고 지금도 산행을 즐겨하며 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멋진 산이 있어 등산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등산은 손쉽게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며 산행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요즘 잘 갖춰진 둘레길을 도는 방법도 추천한다. 건강한 삶의 유지를 위해 가벼운 산행에 나서자.
글을 마치며 아래에 인터넷 등산 카페에 올려진 글 중에서 등산이 주는 유익한 점을 참고로 옮겨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