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채 YTN 정보시스템팀
들어가면서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가 새로운 모델의 전기 자동차를 출시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사전 예약자가 엄청나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자세히 알아보려던 차에 칼럼형식을 빌어 글을 써보려고 한다. 지금은 전기 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비싸고, 충전시설은 물론 운행 거리, 내구성 등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연기관 자동차는 영원하지 못할 것이기에 무언가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인데, 그게 혹시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가 아닐지 생각하던 차였다.
전기 자동차?
사건 1
테슬라 모터스의 CEO인 엘런 머스크는 지난 3월 31일 19시 30분(태평양시 기준, 한국시각으로 4월 1일 오전 11시 30분), LA 본사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중저가 ‘모델 3’을 전격 공개하고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모델3은 한 차례 충전으로 경쟁차종인 닛산 리프(29,000달러 · 3,300만 원)나 BMW i3(42,400달러 · 4,900만 원) 기본 모델의 2배 거리인 215마일(346㎞)을 달릴 수 있다. 그리고 정지 상태에서 출발해 시속 60마일(96㎞/h)에 도달하기까지 6초가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다고 한다.
제원으로만 보면 보급형이라고 부르기 의아한데 가격은 합리적이니, 계약금으로 적지 않은 돈인 1,000달러가 필요했음에도 예약하고자 하는 사람이 몰려 하루 사이에 137,600건 이상, 1주일이 지난 시점에 325,000건의 예약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325,000대를 전부 판매한다면 140억 달러(약 16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2015년에 미국에서 판매된 전기 자동차는 116,597대,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 자동차는 186,170대,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 자동차는 550,297대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대단한 수치인지를 알 수 있다. (참고로,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 등록된 전기 자동차는 모두 5,767대에 불과하다.)
전기 자동차 제1막
최초의 자동차라고 불릴만한 물건은 프랑스의 공병 대위였던 군사 기술자 니콜라스 조셉 퀴뇨가 4년의 연구와 노력 끝에 대포를 견인할 수 있는 증기자동차를 1769년 발명하면서 시작된다.
1860년 프랑스의 르노가 가스로 작동되는 내연기관을 개발한 이후, 이륜과 삼륜을 거쳐 1886년 독일 다임러에 의해 가솔린 기관이 장착된 4륜 자동차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전기 자동차가 디젤이나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보다 먼저 고안되었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스코틀랜드의 사업가 로버트 앤더슨이 원유 전기 마차를 발명한 시기는 이보다 이른 1832년경이다. 1835년에는 네덜란드의 크리스토퍼 베커에 의해 작은 크기의 전기 자동차가 만들어졌고, 1842년 미국의 토마스 데이븐포트와 영국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데이비슨은 이전보다 실용적이고 성공적인 전기 자동차를 발명한다. 하지만 당시엔 동력원인 전지의 충전이 불가능해 이러한 발명이 전기 자동차 상용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러던 중 1865년 프랑스의 가스통 플란테가 축전지를 개발하면서 충전 가능한 전기 자동차 기술 역시 급속히 발전하게 된다.
188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전기박람회에서 3륜 전기 자동차가 대중에 공개되었다. 1884년 드디어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라 불리는 전기 자동차가 영국인 발명가 토마스 파커에 의해 태어났고, 곧이어 1886년 전기 자동차가 대중에게 판매되었다. 반면 가솔린 엔진 자동차가 처음 판매된 것은 1891년이다.
가솔린 자동차보다 냄새가 적고, 진동과 소음이 덜하며 기어 조작이 필요 없는 전기 자동차가 상류층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1900년을 전후해 전기 자동차는 전성기를 맞게 된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큰 사랑을 받아 도시마다 충전소가 지어지고 전기 자동차 택시 또한 운행했다고 한다. 1899년에서 1924년까지는 오히려 가솔린 자동차보다 더 많이 팔리기도 했지만, 전기 자동차의 전성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20년대에 미국 텍사스의 원유 발견으로 인해 휘발유의 가격은 내려가고, 내연기관의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가솔린 자동차의 가격은 점점 내려가게 된다. 반면 전기 자동차의 가격은 점점 상승해, 전기 자동차가 평균 1,750달러 정도에 팔릴 때 가솔린 자동차는 평균 650달러 정도에 팔려, 전기 자동차보다 가솔린 자동차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늘어갔고, 전기 자동차는 극히 일부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가솔린 자동차가 자동차 시장에 급부상하기 시작한다. 1912년을 정점으로 1930년대에 이르러 전기 자동차는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전기 자동차 제2막
1990년 캘리포니아 주 공기자원협의회(Air Resources Board)가 자동차 업체들이 전체 판매량의 일정 부분을 무공해차로 판매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Zero Emission Vehicle Program’ 채택을 승인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96년 GM(General Motors)은 EV1이라는 걸출한 전기 자동차를 생산했다.
EV1은 중량을 줄이기 위해 132kg에 불과한 알루미늄 섀시를 적용한 2도어 2인승 소형 쿠페로 설계되었다. 마그네슘 구조의 시트, 경량 강화플라스틱 바디 등, 고가의 경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고, 0.19 Cd(공기저항계수)의 뛰어난 공기역학적 설계로 효율성을 극대화하였다. 0~100km/h 가속 약 9초, 최고속도 130km/h까지 가능하고 한 번 충전으로 160km를 주행 가능하여, 승차 인원을 빼고는 일반 가솔린 소형차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1세대의 AC 전기모터와 납축전지의 조합은 1999년의 2세대 모델부터 가볍고 성능이 좋은 니켈수소 전지로 개선되었다.
구매 대신 장기 리스만 가능하게 했지만, 33,995달러에 맞춘 가격은 2인승밖에 안 되는 소형 바디를 차치하더라도, 당시 최첨단을 달리던 EV1의 성격을 고려하면 마냥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도 아니었다.
EV1의 판매는 제한된 숫자만큼만 로스엔젤로스, 피닉스, 투싼, 애리조나 등의 지역 거주자에게만 리스 형식으로 이뤄지다가 대상 지역이 점차 확대되었다. 월 399~549달러를 3년간 내는 리스 형식의 판매였는데, 당시 150군데가 넘는 전기충전소 덕분에 충전이 불편하지만도 않아서, EV1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고작 800대의 EV1 리스 판매로 인해 소모하게 되는 4년간 생산비는 100만 달러가 넘어 GM에게 있어서 도무지 채산성이 맞지 않았다. 무공해차 정부지원이 나오고 있었지만, 전기 자동차 등장으로 장기적으로 손해를 보게 될 정유 업체들이 앞장서서 전기 자동차 충전소를 명목으로 세금을 걷는 것에 대규모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자동차 업체 연합은 캘리포니아 대기자원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리하여 무공해차 판매시기를 늦춘 대신 ‘저공해차’ 판매 조약을 끌어냈다. 돈이 많이 드는 순수 전기 자동차에 비해 천연가스차,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는, 상대적으로 만만한 대안을 얻어낸 셈이었다.
홀로 남은 전기 자동차 EV1 프로그램은 2003년에 GM 본사 측에서 중단시켰고, 임차인이 EV1을 인수할 선택의 여지없이 1,117대 전부 회수해버렸다. 그리고 일부 박물관이나 교육 시설에 기증한(공도에서 절대 주행하지 않고, 시험용으로라도 전기구동계를 켜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것을 제외하고 전량 폐기되었다.
왜 테슬라?
사건 2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지난 4월 8일 5번째 도전 만에 1단계 추진 로켓을 바다 위 무인선에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게 좀 굉장하다.)
스페이스X의 ‘팰컨 9’를 재활용하기 위한 1단 로켓의 지상 착륙은 작년 12월 21일 이미 성공했지만, 지상 착륙을 위해서는 본 로켓에서 분리된 1단계 추진 로켓의 엔진을 다시 점화해야 하고 속도·방향 조절 등에도 많은 연료를 소모해야 하므로 채산성이 떨어진다. 반면 해상의 무인선 플랫폼에서 1단 로켓을 재회수하는 것은 로켓 낙하 궤적을 따라 이를 착륙시킬만한 이상적인 장소에 무인선을 배치하면 되기에 지상 착륙보다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적고, 그만큼 연료도 소모도 적다. 이에 따라 6,000만 달러(약 692억1,000만 원)에 달하던 팰컨 9 로켓 제작·발사 비용은 로켓 회수가 본궤도에 오르면 약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밝은 전망도 있다.
뜬금없이 로켓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스페이스X를 이끄는 사람이 테슬라 모터스를 이끄는 사람과 동일인인 엘론 머스크이기 때문이다.
엘론 머스크의 약력
엘론 머스크(Elon Musk, 1971.6.28~)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리토리아 출신의 미국 기업인이다. 테슬라 모터스와 스페이스X의 CEO이며, 솔라시티(SolarCity)의 회장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캐릭터를 구상할 때 모티브로 삼았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만화 주인공 같이 ‘엉뚱하지만 대단한 사람’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그는 23세에 뉴욕타임스와 같은 미디어에 지도나 회사의 정보와 같은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집투 코퍼레이션을 설립했다. 1999년 2월 컴팩에 3,700만 달러에 인수되었고 자신의 지분은 2,200만 달러로, 이미 28세의 나이로 거부가 되었다.
이에 멈추지 않고 페이팔의 전신이 된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 X닷컴,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 모터스 등을 설립했다.
특히 스페이스X는 정부기관이 아닌 개인 사업자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로켓 발사를 성공한 회사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싼 값으로 우주에 물품을 수송할 수 있는 기업이다. 이러한 이유로 NASA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급선을 보내고 싶으면 스페이스X를 이용하고 있다. 향후 5~10년 치 발사 일정이 꽉 찬 상태이며, 1년 흑자만 해도 100억 달러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청사진대로 너무도 잘 진행되다 보니 2026년에 인류를 화성에 착륙시키겠다는 엘론 머스크의 발언과, 향후 10~20년 이내에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그의 청사진도 더는 비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건 3 : 전기 자동차 제3막?
물론 테슬라에게 장밋빛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는 지난 3월에 1분기 출고 목표치를 16,000대로 제시했으나, 부품 공급이 제대로 안 돼 차량 생산과 판매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실제로는 모델 S 12,420대와 모델 X 2,400대 등 차량 14,820대를 출고하여 1분기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8만∼9만 대의 차량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는 변함없다지만, 앞서 2015년 9월부터 판매를 개시한 모델 X의 출시와 생산량 확대도 예상보다 늦어졌기 때문에, 2017년 말 출시를 앞두고 예약주문이 하루에 10만 대씩 밀려들고 있는 모델3 제작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테슬라가 출고한 모델S와 모델 X, 오리지널 로드스터(생산중단)는 모두 122,000대로 모델 3의 사흘간 예약주문량 276,000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기에, 모델 3 제작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다수의 전문가들 우려가 현실이 되면 테슬라의 미래에도 적잖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일반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수차례 현실화시켰던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인 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라면 전기 자동차를 보편적인 자동차로 전환하는 어마어마한 혁신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전기 자동차 비교
현재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전기 자동차는 6종으로 각 자동차의 제원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경쟁력 있어 보이는 닛산 리프와 테슬라 모델3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참조
사건 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4/01/0200000000AKR20160401008651091.HTML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24/2016022403152.html
http://www.acea.be/uploads/press_releases_files/AFV_registrations_Q4_2015_FINAL.PDF
전기 자동차 제1막
http://blog.lgchem.com/2014/08/first-electric-car/
http://lswcap.com/703
http://www.worldofmusic.co.kr/117
전기 자동차 제2막
http://www.ucsusa.org/clean_vehicles/smart-transportation-solutions/advanced-vehicle-technologies/electric-cars/californias-zero-emission-1.html#.VxclnXlJmUk
https://en.wikipedia.org/wiki/General_Motors_EV1
http://egloos.zum.com/avantgarde/v/3743687
사건 2
https://www.youtube.com/watch?v=sYmQQn_ZSys
엘론 머스크의 약력
https://namu.wiki/w/%EC%97%98%EB%A1%A0%20%EB%A8%B8%EC%8A%A4%ED%81%AC
전기 자동차 비교
다음, 네이버 자동차 정보 및 각 회사 홈페이지 정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