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플이 동영상 스트리밍과 오리지널 콘텐츠 쪽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특히 씨티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애플이 눈독 들이는 디즈니, 넷플릭스 등 굵직한 콘텐츠・플랫폼 기업 중에서도 넷플릭스 인수 가능성은 40%로, 인수 후보군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월 TREND&REPORT에서는 시장 가치가 860억 달러에 이르다고 평가받는 ‘넷플릭스’와 ‘오리지널 콘텐츠’로 대표되는 그들의 콘텐츠 전략이 지금까지 유효한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배경
과거의 넷플릭스는 왜 ‘오리지널 콘텐츠’에 주목했던 것일까요?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콘텐츠 저작권자들의 무리한 계약금과 각종 옵션’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작권자들의 콘텐츠 효율이 항상 높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점점 더 무리한 계약금을 요구하니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재정 위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두 번째, 넷플릭스는 ‘콘텐츠 포털로서의 한계’를 어느 정도 자각하기 시작했고, 충분한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그들이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필수적이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편의성’ 때문에라도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주목했습니다. 외부 수급 프로그램은 국가별로 별도 라이센스 계약을 해야 하지만, 자체 제작 콘텐츠의 경우 이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글로벌 배급’ 차원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종합해보면 결국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이라는 것은 플랫폼社의 태생적인 한계 극복을 위한 전략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 신화
오리지널 콘텐츠에 주목하던 넷플릭스는 BBC 원작 ‘하우스 오브 카드’의 시청자 성향과 반응을 분석해 ‘201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제작했고,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사용자 데이터 기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성공은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일종의 ‘성공 신화’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외 콘텐츠 회사에서는 ‘빅데이터 붐’이 일어났고, 시청자 데이터를 분석해서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기만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분위기가 일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데이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마존 역시 사용자 데이터 기반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섰습니다. 아마존의 오리지널 콘텐츠 ‘알파하우스’입니다. 흥행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넷플릭스와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넷플릭스의 하우스오브카드는 당시 부담스러운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테드 사란도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의 결정으로 끝까지 콘텐츠 제작을 밀어붙여 결국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양질의 데이터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결국 분석한 데이터를 두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사람의 몫이라는 점을 아마존은 간과했던 것이죠.
3. 2018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현재
넷플릭스는 2018년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70억 달러를 지출한다고 밝히는 등 자체 제작 콘텐츠 확보를 위해 계속해서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년의 행보를 보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만이 답’이라는 기존의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드라마의 차기 시즌 제작 취소
넷플릭스는 2017년 5월 이후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The Get Down, Sense 8)의 차기 시즌 제작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영진은 이제 막대한 제작비용,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반드시 성공을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한 결과인 셈입니다. 또 스트리밍서비스가 보편화된 현 시점에서는 신규 OTT 사업자들의 경쟁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으로 넷플릭스만의 선점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점도 경영진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되었습니다. 결국 넷플릭스는 자금부담과 오리지널 콘텐츠의 실적 저조로 인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전략을 양보다는 질이 중시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입니다.
저작권자들의 콘텐츠 계약 종료 선언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략이 수정된 데에는 저작권자들의 잇따른 콘텐츠 계약 종료 선언도 한몫했습니다. 더 이상 자신들의 콘텐츠를 타 플랫폼에 유통시키지 않고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먼저 디즈니는 2019년 만료되는 넷플릭스와의 배포 계약을 종료하고,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서 해마다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저작권료를 받았지만, 자사의 픽사・마블・루카스필름 등을 결합하여 2019년부터 광고 없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21세기 폭스 역시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제휴를 중단하고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FX+’에서 간판 프로그램 31개의 전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IP(지적재산권) 확보를 위한 노력 … ‘밀라월드’ 인수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는 있지만, 디즈니 등 콘텐츠 저작권자가 계약을 중단하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을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디즈니를 보며 2차 판권 판매 및 부가 사업이 가능한 IP(지적재산권) 사업이 그들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그 결과 히어로물+시리즈 제작이 가능한 코믹콘텐츠 회사 ‘밀라월드’를 작년 말 인수했습니다. 참고로 밀라월드의 대표작으로는 킹스맨・원티드가 있으며, 이외에도 드라마, 영화로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18개 작품 중 3개만 영화화).
콘텐츠 차별화를 위한 넷플릭스의 노력
넷플릭스는 초기에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취했다면, 지금은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 현지화 전략으로 지역 시청자들의 수요에 맞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BBC와 ‘워터십 다운’ 애니메이션 제작 제휴를 맺어 영국에서는 BBC One을 통해 방영하고, 영국 이외 지역에서는 넷플릭스에서 유통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두 번째는 윌스미스 주연의 블록버스터 영화 ‘브라이트’ 제작에서 엿볼 수 있듯, 제작비를 투자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배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리즈물 영화 제작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디즈니 등 강력한 콘텐츠 회사와의 ‘콘텐츠 독점수급’과 밀라월드 인수 사례에서 보듯 지적재산권을 통한 2차 판매가 가능한 ‘판권 보유 업체 인수’도 넷플릭스가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 보다 더 적극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4. 넷플릭스 in 한국
글로벌 시장에서의 넷플릭스가 아닌, 한국 시장에서의 넷플릭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2016년 초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며 그해 6월 영화 <옥자>를 내세워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점을 강력히 어필했습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현황
넷플릭스는 광고 수익이 아닌, 신규 가입자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옥자>는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와 넷플릭스의 존재감을 국내에 확실히 내비치는 프로모션의 의미가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수는 <옥자> 개봉(2017.06.29) 이후 대폭 증가했습니다.
올해는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등 스타 작가들의 작품이 연달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콘텐츠들이 안정적으로 흥행에 성공한다면 넷플릭스의 국내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OTT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국내 스타 감독과 작가, 제작사에 지속적으로 제작비를 투자하며 국내용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이어간다면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 판로 확대를 위한 첫걸음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한국케이블 시장이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넷플릭스는 케이블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탑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한국드라마를 주요 구매 대상으로 삼아 아시아권 가입자 확보에 힘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tvN의 <비밀의 숲> (배두나 주연), JTBC의 <맨투맨> (박해진 주연), OCN의 <블랙> (송승헌 주연) 등 해외 인지도가 높은 배우가 출연한 작품을 우선 구매하고 있습니다. 국내 콘텐츠 회사 입장에서도 중국 수출이 막힌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새로운 판로가 되어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5. 마치며
‘콘텐츠 스트리밍’이 일상이 된 현재,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콘텐츠’가 답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지요. 오리지널 콘텐츠는 곧 ‘독점’ 콘텐츠 제공이라는 말과 동일합니다. ‘좋은 콘텐츠’는 고객을 불러 모으고,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은 플랫폼의 경쟁력이 됩니다. 결국, 콘텐츠는 미디어 기업이라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지점인 셈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최고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도, 많은 제작비를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흥행’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신화는 깨졌고, 넷플릭스에는 여전히 많은 부채가 남아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결과가 성공일지 실패일지는, 특별히,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가 더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일로 보입니다.
참고문헌
[ TED ] 히트작 TV쇼를 만들기 위한 데이터 사용법 (세바스찬 워닉, TED, 2016)
www.ted.com/talks/sebastian_wernicke_how_to_use_data_to_make_a_hit_tv_show?utm_campaign=tedspread–b&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보고서]
미국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및 시사점 (DIGIECO, 2016)
4차 산업혁명시대 OTT 동영상 활성화를 위한 당면과제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7)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의 취소 (한국콘텐츠진흥원, 2017)
[기 사]
新미디어 ‘빅뱅’ 시작된다…페이스북·디즈니에 애플도 도전장 (이데일리, 2017.08.17.)
OTT전쟁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전쟁으로 왜 (이코노믹리뷰, 2017.08.21.)
넷플릭스, 디즈니를 꿈꾸다 (이코노믹리뷰, 2017.08.31.)
“넷플릭스, ‘옥자’ ‘킹덤’ 등 한국 콘텐츠 투자결정금액 1000억 추정 (웹데일리, 2017.08.31.)
글로벌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로 달려드는 이유 (이코노믹리뷰, 2017.10.18.)
넷플릭스 꿈꾸는 한국 OTT업체들 … “자체제작 콘텐츠 승부” (한국일보, 2017.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