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트윈 스트리밍 이니셔티브’

디즈니의 ‘트윈 스트리밍 이니셔티브’

넷플릭스에 대한 콘텐츠 공급 중단 선언,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구축, 영화 ‘코코’의 뜻밖의 흥행, 조직 개편과 신설 부서의 등장, 그리고 21세기 폭스 인수까지… 모두 지난 연말부터 상반기까지 이어진 디즈니 관련 이슈들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며 국내외 최신 분석 자료가 없는 디즈니 관련 이슈를 정리해보았습니다.

WaltDisneyCompany12018년 4월 기준 디즈니 현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디즈니는 2016년부터 4개 본부로 운영하던 것을 올해 3월 개편, Consumer product & interative 본부 중 Consumer product 부분은 파크&리조트 사업 영역으로 옮기고, interactive 부분은 ‘Direct to Consumer and international’라는 이름의 본부로 신설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굳이 해석하자면 ‘소비자 직접 제공 및 인터내셔널’ 사업 본부라고 칭할 수 있는 신설 부서는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과 기술 부분을 총괄하며, 디즈니가 소유한 텔레비전 채널의 광고판매, 다른 배급사로의 콘텐츠 판매 등도 담당합니다.

디즈니의 4개 사업본부와 중 사업
디즈니의 4개 사업본부와 중 사업


Twin Streaming Initiatives

디즈니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야심 차게 준비하는 목적은 ‘브랜드와 기술의 결합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체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험은 브랜드와 이용자 간에 조금 더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하며, 스트리밍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 소비 경험을 제공해주게 됩니다. 이러한 계획은 ‘트윈 스트리밍 이니셔티브’로 불리는데, Twin에서 알 수 있듯 크게 두 가지 서비스로 구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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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지난달에 선보인 ‘ESPN+’로, 스포츠 경기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4.99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월정액 기반의 서비스이며, 웹과 앱에서 동시에 제공됩니다. 제공하는 스포츠는 MLB(야구), NHL(하키), MLS(축구), 복싱 및 대학스포츠, 계절별 스포츠 등에 대한 정규 시즌 라이브 스트리밍과 VOD, 하이라이트, 라이브러리 구축 등의 서비스를 독점 제공합니다.

두 번째는 디즈니가 2019년부터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알려진 영화 및 TV 프로그램에 대한 스트리밍 서비스 부분입니다. 디즈니는 이 부분에서 디즈니 및 픽사, 마블, 루카스 필름의 영화 및 TV 프로그램을 광고 없이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구체적인 전략과 내용은 알려지진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디즈니의 이러한 변화가 방송, 영화, 콘텐츠 시장 전반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입니다.

디즈니가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
디즈니는 2006년부터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을 고심하고 있었지만, 거대한 조직이 쉽게 변화를 꾀하기 어렵듯 수익성 높은 기존 사업(미디어 네트워크 부문)을 두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OTT 또는 스트리밍)을 적용시키는 것은 경영자 입장에선 아무래도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기존 방송 사업을 실시간 스트리밍이라는 (당시만 해도) 낯선 기술에 맡긴다는 것은 불확실한 도박에 배팅하는 것과 같았을 것입니다. 대신 디즈니는 조금씩 도전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2010년에는 TV Everywhere라는 서비스를 출시하여 케이블이나 위성가입자로 인증된 경우 모바일 시청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2015년에는 DisneyLife라는 앱을 개발하여 월정액 기반으로 디즈니의 영화, TV 시리즈 등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디즈니의 새로운 도전과 시도에 그쳤을 뿐,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디즈니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겠습니다. 디즈니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통적인 방송 사업은 디즈니 유료 채널 가입자 수가 중요한데, 신규 가입자는 물론 기존 시청자의 이탈․시청시간 감소 추세가 뚜렷한 상황이고, 이는 광고 영향력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광고단가 하락 및 프로그램 사용료 감소로 디즈니의 영업 이익에 큰 타격을 주게 됩니다. 광고나 송출 수수료 단가를 높여 왔던 전통적인 방법의 미디어 채널 사업은 미국 내 유료 채널 시청자들의 코드커팅 가속화와 OTT 이용자의 증가, 넷플릭스의 급격한 성장, 스트리밍 기반 서비스의 확대 등 방송과 영화 소비 시장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디즈니가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구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디즈니가 콘텐츠 유통에 대해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을 때, 전통적인 미디어 채널 사업에 의존하는 ‘미디어 네트워크’ 사업 부문은 2015년부터 매출 비중이 작아지는 추세가 되었고, 디즈니는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이익 기여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디어 네트워크 사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디즈니 경영진은 전통적 의미의 채널 사업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Disney × BAMTECH

BAMTECH
디즈니의 ‘트윈 스트리밍 이니셔티브’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회사인 BAMTECH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미래를 좌우할 BAMTECH는 어떤 회사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BAMTECH는 흥미롭게도 처음부터 영상이나 스트리밍을 다룬 회사가 아니라, ‘야구’에서 시작된 회사였습니다. BAMTECH는 원래 MLB Advanced Media에서 OTT 기술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2002년까지만 해도 시외 팬이 경기를 스트리밍으로 시청할 수 있는 방법 정도를 실험하고 있는 수준이었죠. 그러나 그 이후 기술 개발을 빠르게 진행하면서 WWE, Fox Sports, 플레이스테이션 Vue, 훌루 등에 야구 경기 외에도 적용할 수 있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HBO까지 BAMTECH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내 코드커팅과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MLBAM은 2015년 스트리밍 부문을 담당하는 BAMTECH를 분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디즈니는 2016년 BAMTECH의 지분 33%를 보유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75%까지 지분율을 높였습니다. 디즈니가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BAMTECH의 지분을 빠르게 늘린 것은 BAMTECH가 가진 스트리밍 기술에 대한 매력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BAMTECH는 디즈니의 전폭적인 후원과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BAMTECH는 넷플릭스를 성공으로 이끈 개인화 알고리즘 부분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디즈니가 보유한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스트리밍 가능한 콘텐츠로 변환하는 복잡한 과정을 처리하는 작업도 남아있습니다. 디즈니가 뒤늦게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하는 만큼 웹 브라우저부터 모바일 OS까지, 언어, 통화, 지불 메커니즘 구축까지… 디즈니의 선전포고와는 달리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지기도 합니다.

21세기 폭스의 콘텐츠 관련 사업 부분 매입
한편, 디즈니는 2017년 12월 21세기 폭스의 핵심 사업을 무려 524억 달러(57조1631억 원)에 매입하기도 했습니다. ‘핵심 사업 매입’에서 알 수 있듯, 이번 협상은 디즈니가 21세기 폭스 회사 자체를 인수하는 것이 아닌, 21세기 폭스가 가진 영화, TV 스튜디오, 위성방송, 케이블 채널만 매입하는 것입니다. 21세기 폭스의 영화로는 <나홀로 집에>, <킹스맨>, <엑스맨> 등이 있으며, TV네트워크로는 <심슨>, <모던패밀리>의 판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디즈니의 21세기 폭스의 인수는 디즈니만의 콘텐츠 파워를 더욱 강화시키고 해외 진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별히 21세기 폭스의 핵심인 콘텐츠 부분을 매입한 것은 2019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언한 만큼, 보다 풍부한 TV, 영화, 스포츠 콘텐츠를 선보여 시청자를 확보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보입니다. 참고로 디즈니의 21세기 폭스 인수 결과는 미국 법무부의 독점 규제 승인을 거쳐야 하며, 여기에는 약 1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결국 ‘디즈니’라는 브랜드의 힘
매년 전 세계 기업 100곳의 브랜드 순위를 발표하는 ‘인터브랜드(Interbrand)’의 CEO 찰스 트리베일은 국내 경제지와의 한 인터뷰에서 디즈니를 ‘전사적 차원의 브랜딩 활동을 가장 잘 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았습니다. 디즈니는 2017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조사에서 14위를 차지했습니다. 디즈니의 브랜드 가치는 2012년 이후 계속해서 상승 중이며, 2017년에는 전년 대비 5% 상승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찰스 트리베일 CEO의 인터뷰에서 공감된 부분이 많아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합니다.

“디즈니는 자사의 직원들을 연극 배역을 맡은 배우(cast members)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배우가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처럼, 모든 직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을 갖고 있다. 디즈니는 브랜드를 소비자들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experiential performance)으로 본다. 또 디즈니라는 브랜드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행복`이다. 이것이 바로 디즈니 브랜드의 목적(purpose)이다. 애니메이션 또는 만화가 아니다. 만약 디즈니가 단순히 애니메이션, 만화 콘텐츠 기업으로 남았다면 디즈니랜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디즈니는 더 큰 목적을 추구하고 이것이 회사의 모든 부문에서 실현되게 함으로써 모든 손님(guest)에게 전달되도록 했다. 디즈니는 고객을 소비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매일경제, 2018.04.06.)

디즈니는 독보적인 콘텐츠는 있지만, 플랫폼은 가지지 못한 회사로 남아있었습니다.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했던 이유도 첫 번째로는 자체 유통 플랫폼이 없었고,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비용 지불 없이 넷플릭스를 통해서 손쉽게 전 세계로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디즈니는 이제 플랫폼까지 가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디즈니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했을 때 블룸버그는 ‘디즈니가 할리우드의 월마트가 되려고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플랫폼까지 갖추려는 디즈니의 행보는 월마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할리우드의 아마존’이 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이름도 없는 2019년의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기대가 됩니다.

참고자료
Disney’s Big Bet on Streaming Relies on Little-Known Tech Company (NYT, 2018.10.08.)
https://www.nytimes.com/2017/10/08/business/media/bamtech-disney-streaming.html

With Disney’s Move to Streaming, a New Era Begins (NYT, 2017.08.09.)
https://www.nytimes.com/2017/08/09/business/media/with-disneys-move-to-streaming-a-new-era-begins.html

ESPN+ to Launch April 12 (BAMTECH press release, 2018.04.02.)
https://www.BAMTECHmedia.com/news/2018/04/02/espn-plus-to-launch-april-12

How Disney Is Transforming the Entertainment Experience (Interbrand, 2017.09.15.)
http://www.brandchannel.com/2017/09/15/disney-091517/

‘100조원 시장’ 스트리밍이 콘텐츠산업 지배한다…넷플릭스 vs 디즈니 격돌 (조선비즈, 2018.02.02.)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02/2018020201198.html

디즈니의 21세기 폭스 인수, 진짜 이유는? (Mtech, 2017.12.12.)
http://mtech.mk.co.kr/view.php?year=2017&no=822944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콘텐츠 전쟁 (연합뉴스, 2018.01.02)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1/02/0200000000AKR20180102010100091.HTML

디즈니, 머독 소유 21세기 폭스 71조원에 ‘꿀꺽’ (IT조선, 2017.12.15.)
http://it.chosun.com/news/article.html?no=2844077

이 시대 브랜드 가치는 `차별화` 아닌 `진정성` 에서 나온다 (매일경제, 2018.04.06.)
http://interbrand.com/best-brands/best-global-brands/2017/ranking/

2017년도 디즈니 브랜드 가치 분석 결과 (Interbrand, )
http://interbrand.com/best-brands/best-global-brands/2017/ranking/dis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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