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인(放送技術人)의 제주탐방 – 2
다랑쉬·용눈이·손지·돝오름, 비자림
오늘 제주에 첫발을 내린 방기인은 홀가분한 마음, 가벼운 기분으로 제주를 둘러보고자 한다.
가을서정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오름 탐방 간다.
화산섬 제주에는 조사단체(1998년 재조사)와 오르미들의 확인에 의하면 약 368개의 오름이 있다. 한라산의 기생화산/소화산체인 오름은 제주만의 독특한 생태자원이다. 전설에 의하면 설문대할망[제주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여신]이 치마폭에 흙을 담아 한라산을 쌓을 때 치마의 터진 부분으로 새어 나온 흙덩이가 오름으로 되었다고 한다. 이런 오름 탐방에 더하여 곶자왈[숲을 뜻하는 곶과 돌(자갈)을 뜻하는 자왈을 합쳐 만든 글자], 벵뒤와 함께하는 숲길, 관광지를 기행 한다.
다랑쉬·용눈이·손지·돝오름, 비자림
가을이 깊어갈 즈음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이고 일렁이는 억새 물결 따라 발 가는 데로 간다. 다랑쉬, 아끈다랑쉬, 용눈이, 손지, 돝오름을 탐방하고 제주4.3의 아픈 역사현장인 다랑쉬굴도 답사하고, 제주 유일의 힐링숲 비자림을 놓칠 수는 없다. 제주 동북부 구좌들 오름군에 속한 다랑쉬오름(해발 382.4m)이 조금 높기는 하나 도전해보면 건전한 체력이 선사하는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전망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바로 앞에서 일렁이는 억새 물길로 손짓하는 아끈다랑쉬에서 메말랐을지도 모르는 감성을 자극하고, 조금 떨어진 그곳에서 큰 눈(3개의 분화구)으로 유혹하는 용눈이오름에서 청춘을 되돌아보자. 처음부터 무사 그냥 감수과[왜 지나치죠]? 라며 삼나무숲 띠를 한 번 더 불끈 동여매고 탐방객을 흘겨보며 혹시나 노망이 들더라도 스쳐 가지 말 것을 손자봉은 당부하고 있다. 다랑쉬오름 기세에 눌려 찍소리도 못하던 돝오름도 덩달아 반문한다 왔당 갑서예[들릴 거죠]. 버리고 싶은 번빈 가득한 속세 보따리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곳 비자림만 한 곳이 있을까?
다랑쉬·아끈다랑쉬오름
그날도 변덕스러운 날씨다. 찌푸린 하늘 눈치를 봐가며 들머리에서 탐방안내소까지 눈치채지 못하게 재빠르게 갔다. 탐방안내소는 오름과 주변과 어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초입부터 삼나무숲 사이로 난 목책계단이 탐방을 안내하며 조금 힘들 것이라고 알려준다. 성큼성큼 한사람 한 팀을 앞서가면서 지그재그로 난 목책계단과 야자매트길은 경사를 꺾어 오를 때마다 격려하며 탐방로를 안내하고 있다. 중간 전망대에서 잠깐 땀을 식히면서 한눈에 들어오는 성산을 가슴으로 안았다. 한 아름차고도 넘친다. 더 크게 펼치면 우도와 성산 앞바다가 가슴으로 파고들면서 몸을 식힌다. 정상으로 향하는 경사진 탐방길은 타이어매트로 단장하였으나 메마른 늦가을에 반들거리며 미끄럽다. 다리에 힘주며 능선을 따라 오른다. 살랑살랑 얼굴을 스치는 가을바람이 눈꺼풀에 맺힌 땀방울을 놓아주면서 그램 무게를 덜 하고, 이마 주름살을 따라 스쳐 지나가면서 풍기는 체취에 나이 들었음을 느낀다. 그러면서 남쪽 정상(월랑봉月郞峰 382m)에 올랐다. 동남 해안 저쪽에서 고개 내밀며 아는 체하며 가물거리는 오름군들을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구나.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는 것은 다행이며 오늘을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 다랑쉬오름! 어떤 굼부리 탐방에서도 볼 수 없는 용암분출 모습과 송이(Scoria), 굼부리에 어울리지 않는 망곡의 자리와 더욱 안 어울리는 나무오두막과 통신기지국안테나, 경고판 안거나 올라서지 마십시오. 사유는 있을 것이다. 이것이 다랑쉬오름의 참모습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고 그렇게 해야만 할 간절함이 있기에. 오늘의 다랑쉬오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굼부리를 왼쪽에 두고 능선을 따라가면 북정상(다랑쉬오름 382.4m)에서 북서쪽으로 펼쳐진 벵뒤, 곶자왈과 오름군의 장관을 전망할 수 있다. 아련한 해안선을 따라가다 보면 먼바다로 큰 바다로 떠나가고 있는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쉬움은 항상 남겨진다. 굼부리를 탐방하는 길과 내려가는 길은 낯이 익어 가뿐하다. 오르면서는 보이지 않았던 또 다른 모습의 일출봉과 우도를 가까이하면 아끈다랑쉬오름이 잠깐 앞을 가로막는다.
☆ 용눈이·다랑쉬오름 정류장 → 탐방안내소 2.3㎞ / 탐방로 2.4㎞
정말 둥그런 달덩이(해발 198m), 설문대할망의 죽 솥이다. 사유지라는 아끈다랑쉬 오름길은 조금 다른 모습이다. 억새와 같이하려면 이런 험함쯤이야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오늘은 조금 다른 모습이다. 때도 때인 만큼 비바람에 찢기고 할퀴고 연인들에게 눌리고 짓밟힌 억새 모습에 이 가을도 저물었음을 느낀다. 또 늦가을 시샘비가 치렁치렁 내리기 시작한다. 평평하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분화구는 억새로 가득 채워졌다. 가을바람에 출렁이던 은빛 억새와 햇빛에 일렁이는 은빛 바다는 장관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저기 그런 흔적과 내음이 풍긴다. 아직까지 청춘! 그 감성이 살아 있는 것일까?
☆ 용눈이·다랑쉬오름 정류장 → 탐방안내소 2.3㎞ / 탐방로 1.4㎞
다랑쉬굴
이제 아픔을 같이할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러 간다. 으스스한 시누대의 흐느낌이 슬프고도 애달픈 그날(1948.12.18.)을 얘기하는 농로를 따라가면(약1.5㎞) 제주4·3유적지(다랑쉬굴, 길이 30m의 용암동굴) 안내판을 만난다. 마른풀과 쌓은 용암사이로 흔적을 찾을 수는 있지만 더 이상은 어쩔 수도 없다. 용눈이오름의 서글픈 눈동자가 앞에서 애처로이 지켜보고 뒤에서는 다랑쉬오름이 애통한 마음으로 굽어보고 있다. 살고자 굴로 피신했던 마을 주민 11명의 운명이 죽음으로 바뀌어야 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은 할 수 있지만… 현장과 살아남은 자의 기억만이 그날을 말하고 있는 공허한 그곳을 묵묵히, 쓸쓸히 지나가고 있다.
☆ 용눈이·다랑쉬오름 정류장 → 답사길 2㎞
용눈이오름
제주4.3의 애달픔을 안고 밭둑과 농로를 따라 용눈이오름에 왔다. 역시나 용눈이오름은 청춘들의 오름이요, 사랑의 오름이다. 네발 한 몸 우산 속 연인, 손잡은 다정한 젊은 가족, 기대며 한발 한발에 무거운 삶을 내려놓으면서 마음을 비워가는 인생들. 휘날리는 이슬비와 안개가 오름 기슭을 촉촉이 적시면서 용눈이는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목장입구를 지나면서부터 목장의 향기(우마 똥 냄새)가 굼부리 탐방로까지 이어진다. 기슭에서 완만한 목초지 능선을 따라 야자매트를 깔아 만든 탐방로는 탐방객과 소·말이 함께 하는 길이다. 야자매트길을 중심으로 억새들은 벌써 겨울 채비를 마쳤고 굼부리 목초들은 한창 채비 중이다. 쉬엄쉬엄 야자매트길을 따라 서쪽 능선에 오르면 용눈이오름의 아름다운 능선과 굼부리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진다.
능선 초원을 따라 굼부리 탐방길을 내는 야자매트는 닳고 닳아 수많은 억새꾼들의 추억을 간직하기에 넘쳐 터진 모습이다. 세 개의 굼부리 안은 못다 채운 우마의 배를 채우기 위해 아직도 파릇한 여름옷을 입고 있다. 오르락내리락 여유를 부리면서 가장 높은 북쪽 봉우리(표고 247.8m)에서 가슴을 활짝 펼쳐본다. 청춘! 정말 좋은 말이다. 꿈을 이뤄가는 그 시절. 거제도 산방산에 있었다. 가장 높은 곳에서 호연지기를 키웠던 고향산천이 주마등처럼 펼쳐지면서 겹쳐진다. 한라산과 백약이, 손지, 높은오름, 남쪽의 유건이오름, 후곡, 궁대악과 동쪽의 은월봉, 우도, 일출봉과 아주 크지만 작은 바람개비를 돌리고 있는 수산풍력생태길의 풍력발전기 날개들도 멋진 전망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오름 자락에서 동남으로 구불구불 레일을 깔아 무리 지어 사랑을 속삭이는 레일바이크가 다음 즐길 곳은 예약한다. 보는 것은 그림이요, 타는 것은 즐거움이요, 사랑이다. 승용차에서 레일바이크로 갈아탈 연인들과 손자봉을 맞아야 할 하르방[할아버지]은 여기서 헤어져야 한다.
☆ 용눈이·다랑쉬오름 정류장 → 탐방안내소 1.5㎞ / 탐방로 2㎞
손지·돝오름
여기까지 와서 유별나게 오름 등성이에 삼나무숲 띠를 두르고 있는 손자봉을 찾지 않는 것도 할아버지의 도리는 아니다. 삼나무방풍림을 통하여 촐왓[억새]사이로 난 등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남쪽 정상이다. 아끈다랑쉬나 용눈이오름만큼은 아니지만 억새와 타원 분화구 모습과 전망에 더하여 특유의 삼나무 머리띠는 존재감을 알리며 봄에는 고사리로 탐방객을 불러들인다. 동쪽 자락에서 촐왓사이로 난 등산길을 따라 동능선(표고 256m)에 오르면 나무악보대가 맞이하면서 환영곡을 연주해준다. 분화구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면 악보대가 또 한곡 환송곡을 연주한다. 남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목장길을 통하여 좌보미오름을 탐방할 수 있으나 너무 먼 들머리다(2.5㎞). 오늘 하르방은 힘이 달려 손자와 함께 쉬기로 한다.
☆ 용눈이·다랑쉬오름 정류장 → 탐방소 600m / 탐방로 1.3㎞
비자림의 뒷산, 다랑쉬오름의 위엄에 가려 항상 뒷전이었지만 산책과 힐링, 탐방과 전망이 일품인 돝오름을 찾았다. 비자림과 삼나무 길목, 활·낙엽수들이 늘어선 둘레길을 산책하고, 삼나무숲과 촐왓사이로 난 타이어매트 탐방로를 따라 정상으로 오르다 힘에 부딪히면, 멈추고 뒤돌아서서 전망과 휴식을 가진 후, 가히 구좌읍의 전망대라 할 수 있는 정상(표고284.2m) 평의자에서 앉는 방향을 바꾸면 가까이 다랑쉬, 용눈이, 높은오름, 둔지봉과 멀리로는 일출봉과 우도가 손짓하고 한라산과 휘하의 오름군락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소나무 사잇길을 걸으면서 분화구탐방까지 모든 것을 다 베풀어주는 돝오름을 마음에 새긴다.
☆ 대물동산 정류장 → 탐방소 2.4㎞ / 정상·분화구 탐방로 1.4㎞ / 둘레길 2.3㎞
이제 다랑쉬오름을 쉬이 오르는 것은 무리임을 알고, 은빛 물결 억새를 보며 억지라도 서정시 한편을 읊을 수 있고, 청춘들에 감흥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근·현대사에서의 당신의 역할도 돌이켜보고, 건강한 숲길을 내어주는 자연에 경외할 줄도 알면 되었다. 하르방의 손지를 돌보면서 인생을 생각한다.
비자림
평대에서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를 이어주는 비자림로 초입을 지나면 비자림의 진수! 제주 최고의 힐링숲 비자림(청소년수련원 448.165㎡)을 만난다. 피톤치드Phytoncide에 더하여 테르핀Terpene까지 뿜어내는 비자나무 사이로 시원하게 시작하는 비자림 숲길은 송이길을 초입으로 돌멩이길, 붉은 송이 오솔길, 천년의 숲 사랑길(나무데크), 돌담길로 온전히 비자나무를 위한 길이니 비자나무에 감사한 마음으로 산책해야 편하다.
재잘거리는 송이와 이런저런 애기를 나누다 보면 용암 비경이 배경을 만들어 비자림을 인정해주고, 벼락 맞은 비자나무도 큰 상처의 아픔을 겪고 인고의 세월을 견디면서 쌓은 영험함으로 나약한 길손들을 위로해 주고 있다. 들어가고 나오는 길을 따로 만들어 산책객뿐만 아니라 비자림과 같이하는 식생들을 보호하고 있다. 이끼 두건을 걸친 용암 잔돌로 가장자리를 단장한 돌멩이 길을 따라 비자림으로 들어갈수록 아름드리 비자나무 몸집과 살아온 시간을 생각하면, 비자림에서 해를 헤아리며 더불어 살아가는 양치식물보다도 더 보잘것없는 인생인 것을 느끼며 겸손해진다. 비자곶에서 온몸을 감싸고 도는 풀·숲 내음에 혼줄을 놓을까도 걱정된다. 특히, 상산나무의 더덕향에 취하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 한다. 녹음 짙은 오름 탐방에서 흔히 겪는 일이다. 향기에 이끌리면 길과 방향을 잃고 오롯이 하루를 오름과 같이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은 상산나무향보다 더 기분 좋은 숙이의 향이 있기에 한 살 한 새천년 비자나무, 남녀 간의 변치 않는 사랑을 나타내는 연리목連理木, 비자나무정기가 녹아있는 약수 비자나무우물, 어쩌면 이렇게 될까 가수기목佳樹奇木에 마주 보며 서로를 잇고자 하는 비자나무숲터널 황토돌담길을 온전히 함께할 수 있었다. 숲길을 되돌아보면서 그곳 비자림에 속세의 떼를 두고 오기를 정말 잘했다. 행복충전 건강충전 즐거운 시간 되었고 말고요.
☆ 비자림정류장 → 매표소 230m / 산책길 3.2㎞
□ 탐방정보
☞ 걸어서 : 가시남동입구·다랑쉬·용눈이오름 입구/대물동산 정류장(710,710-1번 시외버스)
비자림 정류장(990번 순환버스)
☞ 승용차로 : 다랑쉬로, 용눈이오름로, 중산간동로, 세송로, 비자림로
☞ 연계관광지(돈내야 해요)
▷ 메이즈랜드 : 혼자서는 제주삼다(돌·바람·여자)에 심취하면 헤어나지 못하나 함께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대화하면 길을 나설 수 있고, 소진한 힘은 한식뷔페에서 비빔밥으로 채울 수 있다.
▷ 제주레일바이크 : 오붓이 둘이서 하나같이 사랑을 속삭이는 곳. 둘이하면서 삶의 무게를 들 수 있는 곳. 봄·가을이 제격이다. 공조기는 없다.
☞[ ] 제주방언(도움-아리랑국제방송제주영어FM/WOJ 작가 노지혜, 제주뉴스라인 앵커 양경이)
□ 제주 문화
☞ 제주말 익히기 : 혼저옵서예 : 어서 오세요.
☞ 제주음식 : 고기국수
제주시에서 삶은 건면에 돼지고기 육수를 넣고 돼지수육을 얹은 국수장국.
☞ 오가는 길에 공짜로 볼 수 있는데 안보고 가면 어쩌나.
[드나드러가멍 공꺼로 봐질걸 안 봐가민 어떵ᄒᆞᆯ거라].
현무암 단애斷崖에 부서지는 파도가 연출하는 푸른 바다와 새까만 용암과 하얀
물보라가 환상적이다. 제일은 애월해안 다락쉼터 쪽 단애다.
다음 호에는 한라산 동쪽 어깻죽지를 지나는 남조로(남원-조천 간 도로, 1118번로)를 따라 람사르 습지와 오름을 탐방하고 아름다운 물보랏길을 따라가면서 제주에서 여유를 즐긴다
– 물영아리, 여문영아리, 쳇망, 가문이, 구두리오름, 붉은오름 휴양림과 수망리물ᄇᆞ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