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인(放送技術人)의 제주탐방 – 3

방기인(放送技術人)의 제주탐방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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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영아리오름과 물보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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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형 아리랑국제방송 제주영어FM방송국

물영아리오름군 탐방과 물보라길 산책
봄기운을 기다리는 잔설의 마음과 동화되어 한라산 중산간 조천 건너편에서 서귀포를 그리워하며 남조로(1118호선)를 따라 남원 쪽으로 나란히 줄지어 있는 람사르습지 물영아리, 여문영아리오름을 찾았다. 길이 좋아 누구와 언제, 어떻게 탐방해도 좋은 곳이다. 수망천, 송천을 따라 목초지, 삼나무숲, 잣성[잣담]이 이어지고 잘 단장된 목책계단을 따르면 람사르습지 물영아리오름분화구를 관찰할 수 있고, 숙이와 같이 오순도순 삶을 얘기하며 오름 자락을 따라가는 아름다운 물보라길을 산책할 수 있다. 동네 뒷산을 주름잡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는 격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위로하며 오름을 탐방하며 즐길 수 있다. 물보라길 푸른 목장 산책길에서 목초지와 촐왓을 가로질러 가면 앞을 가로막는 여문영아리오름과 만나서 수인사후 길 양해를 구하고 분화구를 탐방하고 나서 오름 자락 묘지에서 친구와 숨바꼭질 할 수 있다. 그런 기억은 또 잠시 잊고 줄지어 어깨 어깨에 손 얹고 늘어선 쳇망, 가문이, 구두리오름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미로와 같은 오름 탐방로를 찾아가면서 개척자적 보람을 느낀다. 식은땀이 싸늘한 냉기가 되어 발길을 재촉할 즈음 맞은편 붉은오름 휴양림은 당신 마음대로 하셔요. 지금 오시든지, 다음에 오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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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영아리오름
제주시에서 남원읍 가는 제주 간선버스를 타고 가면 물영아리오름을 만난다. 물 많다는 수망리 람사르습지Ramsar wetlands, 오름 탐방안내소에서 탐방한다. 초입부터 닳고 닳은 야자매트길은 보푸라기를 날리며, 물보랏내(수망천) 입구에는 목책과 징검다리가 향수를 자아낸다. 이어지는 삼나무숲과 잣성은 탐방객을 안내하며 시절을 말해준다. 지금은 썰렁한 냉기를 뿜어낸다. 정상과 분화구 습지탐방로는 빽빽한 삼나무숲을 비집고 목책계단으로 안내하며 쉼터도 빠트리지 않는다. 오른쪽 왼쪽에서 마주 보며 쉴 수 있다. 한 계단, 한 구간 오르면 목책계단 그대로 정상에 오르며 분화구 탐방로로 바로 이어진다. 나 홀로 청춘이면 단숨에 오를 수 있고, 숙이와 같이 하면 중간쉼터에서 목을 축이며 얼굴 마주할 수 있고, 제2막 인생이거나 달콤한 청춘이면 자리도 비좁고 쉼터도 모자랄 것이다. 자신을 다듬기도, 지금의 삶을 즐기기도, 지난 삶을 되돌아보기도, 사랑을 속삭이기도 정말 좋은 오름길이다. 정상계단에서는 유아독존이다. 내려가면 분화구요, 능선을 따라가면 분화구를 반쯤 돌아 내려가서 물보라길 수끝도와 만난다. 되돌아오지 않고 분화구 능선을 탐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감사함에 한결 가벼운 발걸음은 분화구로 향하고 습지조망대에서 람사르습지를 알아본다. 화구의 원형을 간직한 산정화구호 물영아오름 습지Wetland는 2000년 12월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둘레 300m, 깊이 40m다. 동식물의 생활상과 습지형성과정 해설은 화산섬 제주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분화구 능선을 따라 탐방할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물보라길을 산책한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한 계단, 열 계단, 백 계단을 단숨에 뛰어넘어서 물보라길 동녘모루(수끝도)에 와있다. 일출은 아니지만 해를 머리에 이고 있는 동쪽 오름군들이 숨바꼭질하다 들켰다(동척조일東脊照日). 물보라길 탐방까지만 할 것 같으면 조금 더 한가하게 산책할 수 있다. 숙이와 손잡고 오순도순 얘기하면서 걸을 수 있다. 오름탐방객과 함께하는 길이라면 소몰이 길을 지나면서 눈 덮인 한라산을 흘깃 보고(앙망설산仰望雪山) 푸른목장길에서 초지를 지나 송천을 에워싸고 있는 촐왓을 지나 여문영아리를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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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방로:야자매트, 목책데크와 계단, 정상(수령산, 해발508m)과 분화구 탐방 2㎞
☆ 뚜벅이:남조로 남원읍충혼묘지(230-1,2번) → 탐방안내소 600m
☆ 승용차:남조로에서 탐방안내소(주차장, 쉼터, 화장실, 편의시설)

물보라길
물영아리오름 둘레길을 중심으로 조성된 물보라길은 소먹이던 목장길과 하천을 따라가는 자연하천길과 초지를 경계 짓는 잣성길과 방풍림으로 조성된 삼나무숲속을 거니는 길(약 4.8㎞)이다. 자연하천길 약 350m, 소·말이 다니고 쇠가꾸던길을 포함하여 목장길이 약 1.8㎞, 오름 삼나무숲과 더불어 비탈 아래로 이어지는 숲길 약 800m, 목장진입로 약 600m 그리고 푸른목초지와 함께 목축문화가 살아있는 잣성길 약 400m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오름과 목장, 손 떼 묻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하천, 농경과 목축문화까지 엿볼 수 있는 잣성 그리고 수망 팔경비경과 테마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멋을 가진 물보라길을 걷는 것은 행운이다. 잣성 앞에 펼쳐진 초지에 추억을 펼치면 영화 늑대소년(감독-조성희(2012년), 주연-송중기 박보영)의 한 장면에 내가 있음을 느낀다. 푸른목장길을 걷노라면 두 영아리가 서로 땅따먹기라도 하듯 내 땅, 네 땅조차 구분할 수 없는 넓은 목초지는 가슴을 틔우고 서쪽 하늘 끝에서 백발로 빙그레 미소 짓는 한라산의 여유에 잠깐 아니 쉬어 갈 수가 없다. 봄에는 고사리까지 쉬어 가라 발목 잡는다. 남조로와 오름계곡 양지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숲길로 소 몰고 가는 목동을 따라가면 왼쪽에 있는 듯 없는 듯 도래오름을 지나치게 된다. 되돌아보며 이름만 되 뇌인다. 도래오름궤는 자연하천길을 안내한다. 오늘은 정말 쉽지 않은 길이다. 지난 폭우로 엉망진창 된 내창[내(하천)]길을 헤쳐 나오는 고생을 사서 하고서도 예쁜 이름 물보랏내 징검다리를 건너면서는 산책길을 마무리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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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보라길 수끝도에서 본 표선의 풍력발전기와 오름군상
물보라길 수끝도에서 본 표선의 풍력발전기와 오름군상
물보라길 앙망설산에서 본 한라산과 오름군상
물보라길 앙망설산에서 본 한라산과 오름군상

☆ 산책로:야자매트, 타이어매트, 송이길 순환길 4.2㎞
☆ 뚜벅이:남조로 남원읍충혼묘지(230-1,2번) → 탐방안내소
☆ 승용차:남조로에서 탐방안내소(주차장, 쉼터, 화장실, 편의시설)

여문영아리오름
여문영아리오름을 맞으러 간다. 남조로를 들머리로 하여 진입하면 수월하나 애초 등산을 목적으로 하였기에 전투형 등산으로 진입한다. 푸른목장 초원길에서 설문대할망께 신고하고 곧장 목장(태흥목장)을 들어섰다. 초지를 가로지르는 송천이 쉽게 길을 내주지는 않는다. 잡힐 듯 멀어지는 여문영아리는 내어주는 좋은 길로 오라고 한다. 묘지와 초지가장자리를 따라 고생 끝에 들머리 임도/목장길과 마주쳤다. 길 양쪽 너른 초지와 묘지는 주택개발사업예정지라고 경고수준으로 알리는 것이 훗날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를 짐작게 한다. 아마도 환경과 오르미들과는 친화적이지 않을 것만은 확실하다. 쳇망-가문이-구두리오름으로 이어지는 목장길에서 억새밭과 삼나무, 소나무, 잡나무가 구분되는 그곳 어디엔가 어울리는 탐방로가 있을 것인데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여문영아리 분화구는 호수를 가지지 않는 대신에 탐방로 자락에 조그만 호수를 가지고 있다. 물영아리로부터의 설움을 달래고 있는 것 같구나. 등산하면서 문득 소먹이고 나무할 때 다녔던 고향 뒷산과 거미오름(동검은이-구좌 종달)의 남쪽 정상 등반로가 생각났다. 친근하고 포근함은 나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음이다. 간혹 소나무, 잡나무 숲 사이사이 난 억새나 잔디 위에 손바닥만 한 햇볕에서 잠깐 쉴 수 있음도 고향의 그곳과 닮았다. 그렇게 거친 숨을 내쉬며 정상에 올랐다. 굼부리는 온갖 잡나무와 넝쿨로 들어갈 수는 없다. 좌우로 등산로가 나 있다. 소나무, 억새, 잡나무를 해치고 동쪽 정상에 먼저 올랐다. 멀리 가시리의 풍력발전기 바람개비가 느릿느릿 손짓하고 남북으로 길게 뻗은 정석비행장·항공관, 대·소록산이 가까이서 맞아준다. 탁 트인 전망은 높은 만큼 좋구나. 분화구로 내려가는 오솔길은 목장으로 가는 길이며 쳇망오름으로 가는 길이다. 낙엽들과 넘어지고 부서진 나무들이 길 흔적만 겨우 남기고 있다. 굼부리 자락에서 서쪽 정상길 흔적을 찾다가 길을 잃었다 찾았다를 반복하면서 계속 제자리다. 굼부리 미로에 빠졌다. 하는 수 없이 전투등산으로 바꿨다. 발 가는 곳이 곧 길이다. 성묫길 억새 덤불을 헤치고 북서쪽으로 길을 잡아 목장길을 만나서 쳇망오름으로 가는 길을 확인하고, 몸의 기억을 따라 분화구를 거쳐 동쪽 정상에서 따뜻한 햇살에 안기면 스르르 몸이 풀리면서 노곤함을 느끼고, 건너편 정상 너머 동벽에 하얀 분칠을 하고 미소 짓는 한라산을 보며 좋은 감흥으로 탐방을 마무리할 수 있다.

남조로 들머리에서 본 여문영아리오름
남조로 들머리에서 본 여문영아리오름

☆ 산책로:흔적을 따라 정상(영아악靈我岳, 표고514m, 말굽형분화구)과 분화구 탐방. 순환 3.5㎞
☆ 뚜벅이:남조로 태흥목장(230-1,2번) → 탐방로 840m
☆ 승용차:남조로에서 태흥목장길따라 탐방로입구(안내판) 빈곳에 주차

쳇망·가문이·구두리오름
들어가는 길과 나오는 길-탐방계획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한 번 더 탐방하거나 미련을 남기는 오름 탐방이 될 수 있다. 렛츠런팜Let’s Run Farm제주에서부터 구두리-가문이-쳇망오름을 탐방하고 남조로 서편 삼나무숲으로 빠져나오거나 거꾸로 탐방하든 안내된 탐방로를 보고 시간과 체력에 따라 경로를 선택해야 한다. 관광목적이라면 굳이 탐방을 권하고 싶지 않다. 산악인이라면 하루코스로 물영아리-여문영아리-쳇망-가문이-구두리오름을 탐방하면서 끼와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여문영아리오름 북쪽 자락에서의 길 찾기 고생을 뒤로하고 쳇망오름(천망악川望岳, 표고444.6m, 원형분화구) 동쪽 자락으로 난 목장길을 따라 탐방로와 만나거나, 남조로에서 오름 서쪽 삼나무숲 사이로 난 들머리 쪽 방향 안내판을 따라가면 쳇망오름 안내판을 만나 잠깐 쉬고 묘지에서 내창 잡목덤불과 삼나무숲길 흔적을 찾아가면 남쪽 정상에 오르나 초입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성하盛夏의 녹음이나 겨울 눈밭에는 길을 내면서 올라야 한다. 원형분화구를 중심으로 산등성을 따라가는 탐방로도 잡나무와 덤불이 좀체 길을 내주지 않는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얼굴에 상처를 내고서야 분화구를 반쯤 돌고 나면 울창한 삼나무숲이 가파른 경사를 숨기면서 동쪽 임도까지 길을 내준다. 힘들었음을 알았는지 정말로 빨간 송이가 정열적으로 맞아주며 힘과 용기를 북돋운다.

동쪽들머리(정석비행장)에서 본 쳇망, 붉은, 가문이오름
동쪽들머리(정석비행장)에서 본 쳇망, 붉은, 가문이오름

양쪽으로 늘어선 삼나무숲길 임도를 따라가면서는 가문이오름탐방로와 숨바꼭질을 잘해야 한다. 내창을 건너면(시멘트다리) 삼나무숲 잣성에서 오르미의 표식(끈과 물병)을 알아채야 한다. 그리고 묘지에서 산등성이로 이어지는 삼나무숲에 확신을 가지고 등산하지 않으면 술래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초행이라 술래를 두 번 하는 바람에 정상을 한 번 더 오르는 행운도(?) 잡았다. 곧바로 임도를 따라가면 삼거리(신구범야산다원)가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직감적으로 가문이와 구두리오름 들머리임을 알 수 있다. 가문이오름정보판 탐방로(버섯재배지-잡나무숲-조릿대숲-묘지)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묘지(處士…)가 정상과 분화구를 이어주고 무성한 잡나무숲 틈새로 겨우 쳇망, 구두리오름 전경이 아른거린다. 산등성이를 따라 내려오면 삼나무숲길이 동쪽임도와 이어진다. 조금 전에 술래했던 그곳이다. 임도냐, 되돌아가느냐를 선택해야 한다. 잡목과 덤불, 조릿대에 잔설까지 한 몫 거드는 것이 전부인 가문이오름(佳門岳, 표고 496.2m, 말굽형 분화구)을 한 번 더 올랐다.

구두리오름정보판 탐방로에서 정상을 보면서 삼나무, 해송, 잡목 계곡을 지나면 삼나무숲이 정상으로 길을 내준다. 구두리오름(狗頭岳, 표고 517m, 말굽형 굼부리) 남쪽 봉우리에 오르면 분화구와 산등성이 탐방순환길이 선택을 기다린다. 순환 탐방길이니 상산나무 가득한 정상 능선을 따라 북쪽 정상 묘지에서 돌아 나오면 되나 렛츠런팜제주등반로를 원한다면 생각해야 한다. 쉽지 않은 분화구 순환로도 1㎞ 정도는 된다. 산등성이도 분화구도 탐방은 쉽지 않다. 흐트러진 잡나무 잔해들을 따라가면서 흔적에 덧칠을 해야 한다. 활낙엽수 빼곡한 분화구는 평평함으로 대신하고 분화구에서도 세력을 넓히는 삼나무는 북쪽정상까지 이어진다. 용암덩이 몇 개가 정상임을 알린다. 발은 조심하고 머리는 나의 가슴을 펼친다. 발밑으로 더 넓게 펼쳐진 초지(렛츠런팜제주)에 철퍼덕 가슴을 덮치고 부글부글 끓어올랐던 거친 용암 숨소리에 정열을 불태우고, 억센 생명력으로 빌레[너럭바위]를 덮고 있는 나무덤불을 빠져나오면 그 묘지다.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인가? 산등성이도 세 번이나 지나지만 낯익지 않다. 다시 구두리와 가문이오름 계곡사이 임도를 따라 나오면 남조로에 접한 건너편 붉은오름이 반긴다. 고생했어요. 이곳 휴양림에서 심신을 쉬고 가시죠. 묘지에서 렛츠런팜(제주목장)을 보면서 잡나무숲 사이로 난 등산길을 따라 내려가 목장울을 넘으면 말들이 큰 눈을 굴리며 힘들죠? 우린 이런 곳에서 놀아요. 구경하고 가시죠.

렛츠런팜에서 본 구두리오름
렛츠런팜에서 본 구두리오름

☆ 탐방로:흔적을 따라 길을 다져 가는 힘든 등산길 4.5㎞
☆ 뚜벅이:남조로 붉은오름(230-1,2번) → 탐방소 830m, 제주목장(230-1,2번) → 탐방소 1.6㎞
☆ 승용차:남조로 사려니숲길 입구/렛츠런팜 주차장에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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