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섭 SBS 라디오기술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인 아무도 가지 않은 눈밭
마치 겨울왕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설경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풍경
여름에는 따스한 햇볕 아래 펼쳐진 수많은 꽃의 파라다이스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인 눈 축제가 열리는 곳
바로 북해도! 이곳을 소개합니다.
북해도 여행을 가기 전 내가 그곳에 대해 알던 것은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 눈이 많이 오는 지역 정도였다. 그러던 중 삿포로에 세계 3대 축제인 <눈 축제: 일본어로는 유키마츠리>가 열린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고 그 일정에 맞춰 북해도로 첫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 후로도 북해도로 3번의 여행을 더 갔지만 가면 갈수록 또 가고픈 북해도에 대해 알아보자.
북해도의 매력
첫째, 가깝다!
여행을 자주 못 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시간을 내기 힘들어서 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곳도 결국 직접 가지 못한다면 그림의 떡! 하지만 북해도는 비행시간이 2시간 30분 정도로(인천공항–신치토세 공항) 접근성이 상당히 좋다. 또한 저가 항공을 비롯하여 국내 거의 모든 항공사가 취항하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3박 4일이나, 4박 5일 일정을 맞춰서 여행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저가 항공사들이 취항하므로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둘째, 힐링 여행에 최적지
북해도는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여름에도 습도가 낮아서 한낮에도 햇볕만 피한다면 선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일본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청정지역이다. 미세먼지 걱정 전혀 없이 도심 한복판에서도 선명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사람이 붐비지 않고 한적하고 광활한 들판에서 아름다운 꽃들을 한가로이 보고 있으면 절로 힐링 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북해도 지역의 특산물인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삿포로 맥주, 유제품 등을 맛보다 보면 시간이 가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뒤에서 소개하겠지만 료칸(일본 여관)에서 즐기는 온천과 가이세키 요리(료칸 저녁 식사)도 상당히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셋째, 다양한 즐길 거리
북해도의 대표도시 삿포로는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개최된 도시로 유명하다. 섬 특성상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삿포로 하면 역시 겨울과 관계된 즐길 거리가 역시 먼저 떠오르게 된다. 먼저, 매년 2월에 열리는 눈 축제가 가장 큰 볼거리로 손에 꼽을 수 있다. 삿포로 도심을 동서로 가로 지르는 오도리공원 내에는 약 1.5㎞에 걸쳐 눈과 얼음으로 제작된 판타지 세계가 펼쳐지게 된다.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눈 조각과 얼음 조각은 삿포로 눈 축제의 최대의 볼거리이자 자랑거리이다.
다음으로는 료칸에서 즐기는 온천이 있다. 일본 다른 지역에서도 온천을 즐길 수 있지만 북해도 지역에서 특히 겨울에 하는 온천은 특별한 경험이다. 료칸을 비롯한 온천 시설은 보통 노천탕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겨울에 눈 덮인 정원을 보면서 노천탕에 들어가 있는 기분은 상상을 초월한다. 북해도에서는 노보리베츠 지역이 온천으로 유명한데 이곳은 관광호텔식 료칸을 비롯하여 다양한 방식의 온천 호텔이 있다. 또 북해도 곳곳이 온천을 기반으로 한 료칸을 이용할 수 있어 북해도에 간다면 온천을 꼭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아사히야마 동물원도 괜찮은 선택이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과거 폐장 직전 위기를 맞았지만 동물의 행동을 가장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행동전시방식으로 바꾼 뒤 지금은 일본 3대 동물원 중 하나가 된 곳으로 <기적의 동물원>이라는 영화로 제작이 될 정도로 유명한 동물원이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펭귄 산책 프로그램으로 겨울 눈밭에서 펭귄들이 산책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넷째, 다양한 맛의 천국
여행하면 역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먼저 북해도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으로 양고기를 구워 먹는 칭기즈칸 요리를 들 수 있다. 숯불 화로에 양고기와 양파 등 야채를 올려 같이 먹는 요리인데 생맥주와 함께하면 천상의 맛을 자랑한다. 다음으로 수프 카레가 있다. 인도 카레와는 다르게 얼큰한 국물이 있는 카레인데 추운 겨울에 먹으면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 있다. 디저트도 다양한데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유바리 멜론, 밀크 아이스크림, 옥수수, 로이스 초콜릿 등 너무 많은 음식이 있어 끼니때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걱정이 될 정도다.
북해도 여행 계획하기
북해도에 대해서 알아보기
삿포로는 일본 최북단 섬인 북해도의 중심도시이자 정치ㆍ경제 핵심부다. 남한 면적의 80%로 일본에서는 혼슈 다음으로 두 번째 큰 섬이며 세계적으로는 21번째로 큰 섬이다. 인구 189만 명이 거주하는, 일본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자연에 둘러싸여 있어 아름다운 사계절 변화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지역이다. 연평균 적설량은 290cm로 설국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여름 vs 겨울
여름과 겨울의 북해도 풍경은 정말 모두 아름답지만 아무래도 겨울이 워낙 유명한 곳이니 겨울 북해도를 먼저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겨울에 기온은 서울과 비슷한 정도로 바람만 불지 않으면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여 도로 화살표가 없이는 운전이 힘들다
오히려 눈이 많아서 더 포근한 느낌도 든다. 이 계절에는 도로 곳곳에서 온종일 내린 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철로에서도 제설 기차가 지나다니는 색다른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외곽 도로에서는 눈 때문에 도로가 보이지 않은 것을 알리기 위해 도로 경계를 표시해주는 화살표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북쪽으로 올라가면 오호츠크해 유빙 체험이라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여름의 북해도는 맑은 하늘과 아름다운 꽃들이 인상적이다. 겨울에 비해서 여름이 해가 더 길고 운전하기 좋기 때문에 사실 여러 일정을 다니기에는 여름이 더 좋다. 여름철 기온, 습도도 한국에 비해 낮고 장마도 북해도까지는 북상하지 않고 태풍도 영향이 거의 없어 날씨도 좋은 편이다. 이 기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렌트를 해서 이곳저곳 다녀보는 것이 좋다. 일본에서의 운전은 우리와 반대라 잠깐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과 다르게 도로에 차도 별로 없고 끼어들기, 과속하는 차를 보는 것도 힘들다.
예약하기
① 항공권
역시 여행의 시작은 항공권 예약부터인 것 같다. 앞에서 잠깐 얘기했는데 저가 항공이 많이 취항하고 있으므로 특가 항공권 판매 시기를 이용한다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J항공과 J에어가 대표적으로 유명하다.
② 호텔 예약
호텔 예약은 보통 여러 사이트를 비교하면서 구매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 료칸의 경우 일반적인 호텔 검색 사이트에서 안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일본 사이트에서 검색하거나 여행사 대행으로 예약하면 된다. 일본 호텔 예약 사이트는 대표적으로 자란넷이 있는데 일반적인 호텔 사이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호텔과 렌터카를 예약할 수도 있으니 예약 시 필수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좋다. 한국어 사이트도 있으나 일본어 사이트랑 가격이 다르고 숙박업소도 나오지 않는 점이 있어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③ 렌터카 예약하기(옵션)
사실 일본은 기차 및 지하철이 잘되어 있어 렌트를 하지 않더라도 이동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시내에 있는 일부 호텔도 주차장 이용에 제약이 있어서 여행 계획 시 꼭 렌트가 필요한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만약 일정상 렌트가 꼭 필요하다면 우선 한국에서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일본에서 렌트 시 국내면허증과 함께 국제운전면허증을 제시해야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고속도로를 이용할 계획이 있다면 HEP(Hokkaido Express Pass)를 발급받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 HEP란 외국인에게만 발급되는 고속도로 통행 카드로(하이패스카드) 발급 기간 내에 고속도로를 정액에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HEP를 사용할 수 있는 렌터카업체가 지정되어 있고 2/3/4일 이런 식으로 기간별로 요금이 상이하다. 또한 카드 수량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렌트 시 사전에 요청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삿포로-아사히카와 고속도로 편도 요금이 4,500엔 정도이다.
북해도, 가 볼 만한 곳(추천 일정)
북해도 지역은 넓고 가볼 곳은 많지만 주어진 시간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보통 3박 4일 또는 4박 5일 일정으로 가게 되는데 중심에 위치한 삿포로를 기점으로 두고 이동하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 료칸 숙박을 꼭 일정 중 첫날에 넣는데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전 온천으로 몸을 풀고 여유를 갖기 위해서다. 전통 료칸의 경우 정원 조성이 매우 잘 되어 있고 비싼 방의 경우 방안에 온천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곳도 있다. 료칸의 특징 중 하나가 카이세키라고 불리는 저녁 식사로 해산물을 비롯한 제철에 맞는 다양한 코스의 음식이 나오는데 이 식사에 따라 료칸 등급이 나뉘기도 한다. 대형료칸의 경우 뷔페식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식사 후에는 방안에 폭신한 이불을 깔아주는데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기분이 좋다. 료칸이 많은 지역으로는 노보리베츠가 유명한데 호텔은 오래돼서 낡았지만 물은 최고로 좋은 듯 하다. 부모님과 함께라면 좋아하실 듯하다.
이렇게 첫날 일정은 료칸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정했으면 둘째 날에는 삿포로로 오는 일정을 보내면 된다. 료칸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일정이 달라지겠지만 숙소를 먼저 갈 수도 있고 오는 길에 오타루 같은 도시를 들렀다 오는 것도 괜찮다. 오타루는 운하로 유명한 작은 도시로 삿포로에서 기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고 오르골 성당, 유리 공예점, 유명한 제과점이 있어서 가볍게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삿포로 시내에서는 맥주박물관을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삿포로 맥주 생산과정 및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공장에서 바로 뽑아낸 신선한 맥주를 한잔 할 수도 있다.
셋째 날에는 조금 먼 곳으로 떠나보는 것이 좋다. 그중에서도 비에이/후라노 지역은 꼭 한 번 가볼 만하다. 여름에는 광활한 언덕이 파란 하늘과 어울려 시원한 풍경을 연출하고 겨울에는 온통 하얀 겨울 왕국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눈 속에 제대로 파묻힐 수도 있다. 조그만 언덕만 있어도 눈썰매장이 되는 겨울의 비에이 들판은 환상 그 자체이다.
아사히야마 동물원도 셋째 날 가기 좋은 곳이다. 겨울 시즌이 되면 동물원 특급 기차를 운영하기도 하는데 기차 안에 여러 가지 동물 테마로 꾸며져 있어 어린 자녀가 있다면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또한 동물들과 가까운 곳에서 교감할 수 있는 동물원이기 때문에 어른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어느 동물원과는 다르게 동물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 날 전이기 때문에 야경을 보려면 삿포로 JR타워 전망대나 오오도리 공원 TV타워를 올라가는 것이 좋다. 삿포로 JR타워 전망대는 38층이지만 삿포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계획도시답게 잘 짜인 건물과 도로의 모습이 아름답다. 오오도리 공원 TV타워를 올라가면(아직 안 올라가 봤지만) 오오도리 공원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고 한다. 눈 축제 기간에 올라가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 날에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돈키호테 같은 시내 쇼핑 후 도심에 있는 북해도 구청사, 오오도리 공원을 간단하게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호텔 밀집지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걸어서도 충분히 구경 할 수 있다.
마치며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가면 계속 가고 싶게 만드는 북해도의 매력! 아직도 경험 안 해보신 분이 있다면 가성비가 좋은 북해도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자유여행이 서툴고 어려우신 분이라도 다양한 여행사 관광 상품이 있으니 짧게 시간 내서 다녀온다면 업무로 지친 심신을 힐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조만간에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다양한 매력이 있는 북해도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