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방송 2019년 추진 현황과 향후 과제

지상파 UHD 방송 2019년 추진 현황과 향후 과제

972
0
UHD 재난경보 시범서비스 개시, 2019.09.23.
UHD 재난경보 시범서비스 개시, 2019.09.23.

이상진 SBS 전략기획실 정책팀 차장

올해는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한지 3년차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에 기반을 다지며 잠시 숨을 고르는 한 해였다. 작년과 달리 동계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 이벤트가 없어 방송사가 직접 제작한 UHD 콘텐츠로 방송을 해야 했다.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방송사의 경영환경은 해가 거듭할수록 끝을 모르게 추락하며 나빠지고 있고, UHD 방송 콘텐츠 시장은 아직 활성화 되질 못해 UHD 제작에 동력을 불어넣질 못했다. 이런 까닭에 방송3사는 저마다 올해의 UHD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연말에 와서 가까스로 15%를 넘기며 방송사에 주어진 방송허가 조건을 만족 시킬 수 있었다.
내년이 문제다. 내년은 UHD 정책방안의 편성권고 비율은 25%이기 때문에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현재의 편성전략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를 적절히 현실적인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작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내년에는 이러한 정책방안 재검토 작업으로 정부와 방송사, 연구기관, 제조사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장기간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본 고에서는 올 한해 지상파 방송3사가 함께 추진해온 UHD 방송 관련 추진 현황과 내년에 다루어질 UHD 관련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2019년 지상파 UHD 추진 내용
2019년에는 15%의 편성비율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장르의 UHD 프로그램이 제작되어 방송되었다. 드라마의 경우, 기존에는 재방송을 UHD로 편집하여 방송을 실시하고, 많은 사람들이 주로 시청하는 본방송 시간에는 HD로 방송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 해에는 본방송부터 UHD로 방송을 하는 시도가 몇 차례 이루어졌다. 주로 사전에 제작이 완료된 드라마를 방송하는 경우였으며, SBS의 경우 ‘배가본드’와 ‘VIP’가 본방송 시간에 UHD로 방송을 했다.
또한 스튜디오에서 촬영되는 교양물도 UHD 제작이 이루어졌다. 앞으로 편성비율을 높여가기 위해서는 UHD 전용 스튜디오에서 매일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UHD로 제작해야 편성비율을 상당히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 1회 50분 분량의 프로그램을 1년 동안 편성해도 편성비율은 0.5%밖에 오르질 않기 때문이다.
아직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예능과 드라마 장르는 현실적으로 UHD 제작이 어렵다. 매주 혹은 격주로 촬영을 하여 매주 방송을 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50대 이상의 카메라가 투입되어 편집과 자막삽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수십대의 카메라에서 수집되는 영상을 UHD로 편집하고, 자막을 넣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드라마 제작 프로세스는 촌각을 다투며 방송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제작물이 아닌 경우에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방송시간 전에 편집이 완료되어 입고되기까지 시간이 아주 빠듯하다. 방송사고의 위험을 감내하더라도 UHD 제작을 시도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UHD로 제작되는 교양 프로그램 ‘좋은아침’
UHD로 제작되는 교양 프로그램 ‘좋은아침’
UHD로 제작되어 본방송부터 UHD로 송출된 드라마 ‘배가본드’
UHD로 제작되어 본방송부터 UHD로 송출된 드라마 ‘배가본드’

예능과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UHD로 제작되기 위해서는 방송 산업 전반에 프로세스가 갖춰줘야 한다. 아직은 시기상조로 시장과 인력의 성숙도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한다.

올해는 수도권 방송3사의 16년말 신규허가에 이어 재허가를 받은 해였다. 지난 3년간의 추진실적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하는 차원으로 실시되는 정부의 사업허가 심사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방송 3사는 허가기준 점수를 넘어서서, 허가기간 4년의 재허가를 받았다. 당초 2015년에 만들어진 UHD 정책방안의 계획보다 실적은 다소 미흡했지만, UHD 프로그램 제작상의 어려움, UHD 관련 방송시장과 장비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은 점, 수신기 보급이 미약함 등의 이유로 정부는 2019년에 일괄 소멸되는 ‘UHD 프로그램 인정기준’을 개정하여 현실에 맞게 일부 조정하면서, 허가조건에 명시된 편성비율과 콘텐츠 투자 금액을 방송3사가 대부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재허가를 받은 앞으로의 4년은 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계획 이상의 투자를 실행하기가 어렵다. 거액의 비용을 들여 UHD로 제작한 드라마가 실제 유통과정에서는 HD 제작물과 동일하게 유통이 되고 있어, 당초부터 HD로 제작한 드라마에 비해 부가적으로 수익을 더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광고도 마찬가지로 UHD로 제작을 했다고 해서 HD와 달라지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UHD 프로그램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은 그대로 매몰되어 ‘투자에 따른 수익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는 UHD방송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UHD 방송 전반에 대한 정책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콘텐츠와는 별개로, 올해에는 UHD 방송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시작하는 한 해였다. 올해 4월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현재의 재난경보 수단에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산불이 급속하게 번지면서 주변 전력이 끊기고, 통신사 기지국이 제대로 동작을 하지 않아 산불이 일어난 지역에 있던 관광객이나 주민들에게 재난 정보가 전달이 되질 않았다.

자동차 블랙박스로 촬영된 강원도 고성 산불 현장
자동차 블랙박스로 촬영된 강원도 고성 산불 현장

산불이 도로까지 번져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도, 도로는 통제되지 않았고, 대형 산불의 발생 사실을 휴대폰으로 전달받지 못한 관광객이 위험하게 산불 속을 뚫고 도로를 달리는 상황이 속속 유튜브를 통해 알려졌다. 대형 재난의 순간에는 이렇게 현재의 통신사 문자위주의 전파 수단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진의 경우 특히 더 신속한 재난경보 전파가 필요하다. 10초라도 먼저 경보를 알려 대피를 할 수 있게 되면 생존율을 70%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재난문자 보완재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UHD 방송망을 활용한 재난 경보 시범 서비스 사업’이 드디어 올해 9월에 시작했다.

UHD 재난경보 시범서비스 개시, 2019.09.23.
UHD 재난경보 시범서비스 개시, 2019.09.23.

국가적 재난이 발생할 경우, 정부에서 신속히 방송사에 재난정보를 전달하고, 방송사는 이를 UHD 방송망으로 영상과 무관하게 데이터로 전송을 하여 옥외 전광판, 시내버스, 지하철, 주요 요양시설 등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나 전용수신기에 정보를 실시간으로 표출하는 서비스이다.
재난보도나 뉴스속보, 자막생성 등을 위해서는 준비 시간이 필요하지만, 방송망을 이용해 재난 발생 즉시 대중들에게 정보를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는 시범 서비스 단계로, 서울 시내의 일부 대형 옥외 전광판과, 버스 일부 노선에만 구현이 되어있다.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효과에 따라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직접수신율이 낮아지면서 UHD 방송망이 점차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지만, 이처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중한 수단으로 거듭나면서 지상파 방송망의 가치를 다시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image006

UHD 재난경보 시범서비스 – 옥외 전광판, 시내버스
UHD 재난경보 시범서비스 – 옥외 전광판, 시내버스


2020년의 과제

2020년에는 정부가 언급한 바와 같이 UHD 정책방안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실시한다. 2015년 말에 수립된 정책방안이 지금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UHD 방송 관련 시장상황의 면밀히 검토하여 현실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0년과 2021년에 실행해야 될 UHD 3단계 시/군권 도입을 연기하는 방안과 편성권고 비율의 조정,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환 완료 시점에 대한 재검토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2027년 UHD 완료를 목표로, 이에 수반되는 주파수의 재활용 등을 고려 중이나 이를 현실적으로 실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UHD 방송으로 활용중인 주파수의 재활용을 위해서는 DTV 종료가 선행되어야 하고, DTV 종료를 위해서는 UHDTV 보급률이 상당히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 서비스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대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저소득층 등과 같은 정부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들을 지원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UHDTV 보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DTV 종료를 강행하다 보면 국가 재원의 효율적 활용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의 UHD 콘텐츠 시장의 수급과 유통 활성화 정도를 예측하고, 이에 따른 방송장비 시장(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요구 수준에 적합한 고성능 방송장비)의 제품 수준 등을 살펴보며, 이에 맞는 시기 조절을 해야 불필요한 외산 장비를 고가에 사들여야 하는 폐해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기술적으로 당장 실시가 가능한 UHD 모바일 방송에 대해서도 정부의 정책검토가 필요하다. DMB와 양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보다는 시청자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으로 고품질의 무료 이동 방송을 통해 국민 편익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였으면 한다.

지상파 UHD 방송은 단시일 내에 완성한다기 보다는 유료방송 플랫폼의 홍수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며, 언제 어디서나 무료로 시청이 가능한 사회적 안전장치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가치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