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에서 선도자가 된 중국의 AI 혁신

추격자에서 선도자가 된 중국의 AI 혁신


최근 중국계 기술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5년이 시작되자마자 큰 충격과 화제를 불러온 생성형 AI 서비스 ‘딥시크(DeepSeek)’ 사례만 보더라도, 중국의 기술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딥시크는 데이터 투명성, 개인정보 보호, 보안 등의 우려로 인해 여러 국가에서 규제와 제한을 받고 있지만, 주목할 점은 새로운 가능성이 미국이 아닌 중국 기술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계 AI 기술이 주도하며 견고하게 형성해 온 글로벌 경쟁 구도는 중국의 기술이 가세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중국계 AI는 미국계 AI에 맞설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으며, 이는 AI가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국가 간 패권 다툼을 위한 지능 경쟁의 핵심 전략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딥시크가 던진 충격은 결코 가벼운 파장은 아니었다. 중국계 AI 기술의 성공은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해 온 미국계 기술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며, 글로벌 AI 경쟁의 패러다임과 AI 개발 방향을 단번에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3월 6일, 중국에서 딥씨크에 이어 AI 에이전트 마누스(Manus)가 공개되며, 미국 AI의 독주 체제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하였다. 마누스는 출시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방문자가 몰리며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하였다. 미국 AI 모델이 폐쇄형 전략을 펼쳐온 것과 달리, 중국 AI 모델은 오픈소스 전략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딥시크, 마누스 등 중국 AI 기술의 성공은 AI 기술 개발에서 저비용, 고효율 실현이 가능해지면서 AI 기술과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와 투자 전략도 전면 재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딥시크는 저비용, 고효율의 AI 모델로 AI 시장이 나아갈 다음 단계를 제시하였다. AI 학습, 인프라,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의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은 AI의 본격적인 대중화와 비즈니스 확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중국 AI 산업 성장의 국가적 로드맵
중국의 AI 산업은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중앙행정기관 국무원에서 2017년 7월 8일에 발표한 차세대 AI 개발 계획(国务院关于印发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的通知)을 보면, 2025년까지 AI를 경제 혁신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만들고, 2030년까지 중국이 AI 혁신의 글로벌 허브로 성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장기간에 걸쳐 AI 기술 혁신을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준비해 왔다. 이는 한국 정부가 몇 년간 AI 기술에 사활을 걸며 단기간에 다양한 정책과 계획을 쏟아내는 모습과 대비된다. AI 기술의 활용과 확산이 본격화한 것은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DX)과 함께 이루어진 측면이 크지만, 중국은 그보다 앞서 AI 기술이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를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그림 1. 중국 국무원 ‘차세대 AI 개발 계획’ / 출처 : 국무원(www.nhc.gov.cn)
그림 1. 중국 국무원 ‘차세대 AI 개발 계획’
/ 출처 : 국무원(www.nhc.gov.cn)


세계경제포럼(WEF)의 AI 거버넌스 얼라이언스가 발간한 백서 Industries in the Intelligent Age – Blueprint to Action: China’s Path to AI-powered Industry Transformation에서도 AI를 활용한 중국의 산업 혁신 전략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이 백서는 AI 기반의 산업별 과제 해결 방법과 혁신을 중심으로, 전략적 접근 방식, 혁신 주도적 성장, 생태계 협업, 정책 지원 등 중국이 추진하는 AI 산업 발전 방향을 심도 있게 소개하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중국의 AI 산업 규모는 700억 달러에 이르며, 약 4,300개 이상의 AI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AI 산업을 전략적으로 확장하고, 영향력을 강화해 온 결과로 평가한다. 백서에서도 국무원 발표내용을 바탕으로 중국의 AI 국가 전략과 거버넌스를 3단계 로드맵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림 2. 중국의 AI 국가 전략 및 거버넌스 / 출처 : World Economic Forum(2025).
그림 2. 중국의 AI 국가 전략 및 거버넌스
/ 출처 : World Economic Forum(2025).


중국 정부는 2022년 AI 로드맵 실현을 위해 ‘고품질 경제 개발을 위한 AI의 고수준 응용 프로그램을 촉진하기 위한 시나리오 혁신 가속화(2022)’를 발표하고, 모든 부분에서 AI 기술을 통합한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에 주력하였다. 이후, 2024년에는 국가 AI 표준체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 AI 산업을 위한 표준화 시스템 구축 가이드라인’을 도입하였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국가 표준과 산업 표준을 수립하여 AI의 표준화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중국에서 생성되는 연간 데이터양은 2022년 24ZB에서 2027년 77ZB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AI와 데이터가 서로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에서 중국의 데이터 생성량은 AI 기술 개발을 위한 주요 자원으로 활용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중국의 AI 생태계의 핵심은 인프라, 데이터, 기술, 에너지, 인재개발 등 5가지 요소이며, 이 중에서 인프라, 데이터, 에너지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AI 산업 인프라와 컴퓨팅 자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빠른 AI 발전 속도와 달리, 지나치게 국가 주도로 산업이 발전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2023년 7월, 베이징은 생성형 AI에 대한 정치적 규제를 도입하며 ‘생성 AI를 활용한 콘텐츠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했는데, 이는 중국의 AI 발전이 수직적 구조에 의해 실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중국
중국은 더 이상 기술 추격자가 아니다. 이제 중국은 기술 패권 다툼을 위한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는 점에서는 미국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나라의 지향점은 분명히 다르다. 중국 AI 기업은 미국과 달리, 산업이나 제조와 관련된 문제를 대규모로 해결하고 처리하는데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중국 정부의 목표도 개발도상국과 같은 저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실용적이고 저렴한 비즈니스 도구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것이다. 중국의 목표는 반드시 ‘프런티어 AI’가 아니라 ‘대중적 AI’를 지향하며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AI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이 주목하는 핵심 AI 산업
중국은 금융, 의료, 전기 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특정 산업에 응용되는 AI 기술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의료 산업에서 AI는 의료 영상 분석 및 유전자 데이터 해석을 통해 AI 기반 진단의 정확도를 향상시키며, 질병 진단을 위한 의료 시나리오의 정밀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중국의 의료 AI 솔루션 시장은 글로벌 대비 더 높은 성장률을 예상하는데, 실제로 중국의 자가면역 치료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 27%로 2030년까지 200억 달러로 전망된다. 또한 자동차 산업에서 AI는 자율주행차를 위한 혁신에 주력하며, 2030년까지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보급률이 5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인 비야디(BYD)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

선도자로 변모한 중국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한국
과거 중국은 서구 기업들의 기술을 모방하고,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네트워크 인프라, AI 칩, 전기차, XR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더 이상 단순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니라,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기술 경쟁력은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이 이제 막 한국의 기술력을 따라잡은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나, 실상은 단순한 추월을 넘어 한국이 오히려 중국의 기술을 벤치마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력의 경우 중국이 한국을 앞서고 있으며, 이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이다. 과거 ‘IT 강국’으로 불리던 한국의 위상은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며,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중국 AI 기술의 발전은 방송·미디어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현재 많은 국가가 중국 기술의 안전성과 보안성 문제를 우려하며 이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AI 기술을 오픈소스로 개방하는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이러한 우려가 일부 해소된다면, 방송·미디어 산업에서 저비용으로 자동화, 개인화, 가상화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의 방송·미디어 산업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중국이 추진하는 대규모 AI 기반 미디어 혁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제한적이다. AI 기반 미디어 혁신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한국의 방송·미디어 산업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AI 기술 도입을 넘어, 적극적인 AI 투자 및 협력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 제작 방식과 미디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참고문헌
이정연(2025.3.20). 훨훨 나는 중국증시…”미국 넘을 것”-“특정 분야 거품” 전망 엇갈려. 한겨 레. 국제, 중국.
Jacob Dreyer(2025. 2. 18). China made waves with Deepseek, but its real ambition is AI-driven industrial innovation. nature.
J.P.Morgan(2024.5.13.). How AI is shaping these three industries in China.
World Economic Forum (2025. 1). Blueprint to Action: China’s Path to AI-Powered Industry Transformation. White Paper.
国务院. 国务院关于印发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的通知(http://www.nhc.gov.cn)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