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進退兩難)
오도 가도 못 하고 있다. 디지털로 가자니 너무 늦은 것 같고, 스트리밍으로 무게추를 확 옮기자니 ‘방송’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릴 것 같다. 그렇다. 한국 라디오 플랫폼 얘기다.
논의 시작은 빨랐다. 일찍이 90년대 후반부터 정부와 방송사들은 디지털라디오 기술표준 선택을 고민했다. 그러나 미국식 디지털TV 기술표준의 취약점(이동 수신)을 보완하는 해법으로 DAB 디지털라디오를 변형한 DMB가 등장하면서, 디지털라디오 논의는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후엔 각자 유리한 기술표준을 주장하는 메이저 방송사들의 갈등으로 시간을 끌었다. 그 와중에 스마트모바일 혁명에 올라탄 라디오 OTT가 시장에 뿌리를 내렸고, 기술표준에 대한 이견이 잦아진 뒤엔 단말기 보급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결정이 미뤄졌다. 그게 2012년 봄이다. 그 후로 3년, 방송 안팎의 시선은 UHD TV에 쏠려 있고, 차세대 라디오플랫폼에 대한 관심은 실종되었다.
한편 우물 밖의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은근과 끈기로 DAB 디지털라디오를 보급해온 영국과 독일, 북유럽 국가들은 디지털라디오 이용률이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고, 마침내 FM을 끊고 디지털 송출로 완전 전환하자는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스마트모바일 혁명 직후(2009년), 유럽 동료 국가들의 시행착오를 벤치마킹한 호주는 디지털라디오 보급의 모범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기술표준(HD-Radio)은 정하였으나 디지털라디오 보급을 시장 자율에 맡긴 미국의 경우, 스트리밍과 위성라디오의 강세 속에 디지털라디오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디지털라디오 보급이 비교적 잘 된 국가나 사실상 실패한 국가 모두 스마트모바일 등장 이후 고민에 빠졌었다. ‘디지털라디오냐?, 스트리밍이냐?’, 좀 더 근본적으로 말하면, ‘방송망을 계속 진화시킬 것인가? 인터넷으로 갈 것인가?’를 두고 갈팡질팡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지난 수년 간 양자택일의 프레임에 빠져있던 세계 라디오업계는 요즘 ‘제3의 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양자의 장점을 결합하는 길, 하이브리드(hybrid)가 궁극적 해법이 되리라는 생각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하이브리드 라디오 = 인터넷의 비교우위 + 지상파의 비교우위
고정 비용으로 막강한 동시전송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지상파의 비교우위라면, 양방향성과 소프트웨어적 기능 확장은 인터넷의 비교우위다. 각자를 따로 생각하여 양자택일의 고민(아날로그 지상파에서 디지털지상파로 갈 것인가? 스트리밍에 몰방할 것인가?)에 빠졌던 세계 라디오업계는 이 두 가지를 결합하는 지름길이 있음을 깨달았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모바일인터넷기기가 어느새 사람들 손마다 들려있으니, 여기에 지상파를 꽂으면 되지 않겠나?
하이브리드라디오는 위 개념도와 같이 실시간 오디오는 지상파로 받고, 나머지 방송 정보와 양방향성 구현 등은 인터넷에 의존하는 것이다. 라디오수신기에 인터넷을 꽂는 방법도 있지만 스마트기기, 특히 개인의 필수 휴대기기가 된 스마트폰에 지상파라디오수신칩을 넣음으로써 광범위하게 보급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라디오를 스마트폰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마트폰에 FM(혹은 디지털라디오) 같은 지상파라디오칩이 내장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구동시킬 앱으로는 일반 FM앱(그림 4의 예)이 아닌 하이브리드라디오앱(그림 5의 예)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앱은 완전히 다른 인터페이스를 보여주는데, 일반 FM앱이 주파수 선택, 볼륨 조정이라는 기존 FM 라디오의 UI를
그대로 가져오는 개념인 반면, 하이브리드라디오앱은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라디오 OTT와 같이 주파수를 몰라도 브랜드와 로고로 채널을 선택할 수 있으며, 풍부한 방송정보, 실시간 피드백, SNS 공유, 다시듣기 등 확장된 스마트 인터페이스를 보여준다.
스마트폰에도 맹장이 들어 있었다?
하이브리드라디오 구현을 목표로 스마트폰에 FM이나 DAB칩 탑재를 추진하던 라디오업계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많은 스마트폰에 FM칩이 들어있다는 것, 그리고 그중 많은 수가 불활성화(deactivated)되어 출고된다는 것. 불활성화 되어 있는 FM칩은, 들어있어도 쓰일 수 없는, 마치 사람의 맹장과 같은 것이다.
물론 FM칩만 들어있다고 라디오가 들리진 않는다. 이어폰을 안테나로 활용하기 위해 안테나 단자와 칩모듈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라디오 구동을 위한 API와 앱도 필요하다. 그러나 칩에 비하면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인 조치일 뿐.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거나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닌 다른 주체들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러면 왜 쓰지도 않는 FM칩이 스마트폰에 들어갔을까?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커넥티비티칩에 FM 기능이 통합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이를 소위 콤보(combo)칩이라 하는데, FM 기능이 추가되는 것이 단가에 거의 영향이 없고, 글로벌한 부품 공급 체계에 따라 굳이 FM 기능이 빠진 커넥티비티칩을 선택할 이유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미국 시장의 경우, 팔리고 있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이미 FM칩이 내장되어 있으나 이 중 2/3가량이 불활성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NPR, 보스톤글로브, 워싱턴포스트 등의 보도). 특히 시장의 메이저라 할 수 있는 애플, 삼성, LG의 제품이 불활성화 비율이 높다고 한다.
한국 상황은 어떨까? 아이폰6에 FM칩이 들어있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나, 국내에 유통 중인 삼성과 LG의 플래그쉽 모델들의 FM칩 내장 여부는 확인하기 힘들었다. 칩도 내장되어 있고 실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외산폰들(HTC, 소니, 모토로라, 화웨이, 샤오미 등)은 국내 대리점에서 구하기 어렵다. 이통사 대리점에 가서 ‘FM 라디오 들을 수 있는 스마트폰 있어요?’ 물어보면 주로 폴더형 ‘효도폰’을 보여 준다. 그런데 국내의 특이한 점은 ‘홍길동 FM칩’의 존재였다. FM을 들을 수 있으나 홍보물은 물론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스펙에도 이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폰들이 있다. 최근 많이 팔리는 SKT의 루나폰[그림6], LG의 밴드플레이폰[그림7]이 그런 것인데, 포장을 뜯어서 동작시켜보기 전에는 FM을 들을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필자가 회사 주변 다섯 군데 대리점을 뒤졌지만, 이들 폰들로 FM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점원이 없었다. 공식 웹사이트의 어디에도 FM이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호부호형하지 못하는 FM 수신칩, 그야말로 ‘홍길동칩’이다.
행동에 나선 미국과 유럽
이런 상황을 간파한 미국과 유럽의 라디오업계는 스마트폰 내 지상파라디오 수신칩 활성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타겟은 데이터소비 감소를 우려해 해당 칩 불활성화를 제조사에 요구해왔던 이통사, 글로벌 제조사, 그리고 무료 보편 재난매체를 보급할 책임이 있는 정부다. 유럽 라디오업계는 사회적 책임과 청취자 편익을 강조하면서, BBC와 EBU(유럽 방송 협회)를 중심으로 미국 NAB(미국 방송협회), 호주 CRA(상업라디오협회)까지 연계하여 ‘Universal Smartphone Radio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라디오업계 역시 연방 정부에 대한 정책 요구, 의회 로비, 여론전 등을 펼치고 있다.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미국 라디오업계의 비즈니스적인 해법, Nextradio 사례다. Nextradio는 스마트폰 내장 FM 수신칩을 통해 하이브리드라디오를 구현하는 사업자로서, 하이브리드 라디오의 양대 핵심 요소인 하이브리드라디오앱(Nextradio app)과 방송 정보 클라우드 서비스(Tag Station)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한 라디오 그룹인 ‘Emmis Communication’이 자회사를 설립하여 경영을 전담하고 있으나, 그 사업비용을 미국 라디오업계 공동 펀드와의 콜옵션을 통해 보장받는 독특한 구조를 띠고 있다. 이는 단일 기업에 의한 스피드와 추진력을 확보하면서도 업계 공동 이익에 배치되지 않게 하려는 장치로 보인다.
이통사 설득에 공을 들여왔던 Nextradio는 2013년 드디어 미국 내 3위 이통사 스프린트(Sprint)를 잡았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스프린트가 판매하는 안드로이드폰의 FM 수신칩을 활성화하고 Nextradio app을 탑재키로 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스프린트의 안드로이드폰 40여 종에서 FM 라디오를 하이브리드앱으로 들을 수 있으며, 여기에 갤럭시 S6, 갤럭시노트5, LG G4 등 메이저 제조사의 최신 플래그쉽 모델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Nextradio의 끈질긴 설득과 여론 마케팅은 결국 올 7월 AT&T, 그리고 8월엔 T-Mobile로부터도 스마트폰 FM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끌어냈다. 미국 4대 메이저 이통사 4개 중 3개의 스마트폰에서 FM을 들을 수 있는 길이 트인 것이다.
한국 라디오의 여러 난제들을 관통하는 하이브리드라디오
스마트폰을 통한 하이브리드라디오는 청취자, 방송사, 정부에게 다양한 편익을 주는 것은 물론 이통사와 제조사에게도 긍정적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아래 표)
특히 위 표에서 붉은색으로 강조된 부분들은 그간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한국 라디오의 해묵은 과제들이다. 해결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방송사들이나 정부나 모두 감나무 밑에 자리만 펴고 있는 문제들이다. 하이브리드라디오가 어떻게 이 난제들을 풀 수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스마트폰을 라디오 단말기로 활용함으로써 디지털라디오 도입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국내 디지털라디오 도입 논의의 발목을 잡은 마지막 문제는 단말기 보급에 대한 우려, 이로 인한 시장실패 문제였다. 그러나 하이브리드라디오는 스마트폰을 지상파라디오단말기로 확보하는 구조다. 일단 현행 FM칩으로 시작하고, 디지털라디오 기술 표준과 정책이 확정되면 스마트폰 제조 단계에서 FM칩을 DAB+ 등의 디지털라디오칩으로 교체함으로써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바꾸는 시점에 디지털라디오로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다(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평균 단말기 교체 주기는 1년 2개월이다). 하이브리드앱을 통해 라디오를 접하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속 칩이 FM인지 DAB+인지, 아날로그 송출망을 타고 오는지 디지털 송출망을 타고 오는지 알 길이 없고, 알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듣던 채널 음질이 좀 좋아졌구나, 잡음이 없어졌구나, 못 보던 채널들이 늘어났구나 느낄 뿐이다. 망에 관계없이 동일한 단말기,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유지하기 때문에 부드러운 디지털 도입(전환)이 가능해진다.
둘째, 청취율 조사 고도화를 넘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단계로 점프할 수 있다.
라디오 청취율 조사는 TV에 내장된 피플미터를 통해 실제 시청 채널을 감지하는 시청률 조사와 달리 청취자에게 직접 ‘청취 기억’을 묻는 형태로 진행된다. 다양한 단말기와 장소를 통한 청취 정보를 수집한다는 면에서는 ‘통합 청취율’의 장점이 있지만, 기억에 의존하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진다. 더구나 설문 조사 형식이라 샘플이 작을 경우 신뢰도는 더 떨어진다. 경쟁 매체들의 광고 효과 측정 방법이 정밀함을 더해가는 가운데 라디오의 이 같은 청취율 자료는 광고매체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사 샘플을 키우고 스마트 청취율 조사 기법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논의만 무성할 뿐 대안은 요원해 보인다. 하이브리드라디오는 이용자가 앱으로 라디오를 조작하므로 그 액션 로그가 빠짐없이 데이터로 남는다. 청취율, 점유율, 지속 시간, 채널 변경 경로, 피드백 빈도, 볼륨 조정, SNS 사용 등 청취자의 모든 행동이 빅데이터로 쌓인다. 기존 청취율 조사와는 차원이 다른 편성 자료, 광고 자료, 마케팅 자료가 나온다. 물론 빅데이터 분석 능력이 따라야겠지만.
셋째, 재난매체로서의 선언적 의미를 넘어서는, 실용적 백업 재난매체를 모두의 손에 들려줄 수 있다.
‘라디오가 재난매체로서 중요하다’는 말은 한국에서 이제껏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 지하주차장 등에서 라디오와 DMB 수신을 의무화하는 법이 만들어졌는데 그거 무슨 소리냐며 항의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라디오 음영 지역이 개선되는 움직임은 피부에 닿지 않는다. 또 재난 시 바로 손에 닿는 곳에 단말기가 있어야 재난매체로서 의미가 있는데, FM 수신기를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상황, 그리고 이를 시장에만 맡겨버리는 정부와 국회가 진정 라디오를 재난매체로 보고 있는지 솔직히 의심스럽다.
라디오가 ‘선언적 의미의 재난 매체’를 넘어서려면 두 가지 문제를 짚어야 한다. 우선 재난 시 라디오의 구체적 역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재난발생 시 라디오는 사람들에게 현재 상황을 신속히,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갭필러가 곳곳에 깔려야 작동하는 이동통신망과 달리, 건물이 무너지고 홍수가 나는 상황에서도 라디오전파는 수신할 수 있고, FM수신에 필요한 단말기 전력이 적으므로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반면 통신망은 있어도 못 쓰는 경우가 발생한다(몇 해 전 미국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당시, 이동전화망 신호로 추가 기폭 장치를 터뜨릴 위험 때문에 당국이 현장 주변의 통신망을 차단했었다). 한편 리턴 채널이 없는 라디오는 통신망처럼 고립된 사상자가 ‘나 여기 있소’하는 피드백을 줄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는 통신망이 비교우위에 있다. 이처럼 라디오와 IP 기반 통신망은 재난매체로서의 비교우위가 서로 다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재난통신망을 재정비하는 논의가 활발하지만, 이는 주로 IP 기반 재난통신망이다. 라디오의 차별적 비교우위를 인지하고 이를 백업으로 활용하는 정부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중요한 업무는 항상 백업을 구성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방송 시스템도 백업 구성이 기본 아닌가?).
다음은 단말기 접근 가능성이다. 라디오가 재난매체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있어야 한다. FM 수신칩이 스마트폰에 내장된다면, 개인마다 재난 대비 단말기를 몸에 지니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것은 3G, LTE가 끊어져도 동작한다. 고립된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비행기모드로 돌리면, 적은 전력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현재 상황을 전달받을 수 있다.
마지막 편익은 라디오의 올드미디어 이미지 탈피다. 하이브리드라디오는 스마트미디어다. 스마트폰에 있기 때문에 스마트미디어가 아니라, 스마트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고 스마트모바일의 다른 서비스들과 자연스럽게 융합되기 때문이다. 앞서 국내 시장의 ‘홍길동폰, 홍길동칩’ 얘기를 했었다. 국내 제조사들은 왜 FM 기능을 떳떳하게 내세우지 못했을까? 몇몇 실무자들은 ‘라디오의 구린 이미지’를 언급했다. 라디오라는 올드미디어를 강조하는 순간 그를 담고 있는 스마트폰의 이미지마저 훼손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미국 Nextradio의 홍보 영상을 보시기 바란다(https://youtu.be/GjiL13aTzEo). 여전히 구린가? 스타일리쉬하고 힙한 미디어 아닌가? 라디오는 시각에 자유를 주는 매체다. 사유와 감성의 중요성이 재조명받는 시대, 스마트한 이미지까지 더해지면 라디오는 세련된 대안미디어로서 거듭날 수 있다. 이통사와 제조사에게도 매력적인 기능으로 다가갈 수 있고, 젊은 청취자와도 재회할 수 있을 것이다.
지상파라디오, 5G 시대에도 의미가 있을까?
장밋빛 청사진을 잠시 내려놓고 현실을 보자. HD 영화를 수 초 내에 받아버리는 기가인터넷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모바일 전송 용량과 속도가 극대화되는 5G 시대도 곧 열린다고 한다. 앞서 설명한 하이브리드라디오가 필요한 이유들도, 그런 시대가 되면 다 부질없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솔직히 반론하지 못하겠다. 적어도 기술적 측면에서는. 그러나 그런 때가 오면 논의의 프레임을 옮겨야 할 것이다. 어떤 기술이 더 나은가가 아니라, 우리가 ‘무료 보편 서비스로서의 방송’이라는 사회적 시스템을 유지해야 하는가를 물어봐야 할 것이다.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그에 따르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해야한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바꿔 말하면 ‘방송’ 개념을 포기하지 않은 한, ‘라디오 발전의 다음 스텝은 하이브리드라디오’라는 말도 된다. 업계의 의지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방송 개념이 해체되는 시점이 오기 전에 실현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