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의 완성을 위한 소통의 중요성
117년 만의 11월 폭설이 내린 2024년 11월 27일 오전, 목동 CBS 사옥의 한 스튜디오는 특별한 열기로 가득 찼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진행요원들과 항공기 기장 복장의 스태프들이 방문객을 맞은 가운데, AI가 합성한 ‘기장’ 목소리로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미디어 기술로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CBS 기술국 정보시스템부와 CBS 방송기술인협회가 주최한 사내 기술 전시회, ‘어서옵SHOW 시즌 2’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행사를 준비한 엔지니어들은 두 달 넘게 본업과 전시회 준비를 병행했다. 사실상 ‘투잡’에 가까운 업무 강도를 견뎌낸 힘의 원천은 ‘소통’을 향한 의지에서 나왔다. “새로운 기술이 있다는 걸 알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기술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고,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CBS 직원들이 즐겁고 편한 분위기에서 소통의 문화를 즐기는 것”이라며, 행사 기획을 주도한 박명석 부장과 김준규 기술감독은 입을 모아 말했다.
2020년 ‘어서옵SHOW 시즌 1’에 비해 뜻을 모은 이들의 수도 늘어났다. 2020년 행사 당시 ‘정보네트워크부’에는 부원이 다섯 명이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시즌 2’가 열린 이번에는 정보시스템부 소속 인원이 두 배로 늘었을 뿐 아니라, CBS 방송기술인협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활약도 있었다. CBS 방송기술인협회 소속의 정규석 부장, 나경록 차장이 제공한 팝콘은 방문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장한별 엔지니어가 직접 만들어 제공한 모히또를 마시고 싶어서 행사장을 다시 찾은 이들도 있었다.
Section 01. AI, 네가 기사 좀 쓴다며?
2020년 4개 섹션으로 시작했던 ‘어서옵SHOW’는 이번 ‘시즌 2’에서는 6개 섹션으로 확대되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AI, 네가 기사 좀 쓴다며?’ 섹션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만든 기사 생성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보도자료를 입력하면 텍스트 생성 AI가 핵심 요점을 정리해 스트레이트 기사를 작성하고, 이미지 생성 AI가 기사와 어울리는 삽화까지 그려내는 모습에 방문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Section 02. CBS 라디오 인기의 비결은 선곡
라디오 방송 제작자들의 주목을 받은 ‘CBS 라디오 인기의 비결은 선곡’ 섹션은 데이터 기반 선곡 통계 서비스를 주제로 했다. ‘최근 10년 동안 눈 오는 겨울날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낸 노래’처럼 세밀한 검색이 가능한 이 시스템은, 어떤 곡의 ‘다음 곡’으로 많이 선곡된 노래나 그중 인기가 높았던 곡도 찾아줬다. 행사장을 찾은 CBS 라디오 PD들은 “필요한 기능이었다”라며 환영했고, “첫눈 같은 특별한 기상 정보나 태풍・호우 같은 재난 정보도 검색에 활용하자”라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Section 03. 안드로이드 오토 & 애플 카플레이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앙증맞은 스티어링 휠 모양 장난감으로 꾸민 ‘안드로이드 오토 & 애플 카플레이’ 섹션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차량용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환경을 지원하도록 개선한 레인보우 앱을 소개하는 섹션이었다. CBS 레인보우 앱은 올봄 국내 방송사 라디오 스트리밍 앱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 기능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앱 이용 시간이 12%나 늘어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Section 04. 레인보우를 들으며 걷는 즐거움
‘레인보우를 들으며 걷는 즐거움’ 섹션에서는 베타 테스트를 앞둔 ‘레인보우 함께걷기’ 서비스가 공개됐다. ‘레인보우 함께걷기’ 서비스는 방송을 들으면서 걷기 운동을 하는 청취자들을 위한 기능이다. 방송을 들으며 걸으면 걸음 수를 세어 7,000걸음 등 목표를 달성한 참가자에게 선물을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걷고 있다’는 청취자 사연에서 힌트를 얻어 기획했다고 한다. 최근 ‘캐시워크’ 등 걷기 앱의 성공 이후 많은 기업이 자사 앱에 걷기 기능을 추가하고 있는데, 앱에 걷기 기능이 있으면 이용자들이 걸음 수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앱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방송업계에서는 전례가 없는 이 시도에 대해, 청취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라디오 방송 진행자들의 반응이 특히 뜨거웠다. 행사장을 방문한 CBS 아나운서들은 “매일 프로그램별 걷기 순위 1, 2, 3위를 금, 은, 동메달로 표시하자”라는 등 구체적인 제안도 보내왔다.
Section 05. 너만을 위한 내 마음의 한 줄
‘너만을 위한 내 마음의 한 줄’ 섹션에서는 ‘오디오 스트리밍 동적 데이터 삽입 기술’이 소개됐다. 지금의 레인보우 앱은 오디오와 곡 정보를 각각 다른 경로로 전송하고 있지만, 행사를 통해 소개된 새로운 기술은 오디오 신호 속에 곡 정보를 함께 실어 보낸다. 곡 정보뿐 아니라 다른 데이터, 가령 청취자가 보낸 ‘한 줄 메시지’ 또한 이 방식으로 전송해서 앱에 표시할 수 있다. 이 기술을 도입하면 레인보우 웹 서버가 지금의 40% 수준만 일해도 현재 트래픽을 견딜 수 있어서, 접속자가 지금의 2.4배로 늘어나더라도 서버 증설 없이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Section 06. 콘텐츠 세로본능
마지막으로 ‘콘텐츠 세로본능’ 섹션에서는 세로형 숏폼 콘텐츠를 위한 ‘숏폼 모듈’이 공개됐다.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모두 구동되는 이 모듈은 ‘만나’, ‘레인보우’, ‘노컷뉴스’ 등 CBS가 서비스하고 있는 모든 모바일 앱에 탑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행사장을 방문한 CBS 직원들은 “앱에 이런 기능이 추가된다면, 긴 버전 원본 영상으로의 유입을 돕는 ‘관문’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호평을 쏟아냈다.
1
1
특별 세미나 01.
<차세대 IP 기술 NDI의 모든 것> 이광희 디브이네스트 대표
오후에는 특별 세미나가 열렸다. 이광희 디브이네스트 대표는 <차세대 IP 기술 NDI의 모든 것> 세미나에서 차세대 방송 기술인 NDI를 소개했다. NDI는 높은 네트워크 요구사항 때문에 아직 테스트만 진행하고 있는 다른 IP 비디오 규격과는 달리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치고 실제 활용이 진행되고 있는 저용량, 저지연이 특징인 IP 비디오 프로토콜이다. 이미 여러 방송국을 비롯해 기업, 학교, 국회 등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아리랑국제방송의 ‘스마트 라이브 스튜디오’가 NDI 기반으로 구축되었다.
이광희 대표는 IP 기반 비디오 기술을 전송용과 제작용, 배포용 등으로 구분하며, 주요 IP 비디오 전송 프로토콜에 대해 소개했다. 그리고 NDI에 대해 대역폭과 연결 편의성, 장비 호환성, IP 생태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제작용 IP 비디오 기술로 분류되는 NDI는 전송 대역폭 면에서 SDI 기술과는 달리 4K와 같은 고용량의 영상 전송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4K/UHD 영상 전송을 위해 기존 SDI 기반으로는 12G-SDI를 통해 전송할 수 있으며, IP 전송으로는 25GbE나 40GbE의 대역폭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NDI를 통해선 1GbE만으로도 여러 채널을 전송할 수 있다. 문제는 8K 전송 시 발생한다. 12G 기술의 업그레이드 격인 48G나 96G가 현 기술로 구현이 불가능하지만 IP 비디오 전송을 통해서는 100G, 400G에서 가능할 뿐만 아니라 NDI에서는 10GbE만으로도 충분히 전송할 수 있다.
또한, NDI를 사용한 PTZ 카메라의 경우 한 개의 LAN 선만으로 비디오, 오디오, 전원, 탈리, 컨트롤, 전원공급을 모두 처리할 수 있어 카메라의 수가 늘어나더라도 메인 스위처에 연결되는 네트워크 케이블은 증가하지 않아 구축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NDI를 지원하는 카메라의 경우 소니, 캐논, 파나소닉 등에서 PTZ 카메라에 필수로 지원하고 있고, 이미 그 종류가 수백 가지에 이르고 있다. NDI를 지원하지 않는 기존 베이스밴드 장치에도 NDI 컨버터를 활용하면간단하게 NDI를 활용할 수 있는 제작 환경으로 바뀔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올해 4월에 공개된 NDI 6이 소개되었다. NDI 6에서는 HDR 지원과 WAN 연결이 가능하게 되어 방송 NDI의 유연성, 효율성 및 상호 운용성이 보다 높아진다.
한편, 세미나에서 디브이네스트는 Vizrt TriCaster TC2 Elite를 메인 스위처로 사용하여 모든 행사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중계하였으며, 행사장 내부에 설치된 vmPTZ B91-N, B71-N, B61-N 등의 카메라를 통해 행사장 내부와 세미나 진행을 유튜브로 생중계하였다. 또한, NDI 관련 솔루션을 행사장 한쪽에 전시하여 시연 및 관람객들이 경험해볼 수 있었다.
특별 세미나 02.
<방송 제작을 위한 뮤직 오토태깅> 김광성 엔지니어
뒤이어 CBS 플랫폼개발팀 김광성 엔지니어의 <방송 제작을 위한 뮤직 오토태깅> 세미나에서는 AI를 활용해 음악에서 메타데이터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실험이 진행됐다. 세미나에서 소개된 기술을 활용하면 음악을 분석해 장르, 악기 구성, 템포, 분위기 등 음악적 특징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태그를 달 수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질 좋은 메타데이터를 다량으로 확보해 음악 방송 제작이나 추천 시스템 구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메타데이터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시작한 세미나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전반부에서는 전통적인 프로그래밍과의 비교를 통해 ‘머신러닝’ 개념을 소개하고, ‘특징 학습’의 대두에서부터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합성곱 신경망), RNN(Recurrent Neural Network, 순환 신경망) 등 기초적인 신경망 아키텍처까지 ‘딥러닝’의 발전사를 개괄했다. 후반부에서는 자체 구현한 딥러닝 모델을 소스 코드 수준에서 해설하고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이 모델은 테스트 결과 ROC-AUC 기준 92%가 넘는 정확도를 기록했다. 입력된 현악 4중주곡의 오디오 파일에서 ‘클래식’, ‘현악’, ‘바이올린’, ‘첼로’, ‘느린’, ‘보컬이 없는’ 등의 태그를 추출해 내는 등 좋은 성능을 보였다. 김광성 엔지니어는 세미나를 마치며 “이 모델은 현재 실험 단계로 여러 한계점 때문에 아직 방송 제작 현장에서 쓰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도, “한계만큼 가능성도 발견한 실험이었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어서옵SHOW 시즌 3을 기대하며
이틀간의 행사에 총 224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방송 제작·보도·경영 직군의 직원은 물론이고, 청소·경비 담당 직원들까지, 본사 건물에서 일하는 전 부문이 참여했고, 각 지역의 CBS 지역본부 직원들도 방문했다. 김승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 최영훈 YTN 방송기술인협회장을 비롯한 타 방송사 엔지니어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각 섹션을 체험하고 받은 도장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품 추첨 이벤트에는 CBS 제작국을 비롯한 사내 조직은 물론, DVNEST, SQ&T 등 CBS와 관계가 깊은 회사들이 상품을 제공하는 등 후원에 참여해 더욱 풍성한 행사가 됐다.
한편, 이 행사에서 소개된 기술은 CBS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안드로이드 오토 & 애플 카플레이’ 섹션을 맡은 플랫폼개발팀 김동희 기술감독 및 이정우C 기술감독은 방송업계 최초로 라디오 앱의 차량 연동 기능을 구현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4 방송기술대상에서 ‘방송기술혁신상’을 수상했다. 데이터 기반 선곡 통계 서비스를 개발한 같은 팀 소속의 정은영 차장은 ‘우수상’을 수상했다.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성장한 모습을 보인 이번 행사는 ‘기술을 매개로 한 소통’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각 섹션마다 방송 기획·제작이나 취재·보도 현장의 감각이 담긴 의견이 쏟아졌고,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저런 기능도 추가하면 어떨까” 하는 구체적인 개선안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CBS 엔지니어들이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에 어떤 기술로 응답할지, 다음 ‘어서옵SHOW’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