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인간의 협업은 이제 실험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실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창의적 표현 과정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AI를 지능적이며 창의적인 협업 파트너로 진화시키고 있다. 2024년, 타임지가 ‘AI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한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부교수 이선 몰릭(Ethan Mollick)은 저서 『듀얼 브레인(Dual Brain)』에서 “AI는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며, 창의성과 판단의 새로운 협업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이론을 넘어, 현재 영상 산업의 변화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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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생성형 AI 영상 시장과 기술 개선
AI는 영상 제작 분야에서도 빠르게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AI 영상 생성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6억 6,480만 달러 규모로 집계되었고, 2025년에는 7억 6,68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은 2032년까지 25억 6,29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20%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성장세는 기업들이 AI 영상 생성 기술의 개발과 투자가 집중하며 경쟁 요소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AI가 보조적 도구 이상으로, 창의적 판단과 표현을 추구하는 협업 파트너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생성형 AI 기반 영상은 초기에는 객체나 장면의 일관성 부족, 서사적 구성의 결함 등이 기술적 한계로 지적되었으나, 최근 이러한 오류가 점차 개선되며 비교적 짧은 형식의 광고나 숏폼 등 실험적 영상 제작에서 서사적 완결성을 요구하는 장편 콘텐츠 제작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제 생성형 AI는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산업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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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기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지난 7월 17일,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처음으로 생성형 AI(Generative AI, GenAI)를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 첫 번째 대상은 아르헨티나의 SF 드라마 시리즈 <엘 에테르나우타(El Eternauta)>였다. 이 작품은 1957년 발표된 아르헨티나의 고전 SF 원작을 바탕으로, 독성 눈보라로 인해 폐허가 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의 생존 이야기를 6부작으로 담아냈다.
넷플릭스는 자사 제작진과 프로덕션 자회사인 아이라인 스튜디오(Eyeline Studios)와 협력해서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건물이 붕괴하는 장면을 생성형 AI로 제작했다. 이에 공동 CEO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과거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고급 시각화 효과 구현을 위해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생성형 AI를 통해 예산을 초과하는 시각적 효과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기존 전통적인 VFX 방식보다 10배 빠르게 시각적 효과를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엘 에테르나우타>는 AI가 서사 중심의 영상 제작 과정에서 실제로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 출처 : 넷플릭스 예고편 캡처
생성형 AI 기반 검색 기능의 강화
넷플릭스의 공동 CEO 그렉 피터스(Greg peters)는 넷플릭스에서 개인화, 검색 및 광고 등 여러 분야에서 생성형 AI를 활발히 활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독자들이 요청하는 대화형 문의를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도록, 올해 초 오픈AI(OpenAI)의 ChatGPT를 활용해서 대화형 검색 경험을 구축했다. 이 기능은 iOS 사용자를 대상으로 사전 등록 베타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며, 지난 4월부터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일부 구독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 : TC (2025. 5. 7).
아마존(Amazon)의 경우, 이미 파이어 TV(Fire TV)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검색 기능을 제공 중이다. 알렉사(Alexa)는 TV 프로그램과 영화에 대한 개방형 질문에 답하고 사용자 선호도에 맞춰 더욱 구체적인 추천을 제공한다. 이 기능은 아마존에서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자연어와 구문을 이해하고 특정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배우, 등장인물, 장르, 주제에 따라 옵션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성형 AI 기반의 새로운 기능이 실제로 이용자의 서비스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이보다 앞서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인 투비(Tubi)는 ChatGPT 기반의 검색 도구를 도입해, 콘텐츠 관련 질문에 답변하고 사용자 맞춤형 영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활용도가 낮아 결국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어, AI 검색의 실효성에 대한 실증적인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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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의 생성형 AI 광고 제작 솔루션
영국 공영방송 ‘채널4(Channel 4)’가 AI 기반 TV 광고 제작 서비스를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채널4는 공영방송이지만 BBC와 달리 공적 자금 지원 없이 광고 등 상업적 수익 활동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채널4는 AI 기술 기업 스티머AI(Streamr.ai)와 텔라나(Telana)의 기술을 활용해,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방영할 수 있는 TV 광고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채널4는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기존 보유 자료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광고를 제작하는 방식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 서비스는 웹사이트 및 소셜미디어 자산을 기반으로, 방송 윤리에 부합하는 TV용 광고를 자동 생성하는 프로토타입 도구로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더욱 쉽게 TV 광고 캠페인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 TV 광고 제작 과정의 복잡성과 높은 비용, 그리고 전문적인 창작 역량에 대한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광고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멀티 플랫폼 제작사 스프리트 스튜디오(Spirit Studios)는 지난 7월 5일부터 채널4의 생성형 AI를 이용해서 건강 웰빙 브랜드 <더 굿 더 배드 앤드 더 헬시(The Good, The Bad and The Healthy)>를 홍보하는 TV 광고를 방영하고 있다.
채널4의 생성형 AI 솔루션은 테스트 중이며 올해 말 정식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 솔루션은 간소화 프로세스 제공과 크리에이티브 및 윤리 기준을 준수하도록 설계되었다. 채널4는 생성형 AI 기반의 TV 광고를 빠르게 생성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 제작 도구이며, 텔라나 AI 기술과 사내 제작자들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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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영상 사운드 제작
지난 5월, 구글이 새롭게 공개한 생성형 AI 영상 모델 ‘비오3(Veo3)’는 픽셀 정보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자동으로 오디오와 영상 장면을 동기화하는 기능을 갖추었다. 이 때문에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비오3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적 영상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ASMR 영상이 이용자들에게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틱톡(TikTok)에서는 다양한 과일을 자르는 영상에 비오3로 절묘하게 ASMR 사운드를 매칭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생성형 ASMR 영상은 이용자들은 소리와 영상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높은 몰입감과 시청각 경험을 제공한다. 비오3을 이용한 ASMR 영상은 간단한 프롬프트 작성과 아이디어만 있다면 녹음이나 편집 같은 복잡한 제작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음향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어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비오3와 같은 생성형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감각적 경험을 자동화하는 창작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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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창작 파트너가 되려면,
생성형 AI는 영상 제작에서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창작을 함께 수행하는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다. 넷플릭스, 구글, 채널4 등 주요 해외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영상 제작, 검색, 광고, 사운드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해서 생산성 향상은 물론, 창의적 확장을 실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생성형 AI는 기술적 진보를 넘어, 영상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는 도구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용자 경험 개선, 윤리적 설계, 그리고 제작자의 창의성과 공존할 수 있는 거버넌스 부분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영상 산업은 기술적 진화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AI와 진정한 창작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AI와 인간이 어떻게 창작의 협업자로 공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서로의 역할을 어떻게 상호 보완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르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문헌
· Mollick, E. (2025). Dual Brain (신동숙 역). 서울: 상상스퀘어.
· TC (2025. 5. 7). Netflix debuts its generative AI-powered search tool.
· TC (2025. 7. 18). Netflix starts using GenAI in its shows and films
· The Core (2025. 7. 14). 영국에선 이제 ‘AI 광고’도 가능.
· 유튜브 <TellyCast>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