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길었다
2022 SBS 카타르 월드컵, 오디오 감독의 I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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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원 SBS 중계기술팀 오디오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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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라는 나라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던가?’ 싶었다. 항공사 이름으로 친숙하긴 했지만 두바이와 헷갈리기도 했던, 중동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월드컵이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추운 겨울 길거리 응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어색하기도 하겠고 축구국가대표 선수들은 시즌 중 치르는 힘든 월드컵일 것 같았다.
특히 우리 방송단들은 무더운 한국여름이 끝나고 가을을 맞이할 때쯤 다시 무더운 여름의 중동으로 이동하는 너무나 긴 여름의 한 해가 되었다. 월드컵은 HBS에서 전달해주는 경기 영상을 지상파 3사가 동일하게 방송해야 하므로 오디오에 포커스가 있었다. 전체적인 시스템 소개보다는 카타르의 출국 전 한국 MCR 준비부터 카타르,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두 달의 여정을 오디오감독의 시선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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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과정
모든 방송사가 이런 준비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SBS는 현지에 방송센터를 차리기 전에 한국에서 미리 모든 장비를 점검하고 테스트하는 제작 시뮬레이션을 거쳐 현지로 출발한다. 카타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비 문제들을 사전에 점검하고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한 설치를 위한 케이블링 및 오퍼레이팅 테스트를 진행한다. 시스템을 운용할 8t이 넘는 방송장비에 최고의, 최선의 방송을 선사할 새로운 장비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테스트가 끝나면 모든 장비를 포장해서 카타르로 보낸다.
특히 이번 대회는 지난 대회와는 다르게 현장 코멘터리의 개별목소리를 받을 수 있어서 IBC에서 직접 컨트롤하며 발란스를 맞출 수 있도록 설계해주셨고, 이를 통해 그동안 아쉬움이 컸던 코멘터리 품질 향상을 기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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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카타르 월드컵에는 신규장비들의 도입이 많았다. 멀티뷰, 인터컴, 라우터 등 전반적인 시스템 뉴그레이드가 되었다. 그리고 오디오 콘솔도 신형 LAWO 콘솔이 들어왔다. 콘솔에 대한 전반적인 네트워크 시스템에 익숙해야 했고, 콘솔 서페이스의 사용법과 방송 오퍼레이팅 시뮬레이션까지 연습하고 준비했다. 오디오에 대한 중요도가 높은 빅이벤트이기 때문에, DAW를 도입했다. Macbook Pro에 Pro Tools, RME UFX+, RME ADI-6432R BNC 조합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딜레이 체크를 위해 AJA 비디오 인터페이스도 세팅을 했다. 위 장비들의 활용도는 후반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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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현지 및 IBC 방송센터
10시간 가까운 비행을 마치고 카타르 공항에 도착했다. 열기가 느껴지고 뜨겁지만 건조한 날씨에 가습기가 필요한 곳이다. 도착하자마자 IBC 센터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모든 건물도 모래도 모든 것이 베이지였다. 고요하고 차분하고 수수한 느낌의 베이지의 나라 카타르에서의 2달, 앞으로의 월드컵에 임하는 마음도 차분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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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의 QNCC(Qatar National Convention Cantre)라는 곳에 방송센터가 설치되었다. 한국의 킨텍스나 코엑스 같은 곳으로 월드컵을 위한 세계 60여 개국의 방송스탭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MCR이라는 곳에서 모든 경기장의 소스를 각 나라 방송사로 뿌려주게 된다. 각 나라 방송사들의 제작방식과 장비들도 구경해 볼 수도 있었고,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과 표정, 생소한 향기 그리고 커피가 가득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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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빈 곳에 SBS 방송센터를 세운다. 공간에 장비들을 채우기 전에 베테랑 선배님들과 함께 도면을 보면서 회의를 시작한다. 장비에 생명을 넣어줄 전기부터, 장비 포지션, 최고의 근무환경을 위한 케이블 루트와 타공 위치, 그리고 소소한 책상, 의자 그리고 냉장고 위치까지도 최소공간에 최선의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한 셋업을 준비한다. 안 되면 되게 하고, 안 돼도 방송은 해야 하는 빅이벤트 IBC에서 전쟁을 준비하듯 약 한 달 남짓의 시간 동안 개막전을 위한 방송센터 설치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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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셋업
오디오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장비라고 한다면 오디오 콘솔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부터 LAWO mc²56 페이더 콘솔이 도입되었다. 지상파 3사 중 가장 늦게 도입이 되었고, 유럽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콘솔이다. 팀 A, 팀 B 포함해서 40개 넘는 IS 피드가 넘어오게 되고, FS 12개에 각 1~4 오디오 채널 콘솔에 수용, 경기마다 비디오감독님이 필요한 소스를 FS 12개에 각각 라우팅해준다. 현장 코멘터리 주, 예비와 각 IS, LSM 오디오로 방송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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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테스트(스플릿 마디 점검)
이번 월드컵 이벤트부터 현장 코멘터리를 분리해서 받을 수 있었다. 무슨 말인지 의아해하실 수 있지만 그동안은 HBS에서 해설과 캐스터 목소리를 섞어서 한 회선으로만 보내주는 서비스를 해왔기 때문에 볼륨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다. 해설과 캐스터의 목소리 톤 컨트롤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 월드컵부터는 MADI를 이용해 해설자, 캐스터들의 마이크 소스를 각각 스플릿해서 각 방송사로 보내주었고 IBC 오디오 콘솔에서 개별 컨트롤이 가능해졌다.
오디오 점검을 위한 시작은 CSC에서 넘어오는 회선체크를 진행했다. 경기장의 마이크 신호가 들어오는 구간이기 때문에 노이즈가 있는지 레벨은 정상인지, 케이블의 라벨된 소스가 잘 들어오는지 확인했다. 기준 레벨을 +0dBu로 보내주고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오디오를 낮게 보내주고 있었다.
월드컵은 오디오 경쟁이 있다. 그 경쟁에는 해설과 캐스터들의 역량도 포함된다. 기술스탭들이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정확하고 좋은 음질로 그들의 목소리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특히나 한국전은 더욱 예민하다. 이를 위해 현장 코멘터리 감독과 아주 많은 회의와 테스트를 진행했다. 경기장의 객석 수, PA의 음압, 응원하는 국가들의 객석 비율, 코멘터리 좌석의 위치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헤드셋과 장비들을 테스트해보았고, 최종으로 베이어다이나믹 헤드셋을 선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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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
코멘테이터들의 발란스와 개별 음색 컨트롤이 가능해진 이번 상황에서는 단순히 페이더, 이큐, 컴프로 믹스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오디오 감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지는 만큼 스포츠 오디오에 대한 레퍼런스의 고민도 많아졌다. 스포츠 오디오의 기준은 무엇일까? 음색, 발란스, 레벨 등 궁금한 것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출국 전에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의 3사 그리고 유럽의 리그들의 방송을 포함해 40경기 정도 모니터를 해보았다. 경기장 소리와 해설자, 단순해 보이지만 음색과 발란스에 미묘하게 차이가 있고, 취향이 생기고 그중에서도 선택하게 되는 오디오가 있었다. 어느 정도 딜리버리에 대한 기준을 잡고 카타르로 출발했다.
일단 경기장에 코멘터리 감독이 도착하면 장비 셋업을 하고 경기장 현장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준다. 경기장 좌석의 경사도, PA 스피커의 위치, PA 음량, 양 국가의 응원석의 비율, 코멘터리 좌석의 주변환경과 예상되는 위험요소들을 IBC로 전달해준다. 헤드셋 마이크가 열리면 코멘터리 감독이 전달해준 정보와 헤드셋 마이크로 타고 들어오는 소리로 경기장의 울림을 파악했다. 공간 때문에 뭉치는 저역대와 과장되는 미들, 약해지는 하이부분의 주파수를 콘솔의 이큐로 찾고, 동시에 Pro Tools에 레코딩을 받았다. 그 과장되는 주파수를 도려낼지, 약한 부분을 들어 올릴지, 약점을 감출지, 장점을 부각할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헤드셋이 하나만 열릴 때와 세 개가 열릴 때는 또 다르다. 전체적인 코멘터리 레벨이 올라가게 된다.
또한, 오디오와 그림의 싱크가 틀어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컴캠(해설, 캐스터 전용 카메라)으로 넘어오는 그림과 헤드셋으로 들어오는 목소리의 싱크가 맞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위해 AJA 비디오 인터페이스에 레코딩을 받아서 NLE에서 그림과 오디오의 딜레이 차이를 계산하고 콘솔에서 딜레이를 주었다. 첫 경기에는 50ms를 주었고 다음 경기부터는 싱크가 잘 맞아서 딜레이를 빼고 방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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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현장에 대한 파악이 끝났으면 IS 오디오를 확인해야 한다. 이 IS 오디오가 우리의 해설과 믹스되는 것이다. 개별 음색도 중요하고 발란스도 중요하다. IS 오디오와 해설과의 균형도 중요하다. 음색과 다이내믹 컨트롤, 그리고 IS와의 균형감이 큰 관건이다. 일단 캐스터, 해설의 목소리를 드라마나 영화 대사 믹스하듯 다이내믹을 줄이고 탁해지는 부분을 이큐로 보정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자극적인 하이대역에 디에서를 살짝만 걸어주었다.
이렇게 믹스하다보면 목소리의 크기는 선명해지고 커지지만 반대로 현장음도 같이 커진다. 현장음이 커지면 경기장 PA 소리도 타고 들어오고 엄청 울리거나 오디오가 탁해지거나 한다. 그래서 IS 오디오와 헤드셋 마이크의 오디오를 동시에 레코딩을 받아서 둘 간의 딜레이 차이를 확인했다. 그리고 콘솔에 사이드체임 기능이 있지만 눈으로 각각의 레벨을 확인하기 위해 이큐와 컴프의 조합으로 사이드체인 기능을 연출했고 현장음이 커질 때 해설이 묻히게 되는 경계지점에서 컴프가 걸리되 탁해지는 음색을 이큐로 살짝 보정, 최종 목동으로 보낼 때 기준 레벨을 넘지 않도록 피크만 커트, RMS 레벨에 이득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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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E ADI-6432R BNC는 메인 콘솔과 광 MADI로 연결하여 코멘터리 3개, PGM, IS, FS 12개, 목동센터 TX 오디오를 수용하게 하였고, 예비 콘솔의 TX 회선을 수용하여 Pro Tools에 UFX+ 인터페이스를 통해 레코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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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오며
특별히 고마운 사람이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제작할 때 만났던 독일 NEP 중계차의 오디오 감독을 에듀케이션 스타디움 컴파운드에서 만났다. 그래서 카타르 월드컵 에듀케이션 스타디움의 IS 제작에 대한 이야기와 유럽 경기 제작을 할 때의 현장음에 대한 의견도 잠시 나누며 EQ 커브에 대한 조언도 받았다. 해설목소리가 들어갈 자리와 방송 당일의 상황을 도태로 IS의 EQ 커브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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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은 현장 코멘터리부터 IBC 그리고 목동 부조가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흡이 좋았다고 느껴졌다. 또한, 목동 오디오 QC룸이 가동이 되면서 최종 오디오에 대한 피드백도 실시간으로 전달해주었다. 어느 부분에서는 과하게 준비하기도 했고 생각한 것만큼의 효과나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스포츠건 예능이건 영상콘텐츠는 기술미디어다. 비슷한 환경에서 똑같이 반복하기보다는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다음번, 그 다음번엔 우리는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