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일 아리랑국제방송 조명감독

[인터뷰] 최재일 아리랑국제방송 조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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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일 아리랑국제방송 조명감독


방송기술 분야에는 방송 제작 과정에 따라 다양한 직무가 존재한다. 영상, 음향, 조명, 후반제작, 송출/송신, 네트워크&IT, 기술 기획·관리, 장비 운영 등으로 세분화되며, 특히 영상 제작 내에서도 역할이 더욱 세밀하게 나뉜다. 대형 방송국의 경우 각 기술 업무가 분업화되어 있지만, 규모가 작은 방송국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만난 아리랑국제방송의 최재일 조명감독은 입사 이후 다양한 방송기술 업무를 두루 경험하며, 이제는 어떤 기술 분야든 자신 있게 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조명감독으로서의 성장 이야기와 현재의 모습을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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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
안녕하십니까, 최재일입니다. 저는 아리랑국제방송 기술센터로 2012년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기술팀 업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입사 이후 ‘뉴스 비디오 → 조명 → 뉴스 오디오 → 연구소 → 조명’ 순으로 보직 이동을 해왔습니다. 뉴스 같은 경우는 교대근무라 사전에 나오는 근무표에 따라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입사 초기엔 낮 밤 주말 관계없이 바뀌는 근무가 참 부담스러웠었는데, 지금 조명실은 9 to 6의 일상 근무라 몸도 마음도 한결 편하네요.

√ 현재 소속 부서 및 직무 소개
지금은 기술센터에서 조명감독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방송에 필요한 조명을 세팅하는 일을 합니다. 더불어 조명과 관계된 시설의 유지 보수나 외부 업체의 장비들이 들어올 때 스튜디오의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하는 스튜디오는 총 5개인데, 조명 인원이 빠듯하여 뉴스나 버추얼 스튜디오 같이 변화가 크지 않은 곳은 유지, 관리 위주로 하고, <Simply K-Pop>이나 <I’m Live> 같은 프로그램에 좀 더 시간을 쏟는 편입니다.

√ 다양한 방송기술 업무를 하셨는데, 직무 이동에 대해
비정기적으로 직무 이동이 있는 편입니다. 퇴직하는 분들도 계속 생기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동을 희망하는 분들도 생기거든요. 그러면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이동이 생기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조명 업무를 맡게 되었고요.
저 연차의 직원들이 주로 이동을 하는 편인데 다양한 직무를 사전에 경험하고 더 적성에 맞는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면 나름 합리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리랑TV의 조명 장비 소개
현재 저희는 모든 스튜디오가 데시스트 사의 LED 제품군을 사용하고 있고, 16대의 Vari2600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콘솔은 ETC Ion Xe와 MA3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LED로 모두 교체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광량도 우수하고 램프 교체가 필요 없어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버추얼 스튜디오나 뉴스처럼 변화가 적은 스튜디오에서는 관리에 드는 품이 줄어들어, 업무적으로도 큰 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Simply K-Pop>의 경우 세팅에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라면 키 조명을 2단 구성한 것입니다. 최대한 빈틈없이 세팅하여 인물이 풍성하게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스튜디오 크기가 늘 아쉽긴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I’m Live>는 무대를 360도 전방위로 이용하는 특징이 있어서, 무대 전체를 꽉 채우는 조명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느 각도에서 촬영해도 조명이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배치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I’m Live의 개방된 무대
I’m Live의 개방된 무대

 

√ 프로그램 조명 제작을 위한 준비
가장 먼저 제작팀과 미팅을 가집니다. 전체적인 연출 방향을 논의하고, 특별한 연출 요청이나 아티스트 측의 요구사항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의상 색상이나 퍼포먼스 동선 같은 것들도 미리 알아두면 조명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략적인 위치나 동선이 확정되면 세트가 들어서기 전에 바턴을 내려 조명을 설치하고, 세트가 세워진 후에 세부 조정을 합니다. 이후 리허설을 진행하며 수정할 부분들을 체크합니다.
조명은 일단 방송이 시작되고 나면, 수정하기가 어렵기에 세팅뿐 아니라 등 기구의 기계적인 부분까지도 가능한 여러 번 확인하도록 노력하는 편입니다.

Simply K-Pop의 다채로운 조명
Simply K-Pop의 다채로운 조명

 

√ 방송조명 제작에서 집중하시는 부분
<Simply K-Pop>의 경우는 가수마다 무대가 달라서 출연자에 따라 조명을 조정합니다. 신나는 댄스곡과 발라드 무대를 동일하게 표현할 수는 없으니까요. 무빙라이트는 당연하고, 화이트 조명도 조정합니다.
<I’m Live>의 경우는 팀별로 무대를 사용하는 범위도 다르고 동선 자체도 정형화할 수 없어 무대 전체에 빈틈없이 조명을 주는데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또 객석 리액션도 많이 담기기 때문에 무대와의 조화를 깨지 않는 선에서 객석에 주는 조명도 세팅합니다.
두 방송 모두 유튜브를 통해 공연을 라이브로 송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라이브로 공연이 나가기 때문에 방송 중 사고가 나지 않게 사전 준비를 많이 합니다.

저희는 기술센터 인원 간의 대화가 잘 되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선후배분들이 여러 보직을 거치셨기 때문에,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고, 조직이 크지 않아서 관계가 끈끈합니다. 기술감독, 영상감독, 조명감독 간에 서로 이야기할 부분이 있다면 큰 부담 가지지 않고 편하게 대화하며 개선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방송제작에서 조명의 중요성에 대해
핵심이자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튜디오 녹화에서 조명이 없다면 제작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다른 모든 기술 요소들도 마찬가지지만 조명은 그중에서도 바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녹화준비를 시작하면 언제나 제일 처음으로 조명이 세팅되니까요. (웃음)
조명은 단순히 밝기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감정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발라드에서는 따뜻하고 은은한 조명으로, 댄스곡에서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조명으로 곡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거죠. 결국 조명이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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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 업무의 보람과 힘든 점
조명 업무의 보람과 힘든 점은 아주 명확하게 갈리는 것 같습니다. (웃음)
가장 큰 보람은 역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돼 추가 녹화 없이 ‘정시퇴근’할 때입니다. 반대로 가장 힘든 순간은 재녹화나 사후 녹화가 계속 생겨서 퇴근이 한없이 늦어질 때겠죠.

조금 더 진지하게 말씀드리면, 저희 <Simply K-Pop>에는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많이 출연합니다. 풋풋한 모습으로 무대에 섰던 신인 그룹이 나중에 크게 성공해서 소위 ‘대박’이 났을 때, 마치 제가 키운 것처럼 기쁜 마음이 듭니다. 그들의 첫 시작을 함께했다는 사실이 큰 자랑거리로 느껴집니다.
반면, 마음이 가장 무거울 때는 주말 아침입니다. 월요일 녹화를 위해 일요일에 출근해야 할 때가 많은데, “아빠 출근해?”라고 묻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집을 나설 때면 늘 마음이 아픕니다. 일에 대한 열정과는 별개로,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 가장 힘든 순간인 것 같습니다.

√ 조명 업무 전 연구소에서 버추얼 스튜디오 구축에 대해
처음 연구소로 가게 되었을 때 그 자체로도 무척 부담스러웠었는데, 버추얼 스튜디오 구축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기존에 계시던 선배님들께서 준비를 다 해두셔서 숟가락만 얹고 가는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10여 년의 회사 생활에 있어 가장 도전적인 일이었던 것은 틀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구축 이후 연구소에서 직접 스튜디오를 운영하였는데 오디오 비디오뿐만 아니라 시스템까지 모든 부분을 아울러야 했습니다. 정말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스튜디오 개소 후 첫 녹화 때의 긴장감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버추얼 스튜디오 구축 후 첫 녹화

버추얼 스튜디오 구축 후 첫 녹화

 

√ 약 5년 전 육아일기를 ‘방송과기술’에 수록하셨는데, 그간의 변화로는?
육아일기를 썼을 당시엔 아이도 무척 어렸고, 뉴스 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매우 힘든 시기였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추억이 된다고 하나요? 그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 제 손을 많이 떠나갔습니다. 요즘도 가끔 그때 써둔 글을 봅니다. 글을 써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큰 일이라면 둘째가 생겼고 벌써 4살이라는 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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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 외 취미로는?
저는 취미가 많은 편입니다. 아니 많았었습니다. 사진, 천체관측, 게임, 커피, 스키…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요. 하지만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 카메라는 폰카만 쓰고 있고, PC는 당근으로 처분한 지 오래… 스키는 플레이트에 녹이 났네요. 둘째는 아직 어리고, 첫째도 여전히 아빠를 찾는 나이라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는 데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 그래도 커피 생활은 아직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내리는 에스프레소는 삶의 루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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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한마디
처음 입사하여 여러 부서를 거치면서, 한 분야에 깊이를 더하지 못하고 소위 ‘잡캐’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그러한 생각은 오히려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뉴스부조정실에서는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며 방송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었고, 예기치 못한 사고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연구소에서 시스템 설계를 하고, 비디오/오디오/기술감독의 업무를 경계 없이 수행하며 과거에 배웠던 지식을 실제로 응용하고 확장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빛을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인 조명감독을 맡게 되면서, 그동안 제가 해왔던 모든 경험이 완성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잡캐가 아닌 만능캐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언제나 긍정적인 사고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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