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만, 조영훈 SBS 편집기술팀
PC의 가격이 저렴해지고 편집 프로그램의 발전 속도가 빠른 세상에 살고 있다. 이렇게 Non Linear Editing의 기술이 강력해진 시대에 갑자기 Linear 기반의 편집기를 새로 개발했다니 무슨 얘기일까? 개인편집실은 당연하게 NLE가 도입되어 있지만 종합편집실에는 아직 리니어 편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리니어 시스템이 주는 직관적인 편집개념과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비디오와 오디오 제작, 그리고 분할입고 등으로 시간을 다투는 종합편집에는 이만큼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리니어 편집은 큰 장점이 있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이를 입맛에 맞게 그리고 저렴하게 사용해보고자 리니어 편집기를 자체 개발하게 되었다.
개발 동기
처음부터 편집기를 개발하려고 마음먹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2015년 봄은 앞으로 다가올 UHD 환경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던 때로 기존 작업하던 방식의 종합편집 시스템에 많은 변화를 주지 않고 프로그램 편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UHD 관련 장비들이 많이 출시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UHD 송출을 위해 프로그램 제작을 준비해야 했고 그 중 편집기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러던 중 기존에 편집기를 출시하던 제조사들이 UHD에 리니어 편집기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왔다. 물론 레코더의 부재가 더 큰 문제였지만 어쩐지 편집기라면 우리의 손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HD 시스템의 편집기부터 공부해보고 UHD를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존 편집기의 노후화로 인해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새로운 편집기가 필요로 했다. 하지만 새로 대체할 수 있는 편집기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갔고 HD 시스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가의 장비를 추가적으로 구매하기에도 부담스러웠다.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가능성이 보였고 우리에게 필요한 기능을 모아 우리만의 편집기를 제작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 과정
개발이 주 업무인 팀에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어서 종합편집실에서 현업 업무를 하는 중 틈틈이 개발을 진행했는데 팀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 집중도가 많이 떨어졌다. 휴가철 혹은 명절이 끼게 되면 드문드문 한두 달씩 개발에서 손을 놓아야 할 때도 있었다. 장소도 문제였다. 처음에는 개발 장비들을 놓아야 할 곳을 찾지 못해 종합편집실의 VTR 뒤편에서 숨어서 지내듯 시작했고 마땅한 장소를 찾아 다섯 번의 이사를 다녀야 했다. 지금 자리 잡은 곳에서 마무리를 하고 정리 할 수 있을까? 또 어딘가로 이사를 가야 할지 모른다.
시작은 VTR 컨트롤이었다. PC로 Sony M2000을 컨트롤하는게 목표였고 어렵지 않게 기본 동작을 하는 것을 보고 “어? 이거 금방 되겠는데?”싶었다. 하지만 큰 오산이었다. 한 대만 움직일 때와 두 대가 되었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VTR 두 대를 가지고 1:1 편집을 완성하는데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SBS 종합편집실에는 VTR 외에도 플레이어로 사용하는 NLE로 Edius가 두 대 들어와 있다. 그리고 파일로 레코딩을 하여 결과물을 내어주는 레코딩 서버가 있다. VTR로 기존 편집기와 같은 동작을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Edius와 레코딩 서버가 남았다. 이 둘과 VTR까지 동시에 작업이 가능한 ver 1.0의 개발까지는 약 1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6년 4월, ver 1.0이 실전에 배치되고 쏟아지는 버그에 앞이 캄캄했다. 역시 개발자가 테스트 하는 것과 일반 사용자가 사용하는 방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지 못했던 ver 1.0은 필드에서 험하게 구르며 강도 높은 사용자 테스트를 치르게 되고 그때그때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혹은 치명적인 버그가 발견되면서 개발 코드가 점점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해지고 있었다. ver 2.0이 나와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에 2016년 가을부터 ver 2.0에 대한 구상을 했다. 그 동안 발견된 개선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꼼꼼히 점검하고 편집기의 핵심 부분에 대한 알고리즘 수정, 사용자 편의에 맞게 UI 개선 등 대대적인 수리가 시작 되었다. 이미 알고 있던 부분이 많아서 그런지 ver 2.0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으며 ver 1.0 때도 미뤘던 몇몇 편의 기능을 제외하고는 엄청나게 환골탈태하였다. 현재는 안정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상태이다.
개발 현황
SBS 종합편집실에서는 Editware의 DPE-500 시리즈와 Sony의 BZS-8050 + MKS-8050을 사용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편집기는 이 둘의 장점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기능을 추가해 만들어졌다. 하드웨어는 인텔 i7-4790을 사용한 PC 한 대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종합편집실 1개실에서 실제 ver 2.0이 사용 중이다. [그림 1]의 VTR 컨트롤러 앞에 놓인 키보드가 편집기의 키보드이고 우측 검은 바탕의 모니터가 편집기 모니터이다.
에디팅 화면에 보이는 정보 내용자체는 기존의 것들과는 많이 다르지 않다. [그림 2]에서와 같이 레코더와 소스의 에디팅 지점을 입력하는 부분과 Editing Decision List를 보여주는 두 부분이 보인다. 최근에는 16:9 모니터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EDL 표시를 넓게 구현할 수 있었다. “NOW RECORDING”은 Tally와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 크게 입력했다. 그 외의 비주얼은 실사용을 하면서 약간씩 수정을 해가며 사용하고 있다.
현재 구현되어 있는 부가 기능으로는 Loudness 규제 대응을 위한 모니터링 장비 컨트롤이 있다. SBS 종합편집실에는 RTW의 TM7을 설치했으며 편집기는 레코딩이 동작하는 순간에만 TM7이 오디오 누적 값을 계산하도록 한다. 그리고 레코딩 서버와 NLE를 조작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지 않고 편집기의 키보드와 마우스로 레코딩 서버와 NLE를 조작 가능하도록 제작 하였다.
앞으로의 목표
10월에 있었던 일이다. 부조정실에서 타임코드를 맞춰 동시에 레코딩을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여러 장비의 검토가 이루어졌지만 장비가 새로 도입하기에는 고가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행히도 ver 2.0에 멀티레코딩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서 약간의 수정을 가해 부조정실 녹화용 컨트롤러를 제공하게 되었다. 자체 개발한 장비가 타 부서에서까지 사용되다니 그 뿌듯함은 말로 못할듯하다.
UHD 대응을 목표로 스터디를 시작했고 그 결과물로 HD 시스템에서의 편집기가 완성이 되었다. 우리는 이 편집기가 종합편집실에서 레코더와 소스를 동작시키는 기능에만 머물지 않고 여러 장비를 동시에 컨트롤하는 “메인 컨트롤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다. 앞으로 UHD 시대에는 장비가 어떤 식으로 출시가 되고 종합편집실에 어떤 장비가 도입 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자체 개발 편집기로 인해 여러 장비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 그로 인해 앞으로 종합편집 워크플로우 개선 및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