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호 SBS 기술인프라팀
SBS가 차세대방송을 위한 초고화질 UHD(Ultra High Definition) 중계차 제작을 처음 검토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4년 5월 15일 DVB-T2 송신방식으로 UHDTV 전파발사에 성공하고, 대용량의 UHD 영상 데이터를 아무 문제 없이 가정까지 전송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이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UHD 중계차를 제작한 사례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고 3G QUAD 인터페이스의 소형 중계차 혹은 SONY 사에서 제품 홍보를 위해 자사 카메라/비디오 스위처/서버 등의 장비 위주로 자체적으로 제안한 IP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연결하여 스포츠 이벤트에 한시적으로 투입한 중계시스템이 유일하던 때였습니다.
SBS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UHD 중계방송에 투입할 신형중계차를 조기 제작하기로 결정하였고 시스템 설계를 위해 가장 기본 단계인 “장비 사이를 연결하는 차세대 방식 인터페이스” 선정에 관한 내부 논의와 함께 관련 장비 동향 조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에는 크게 3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 3G-SDI QUAD 방식은 제조사에서 현재 사용 중인 HD 장비를 약간 개조함으로써 대부분의 장비에서 지원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검증되고 안정적인 성능을 보이지만, 1가지 신호 전달을 위해 4가닥의 케이블을 연결해야 하는데서 오는 케이블링 작업 증가, 장애 포인트 증가 등 한시적으로 쓰이다가 소멸하게 될 과도기적 인터페이스 성격이 강했습니다.
두 번째는 주요 메이저 방송장비 제조업체에서 미래 인터페이스로 제안하는 IP 연결이 있는데 연결장비 구성변경, 원격 모니터링, 통합제어 등에서 효율적이나 현재 보편화된 10G 망에서 UHD 방송에 필요한 12G 데이터 전송을 위해 시행하는 Light Compression(1/4 또는 1/3 압축) 방식이 TICO(Grass Valley 사 중심), NMI(Sony 사 중심) 등으로 서로 호환되지 않아 아직은 관련 장비 간 직접 연결은 불가하고 중간에 별도 장비(Gateway)를 사용하여 신호를 변환해야 하는 불편함과 장비 선정에 제한이 존재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가 차세대 인터페이스의 또 다른 한 축인 12G-SDI 방식인데 4K 60P를 넘어서는 방송신호(4K 120P, 8K 등) 전송이 불가하다는 비관론 속에 HD와 동일한 직관적인 모니터링 환경 구축, 손쉬운 사용을 무기로 그동안 주로 방송장비 중 상대적으로 저가품을 생산하는 마이너 업체를 중심으로 파급력을 키워 나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향후 관련 장비 개발의 걸림돌이었던 안정적인 성능의 12G 신호처리 칩셋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되고 IP 진영 Light Compression 방식의 상호 호환성 불가로 인한 시장의 장애 요소가 제거될 때까지는 여전히 가능성과 생명력이 있는 인터페이스로 전망되었고, 더욱이 중계차와 같은 독립된 시스템에서는 직관적, 손쉬운 사용이라는 큰 장점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SBS는 오랜 고민 끝에 차세대방송을 위한 UHD 중계차를 최대한 12G-SDI 인터페이스 장비로 구축하기로 결정하였고, 그때부터 주요 방송장비 업체를 대상으로 12G-SDI 장비 생산을 요청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당시 방송장비 시장 상황은 아직 한국을 제외하고는 UHD 제작시설 구축을 위한 인터페이스 등을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방송사는 없었고(일본과 일부 유럽국가에서 움직임이 있었지만 일본은 NHK 주도의 8K, 유럽 쪽도 4K를 위한 3G-SDI QUAD 혹은 IP를 받아들이는 분위기) 시장의 수요와 요구가 없으니 제조사에서도 머뭇거리며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수차례 설득 끝에 부분적인 결실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3G-SDI QUAD와 12G-SDI 인터페이스가 결합된 UHD 중계차 시스템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중계차는 SBS 최초의 트레일러 타입 차량으로 앞부분 440마력 엔진을 장착한 트랙터를 포함한 총 길이 약 14.3m, 높이 4m 폭은 기본 약 2.6m, 한쪽 측면이 최대 1.2m 확장해서 최고 3.8m까지 가능한 가변확장형으로 구성했습니다.
트랙터를 포함한 전체 차량 무게와 적재 중량 합은 총 36톤으로 트레일러 앞부분부터 오디오룸, 프로덕션룸, 엔지니어링룸, 기계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차량개조(Coachbuilding)와 장비설치(System Integration)는 독일의 BS(Broadcast Solutions) 사에서 담당하였고 비디오장비 중 대부분은 UHD용으로 처음 개발된 장비가 탑재되었습니다.
실감 나는 화면을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HDR(High Dynamic Range) 영상 촬영이 가능한 Ikegami 사 2/3인치 센서 4K UHD UHK-430 모델 카메라 8대(스탠다드 4대, EFP 4대)가 장착되었고 향후 4대까지 추가할 수 있도록 Pre-wiring 하였으며, UHD 렌즈는 Canon 사에서 새롭게 개발한 86배(스탠다드), 20배(EFP), 11배(와이드) 제품을 사용하였습니다.
2/3인치 4K UHD 카메라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전까지 4K급 이상의 화질을 위해서는 영화 촬영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35mm 센서 카메라가 유일하였고 35mm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2/3인치 센서 상에 3840×2160 화소를 구성하게 되면 단위 화소 당 빛을 받을 수 있는 면적이 작아져서 Dynamic Range가 줄어들게 되고 진정한 4K UHD 영상을 구현할 수 없다는 예상도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및 스튜디오 프로그램 제작에 요구되는 깊은 심도, 고배율 렌즈 장착, 기존 HD 렌즈 재사용 등의 장점을 위해 2/3인치 카메라를 선택하였고 결과적으로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우수한 화질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비디오 스위처 장비는 현재 Ikegami 사에서 납품한 3G QUAD 인터페이스 장비가 한시적으로 설치되어있는데 올해 말 Ikegami에서 새롭게 개발 중인 내부 프로세싱 12G 신호처리, 외부 12G-SDI 인터페이스 장비로 메인 3ME, 예비 2ME 교체 예정입니다.
라우터는 Evertz 사 장비를 사용했는데 12G 신호와 3G 신호를 분리하여 12G 라우터 64×64, 3G 라우터 288×288 용량으로 설계하였고 12G 비디오 패치패널이 아직 본격 생산되기 전이라 대부분의 소스를 라우터에 수용하는 것으로 보완하였습니다.
12G-SDI 모듈러 제품의 경우 Evertz 사에서 새롭게 개발된 장비를 사용하였는데 적합한 성능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오디오믹서는 Studer 사의 VISTA-X 모델, 스포츠 중계에 필수적인 슬로모션 서버는 EVS 사 제품을 사용하였고 전체 장비 통합제어를 위해 VSM(Virtual System Management) 시스템을 도입하였습니다.
비디오 모니터링 시스템은 UHD와 HD 모니터를 혼합하여 구성하였는데 품질 체크를 위한 영상 확인은 UHD 모니터, 단순 소스 확인은 HD 모니터를 사용합니다.
실시간 중계에 필수적인 중계용 HEVC 인코더, 디코더는 지연시간 1초 이내의 하드웨어 칩셋 타입 winBex 사 제품을 사용하였고 비디오 모니터, 문자발생기 등은 국산제품으로 구성하였습니다.
SBS가 국내 최초로 제작한 UHD 중계차는 12G-SDI 인터페이스 장비를 상용화한 세계 최초의 중계차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12G-SDI 기반 UHD 카메라, 비디오 스위처, 라우터, 모듈러, 비디오 모니터 등 최신 기술의 영상장비가 최초로 사용되어 성능을 입증하였고 향후 추가적인 기술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SBS는 지난 2016년 12월 15일 세계 최초로 새로운 UHDTV 송신방식인 ATSC 3.0 규격으로 시험전파 발사를 시작하였고 12월 17~18일 양일간 강릉에서 개최되었던 ISU 쇼트트랙 월드컵 생중계 방송에 신규 중계차를 처음 투입하여 안정적으로 생중계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UHD 중계차는 각종 공연과 스포츠 경기, 사건사고 현장 등에서 생방송과 녹화 방송으로 프로그램 제작이 가능한 다목적용으로 설계되었고, SBS는 향후 중계차를 적극 활용하여 초고화질 영상을 생생하게 안방까지 전달하는 고품질 프로그램 제작에 노력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