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기 CJ E&M MCN사업팀 키즈사업담당
유튜브(YouTube)나 페이스북(Facebook)에 올린 개인들의 영상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존의 미디어들이 대중(Mass)을 상대로 한 기획과 일방적 전달의 유통 방식에 머물며 10, 20대와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개개인의 개성이 담긴 1인 미디어는 소셜네트워크 활용에 적극적인 젊은 세대의 니치(Niche)한 취향을 저격하여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1인 미디어들의 개별 영향력이 커지자 사람들은 이들을 크리에이터(Creator, 1인 창작자) 혹은 인플루언서(Influencer, 영향력자)라고 불렀다. 디지털상의 영향력을 가진 이들을 모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곳이 생겼는데 이를 MCN(다중채널네트워크 : Multi Channel Network)이라 부른다.
MCN의 역사 : 미디어 산업의 첨병
최초의 MCN은 유튜브 생태계에서 시작했다. 2005년 동영상 공유 서비스로 등장한 유튜브에서 퓨디파이(PewDiePie, 구독자 5,500만), 스모쉬(Smosh, 구독자 2,200만)와 같이 인기가 높고 수익을 내는 채널들이 생기자, 2009년부터는 이들을 모아 광고주와의 협상력을 가지는 메이커스튜디오(Maker Studios)와 같은 회사들이 등장하였다. 유튜브는 이들을 MCN이라 부르고, 2013년에는 채널들을 집단으로 관리하고 수익을 분배할 수 있는 롤업(roll-up) 기능을 MCN에 제공하였다. MCN들은 이 롤업 기능을 통해 수천, 수만 명의 채널들을 제휴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2013년 7월 CJ E&M에서 Creatorgroup(현 DIA TV)이라는 이름으로 대도서관을 첫 번째 크리에이터로 영입하며 MCN 사업을 시작했다.
MCN들이 월 수십억 조회수를 보유한 네트워크로 성장하며 미디어 시장의 새로운 루키로 떠오르자,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2014년부터 MCN에 적극적으로 투자 혹은 인수를 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디즈니의 메이커스튜디오 인수로 당시 인수 가격은 9억 5,000만 달러였다(최종적으로는 6억 7,500만 달러로 거래). 워너브라더스는 머시니마(Machinima)를, 버라이즌은 어썸니스티비(AwesomenessTV)의 지분을 인수하였다. 한국에서도 2015년 트레저헌터, 샌드박스, 레페리 등 MCN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산업이 주목을 받고 투자를 유치 받았다.
하지만 과열된 투자가 이어지며, 일부 MCN의 수익성 및 비즈니스모델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재기되기도 했다. 이에 각 MCN들은 그들이 가진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데 집중을 하며 채널 제휴 중심의 사업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고,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수익률을 높이며 Y, Z세대를 사로잡는 디지털 콘텐츠 미디어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MCN이 매력적인 이유 : 데이터를 통한 미래세대의 이해
MCN 콘텐츠의 핵심 시청층은 0~20대이다. 유튜브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77%의 아이들은 TV 보다 인터넷 미디어를 선호하며, 이들의 하루 디지털 콘텐츠의 시청 시간은 174분에 달한다. 닐슨 코리아의 조사에서도 19~24세 대상의 동영상 콘텐츠 소비 접근성 1위 플랫폼은 TV가 아닌 유튜브였다. 이러한 디지털 세대는 트렌드에 민감하며, 텍스트보다는 동영상/이미지에 민감하고, SNS를 통해 정보를 습득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데 익숙하다.
MCN은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 시청자들을 알 수 있는 데이터의 보고(寶庫)다. 미국 MCN FullScreen의 창업자인 조지 스트롬폴로스는 한 인터뷰에서 MCN의 매력으로 “시청자의 반응을 즉각 알 수 있는 실시간 데이터를 얻기 용이하다.”고 했다. CJ E&M DIA TV에서도 1,200명의 크리에이터들로부터 얻는 월 14억 조회수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데이터란, 시청 연령, 시청 지속 및 누적 시간, 국가 통계, 구독자, 디바이스, 기간별 수익, 커뮤니티 속성(댓글, 좋아요, 공유) 등 숫자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정량적 지표는 물론 댓글 및 투표를 통해 얻는 정성적 데이터들을 포함한다. 이러한 지표들을 활용하면 시청자들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 형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 특히 게임, 뷰티, 키즈, 음악, 푸드, 글로벌 등 장르를 세분화하여 타겟별로 데이터를 볼 경우 산업의 트랜드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MCN은 이를 통해 젊은 세대의 콘텐츠 소비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한 타겟형 콘텐츠를 기획하여 시청자를 계속 늘려나갈 수 있다.
MCN 생존의 문제 :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현재 MCN들의 가장 큰 고민은 급성장하는 조회수만큼 이를 통한 수익원을 찾고 이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MCN마다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유튜브, 네이버 등을 통한 플랫폼 광고 수익과 콘텐츠에 광고를 녹인 브랜디드 콘텐츠 그리고 여러 부가사업이 있다.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유튜브 광고 : 유튜브와 크리에이터는 광고 수익을 45:55의 비율로 배분한다. 그리고 이를 MCN은 크리에이터와 8:2 혹은 9:1 내지의 비율로 나눈다. 평균 CPM을 3$로 계산하였을 때, 10억 조회수 시 MCN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은 1.5억에서 3억 사이가 된다.
(2) 브랜디드 콘텐츠 : MCN에서 브랜디드 콘텐츠는 브랜드를 주제로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콘텐츠를 말한다. 브랜디드 콘텐츠의 특징은 1) 크리에이터가 직접 기획과 제작 및 유통 2) 크리에이터의 톤앤매너가 짙음 3) 소비자들의 특징에 대한 트래킹을 들 수 있다. 국내 브랜디드 콘텐츠의 가격은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캠페인의 규모와 크리에이터 마다 금액이 다양하다.
(3) 플랫폼 유통 : MCN 입장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다양한 플랫폼에 유통하며 콘텐츠당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DIA TV에서는 국내 플랫폼으로 네이버TV, 쥬니버, 옥수수, IPTV, 해외에는 데일리모션, 비키, 유쿠 등 크리에이터의 특성에 맞는 전 세계 플랫폼에 유통을 하고 있다.
(4) 비디오 커머스 : 구매자의 96%가 구매를 망설이고 있을 때 동영상 콘텐츠가 그들의 결정에 도움이 된다는 미국의 조이어스(Joyus)의 자료처럼, 최근 비디오와 커머스 기능을 결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블랭크티비는 지난해 자체 헤어 스타일링 브랜드 ‘블랙몬스터’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페이스북에 올렸고, 6개월여 만에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 다양한 성공 사례들이 나오며 주목받고 있다.
(5) 라이센싱 : 크리에이터들이 가진 영향력을 바탕으로 캐릭터와 상품을 개발하여 이를 통한 제품 판매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성공 사례로 샌드박스의 ‘도티’와 ‘잠뜰’이 있으며, 이들의 캐릭터로 나온 제품이 매진되고, 발매된 제품의 종류가 300가지가 넘으며 국내 MCN 시장에도 라이센싱 사업 붐을 일으켰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로 유명한 캐리앤소프트에서는 개발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뮤지컬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하였다.
(6) 모델, 출연 : 크리에이터를 기존의 모델처럼 제품의 홍보에 사용하거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들도 많아지고 있다. 1대 캐리언니로 불리던 키즈웍스의 ‘헤이지니’는 최근 MBC의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하여 큰 호응을 얻었고, KBS의 어린이 프로그램 ‘TV유치원’ 메인 MC를 맡게 되었다.
(7) 오리지널 콘텐츠 : MCN에서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여 이를 유통하거나 유료 구독 모델을 만들어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미국 FullScreen에서는 작년에 월 $5.99의 유료 구독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내놓았으며, 시청자들은 특정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유료 구독 서비스를 가입해야 한다.
(8) 기타 : 이외에도 출판, 강연, 이모티콘, 공연, 포맷, 온에어 진출 등 MCN 콘텐츠의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MCN의 미래 : 글로벌 콘텐츠 제작 환경
필자가 MCN 산업에 처음 몸을 담은 2014년 이후 MCN을 하기 위한 산업 환경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MCN 콘텐츠의 소비층 인구는 점차 늘어나며,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률은 계속하여 높아지고 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의 시청 시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콘텐츠는 점차 국적을 따지지 않게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MCN은 국내에 사업 영역을 한정 짓지 않고, Global Digital Media Company로 도약하여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콘텐츠 IP를 확보한 스튜디오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을 대상으로 기획된 오리지널 콘텐츠의 영상, 자막, 플랫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웹툰의 해외 진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장르의 특성을 살린다면 한국의 먹방, 웹드라마, 키즈 콘텐츠는 글로벌 10대를 대상으로 한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1인 창작자들이 글로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에 존재하는 이들 3천여 명 중에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높은 군을 추리고, 이들의 콘텐츠를 글로벌화 할 수 있는 집중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혹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 영국남자(구독자 200만)와 같은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창작자로 교육하는 것도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창작자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에 MCN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