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기 SBS 미디어 기술연구소
참관기를 시작하며
지난해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에서 큰 상을 주셔서,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Barcelona 2019를 참관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바르셀로나도 MWC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매우 기대가 되는 박람회였고, 박람회에서 인상적으로 느낀 부분을 중심으로 글을 이어 나가려 한다.
MWC의 중심축은 크게 모바일과 5G이고, 모바일과 관련된 내용은 많은 기사를 통해 이미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본 기고에서는 5G 중심으로 얘기할 것이다. 5G는 5세대(5th-generation) 이동통신의 약자로 밀리미터파 주파수를 사용하는 광대역 통신을 통해 높은 전송률(Throughput)과 낮은 지연(Latency)을 보여준다. 사실 5G 통신을 설명하기 위한 보다 복잡한 기술적인 용어들과 내용이 존재하지만, 본 기고에서 그런 점들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MWC에서 보여주고 있는 5G의 모습은 5G 자체가 아닌 5G를 통해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들이었다. 즉, 한마디로 정의하면 ‘무대는 준비되었고, 무대에 올릴 재미있는 연극의 제작하는 중’이었다. 5G 기술 자체는 완성되어 가는 중이고, 5G의 고전송률과 저지연 특성을 이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제공하여 돈을 벌 수 있는 킬러 서비스를 찾고 있었다. 앞으로는 박람회에 참가한 회사들이 제안한 5G 기반 킬러 서비스에 대해서 말하도록 하겠다.
박람회에 참석한 다양한 사람마다 참여사들이 제시한 킬러 서비스들을 본 후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의 일원으로서 참석한 나는 매우 등골이 오싹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회사마다 준비한 연극의 내용과 수준은 각양각색이지만, 연극의 장르는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정해진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최근 OTT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가장 성공적인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방송 서비스라는 점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높은 것도 있겠지만, 현재의 다른 전송 매체와 비교하여 방송 서비스 전송 매체의 우수성도 큰 이유이다. 실제로 IP망을 통한 라이브 방송의 지연은 10초 이내인데 비하여 지상파 방송을 통한 라이브 방송은 2초 이내의 저지연 특성을 가진다. 화질 또한 지상파 라이브 방송은 4K UHD인데 반해, IP망 라이브 방송은 720p HD 정도이다. 그리고 콘텐츠 경쟁력 측면에서도 IP망을 통해 공급되는 콘텐츠는 오리지널 콘텐츠 보다는 방송사에서 제작한 콘텐츠의 수중계와 재방송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MWC 2019를 통해 가까운 미래 안에 지상파 방송사가 가지고 있던 두 가지의 장점이 모두 위협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점이 바로 나의 등골을 오싹하게 한 이유이다.
멀티미디어 전송 플랫폼으로 진화 모색
이동통신 플랫폼은 4G 이동통신이 보급되기 전에는 제한적인 전송률과 높은 지연으로 인해, 멀티미디어보다는 음성과 메시지 전송 플랫폼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4G 이동통신이 서비스되고 클립, VoD 등의 비실시간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전체 모바일 데이터 소비량 중에 멀티미디어 데이터가 처음으로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게 되었다. 5G 시대가 오게 되면 4G와 비교하여 지연속도는 10분의 1로 줄어들어 100ms이고 소비자 체감 전송률은 10배 정도 늘어 100Mbps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제는 비실시간 멀티미디어 서비스뿐만 아니라 실시간 멀티미디어 서비스까지 무리 없이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이번 MWC 박람회에서 Vodafone은 Ericsson과 협업하여 각자의 부스에 있는 연주자들이 실시간 협연을 하는 데모를 보여주었다. 5G의 초저지연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 나아가 NTT docomo의 경우는 위의 원격지 협연 시나리오에 홀로그램 기술을 적용한 데모를 보여주었다. 또한 NTT docomo는 5G의 높은 전송률과 엣지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슈퍼와이드 스포츠 중계방송 데모를 보여주었다. 해당 데모는 5개의 4K 영상을 촬영한 후 MMT(MPEG Media Transport)를 이용하여 기지국으로 전송한 후, 기지국에서는 AI 기술을 적용한 엣지 컴퓨팅을 수행하여 5개의 영상을 스티칭한 후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몰입형 미디어에서 콘텐츠 경쟁력 확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현재 콘텐츠 측면에서 방송사는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방송 콘텐츠는 단방향 미디어인 한계가 있다. 그에 비해 VR(Virtual Reality)/AR(Augmented Reality)과 같은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는 시청자의 선택이 반영되어 콘텐츠의 내용이 바뀌는 양방향 미디어이다. 특히, AR은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실제 세상이 융합되어 시청자에게 전달되므로 보다 향상된 시청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전송하기 위한 포맷 정의가 필요한데, 국제 표준화 단체인 MPEG에서는 MPEG-I(immersive) 표준을 통해 해당 포맷 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기존 콘텐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용량과 네트워크 지연에 민감한 특성을 감당할 수 있는 5G를 통해 근미래에 실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MWC에 참가한 많은 업체는 360도 전방향 영상을 모두 전송해야 하는 특성상 높은 전송률을 필요로 하는 VR이 5G 킬러 서비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거의 모두 VR 기기를 이용한 서비스를 시연하였다. 대표적으로 STC(Saudi Telecom Company)는 드론 비행 영상과 관광지 영상을 VR 기기를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시연하였으며, 독일의 T(Deutsche Telekom AG)는 VR 기기와 움직임 검출 센서를 사용하여 가상 공간에서 물품의 모양과 색을 변경하면서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연하였다.
한편으로 AR은 현실 영상과 안경 형태의 기기를 통해 재생되는 영상이 겹쳐져서 증강된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로 저지연 특성이 매우 중요하다. 기술적 성숙도가 아직 VR에 비해 낮기 때문에 VR에 비해 적은 업체들이 데모를 시연하였으며, 그중 돋보이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2 플랫폼을 활용한 협력사들의 데모였다. 홀로렌즈를 직무 교육, 원격 의료 등에 활용한 시나리오를 관람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부스를 구성하였다.
참관기를 마치며
MWC를 참관하며 느낀 점을 다시 요약하면, 5G 관련 기술 개발은 거의 완료 되었지만 아직 5G를 통해 제공할 킬러 서비스를 찾지는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참여사들이 5G의 초저지연 고전송률 특성을 기반으로 양방향 몰입형 멀티미디어 서비스 분야에서 킬러 서비스를 찾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다양한 시도 끝에 방송 콘텐츠 경쟁력을 위협하는 양방향 리치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출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앞으로 몰려올 5G 기반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대응하여 방송 콘텐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과 몰입형 멀티미디어를 접목한 새로운 방송 서비스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