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3의 온라인 전환이 거둔 성과와 시사점

BBC3의 온라인 전환이 거둔 성과와 시사점

세계 주요 방송사 가운데 기존 TV 채널을 완전한 온라인 채널로 전환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BBC Three(이하 BBC3) 채널입니다. 2016년 당시 수신료 절감을 위해 파격적인 선언을 했던 BBC의 소식은 국내외에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BBC3와 관련한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트렌드 리포트 6월호에서는 BBC3의 근황과 지난 2년여의 성과를 소개하고, 국내 콘텐츠 제작사 입장에서 생각해볼 만한 이슈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noname00

“과거의 덜 좋은 버전을 보존하기보다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 BBC3의 온라인 전환, 단순한 수신료 절감 차원이었을까

“Not Closing, Going Online”

온라인 전환을 앞둔 BBC3의 트위터 메시지. ‘종료가 아니라, 온라인에서 계속된다’는 외침이 인상적이다.
온라인 전환을 앞둔 BBC3의 트위터 메시지. ‘종료가 아니라, 온라인에서 계속된다’는 외침이 인상적이다.

BBC3는 BBC Choice를 대신해 2003년 2월 9일부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4년 BBC는 예삭 삭감 정책에 따라 BBC3의 온라인 전환 계획을 발표했으며, 2015년 11월 BBC Trust는 BBC3의 온라인 전환에 대한 제안을 승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마침내 2016년 2월 16일에 이르러 지상파, 케이블, 위성, IPTV를 통한 방송을 종료하고, BBC iPlayer를 통한 인터넷 전용 방송으로 바뀌었습니다.

일반적으로 BBC3가 온라인 전환이 된 데에는 BBC의 수신료 절감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Tony Hall 국장이 내세운 ‘Delivering Quality First’ 이니셔티브가 있습니다. ‘시청자에게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BBC의 정책 아래, ‘BBC 방송 프로그램의 품질을 저해하는 일반적인 종류의 예산 삭감은 하지 않겠다’는 목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즉, 단순히 프로그램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수신료를 절약한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퀄리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iPlayer라는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이동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BBC3의 타깃인 16~34세 시청자가 더 이상 일방향의 TV가 아닌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의 웹과 모바일을 통해 프로그램(영상)을 시청하는, 거부할 수 없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인정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유명 방송사의 완전히 새로운 시도이자 실험에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당시에는 국내 언론사에서도 떠들썩하게 BBC3의 온라인 전환 이슈를 다루었는데, 그 이후 지금까지, 관련 보도나 지속적인 연구는 부족하게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부족하지만 BBC의 보고서와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내용을 위주로 BBC3의 현황과 성과를 정리해보겠습니다.

| 서비스 방향: iPlayer Only에서 iPlyaer First로

드라마 ‘13’의 방송 알림 화면. 좌측상단에는 ‘Online Now’가, 하단에는 ‘On Air Later - BBC TWO’가 보인다.
드라마 ‘13’의 방송 알림 화면. 좌측상단에는 ‘Online Now’가, 하단에는 ‘On Air Later – BBC TWO’가 보인다.

BBC3는 온라인 전환 초기에는 BBC의 다른 TV, 라디오 채널에서는 방송하지 않고 오직 iPlayer에서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iPlayer Only’ 정책을 펼쳤습니다. 특정 콘텐츠를 iPlayer에서만 제공하여 이용자 유입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플랫폼에 유통시키는 최근의 트렌드에 맞추어 곧 ‘iPlayer First’ 전략으로 바꾸었습니다. ‘iPlayer First’ 정책은 iPlayer를 통해 프로그램 본방송을 먼저 제공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BBC1이나 BBC2에서도 해당 콘텐츠를 모두 시청할 수 있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2016년 방영했던 인기 드라마 ‘13’ 역시 iPlayer를 통해 BBC3에서 선공개한 뒤, BBC2에서 방송했습니다.

| 서비스 목표 : 젊은 세대를 위한 새로운 콘텐츠 제공

iPlayer 이용자 연령분포 그래프. 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16-34세의 이용자층이 가장 많음을 알 수 있다. (BBC iPlayer Performance Report, 2017.12)
iPlayer 이용자 연령분포 그래프. 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16-34세의 이용자층이 가장 많음을 알 수 있다. (BBC iPlayer Performance Report, 2017.12)

BBC3는 온라인 전용 채널이 되면서 ‘새로운 콘텐츠’와 ‘젊은 세대를 위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것은 BBC3의 개국 당시 채널 목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나 지금이나‘기술과 새로운 인재를 활용하여 16세에서 34세 사이의 시청자에게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고, 그것도 가장 영국적인 이야기를 선사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 16세에서 34세 사이의 시청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 형식과 고품질의, 독특한, 그리고 영국적인 것을 다루는 긴 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한다.

2) 채널의 주 시청연령(16~34세)가 온라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회로 삼는다.

BBC3의 온라인 전환에 대한 함의

온라인 플랫폼인 iPlayer에서만 서비스된다는 점, 젊은 세대를 타겟 시청자로 삼는다는 점은 BBC3만의 독특한 특징으로 자리 잡았고, 이러한 특징 덕분에 BBC3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 BBC3의 콘텐츠 실험

iPlayer에서 BBC3를 선택했을 때의 화면
iPlayer에서 BBC3를 선택했을 때의 화면

BBC는 2017/2018 Annual Plan에서 ‘BBC3의 온라인 전환을 통해 16~30세 타깃 시청자에게 생각할 거리와 즐거움을 주기 위해 드라마, 코미디 등의 장르에 집중해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영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는 한편, 새로운 형식과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BBC3는 콘텐츠 실험으로 지난 2년 동안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코미디・드라마 장르에서는 약물, 퀴어, SEX 등 영국 젊은 층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주제를, 뉴스・저널리즘 장르에서는 범죄 추적조사물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러한 파격적인 소재의 콘텐츠는 결국 BBC3의 주 타깃인 젊은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온라인 전환 이후의 안정적인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BBC3의 인기 프로그램, 좌측 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Fleabag, 13, Obesity: The Post Mortem, Unsolved  순
BBC3의 인기 프로그램, 좌측 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Fleabag, 13, Obesity: The Post Mortem, Unsolved 순

구체적으로 BBC3의 흥행작으로는 Fleabag, 13, Unsolved, Obesity: The Post Mortem, Stacey Dooley, Murdered by My Father, People just do Nothing and Reggie Yates 등이 있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배우의 삶을 그린 드라마 ‘플리백(Fleabag)’은 아마존과 공동제작해 iPlayer와 아마존프라임서비스에 동시에 서비스되었으며, 시청자와 비평단 사이에 열렬한 호응을 받으며 BAFTA, SDA 등 수 많은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연기상 등을 휩쓴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BBC3는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특징을 살려 주로 15분, 30분 길이의 콘텐츠 시리즈도 제작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계획은 BBC의 차별화 전략을 담은 2016년의 보고서 「A distinctive BBC」에서 이미‘BBC3의 콘텐츠는 15분짜리 짧은 구성의 시리즈를 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표적인 시리즈로는 Amazing humans와 Things not to say가 있습니다.
Amazing humans에서는 영국의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내용을, Things not to say에서는 약물, 퀴어, SEX 등 1020세대가 관심을 두는 다소 파격적인 주제를 5~60분 이내로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Amazing Humans 같은 시리즈 혁신적인 단편은 입소문을 타고 막대한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1억 300만 시청과 110만의 공유라는 최고의 성과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웹에서 소비하기 좋은 이 짧은 길이의 시리즈들이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BBC3가 젊은 세대에 맞추어 제작한 콘텐츠들은 흥행가도에 올라탔습니다.

| BBC3, SNS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중

페이스북: BBC3 ‘Amazing Humans’ 중 ‘Gabi Shull’편
페이스북: BBC3 ‘Amazing Humans’ 중 ‘Gabi Shull’편

BBC의 보고서는 BBC3가 다른 플랫폼보다 특히 페이스북에서 성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BBC3의 페이스북 구독자 수는 88만5000에서 170만 명으로 93% 증가했으며, 2017년에 들어서 페이스북에서 1조가 넘는 시청 수치를 보여 모든 방송 채널과 대부분의 경쟁자를 제쳤습니다.
페이스북에서 BBC3의 콘텐츠가 인기를 끈 데 일조한 것은 역시 ‘Amazing Humans’, ‘Things Not To Say’ 덕분입니다. 이 두 시리즈는 모두 입소문을 타고 흥행했는데, 두 시리즈 모두 ‘공유하기 좋은’ 콘텐츠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공익적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고, 5~30분 내외의 간결하고, 공유 가능한 콘텐츠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Amazing Human 시리즈 중 발레리나 Gabi Shull의 에피소드는 페이스북에서 9,500만 이상의 조회수를 보였습니다.

| 마치며
BBC3 홈페이지에는 채널의 온라인 전환 후 16~34세의 BBC3 시청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났고, 계속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BBC는 ‘온라인 시청’에 대한 측정 방법 등 시청자 연구의 어려움으로 인해 BBC3의 구체적인 성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BBC3는 RTS(Royal Television Society), Broadcast Digital, CDNA(Creative Diversity Network Awards) 등 여러 시상식에서‘올해의 채널’에 선정되는 등 꾸준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BBC3가 온라인 런칭 후 성공한 6가지
BBC3가 온라인 런칭 후 성공한 6가지
BBC3의 유명 프로그램 출연자들
BBC3의 유명 프로그램 출연자들

BBC3는 온라인 전환 이후 콘텐츠에 대한 품질을 놓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지속했습니다. 젊은 세대가 TV 앞을 떠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기기와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는 계속 시청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젊은 세대에 맞춘, 그들이 좋아할만한 소재와 형식, 길이를 깊게 고민했고, 그 결과로 긴 호흡의 드라마면 드라마대로, 짧은 호흡의 시리즈물이면 그 나름대로의 흥행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모두 다양한 측면에서의 콘텐츠 실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 3월, BBC3의 키바나흐 책임은 새로운 편집기둥(Editorial Pillar) BBC3는 온라인 전환 이후 장르 구분 없이 시청자 중심의 새로운 편집 기둥(editorial pillar)을 마련하여 프로그램을 구분하고 있다. ‘Make Me Think’는 드라마,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Make Me Laugh’는 시트콤, 코미디 등 희극적 프로그램을 포함한다. (해외방송정보, 2018년 4월호에서 인용)
을 추가할 것이며, 콘텐츠 확보를 위해 1천만 파운드(한화 약 151억 6,650만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내용도, 명칭도 밝혀진 게 없지만 투자금의 규모와 키바나흐 책임의 “젊은 세대들과 프로그램 제작자들을 연결하는 창조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발표로 미루어봤을 때, BBC3가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한 매체에서 키바나흐 책임은 “BBC3가 2020년까지 16~34세 사이의 젊은 시청자층의 10%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BBC3의 16~34세 시청자 도달률은 온라인 전환 당시 3.2%에 불과했으나, 작년 7월 기준 8.5%까지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상승세라면 2020년에는 BBC3의 도전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참고자료
A Distinctive BBC (BBC, 2016.04)
BBC Annual Report and Accounts 2016/17 (2017.06.22.)
Communications Market Report 2017: UK (Ofcom, 2017.08.03)
BBC3 reveals audience targets for first time as it chases new generation of online viewers (RadioTimes, 2017.09.07.)
BBC iPlayer Performance Report (BBC, 2017.12)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BBC Three and where to find us (BBC3 홈페이지, 2018.02.28)
BBC Annual Plan for 2018/19 (BBC, 2018.03.28.)
BBC3, “2020년까지 16~34세 젊은층의 10%에 도달” 목표 (해외방송정보, 방송문화연구소, 2018년 4월호)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