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3월이 되었습니다. 새내기들에게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이 되는 3월을 맞이하며 트렌드&리포트에서도 교육과 관련된 기술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바로 교육과 기술이 만나 탄생한 ‘에듀테크’입니다.
| 에듀테크의 목적과 의미
최근 에듀테크가 급격히 성장하게 된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시대적 공감과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교육 시스템과 방식이 필요하다는 당위성 때문입니다. 영국, 미국 등 교육 선진국에서는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 산업이 이러닝(E-Learning) 시장을 빠르게 대체 중이고,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듯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기업에서도 무료나 저렴한 가격으로 활용 가능한 개방형 교육 자료를 풍부하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전통적인 개념의 기존 교육과 미디어·디자인·소프트웨어·VR·AR·3D 등의 ICT 기술이 융합하여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인공지능, VR, AR 등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에듀테크 분야는 그야말로‘교육의 혁신’을 꿈꾸고 있습니다. 과거의 온라인 교육(이러닝) 시장이 더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에듀테크는 첨단기술을 통해 ‘학습자’의 ‘학습 목표’ 달성을 위한 ‘교육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에듀테크는 교육 대상의 학습효과와 진행 과정, 새로운 학습 방식 등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1:1 교육과 마찬가지의 ‘완전 학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기술들
배우고 익히는 학습 과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돕는 에듀테크는 다양한 기술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IT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기본적으로 초고속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클라우드 서비스, 커넥티드 러닝(Connected learning),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 등의 발전이 교육 분야의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향후 2년 이내에 가장 직접적으로 교육 분야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기술로는 클라우드, 고성능컴퓨터, 가상세계, BYOD 등을 선정했습니다.
BYOD는 Bring Your Own Device의 약자로 휴대할 수 있는 개인기기를 의미하는데, 이는 커넥티드 러닝, 커넥티드 클래스룸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학생이 개별 단말을 소지한 상태에서 특정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학생의 학습 이력, 숙제, 취약점 등을 실시간으로 선생님이 파악해 학생의 학습 스타일에 알맞은 게임화(Gamification) 프로그램이나 교육용 앱 등을 추천해 개인의 학습 흥미도를 높일 수 있는 피드백을 주는 이상적인 교실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트너는 학습분석 기술이 향후 2~5년 이내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에듀테크 시장에서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수학이나 토익 등 외국어시험 분야의 취약한 문제 유형을 파악해 반복적으로 풀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활발히 이용 중입니다. 조사 시점이 2016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년 뒤인 올해는 학습분석기술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트너는 이 외에도 디지털교과서나 학습플랫폼, 게임화 등이 에듀테크 분야에서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비슷하게 NMC HORIZON REPORT 2017에서도 에듀에크 분야에서의 중대한 발전으로 1년 이내에 모바일 학습, 맞춤형 학습 기술(Adaptive Learning)이, 2~3년 이내에 사물인터넷과 차세대 학습관리시스템이, 4~5년 이내에 디지털학습 관련 더욱 자연스러워진 UI와 인공지능을 접목한 학습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 에듀테크 산업에 투자하는 미디어 기업 – BBC와 Bertelsmann
이러한 에듀테크의 발전 흐름에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나라는 영국입니다. 영국의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75억 파운드(한화 30조 원)에 이르며, 2020년까지 300억 파운드(약 50조 원) 규모로 육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에듀테크 시장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체(Edtech UK)가 2015년 10월에 출범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국이러닝산업협회가 2017년 8월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로 단체명을 변경한 정도입니다.
영국은 정부 주도로 코딩 교육을 장려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스타트업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중에서도 BBC는 2016년 정부와 기업 파트너십을 통해 싱글보드 컴퓨터인 마이크로 비트(Micro:bit)를 영국의 모든 7학년에게 무상으로 보급하기도 했습니다. BBC는 방송사라는 점을 활용해 자사의 인기 프로그램에 코더들에게 영감을 주는 내용을 접목시킨다든가, 게임이나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기술에 대한 창의적인 사고를 독려하는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현재는 Micro:bit Foundation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쉽고, 코딩하는 데에 동기부여가 되며, 가격이 합리적이다는 점을 전면에 내걸고 학생과 교사를 위한 코딩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외 유럽국가 중에서는 독일 기업인 베르텔스만(Bertelsmann)이 에듀테크 분야 투자에 가장 적극적입니다. 베르텔스만은 유럽에서 가장 큰 미디어 그룹으로, 방송국 RTL과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를 가지고 있는 기업입니다. 베르텔스만은 2015년 9월, 미디어, 서비스 다음으로 ‘교육’을 3대 핵심 사업으로 선정한 이후 Bertelsmann Education Group이라는 별도의 부문사를 두고,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의 측면에서 미국 내 이러닝 시장과 온라인 교육 시장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2015년 헬스케어 분야 이러닝 서비스인 ‘렐리아스 러닝(Relias Learning)’의 인수를 시작으로 현재는 ICT에 특화된 MOOC 서비스인 ‘유다시티(Uda City)’의 전략적 투자자이자, 석박사 학위 취득을 온라인 교육으로 돕는 ‘핫초크(Hot Chalk)’의 최대 주주이기도 합니다.
| ‘학습’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
유다시티를 설명하며 언급한 MOOC(온라인 공개 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 무크) 역시 에듀테크 관련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에듀테크 분야가 고도화될수록 교육을 둘러싼 기존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강사와 학습자는 직접 연결되며, 학습 분야는 서로 융합되는 형태로 변화해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육 플랫폼’ 역시 에듀테크가 발전함에 따라 강력해지는 분야가 될 것입니다. 교사와 학교는 플랫폼으로 대체되어 가장 많이 아는 사람과 가장 알고 싶은 사람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과거 인터넷 강의의 일방향적인 지식 전달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적절한 기술을 활용했고, 에듀테크를 비즈니스 플랫폼으로서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플랫지, 유데미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플랫지(platzi)는 수강생들의 실시간 반응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온라인 강의입니다. 미국 및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프로그래밍・디자인・마케팅 관련 강의를 제공하는데, 미리 공지된 시간표에 맞춰 수강생들이 접속하고, 강사가 작성하는 내용을 보며 수강생들이 서로 소통하며 질문을 올리고 강사가 이에 답변하며 진행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강사와 수강생의 소통을 통해 높은 수료율을 보이며 기존 MOOC의 단점인 낮은 수료율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유데미(Udemy)는 배우고 싶은 사람이 언제든 원하는 강의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접근성’에 핵심가치를 두고 강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입니다. 접근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다양한 강의, 사례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고 캡쳐화면과 같이 강사 지원하기 버튼만 누르면 누구나 바로 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 국내 에듀테크 시장은?
에듀테크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ICT 기술을 활용한 교육 실험이 다각도로 이루어지는 해외의 흐름과 달리 국내 에듀테크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작년의 에듀테크 시장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SW 교육과 실시간 질의응답과 관련된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났고, 기존의 교육기업은 스타트업과의 제휴, 협업, 인수 등의 방법으로 에듀테크를 활용한 사업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에듀테크 기업을 몇 군데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럭스로보는 코딩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코딩용 레고 ‘모디’ 모듈(조립식 부품)을 제작하는 업체로 영국 최대의 교육용 자재 납품회사인 ‘테크놀로지 서플라이스’와 계약을 맺고 올해부터 약 1,500개 공립학교에 모디를 납품할 예정인 회사입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중 작년 한 해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바풀은 모르는 수학 문제를 사진 찍어서 올리면 풀이를 알려주고, 학생 데이터를 분석해 취약한 유형은 물론 현재 학습해야 하는 단계까지 알려주는 ‘바로 풀기’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간단한 서비스 같지만 여기에는 수식 인식, 자동 답변, 클라우드 아키텍처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머신러닝 기술로 개인 맞춤형(Adaptive Learning)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듀테크 회사로는 산타토익으로 유명한 ‘뤼이드’, 수학․과학 문제 풀이 서비스 콴다를 운영하는 ‘매스프레소’, 마타수학을 운영하는 ‘비트루브’ 등이 있습니다. 소개한 회사 모두 머신러닝 알고리즘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를 찍어서 올리면 자동으로 풀이를 제공해주고, 그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맞춤형 문제를 제공해 학습 효율을 높여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에그번에듀는 챗봇을 이용해 아시아권 언어(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SW를 북미·동남아에 제공하는 언어 교육 회사입니다. 챗봇이 인공지능, 클라우드서비스, 빅데이터 플랫폼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결합된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 2018년 에듀테크 트렌드는?
에듀테크와 관련된 각종 보고서와 기사를 종합해보면 올해 에듀테크는‘개인맞춤형 학습(Adaptive Learning)’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맞춤형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고, 이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이 각자의 모바일 기기를 통해 학습을 하는 환경적인 뒷받침 또한 지원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올해는 국내외에서 BYOD 이슈와 학습 데이터 활용을 위한 교육 플랫폼과 관련 콘텐츠 개발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올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에듀테크의 목적은 데이터를 통해 학생, 학부모 및 교사가 ‘학생의 성공 또는 목표에 필요한 개별적인 지원과 기회’를 ‘적절히 제공’해 주는 것에 있습니다. 이러한 에듀테크의 목적과 의미를 생각해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 아니더라도 분명히 반길만한, 가치 있는 변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 참고자료
도서
– IT 트렌드 스페셜 리포트 2018 (김석기 외, 한빛미디어)
– 에듀테크 (홍정민, 책밥)
보고서
– EDTECH: LONDON CAPITAL FOR LEARNING TECHNOLOGY (Edtech UK, 2017)
– 2017 HIGHER EDUCATION EDITION(KOREAN) (NMC HORIZON REPORT, 2017)
– 교육과 ICT기술의 융합, 에듀테크 (융합위클리팁, 융합연구정책센터, 2017.10.16.)
– 미국 교육시장, 에듀테크를 주목하라 (해외시장뉴스, KOTRA, 2017.09.08.)
–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에듀테크 (케이콘텐츠, 문화체육관광부, 2017년 1,2월호)
– 주요국 에듀테크 산업과 정책 현황 (KISA Report Power Review, 한국인터넷진흥원, 2016년 5월호)
기사
– 22 UK edtech startups to watch (Techworld.com, 2018.01.22.)
– Three edtech trends to watch in 2018 (Edtechdigest, 2017.12.12.)
– Year in review hottest edtrends of 2017 (Edtechdigest, 2017.12.08.)
– 미래교육 롤모델 영국- 교육에 AI·빅데이터 융합… ‘에듀테크’로 미래 인재 키운다 (서울경제, 2018.01.14.)
– 한국 에듀테크 트렌드 5가지 (블로터, 2017.12.15.)
– BBC micro:bit celebrates huge impact in first year, with 90% of students saying it helped show that anyone can code (BBC, 2017.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