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석 KBS TV기술국
풀파일 제작 도입 배경
KBS는 2015년 노후된 편집실 11과 12의 개선사업으로 기존 Tape 기반의 제작편집실을 Tapeless 풀파일 제작편집실로 꾸미기로 하고 2015년 말 3개월여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6년 1월 풀파일 제작편집실 11, 12, 13을 오픈하게 되었다. 새로운 방식의 제작편집실의 배경에는 네트워크 CG(이하 Net CG)의 개선과 Baseband 장비들의 쇠퇴, 고가의 제작편집실 구성에 대한 대안 마련, KBS NPS 시스템 도입 후 다년간의 NLE 파일기반 제작 경험에서의 자신감, 파일 기반 제작의 시대적 흐름과 향후 UHD 제작 등 다양한 고려사항으로 인한 어찌 보면 당연한 시도라고 생각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기존 제작시스템에 익숙해 있는 PD 등 제작진에게는 선뜻 해보겠다고 나서기에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KBS는 지난 1년간 새로운 풀파일 제작 워크플로우를 통해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노력해 왔다.
워크플로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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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NPS (Network Production System) 설립 이후 기존 Tape 제작 방식은 PD의 Craft NLE, Master NLE, 종편실 NLE까지 연결된 NPS 네트워크를 이용해 최종적으로 종편실에서 스위처를 통해 자막을 합성해 Tape으로 레코딩하고 SMR(Sound Mastering Room)을 거쳐 주조에 Tape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면, 새로 도입한 풀파일 제작 시스템은 기존 NPS에 자막작업, SMR, 주조까지 네트워크 연계가 가능하도록 구성하였다고 할 수 있다. KBS는 이러한 작업 연계가 가능하도록 기존 NPS 외에 추가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였는데 이것이 ‘NPS 후반 제작시스템(NPS Post Production System)’이다. 아래 그림은 기존 NPS 사용자의 서버 접속 프로그램인 Browser for Mac과 후반 제작시스템 서버에 접속하는 웹 페이지이다.
그림 5. NPS와 NPS후반 제작시스템 비교
후반 제작시스템의 도입으로 모든 작업자들은 공동 작업으로 Tape을 제작해 전달하는 시리얼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각자의 독립적 작업으로 파일을 공유하는 패러렐 방식으로 제작 워크플로우는 변화하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막 작업이다. 기존의 Tape 제작 방식에서는 NPS를 통해 NLE로 편집하였다 하더라도 Tape 또는 NLE 프로젝트를 가지고 종편실에 가야만 스위처를 통해 최종 Tape에 자막을 넣을 수 있었지만 새로운 풀파일 제작시스템에서는 Net CG 한 대만 있으면 자신의 NLE 편집본을 후반 제작 시스템을 통해 올리고 다운 받아 Net CG 컴퓨터에 영상을 올려놓고 혼자서도 자막을 인아웃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더 이상자막 작업을 위해 고가의 스위처, VCR 등 장비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KBS는 신설 풀파일 종편실 3실 외에 자막 작업만을 위한 별도의 Net CG실 4실을 함께 신설하였다. PD는 촬영본에 대한 편집이 끝나면 Export 한 후 이 영상을 후반 제작시스템에 업로드 후 Net CG실에서 이 영상을 다운 받아 준비된 자막 프로젝트를 열어 혼자서 자막 작업이 가능하다. PD의 자막 작업 동안 엔지니어는 PD가 완성한 NLE 프로젝트를 열어 색보정, 효과 작업 등 마스터링이 가능하다. 한 공간에서 순차적으로만 가능하던 작업이 각자의 공간에서 독립적으로 동시 작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물론 PD의 자막 작업 영상과 편집감독의 마스터링 영상의 길이가 달라지면 안 되는 것은 네트워크 협업의 기본이다.
Net CG는 다른 몇몇 방송사에서도 도입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장비인데 풀파일 제작의 공통된 논란 중 가장 첫 번째로 늘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이 Net CG 작업 시간이다. 처음 풀파일 제작을 위해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PD에게 이야기했을 때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이 “Net CG가 오래 걸린다던데…”였다. 그렇다. 풀파일 제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 과정이다. 어찌 보면 기존 Tape 제작과 비교해 그렇다는 것이다. 일반 CG와 Net CG의 자막 인아웃 작업은 단축키까지도 동일하다. 그런데 왜 그럴까? 돌이켜보면 VCR 1:1 편집 시절과 NLE 도입 이후의 과거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VCR 1:1 편집에서는 수많은 촬영 Tape을 쌓아놓고 Tape을 수없이 넣고 빼고 하며 레코딩 버튼을 눌러 프리롤 해가며 편집해야 하고 NLE 편집은 잘 정리된 소스 목록에서 타임라인 상에 내려놓기만 하면 되는데 절대로 작업시간은 줄지 않았다. 이유는 역설적으로 혼자서 너무 많은 것을 빨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Net CG도 그렇다. 혼자서 자기가 원하는 타이밍에 정확히 인아웃할 수 있고 자막 내용 수정, 위치 수정까지도 할 수 있게 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 완성도를 높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완성도와 시간을 함께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시간상으로만 Net CG가 오래 걸린다는 말로 풀파일 제작의 단점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새로운 풀파일 제작 워크플로우
Net CG 작업이 완료되면 Rendering 버튼을 눌러 작업한 자막의 개별 영상과 이들 영상의 타임 정보가 담긴 xml 파일을 출력한다. 이 출력된 파일들은 역시 후반제작시스템을 통해 마스터링이 끝난 NLE 컴퓨터에서 다운받는다. NLE 프로젝트에서는 xml 파일을 Import해 마스터링 시퀀스 위에 끌어내려 자막 트랙을 추가하게 된다. KBS의 NLE는 Final Cut Pro 7이다.
여기까지가 오디오 작업 이전 영상 작업이다. 만약 SMR 작업이 필요하다면 자막까지 완성된 시퀀스를 Export 해 역시 후반 제작시스템을 통해 SMR에 사운드 마스터링용 영상을 전달한다. SMR 작업이 끝나면 풀파일 종편실에서 완성된 최종 오디오 파일을 전달받아 시퀀스의 오디오 트랙을 교체하게 된다. 하지만 SMR을 가지 않고 종편실에서 최종 오디오 믹싱 작업을 해야 할 경우 종편실에서는 오디오 컨트롤러를 이용해 믹싱한다. 이 오디오 컨트롤러는 마우스, 키보드와 같이 USB로 NLE 컴퓨터에 연결하는 주변기기로 NLE 시퀀스의 오디오 트랙에 오디오 레벨의 키프레임을 생성해 준다.
MACKIE 오디오 컨트롤러와 FCP에서의 세팅은 다음과 같다.
1. MACKIE 컨트롤러에서 1, 2번 채널의 SEL 버튼을 누른 채 전원을 켜 컨트롤 모드 선택 디스플레이에 들어가 Logic Control을 선택한다.
2. FCP의 메뉴 Tools → Control Surfaces에서 창을 열고 상단 메뉴에서 Mackie를 선택한다.
3. 장비 추가 (+)버튼을 눌러 Logic Control과 USB 연결 포트를 선택하여 오디오 컨트롤러를 연결한다.
4. FCP 메뉴 Tools → Audio Mixer를 실행한 후 오디오 컨트롤러의 페이더를 통해 오디오 트랙을 믹싱한다.
이렇게 완성된 프로그램은 역시 네트워크를 통해 파일로 주조에 전달된다. KBS의 제작 코덱은 PRORES.mov이고 송출 코덱은 XDCAM HD 422.mxf이다. 따라서 FCP 상에서 완성된 시퀀스는 PRORES.mov로 출력해 송출용으로 컨버팅해야 하는데 컨버팅을 위해 KBS에서는 프리미어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FCP상에서 XDCAM Transfer 메뉴를 이용해 mxf 파일을 출력할 수도 있지만 오디오 트랙의 세팅 및 믹싱 문제, 그리고 풀파일 제작 초기 XDCAM Transfer로 출력했을 때 영상에 일부 노이즈를 발견한 후 프리미어의 안정성을 신뢰해 사용하고 있다.
풀파일 제작의 특징
1. 시스템 구성 비용 : 일단 종편실만 봤을 때 상당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고가의 스위처, 오디오 콘솔, VCR, 자동 편집기 등이 필요 없어지고 풀파일 종편실은 NLE, Net CG 두 장비에 A/V 모니터 시스템 그리고 NLE 오디오 컨트롤러가 전부이니 말이다. 그밖에 네트워크 구성도 기존 NPS에 추가적으로 구성되어 비용 증가가 제한적이라 볼 수 있다.
2. 제작 소요시간 :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지만 Net CG 작업이 기존 Tape 제작에 비해 오래 걸리고 네트워크 공유로 인한 업로드 다운로드의 번거로움, NLE와 Net CG에서의 렌더링 및 Export 시간 증가 등이 발생한다. 여기에 추가로 고려해야할 사항이 KBS에는 방송시간 얼마 전까지 방송본을 주조에 전달해야 한다는 정시운행지침이 있는데 파일은 Tape 보다 안정적인 송출을 위해 더 이른 주조 전달을 요구한다. 송출 준비 단계에서도 Tape보다는 파일이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3. 수정의 용이성 : 풀파일 제작은 송출용 파일을 Export 하기 직전까지 모든 비디오, 오디오와 자막을 NLE 상에서 클립 단위의 프로젝트로 유지하므로 빠른 수정이 가능하다.
4. 모니터 후 파일 제작 : VCR 제작에서 제작자는 Tape에 레코딩된 최종 출력을 모니터하지만 파일 제작에서는 NLE 타임라인을 플레이해 확인한 후에 송출용 파일을 Export 한다. Tape 제작과 모니터 순서가 다른 것이다. 따라서 편집감독은 NLE 시퀀스와 파일 관리에 좀 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풀파일 제작의 미래
더 이상 고가의 스위처, VCR 등의 Baseband 시스템 제작 시대는 지속될 수 없다. 빠르게 파일화, IP 기반 네트워크 제작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의 제작 방식에 오랜 기간 적응해 온 방송인으로서 기술적 변화에 주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단지 엔지니어에게만 국한된 변화가 아니고 프로그램을 제작해 송출하는 모든 방송인의 동참이 필요한 제작 워크플로우 전반에 걸친 변화이다. HD뿐만 아니라 UHD 제작에도 필수적인 대안이다. 과거의 제작습관과 비교해 풀파일 제작의 단점을 크게 보기보다는 단점을 새로운 관점에서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가 함께 요구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