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진 EBS 기술기획부
“성공의 정도가 자기계발의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성공이란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었느냐에 따라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
– 짐 론
혹자는 다 똑같은 내용이라는 등의 이유로 자기계발 서적은 잘 읽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이러한 종류의 책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피땀을 흘려 노력해야 한다거나, 독자들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듣기 좋은 말과 동기부여를 위한 헛소리, 그 밖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말들만 늘어놓는다면서요.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만, 저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에 틈틈이 자기계발 관련 서적도 즐겨 읽는 편입니다.
2017년 자기계발 분야에서 ‘핫’했던 책 중에 ‘타이탄의 도구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저자인 팀 페리스(Tim Ferris)는 혁신기업 CEO, 세계적인 석학, 작가 등을 ‘타이탄’으로 규정하고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깨닫게 된 성공 노하우를 모아 놓은 책입니다.
이 책에는 전 세계 인터넷 사이트 중 25%가 사용하는 오픈소스 콘텐츠관리시스템인 워드프레스를 개발한 인물이며, 4,000만 달러에 달하는 개인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매트 뮬렌웨그(Matt Mullenweg)와 대화했던 내용이 나옵니다. 매트는 우리가 오직 단 하나의 글만 읽을 수 있다면 꼭 그걸 읽어야 한다면서 팀 어번(Tim Urban)이 운영하는 ‘Wait But Why’라는 블로그에 실린 ‘The Tail End’(맨 끝)라는 게시물을 추천해주었다고 합니다.
어떤 글일지 궁금해져 Wait But Why라는 블로그에 들어가 게시물을 몇 개 읽어보았습니다. 팀은 낙서 수준의 그림을 통해 주로 시간(특히 ‘인생’이라는 관점에서의)을 추상적인 개념에서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구체적 실체로 바꿔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글을 쓰는 재능이 있는 듯합니다.
특히 ‘The Tail End’는 숫자와 몇 개의 도형으로 이루어진 그림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짧은지를 자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읽어 볼 만한 많은 글들이 있지만, ‘방송과기술’ 지면을 통해 ‘The Tail End’라는 글을 방송기술인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다음 그림은 Wait But Why 블로그에 있는 그림을 그대로 사용한 것입니다.)
운이 좋아서 (Tim Urban이 이렇게 실제로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90살까지 산다면 사람의 수명은 그림과 같이 90개의 마름모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마름모 한 개가 1년입니다.
그리고 주 단위로,
그리고 ‘일’ 단위로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오늘’은 위 그림의 하나의 점으로 나타낼 수 있을 것입니다. 년, 월, 주, 일 같은 시간 단위 대신 ‘이벤트’를 기준으로도 인생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적을 당시 34살인) 팀에게 겨울은 60번도 채 남지 않은 것이고,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슈퍼볼도 마찬가지로 60번도 채 남지 않았겠죠.
팀은 업무상 읽는 책을 제외하면 일 년에 대략 5권의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평생 무한한 수의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남은 인생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은 300권이 채 남지 않은 셈이 되는 겁니다.
앞으로는 책 한 권 고를 때도 신중하게 골라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팀은 부모님과 만날 수 있는 횟수를 그림으로 표시하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림이 너무 길어서 방송과기술 지면으로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면 우리는 부모님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의 93%를 써버린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7%, 5%, 3%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맨 끝에 서 있다.
그리고 다음 세 가지를 결론으로 제시합니다.
1)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
(Living in the same place as the people you love matters)
2)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Priorities matter)
: 누구와 만나 시간을 보낼지 순위를 정하되 그 순위를 본인이 정하도록 하라
3)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Quality time matters)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라
다소 뻔해 보이는 결론이긴 하나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저에게는 새삼 삶의 유한성을 깨닫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글이었습니다.
(이 글은 2월호에 실릴 것이지만, 전 1월에 쓰고 있습니다. 방송과기술 독자 여러분들은 아쉬운 대로 ‘구정’을 기준으로 생각한다 칩시다)
기회가 되신다면 원문으로, 그리고 다른 글들, 가령 ‘Your life in weeks’, ‘Life is a picture, but you live in a pixel’ 등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인생은 사십부터’라는 말은, 인생은 사십까지라는 말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내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들은 93퍼센트가 사십 미만의 인물들이다.
그러니 사십부터는 여생인가 한다.
사십 년이라면 인생은 짧다.
그러나 생각을 다시 하면 그리 짧은 편도 아니다.
– 피천득, 봄
요즘은 흔히들 인생은 육십부터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1910년도에 태어난 피천득 선생님이 살던 시대와는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인생은 짧은 것 같습니다.
방송기술인 여러분 모두 2018년 알찬 한해 보내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단행본 : 타이탄의 도구들
블로그 : Wait But Why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