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2016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포켓몬GO’를 기억하시나요? 2년여가 흐른 지금, 다시 포켓몬스터 열풍이 예상됩니다. 닌텐도에서 ‘닌텐도 스위치’용 포켓몬 게임인 ‘포켓몬스터 레츠고!’를 선보이기 때문입니다. 11월 트렌드 리포트에서는 닌텐도를 통해 다양한 IP(지식재산권) 활용 사례를 풀어보겠습니다.
| 닌텐도와 지식재산권(IP)
잘 아시다시피, 닌텐도는 비디오게임 회사입니다. 닌텐도는 그동안 가정용(패미콤, 게임큐브, Wii 등)과 휴대용(게임보이, 닌텐도DS, Wii U 등) 게임 콘솔을 개발 및 제작하면서 동시에 자사 콘솔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도 개발해왔습니다. 2017년 3월 3일에는 가정용과 휴대용 게임 콘솔을 통합한 형태인 ‘스위치’라는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TV모드, 테이블모드, 휴대모드를 지원해 게임을 가정에서나 이동할 때나 언제 어디서든지 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 특징이며, 게임의 즐거움과 몰입감을 높여주는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임기입니다. 닌텐도는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려는 듯 스위치 출시에 맞춰 자사 독점작을 연이어 선보였고, 그 결과 출시 9개월 만에 전 세계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기록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 닌텐도를 다루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오는 11월 16일에 보다 업그레이드된 포켓몬스터 게임이 새롭게 출시되기 때문입니다. 닌텐도는 그동안 새로운 게임 콘솔 출시에 맞춰 자사 IP를 활용한 독점작을 선보여왔습니다. 스위치용으로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등에 이어 피카츄와 이브이를 전면에 내세운 ‘포켓몬스터 레츠고!’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 포켓몬스터 게임을 스위치용 규격에 맞게 변경한 수준이 아니냐는 반문을 하실 수도 있지만, 닌텐도는 새로운 게임기에는 항상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같은 모습의 포켓몬이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법에서는 분명한 차이를 두었습니다. 모바일로 즐기던 포켓몬GO의 이력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기능, 실물 몬스터볼로 포켓몬을 잡을 수 있는 기능 등을 추가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몬스터볼을 쓰다듬어주면 피카츄나 이브이가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마리오가 되어 스테이지를 깼던 기억이나, 포켓몬스터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열심히 빵을 샀던 기억은 다들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처럼 닌텐도는 우리에게 슈퍼마리오와 포켓몬스터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별의 요정 카비, 젤다의 전설, 동물의 숲 등 자사 게임 IP를 새로운 게임기를 출시할 때마다 업그레이드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도쿄올림픽에 맞춰 ‘슈퍼 닌텐도 월드’ 테마파크의 개장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닌텐도의 게임 IP는 닌텐도가 롱런할 수 있는 힘의 원천 중 하나입니다.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이란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등 지적 활동으로 발생하는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을 통틀어서 일컫는 용어입니다. 문화유산부터 첨단 기술까지 지식재산의 범위는 다양하며, 최근에는 문화콘텐츠 분야가 IP 관련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애니메이션 시장이 확대되면서 표현물로 대표되는 캐릭터 IP 산업이 성장세입니다. 기존 스토리와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라이선스 판매를 통한 로열티 수익, 굿즈, 웹툰 등 2차 창작을 통한 수익 등 수익모델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존 브랜드의 고객층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장르로 선보였을 때도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유지될 수 있고, 전체적인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장점도 있습니다.
| 국내 게임사의 IP 활용 사례
온라인게임을 오프라인에서도…
홍대 롯데 엘큐브 1층에는 카카오도 라인도 아닌 생소한 캐릭터샵이 있습니다. 바로 ‘넷마블스토어’입니다. 게임회사인 넷마블은 올해 4월, 자사의 IP를 활용한 상설 캐릭터 샵을 열었습니다. 오픈 이후 한 달 만에 6만 명이 방문하고 두 달여 만에 약 13만 명이 다녀가는 등 높은 관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팝업스토어 형태로 한두 달만 캐릭터 상품을 팔았던 것과 다르게 ‘상설’ 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게임사의 IP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방증합니다. ‘넷마블’은 이 외에도 게이머의 팬심에 보답하고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해 캐릭터 굿즈 상품 출시, 소설화 등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프렌즈샵 홍대점 지하에 있는 ‘카카오프렌즈 컨셉 뮤지엄’은 올해 10월 초부터 ‘전시’라는 이름으로 게임 체험장을 마련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내년 3월까지 지속되는 전시는 ‘함께해요, 카카오게임!’이라는 주제로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배틀그라운드’와 ‘검은사막’, 그리고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 모바일 게임 ‘프렌즈레이싱’의 테마를 활용하여 구성된 오프라인 전시입니다. 모바일 게임을 오프라인에서 AR과 VR을 결합해 체험할 수 있다는 점과 캐릭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리니지 IP 사용료만 연간 1000억 원
국내 게임사는 앞서 살펴본 IP를 활용한 캐릭터 사업 외에도 이종(異種) 문화콘텐츠와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스토리와 재미, 대중성까지 겸비한 게임들을 웹툰, 뮤지컬, 예능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중에서도 PC 게임의 IP를 모바일 게임에 적용시킨 사례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리니지’입니다. 엔씨소프트가 IP를 가지고 있는 PC 게임 ‘리니지’는 2개의 모바일게임이 존재합니다. 넷마블이 개발한 ‘리니지2 레볼루션’(2016년 12월 출시)과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리니지M’(2017년 6월 출시)이 있습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경우,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 IP를 활용했으므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에 지급한 IP 사용료는 약 1,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만큼의 로열티를 지불하고도 ‘리니지2 레볼루션’의 수익성이 보장되는 것을 보면, 게임사에서 앞다투어 유명 게임 IP를 활용한 사업을 시도하는 이유가 납득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게임 IP를 사업화하는 이유는?
게임사들이 최근 들어 게임 IP에 집중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 측면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첫째, 매출 증가 및 사업 다각화, 둘째, 마케팅 및 홍보 효과, 셋째, 이용자의 충성도 강화, 넷째, 서브 컬처의 확산입니다. 게임업계에서는 IP 활용 사업이 게임 자체의 브랜드 또는 게임 캐릭터를 브랜드화하여 이용자의 충성도를 강화하거나 전체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예로, 게임을 잘 모르는 필자가 홍대를 갔다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가 있다는 이유로 넷마블스토어와 카카오뮤지엄에 방문해 각 사의 게임에 대해 알게 된 경우가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모바일 리니지 게임 사례처럼 유명 게임 IP는 기존 인지도와 탄탄한 유저층를 통해 마케팅 비용 절감, 유저 모객 증대에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자연스럽게 매출과 연결되기 때문에 게임사들 역시 IP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 방송사의 IP 활용 사례
웹툰을 영상콘텐츠로
방송사에서는 웹툰, 웹소설 IP를 활용해 영상콘텐츠로 만드는 데에 가장 적극적입니다. 대부분 드라마로 제작되는데,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2014년에 방영된 tvN <미생>을 들 수 있겠습니다. <미생>은 웰메이드 웹툰으로 이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드라마에서 실감 나는 회사 생활을 보여주며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후 많은 웹콘텐츠가 방송용으로 제작되고 있는데, 그 중 <마음의 소리>와 <김비서가 왜그럴까>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마음의 소리>는 조석 작가의 대표작으로, <미생>과 달리 개그 웹툰이지만 웹드라마와 KBS 시트콤으로도 제작되었습니다. 개그 웹툰도 드라마용으로 각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종영한 tvN의 <김비서가 왜그럴까>를 또 다른 사례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그럴까>는 웹툰을 드라마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원작은 웹소설에서 출발했습니다. 2014년 웹소설로 선보인 뒤, 2016년 웹툰화되었고, 2018년에는 드라마로까지 제작된 IP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소설, 웹툰, 영상로 계속 변화하면서도 원작의 재미는 놓치지 않으면서 장르별 특징을 살려 대중에게 새로움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웹툰에서는 만화의 특징인 비현실적인 묘사와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면, 드라마에서는 이 부분을 CG와 효과음을 넣는 연출로 적절히 변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게임을 예능프로그램으로
최근에는 예능프로그램에 게임 IP가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넥슨에서 개발한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를 소재로 한 MBC의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이하 두니아)>입니다. 두니아는 올해 6월 첫 방을 시작으로 9월 말에 종방한 MBC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여러 의미로 새로운 콘텐츠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선 두니아는 게임 ‘듀랑고’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듀랑고의 필수요소인 공룡을 프로그램 중간중간 CG로 노출시키는가 하면, 게임의 효과음, BGM, UI 등을 프로그램에 녹여냈습니다. 또 ‘듀랑고’는 게이머의 플레이 패턴에 따라 게임 결과가 달라지는데, 두니아 역시 ‘선택의 순간’이라는 이름으로 시청자의 실시간 투표 참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도록 방송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게임 IP를 적절히 활용해 지상파 방송으로 만들어낸 첫 사례인 셈입니다.
두니아는 ‘언리얼(Unreal) 버라이어티’를 지향했습니다. 모두가 ‘리얼 버라이어티’와 ‘관찰 예능’을 제작할 때 두니아는 ‘Unreal’을 표방하며 매회 정해진 스토리가 있으면서도 출연진의 자유 진행이 가능한 다소 독특한 포맷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두니아의 연출을 맡은 박진경PD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기반의 예능은 “안 해본 것 없을까 찾다가…게임 쪽과 협력을 해보면 어떨까 해서” 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게임 자체를 엄청 좋아하는” PD 개인의 역량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지만, “지상파라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 조금 다양하고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은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새로운 포맷을 도전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방송사에서 생각해볼 만한 점
‘방송과기술’ 지면에서 왠 게임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방송과 게임은 그 존재 목적이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점 말입니다. 또 방송과 게임은 영상과 음향 그리고 스토리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가진 분야입니다. 이질적인 장르인 듯 보이지만, 사실 비슷한 구석이 많은 분야입니다.
다시 닌텐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닌텐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게임 콘솔(기기, 플랫폼) 제조사이자 게임(콘텐츠) 개발사입니다. MS와 SONY는 각각 X-box와 PlayStation이라는 게임 콘솔을 제조할 뿐, 그 안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닌텐도는 여전히 플랫폼(스위치 등 콘솔)과 콘텐츠(게임)를 동시에 개발하며 게임 업계에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방송사 역시 플랫폼(채널)과 콘텐츠(프로그램)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닌텐도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입니다.
닌텐도는 새로운 게임기를 선보이고 후속작이 나올 때까지 평균 5년여의 침체기를 겪습니다. 그리고 그사이엔 항상 ‘몰락’, ‘추락’, ‘실패’ 등의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복귀작이 나올 땐 언제 그랬냐는 듯 세간의 주목을 받아 재기에 성공합니다. 그 이유는 닌텐도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온 가족이 함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닌텐도의 지원군으로는 오랜 세월 함께해준 게임 캐릭터들(마리오, 포켓몬, 젤다, 카비 등)도 있습니다. 익숙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도 게임 플레이 방법에서는 새로움을 선사한다는 점이 닌텐도가 변함없이 사랑받는 이유일 것입니다. 앞으로의 방송·영상 콘텐츠 역시 세대를 아우르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내용이 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 방송사만의 차별화된 컨셉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KBS는 10월 초부터 약 한 달간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방송 IP 활용 멀티유즈콘텐츠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IP 산업은 주로 캐릭터를 보유한 애니메이션․게임 업계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지만, 이제 방송사에서도 이제 고유 자산인 IP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방안을 모색해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방송사에서도 IP를 활용한 사례가 많아지길 바라면서 이번 호 글을 마칩니다.
| 참고자료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2018년 9+10월호 (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N 콘텐츠 – 혁신성장의 동력, IP 융복합 (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부활한 닌텐도 정신, “고깃덩어리 놓고 개처럼 싸우지 마라” (중앙일보, 2018.02.18.)
“두니아, 실제 위치요?” 박진경 PD가 말하는 ‘두니아~’ (중앙일보, 2018.06.23.)
넷마블, ‘리니지’ IP로 1200억원 엔씨에 지급 (더벨, 2018.07.23.)
게임사들이 캐릭터 사업에 나서는 이유는? (시사저널e, 2018.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