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라고 하면 우선, 거리거리마다 늘어선 커피체인점들이 떠오른다. 매장이 대형화 될수록 매뉴얼화 되기 때문에 커피를 만드는 방식과 방법도 비슷할 수밖에 없으리라. 대다수 커피 체인점들이 채택하는 에스프레소(Espresso) 머신을 이용한 제조법에 한두 가지 차별화 된 커피추출법을 추가한다면 어떨까? 경쟁력도 생길 것이고 나만의 커피를 만든다는 자부심과 재미가 쏠쏠하리라 생각된다. 나만의 카페에 나만의 커피라면 일단 차별화는 성공이니까!
우리가 매일 먹는 커피. 커피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고향을 잠깐 알아보자. 커피 생산지는 위도상 남위 25도~북위 25도 사이이다. 이 지역을 가리켜 커피 벨트(Coffee velt) 혹은 커피 존(Coffee zone)이라고 부르며, 그중에서도 해발 1500미터 전후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같은 생산지에서 수확을 거쳐 우리나라에 수입된 생두(Green Beans)가 로스팅을 거쳐 우리가 흔히 접하는 원두(Coffee Beans)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원두는 추출 방식에 따라 수십 종의 서로 다른 맛의 커피로 탄생한다.
생두의 선택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등‘커피 벨트’내에 있는 국가는 대부분 커피 생산국이다. 생두의 경우, 예전에는 대량 구입만 가능했지만 요즘은 수입사들이 많아져서 인터넷 등의 쇼핑몰에서 소량씩도 살 수 있다. 푸른‘콩’을 커피 맛으로 바꾸어주는 과정이 배전인데, 자신이 원하는 배전에 맞는 생두를 구입하는 것이 요령이다. 물론, 로스터의 취향에 따라 같은 생두라도 볶는 정도가 달라진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생두를 배전에 따라 간단히 나누어 보았다.
약배전 : 에티오피아(이가체프), 코스타리카(타라주), 엘살바도르
중배전 : 브라질(산토스), 콜롬비아, 과테말라
강배전 : 케냐, 인도네시아(만델링), 에티오피아(하라)
로스팅(커피 볶기)
생두를 골랐으면 이제 로스팅 장비를 선택해 보자. 로스팅은 크게 팬 로스팅, 수망 로스팅, 드럼 로스팅, 열풍 로스팅으로 나눌 수 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팬이나 수망을 이용한 로스팅이 될 수 있겠으나 최근엔 보급형 전기로스터도 출시되었다. 또한, 커피동호인들이 만든 가스버너형 미니드럼로스팅기도 있다. 드럼식이나 열풍식은 업소용이나 공장용이며 고가의 장비로 분류된다.
장비가 마련되었다면 로스팅을 시작하자. 커피는 볶아지면서 두 번의 크랙(crack, 탁! 하고 터지는 소리)이 발생한다. 이 크랙현상은 커피 배전의 정도를 알아보는 척도가 된다. 대략 1차 크랙(7분~9분)이 끝난 후 볶기를 멈추면 약배전이 되고, 2차 크랙(10분~11분)을 시작하자마자 멈추면 중배전, 2차 크랙 이후에 멈추면 강배전이 된다. 몇 번 하다보면 적당한 포인트에서 멈추는 기술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세부적인 기술은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지만, 일단 한 번 해보자!). 몇 번 볶았는데도 전혀 느낌이 안 잡히거나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가까운 로스터리 숍에 가서 주인장의 조언을 받거나, 원하는 강도로 볶아달라고 할 수도 있다.
‘나만의 커피 만들기’를 마치며…
새삼스럽게 세계지도를 들여다본다. 커피 벨트에 위치한 수많은 나라에서 생산되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원두들… 그 푸릇푸릇한 콩이 우리 손에 한 잔의 커피로 닿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을 거친다. 작은 지면에 그 많은 정보를 다 담기에는 부족함이 컸지만 간단하게나마 소개하려고 애써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커피와 함께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이제는 일상처럼 여겨지는 커피이지만, 막상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필자도 남들처럼 생소한 것 투성이였다. 그래서 입문자 여러분을 위해 이런 것들도 있다는 소개를 드리고 싶었다.
또한, 로스팅이든 추출이든 세부과정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보다 사업을 꿈꾸는 이에게는 새로운 아이템의 추가(물론 이 외에도 많은 제조법이 있다)로, 일반 가정에서는 본인이 쉽게 커피를 만들어 마실 수 있는 동기부여로 이 글이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다보면 커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좌충우돌 도전하고 잔잔한 에피소드를 만들면서 보다 행복한 인생을 꾸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필자 또한,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내가 맛있으면 남도 맛있겠지”라는 믿음 하나로 시작한 제2의 인생이 지금은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다.
물론, 10년 뒤 내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보다 재미있는 게 있다면 당연히 그걸 하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대로 늙어 죽을 때까지 커피를 볶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 생각해 본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