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한 방송과기술을 만들어 볼까요?

다이하드한 방송과기술을 만들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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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택 2016년도 방송과기술 신임 편집장

이정택 2016년도 방송과기술 신임 편집장
이정택 2016년도 방송과기술 신임 편집장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6년 희망찬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부터 ‘방송과기술’ 편집장을 맡게 된 이정택입니다.
새해의 시작에는 누구나 희망과 기대를 안고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목표하는 바는 사람마다 다르고 기대치 또한 다르겠습니다. 올해는 다재다능하지만 인내심은 부족한 원숭이의 해라고 합니다. 원숭이처럼 올 한 해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분야에서 다재다능함을 뽐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더해서 원숭이가 갖지 못한 인내심까지 추가한다면 우리 모두에게 올 한 해는 더욱 멋지게 다가올 것입니다.

얼마 전에 비행기를 탈 일이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타면 보통 그러하듯이 자연스럽게 영화를 시청하기 시작합니다. 먼저 ‘국제시장’을 한 편 보았습니다. 재밌게 한 편의 영화 시청을 마무리한 후, 약간의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곤 잠이 오지 않는 관계로 다시 한 편의 영화에 도전하기로 하였지요. 이번에는 고전영화를 한 편 보기로 합니다. 그중에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하였던 ‘다이하드’가 있더군요.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하였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시청한 ‘다이하드’는 사실 기억도 나지 않았는데요, 까맣게 잊힌 기억을 되살려 주면서 재미도 있더군요. 1988년 7월 개봉한 작품이라고 하니 저는 그때 사춘기 중학생이었네요. 아마도 ‘영웅본색’으로 대표되는 홍콩 르누아르 영화에 푹 빠졌던 시절이었습니다. 영화 속 멋진 주인공의 모습만 눈에 보이던 시기였으니 당시 매력적이던 브루스 윌리스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다이하드’ 같은 액션영화는 그때도 분명 재밌었을 테지요. 27년이 지나서 다시 본 ‘다이하드’는 예상대로 흥미롭고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27년 전과 비교하면, 그땐 보이지 않던 내용을 저에게 보여 주더군요. 분명 27년 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은 똑같은 영화가 맞는데 말이지요. 아마도 제가 바뀌었겠지요.

영화 속 사건의 장소가 된 빌딩은 당시엔 최첨단 기술로 지어진 건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의 이름은 미국 땅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아닌 ‘나카토미’ 빌딩이네요. 1980년대 후반 놀라운 기술력을 앞세우며 무섭게 성장한 일본에 대한 미국인들의 두려움이 표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때 제 기억 속에서도 일본은 금방이라도 세계 경제를 제패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또한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이후 지금까지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테러가 영화의 주된 소재입니다. 지금과의 차이는 악당들이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는 유럽인이라는 점으로, 현재는 악당하면 당연히 IS가 떠오를 텐데요. 아무튼 27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속에서도 중요한 소재였던 테러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남아있고 해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무튼 영화는 흥미진진하게 1시간 40여 분이 흘러갔고 이제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브루스 윌리스의 놀라운 활약과 해피엔딩만 남았네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안타깝게도 너무 늦게 시청한 관계로 20분만 더 보면 되는데, 어느새 비행기가 착륙을 시작해 버렸습니다. 아쉽지만 귀국행 비행기에서마저 보기로 합니다. 즐거운 여행을 마친 후 귀국행 비행기에서 고전영화를 검색합니다. 이럴 수가… ‘다이하드’가 없습니다. 같은 기종의 비행기인데다 같은 구간을 왕복하는 비행기에 있는 영화가 며칠 사이에 바뀌리라고는 생각 못 했네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제 짧은 영화 관람기를 말씀드렸습니다.

새해부터 갑자기 생뚱맞은 얘기였나요. ‘방송과기술’ 신임 편집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면서 머리 한 켠에 고민이 자리 잡아 버린 거 같습니다. 예전엔 신경도 쓰지 않았던 여행 중에 겪은 짧은 경험을 통해서 ‘방송과기술’을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자라면서 미래의 중요성을 너무 강조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미래만 바라보고 새로운 것만 찾기 바빴던 거 같습니다. 어릴 적 읽은 동화 중에서 ‘개미와 베짱이’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우연은 아니겠지요. 물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것만큼 과거를 돌아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장이 되고 나서보니 ‘방송과기술’ 2015년 12월호가 240호였습니다. 아직까지는 ‘방송과기술’이라는 책 자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저로서는 당연히 20년의 긴 세월 동안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발행되는 모습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계산입니다. 그런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아보니 제 계산법이 틀렸습니다. 정말 우연하게도 고전영화 ‘다이하드’의 개봉 시기와 같은 1988년 7월, ‘방송과기술’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다시 본 고전영화와 ‘방송과기술’이 1988년 7월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액션영화의 고전 한 편과 방송기술인의 고전 ‘방송과기술’이 모두 27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처음에 착각했던 20년이라는 시간도 짧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성장과정으로 본다면 태어나서 20년이면 군대에 가서 나라를 지키고 있었을 만큼 성장한 나이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7년이나 더해진 27년의 세월과 노력이 ‘방송과기술’에 녹아 있다고 생각하니 그 무게감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방송과기술’에는 방송기술인의 역사와 방송기술인의 추억이 고스란히 27년 동안 기록되어 있습니다. ‘방송과기술’이라는 책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보물인지 모를 일입니다. 이 소중한 보물을 꺼내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모인 우리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이쯤에서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전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 당시엔 볼 수 없었던 부분을 볼 수 있듯이 예전에 예상했던 기술과 현재의 차이를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형태가 바뀌어 버린 기술의 초기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예전 사진첩을 들춰보며 추억하듯이 우리 선배님들의 당시 모습을 살펴보는 재미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 ‘다이하드’ 속 장소인 ‘나카토미’ 빌딩을 통해서 일본의 무서운 발전 속도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도 표현되었지만 여전히 세계 초강대국의 자리는 미국입니다. 또한 주요 소재는 테러였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 인류의 걱정거리였습니다. 이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방송기술 분야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또 SD에서 HD로 변하였고, 이제는 UHD로 넘어가는 굉장한 변화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기술에도 역시 쉽게 바뀌지 않는 기본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기술의 기본에 관해서 계속 고민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본은 계속 반복되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방송기술인들을 위해서도, 이미 베테랑인 선배님들을 위해서도 기본에 대한 정보는 계속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27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다이하드’를 끝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아쉽습니다. 앞으로 2년간 ‘방송과기술’을 만들면서 힘든 일이 많이 있겠지만, 그리고 뒤로 미루고 싶은 일도 많겠지만 방송기술인 선후배님의 도움을 받아서 꼭 마무리하겠습니다. 우연하게 발견된 ‘방송과기술’과 ‘다이하드’의 공통점처럼 올 한 해도 ‘방송과기술’은 “다이하드”할 것입니다.
‘방송과기술’ 240호의 긴 역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방송과기술’을 통해서 또 하나의 세상을 바라보았던 독자를 위해서 지금처럼 방송기술과 방송기술인 관련 소식으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쯤 작심삼일이라는 단어가 많이 떠오를 수 있겠습니다. 바로 지금이 원숭이가 갖지 못한 인내심을 발휘할 때라고 생각하시고 희망찬 새해 시작하십시오.
모든 분들의 가정에 행복과 건강이 함께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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