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영 MBC 제작기술부 사원
일본에는 볼 것도 즐길 것도 많지만, 특히 먹을 것이 많다. ‘먹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은 요즘 여행의 목적을 식도락으로 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로, 일본 여행 중 즐겼던 것 중 오로지 먹는 것들만 소개해보려 한다.
고베·오사카
고베를 치면 연관 검색어에 가장 먼저 고베규가 뜬다. 고베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고베규를 먹기 위해 오전부터 산노미야역에 있는 ‘스테이크 랜드’로 향했다. 평일이고 오픈전임에도 줄이 늘어서 있었다. 다행히 첫 테이블에 들어 웨이팅 없이 고베규를 먹을 수 있었다.
일인분에 3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배부르게 고베규를 먹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우가 더 맛있었지만, 가격대비 훌륭한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같은 가격이라면 한우가 승리라고 생각하므로 별점 ★★★☆☆
고베의 명소 스타벅스는 오르막길을 한참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0분 건너 볼 수 있는 것이 스타벅스이지만 고베의 스타벅스는 특이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메뉴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었고, 성수기여서 인지 사람이 많아 특유의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기는 힘들어 보였다. 맛 자체는 전혀 특별할 것이 없으므로 별점 ★☆☆☆☆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오코노미야키를 먹기 위해 시내로 나갔다. 이름난 맛집들은 이미 줄을 길게 늘어서 있어, 일본에서 체인으로 유명한 ‘치보’로 향했다. ‘치보’는 일본 내 오코노미야키 체인점으로, 길가다 행인에게 ‘치보’가 어디있냐 물었을 때 ‘어딜 가도 있는데 무엇을 묻는지 모르겠다.’고 대답을 들었을 정도로 많이 있는 체인점이다. 그래서인지 점심시간에 갔음에도 웨이팅없이 주문을 할 수 있었다. 가격도 메뉴당 만 원 내외로 적당하고, 화려한 주방장의 묘기와 함께 맛있는 오코노미야키를 먹을 수 있었다. 별점은 ★★★★☆
도쿄에 디즈니랜드가 있다면, 오사카에는 USJ가 있다. 오사카를 여행할 때 빠지지 않고 가게 되는 곳이 유니버셜 스튜디오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는 어트랙션에 관련된 캐릭터들에 대한 다양한 음식들이 팔고 있다. 귀여운 패키지가 구매욕을 자극하지만 가격에 비해 맛은 형편없었다.
죠스 어트랙션 파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의 치킨세트. 죠스 패키지가 귀엽긴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비해 떨어지는 맛이 미리 알았다면 시키지 않았을 것. 별점은 ★☆☆☆☆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서 시켰던 시즌 한정메뉴. 귀여운 트리 모양의 브라우니가 포인트. 메뉴를 시키면 음료와 샐러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지만 일본에서는 콜라만큼 흔한 멜론 소다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별점 ★★★★☆로 대만족.
USJ의 가장 인기 메뉴는 해리포터의 버터 맥주이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버터 맥주를 재현한 이 음료는 무알콜로 캐러멜 맥주맛이 나는 음료이다. 따뜻한 음료도 선택할 수 있으며, 맥주라기보단 음료수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달아서 별로였지만 해리포터가 된 기분을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값으로 느낄 수 있다! 별점은 ★★★☆☆
오사카의 명물거리인 도톤보리는 일본의 서민적인 번화가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다양한 거리 음식들이 즐비해 있다. 유명한 곳들이 주를 이뤄서 대부분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었다. 그중 오사카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타코야키를 먹었는데 우연히 들른 곳이었는데도 유명한 맛집이었는지 손님이 매우 많았다. 한국의 경우 길거리 맛집 대부분이 빠른 손놀림을 자랑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천천히 빚어내는 동글동글한 타코야키! 기다린 보람이 있는 맛이었으므로 별점 ★★★★☆
도쿄
일본에는 좁거나, 바 형식으로 된 식당들이 많다. 한국은 아직 혼자 밥 먹는 문화조차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일본식 문화가 잘 적응되지 않았는데 ‘이키나리 스테이크’는 그중에도 가장 적응되지 않는 식당이었다.
기본적인 정보 없이 값싸게 와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고 해서 향한 곳이 ‘이키나리 스테이크’였다. 식당 안 구조도 파악하지 못하고 들어간 곳은 모든 손님들이 서서 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다. 순간 나가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식욕을 자극하는 고기냄새에 자리를 잡았다. 서서 먹는다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기는 했으나 2만 원이 되지 않는 가격으로 와규 스테이크를 남길 만큼 먹을 수 있었다. 맛은 만족스러웠으나, 먹는 것 외에는 할 수 없게 만드는 가게의 구조 때문에 별점은 ★★★☆☆
롯본기의 맛집으로 유명한 쿠로사와는 아사히 텔레비전 근처에 위치하여 일본의 유명 연예인이 즐겨 찾는 맛집으로 유명하다. 이름처럼 흑돼지를 이용한 요리들로 유명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애매한 시간에 가서 다행히 늘 있다는 웨이팅을 피할 수 있었다. 대표 메뉴인 멘츠카츠는 늦은 저녁만 돼도 재료가 떨어져서 판매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멘츠카츠와 함께 카레 우동을 먹었는데, 양은 많지 않았지만 함께 먹은 멘츠카츠와 궁합이 잘 맞았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일본식 카레나 돈카츠 식당이 많아지긴 했지만 확실히 본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별점은 ★★★★☆
요즘 일본 여행에서 가장 핫한 음식을 꼽자면 단연 규카츠이다. 와규에 겉만 바싹하게 튀겨서 만든 돈카츠인 규카츠는 석쇠에 직접 구어 굽기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레어가 싫은 사람은 웰던으로 익혀서 먹을 수도 있지만 거의 레어의 상태의 고기를 와사비와 함께 먹는 것이 일품이다. 사진처럼 안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것이 특징이자 가장 큰 매력이다. 대부분의 번화가에는 규카츠를 파는 음식점이 있는데, 줄을 서지 않고는 못 먹을 정도로 현지에서 인기도 높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이자와’라는 규카츠 전문점이 들어와 인기를 끌고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대부분이 호인 듯한 맛으로 별점은 ★★★★☆
일본은 다양하고 화려한 디저트로도 유명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에 가도 화려한 모양의 디저트들이 많았는데, ‘하브스’는 그중에서도 유명한 케이크 전문점이다. 역시나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웨이팅이 길었다. 예쁜 인테리어와 다양한 케이크가 절로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얇은 빵이 겹겹이 쌓인 형태인 크레프가 특히 유명한데, 유명한 만큼 맛도 있었다. 케이크 한 조각에 700엔 정도로 싸지는 않았지만 케이크뿐 아니라 메뉴판부터 식기까지 고풍스럽고 사랑스러운 것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가격이었다. 별점은 ★★★★☆
일본 여행 중 가장 기대되는 것이 맛있는 안주와 먹는 생맥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9천 원에도 판매되는 일본 생맥주를 반 정도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모츠나베를 주로 하는 작은 이자카야에서 모츠나베와 함께 먹는 맥주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특별한 맛집을 찾지 않아도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여행의 별미인 친구들과의 수다와 함께 한국에서의 반 가격에 먹는 모츠나베와 생맥주는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