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B 2016 Review

NAB 2016 Review

전시회 입구
전시회 입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방송장비 전시회인 NAB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사실 크다는 의미 이상의 규모입니다. 10만 명에 이르는 참가인원과 160개 이상의 국가에서 26,000여명의 인원이 참석한다고 하니 산업적으로도 어마어마한 행사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 먼 곳인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엔지니어에게 자주 기회가 주어지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운 좋게도 10년 만에 2번째 참석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예전 여권에 붙어 있는 10년짜리 미국 비자가 출국 일주일 전에 만료되어 ESTA를 새로 신청해야 되었기 때문에 정확히 10년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어렵게 주어진 기회인 동시에 우리나라 방송계의 핫이슈인 4K(UHD)의 진행 경과 및 흐름을 예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참석하였습니다.
4월 16일 오후 5시 30분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샌프란시스코를 경유, 라스베가스까지 가는 일정은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요즈음 공항에서의 보안검색이 강화되었다고 해서 출발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도록 시간 계획을 잡았습니다. 집에서 출발한지 20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라스베가스 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 참관 일정을 너무 빠듯하게 잡는다면 정말 강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하지 않고서는 전시회를 참관하기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크게 North Hall, Central Hall, South Upper Hall, South Lower Hall 등으로 구성되어 전시 면적이 308,928 평방미터이기 때문입니다. 참관이 아니고 그냥 걷기만 하도라도 다리가 아플 정도로 넓은 공간이라는 사실입니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참관하기 위해서는 넓은 면적은 당연하겠지만 여러 다양한 장비를 참관해야할 사람들에게는 정말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6 NAB SHOW 슬로건

2016년 NAB의 가장 주요한 이슈 및 특징을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4K/UHD
내년 2월이면 UHD 방송을 실시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단연 가장 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분야입니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동안 방송 송출을 준비해야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이번 NAB가 중요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직 명확한 로드맵이 제시되지 못했습니다. 4K는 단순히 해상도의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생각을 단순히 하기 위해서 해상도의 증가만을 고려하더라도 기술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너무나 많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우선 문제의 시작은 신호의 Bandwidth가 크게 증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해결책으로 IP 기술을 활용할 것이냐, 또는 SDI 기술 발전을 활용할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이번 NAB 참석으로 IP와 12-SDI 논쟁의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모른다입니다. 그리고 신호량의 증가에 따른 스토리지의 문제도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지식의 부족과 시간의 부족으로 살펴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우선 IP 진영의 얘기로 시작하겠습니다. NAB 전시회 시작 하루 전인 4월 17일 일요일 오후 2시에 Sony는 Press Conference를 개최하고 AIMS(Alliance for IP Media Solutions)의 참가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전시회 참가를 통해서 Evertz 또한 AIMS 참가를 1주일여 전에 발표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동안 IP 진영의 가장 큰 문제였던 Sony, Evertz, GV 사이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의 기대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IP 방식 3개 업체의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속 시원한 결론이 절실하게 필요했기 때문에 관련 업체를 참관하는 동안 같은 질문을 계속해 보았지만 AIMS에 소속된 업체들의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공유할 지에 대한 답변은 얻지 못하였습니다. 아마도 참가 발표가 된지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기다려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기술의 차이로 우열이 가려질지 모든 기술이 생존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관심이 될 만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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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진영의 기술만으로도 사실 머리가 복잡합니다. 그런데 4K의 큰 대역폭은 또 하나의 대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12G-SDI입니다. 대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장점이어야 할텐데 장비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단점인 것 같습니다. 하나의 동축케이블로 12Gbps의 고속 신호를 전송한다는 것은 최근까지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는 12G-SDI를 채용한 제품이 전시되었습니다. 또한 Canare와 Belden 등 케이블 제조업체에서도 12G-SDI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제품이 전시되어있다는 점 또한 12G-SDI 제조업체에게는 큰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조심스럽지만 4K 신호전송을 위한 IP기술과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여기서도 복잡한 문제가 남았습니다. 바로 12G-SDI는 IP 기술과 별개로 생존할 것이냐, IP 기술과 혼합해서 사용될 것이냐, 사라질 것이냐 입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4K 신호전송에 대한 해법을 찾으러 온 저로서는 더욱 복잡해진 머리 속을 어떻게 비워야할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약간 실망하셨으리라 생각이 되어 글을 적고 있는 제가 죄송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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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HD HDR
UHD의 또 다른 화두는 역시 HDR입니다. 고화질 영상은 결코 해상도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1000nits 이상의 밝기를 표현 가능한 디스플레이 장치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시청자에게 더 좋은 영상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서는 HDR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HDR 분야도 여러 가지 기술이 있습니다. 그 중 어떤 기술이 우리가 선택해야할지 역시 남은 숙제입니다. 또한 시청자들의 TV가 얼마나 빨리 HDR이 적용된 제품으로 바뀔지도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여러 고려사항이 있겠지만 대한민국에서 HDR이 적용된 방송의 시작은 역시 4K 방송과 같이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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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SC 3.0
2017년 2월에 시작될 UHD 방송은 ATSC 3.0 표준을 채택하여 방송을 시작합니다. 이를 위한 KBS, MBC, SBS의 방송 시스템이 소개되었습니다. 아직까지 ATSC 3.0에 대한 표준화는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기에 맞추어 UHD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ATSC 3.0 (SBS)
ATSC 3.0 (SBS)
ATSC 3.0 (MBC)
ATSC 3.0 (MBC)
ATSC 3.0 Live 방송 (NAB)
ATSC 3.0 Live 방송 (NAB)
ATSC 3.0 (KBS)
ATSC 3.0 (KBS)

8K
10년 전 NAB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한 장면이 바로 NHK가 발표했던 8K 영상이었습니다. NHK가 마련했던 간이극장에서 상영되던 낙엽이 바람에 날리던 작은 모습도 선명히 보여 주던 영상과 귓가를 스치듯 지나가던 22.2채널의 바람소리는 아직도 저에겐 너무나 생생이 기억날 정도의 감동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올 해 8월 1일 위성을 통한 8K 방송을 시작한다고 하니 이젠 10년 전의 상상이 현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NAB에서 상영하고 있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영상은 10년 전의 기대를 반감시키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인상적인 모습의 지휘자를 제외하면 평면적인 오케스트라의 모습과 단조로운 화면 구성은 평생 음악을 어려워하는 저에겐 스테레오 오디오와의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특징은 미국이나 유럽 쪽에서는 아직까지 UHD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NHK를 필두로 일본 업체들은 8K 제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8월 1일 8K 방송을 시작하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습니다. 4K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8K에 관한 관심이 적겠지만 미국과 유럽시장과는 별개로 일본이 혼자서 치고나가고 있는 8K 분야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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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al & Augmented Reality Pavilion
NAB 전시장 North Hall에 VR과 AR을 위한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VR과 AR이 다른 산업의 기술이 아니라 방송과도 밀접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방송기술인들에겐 또 하나의 숙제인 것 같았습니다. 산업적 측면만이 아닌 방송에 활용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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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ial Robotics and Drone
환경을 극복하라!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더 좋은 영상을 얻기 위한 노력은 방송시장에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녹아든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사실 방송에서 드론과 액션캠을 활용하는 사례는 이미 일반화되었습니다. 이번 NAB에서도 Aerial Robotics and Drone 분야가 전시장 자리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점점 비중이 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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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 (Korea Pavilion) 전시
한국 방송기술산업을 대표하는 22개 업체 26개의 부스가 참여하였습니다. Central Hall에 15개 업체, South Upper Hall에 7개 업체의 제품이 전시되었습니다. 물론 한국관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참여한 우리나라 업체도 많이 있었습니다. 브라질, 중국, 영국 등도 자국의 방송기술 업체를 소개할 수 있도록 국가 부스를 설치하였습니다.

South Upper Hall
South Upper Hall
Central Hall
Central Hall

NAB에선 예상하지 못했던 업체
NAB 전시회를 10년 만에 참관하였고,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KOBA도 2년 정도 참관하지 못한 저에겐 예상하지 못한 업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제가 아카이브나 NPS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면 이렇게 예상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방송제작 현업 업무를 수행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저처럼 신기하게 느끼실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생활 속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회사들 위주로만 찍어 보았고, 사실 더 많은 컴퓨터, 네트워크 관련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기술의 융합이 절실히 느껴지는 사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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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사실 몇 년 전 만해도 가장 큰 이슈는 3D였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인(의학적인 부분 포함) 문제인지 산업적인 문제인지 모르지만 3D 이슈는 수면 아래로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3D 분야는 찾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전시 3개를 발견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무안경 3D 모니터입니다. 아쉽게도 클로즈업으로 찍은 사진들에서는 입체감이 보이지 않아서 현장사진을 수록하겠습니다. 사진 속 모니터가 작아서 3D 느낌이 잘 보일지 모르겠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신다면 생각보다 충분한 3D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10여 년 전 일본여행 중에 무안경 3D 기술을 NHK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매직아이와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모니터는 보는 즉시 입체감이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4K의 고화질 이슈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3D가 부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안경 3D
무안경 3D

두 번째 발견은 ETRI에서 발표한 Scalable HEVC 3DTV Core Technology for ATSC 3.0입니다. 3D가 다시 큰 이슈가 될 때를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NHK가 발표한 8K 영상이었습니다. 사실 NHK의 발표는 3D와는 관계가 없고 8K 영상물이었습니다만 전시된 여러 개의 영상 중에서 유독 제 눈에는 입체감이 느껴지는 영상이 있었습니다. 고화질의 넓은 영상에서 입체감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사실 느껴본 적은 없었는데요. 모든 8K 영상에서 느껴지진 않았지만 1개의 영상물에서 받은 느낌 때문에 3D 분야에서 언급해 보았습니다.

ETRI의 UHD 3D 기술
ETRI의 UHD 3D 기술
NHK 8K 영상 (개인적으로 입체감이 느껴지는 영상)
NHK 8K 영상 (개인적으로 입체감이 느껴지는 영상)

 

색보정 장비
색보정 장비들은 파일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성격상 4K 신호전송 이슈와는 상관이 없지만 HDR이 도입되고 더욱 고품질의 영상이 방송되면 지금보다 더욱 중요도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순간에도 후반 작업을 염두에 두게 되었습니다. 부조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에게 편집부의 후배가 후반 작업을 위해서 좀 더 신중한 제작을 부탁하면서 부터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부조정실에서 제작을 하는 일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사실 많이 지치게 되는 작업들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협업하고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맡은 분야에서 조금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PD가 후반에서 작업할테니 적당히 넘어 가자고 하는 경우 뿌리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색보정 장비를 처음 접해 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기능들이 있었습니다. 시간과 노력만 있다면 모든 영상 작업이 가능해 보였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위한 후반 색보정 컬러리스트의 열정과 스튜디오 제작과정의 적절한 분담이 조화되기를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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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넓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켜 본 이번 전시회는 방송기술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4K 시스템을 구축할 때 어떤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사야하는지 여전히 숙제로 남았고 짧은 시간동안 머릿속 한가득 넣어버린 정보들을 잘 정리해야 하는 또 다른 숙제가 남았지만 변화에 둔감했던 눈과 귀가 다시 반응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가 더 많은 방송기술인들에게 주어지길 기대하면서 간략한 2016 NAB SHOW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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