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튜브 채널을 구독자 수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보면 8개의 채널이 1억 명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9위와 10위에 랭크된 유튜브 채널도 머지않아 1억 명의 구독자를 확보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소셜미디어 영향력을 분석해 보여주는 사이트 ‘소셜 블레이드(Social Blade)’에서 나타난 결과들을 살펴보면, 전 세계 유튜브 채널 중 탑클래스 수준의 채널은 이미 억 단위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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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수로 억 단위가 넘는 유튜브 채널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튜브는 거대한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인기가 있는 미디어 채널들이 그러하듯 유튜브도 일부 채널들이 거대한 공룡이 되며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현상도 등장한다. 바로,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채널을 거래하는 ‘매매’ 현상이다. 이번 글에서는 일부 소셜미디어 채널들의 매매 현상을 ‘미디어 매매’ 현상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현상을 일으킨 사례들과 이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를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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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표현 수단에서 사업 수단으로
최근에 가장 화제가 된 사례가 있다. 바로 경제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이다. 신사임당은 주식, 부동산, 재테크 등 경제 주제들을 다루는 채널로 사업, 부업, 동기부여, 자기계발 등 개인의 경제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콘텐츠로 제공한다. 2018년 개설된 채널로 구독자 수는 180만 명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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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사임당>이 20억 원에 매각되었다.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끌면 구독자 한 명당 50원에서 300원까지 매겨 채널의 가치를 산정하는데, 그렇게 보면 그리 큰 가격에 매각된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들린다.
그러나 <신사임당> 채널의 매각 소식은 단순히 20억 원이라는 매각가격보다는, 유튜브라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는 공간을 창출했다. 그런데 이 유튜브라는 공간은 이제는 한명 한명의 크리에이터가 각자 채널로 또 다른 콘텐츠 공유 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을 사고파는 거래 시장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이번 <신사임당> 매각 사례는 유튜브라는 미디어를 표현 수단에서 사업 수단으로 이용자가 인식하고 그 인식이 시장에 형성되는 상징적인 사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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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고객 혹은 충성고객이 된 미디어 이용자
소셜미디어 채널이 사고파는 사업체로서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은, 결국 소셜미디어를 팔로우하는 이용자 덕분이다. 소셜미디어 채널 이용을 결정한 이용자는 단골 고객이나 충성고객으로 역할을 하며 해당 채널의 가치를 불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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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SNOW), 이 스노우에서 분사한 크림(KREAM)이라는 회사는 한정판 리셀(resell, 되팔기) 플랫폼이다. 2022년 8월 크림은 럭셔리 상품 정보와 판매를 돕는 카페 ‘시그먼트’에 30억 원을 투자하고, 시그먼트의 기업가치를 100억 원으로 인정했다. 시그먼트는 연간 몇십억 원 이상의 럭셔리 제품이 거래되는 플랫폼이고 카페 회원 수와 이용량이 꾸준히 증가해, 시장 가능성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크림은 패션 브랜드 나이키 상품을 중고거래하는 온라인 카페로 회원 수 110만 명을 넘긴 <나이키매니아>를 8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나이키 리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포착하고 이용자 거래 활성화 규모에 가치를 매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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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커 카페라는 소셜미디어는 사실 폐쇄형 커뮤니티에 가깝다. 카페의 메뉴들을 이용하려면 카페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고, 회원등급을 구분하여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메뉴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폐쇄형의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가 사업체로서 가치를 인정받은 이유는? 바로 한번 카페 고객이 되면 단골 고객이 되고 충성 고객으로 변모하는 서비스적 특성 때문이다.
한번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한 회원들은 카페에서 제공하는 콘텐츠의 퀄리티가 보장되는 한, 자신의 회원 자격을 유지하려 애쓰고 등급을 올려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번 입장한 고객들이 더 단골이 되고, 더 충성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게 소셜미디어라는 미디어는 몇십 억대 가치가 있는 사업체로 성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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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시장의 출현
이제 시장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경제 이슈를 다루며 구독자 수 200만 명 이상을 확보한 <삼프로TV>의 운영사 이브로드캐스팅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는데, 그 가치는 무려 1조 원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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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튜브 채널 가치가 1조 원이라니, 그 규모는 상당한 것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이미 대선 후보들이 출연했을 정도로 신뢰도 있는 채널로 성장한 이유도 있겠지만, 시장 기대감으로만 보면 유튜브 채널이 사업체로서 거대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유튜브 채널이 이러한 시장가치를 인정받고 인수되는 현상은, ICT 업계의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인수 합병되면서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현상과 동일한 개념이다. 즉, 잘 만든 콘텐츠 채널 하나가 기업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거대자본에 힘입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소셜미디어 채널들이 시장가치를 인정받고 거대화되는 현상은 전체 시장의 규모를 더욱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봐야 할 지점은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를 매기는 과정에서도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기업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해서 그 기업이 무조건 승승장구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지속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편으로 미디어 채널 거래 시장은 지금 막 형성된 시장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매기는 지표들도 계속하여 개발되는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미디어 채널 거래 시장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형성기를 이제 막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이 시장은 형성기를 거쳐 빠르게 확대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한 개인이 미디어 영역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은 콘텐츠 생산 영역에 한정되어 인식된 측면이 있다. 이제는 모든 개인이 채널을 소유하는 시대다. 그 채널을 사업체 삼아 자유롭게 거래하는 시대인 것이다. 이 시장은 성장하고 있고, 그 속도는 빠르다. 이제 시작된 시장이지만 자본이 주목하고 성장성을 인정한 시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