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를 가지고 제주를 탐방하는 방기인과 함께하는 지면으로 이번 호에는 제주 삶을 시작한 방기인의 제주살이를 이야기하고, 다음 호부터는 주제를 가지고 화산섬 제주를 탐방하는 방기인을 따라간다. 모두가 똑같이 즐기는 관광지가 아닌 화산섬 용암이 빚어서 숨겨놓은 특별한 그곳에서 삶을 찾는다.
제주 아리랑
빛 따라 소리를 쫓아서 방송전파와 함께했던 청춘! 33년의 방송기술자 생활을 마감하고 방송일밖에 모르면서 퇴직금으로 마련한 과수원에서 퇴직 청사진다운 생활을 하며, 국가산업현장에서의 낯선 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새로운 삶에 보람과 신남에 적응할 즈음 가족들의 강력한 제의로 다시 원래의 자리인 방송기술자로 돌아왔다.
또 다른 삶에 대한 기대를 안고 제주섬에 왔다. 위험하고 힘든 현장보다는 안전하고 정겨운 곳에서 본연의 방송일을 한다는 기대와 또 그곳이 특별하다는 제주섬이라는 점이 마음을 움직였다. 사흘 만에 부산, 울산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트렁크 하나 달랑 끌고 출근하는 날 제주섬 아리랑국제방송 제주영어FM방송국에 왔다. 게스트하우스(이틀 묵음)에서 시작하여 일체형 원룸(1년 계약)에서 제주에서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평범한 제주시민으로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제주섬은 다양한 수식어로 불린다. 뭍사람들이 동경하는 환상의 섬, 자연이 빚어낸 천혜의 아름다운 낙원, 한국의 하와이, 발리로 불리는 이국적인 섬, 내국인 면세점, 근래엔 ○일 제주 살아보기까지 유행하는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제주다. 이에 제주사람들은 제주문화와 유네스코 3관왕, 세계 7대 경관, 환경청정, 세계평화의 섬 제주로 응답한다.
이런 제주에서 풍요와 여유를 즐기고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뭍사람·관광객이 아닌 제주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깨우치고 배워가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 입는 것과 먹는 것은 살면서 해결할 수 있으나 사는 집은 구해야 한다. 집 마련은 만만찮다. 제주사람들도 말한다. 최근 들어 주거비가 너무 올랐단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간단히 살 수 있는 원룸이 많으나(일체형/분리형, 기본/풀옵션) 보증금 포함 대략 1천만 원(년세)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
토속음식과 문화에도 적응해야 한다. 고기국수, 몸국, 각재기국, 말고기, 도새기 요리 등에도 입맛을 맞춰야 한다. 관광객과 외지인 증가로 저렴하고 다양한 맛집과 착한가격업소(시에서 지정)들이 곳곳에 있으니 먹는 걱정은 덜해도 될 것 같다. 옥돔·갈치구이, 오분자기·전복탕, 흑돼지·오겹살 구이 등은 특식으로 먹을 수는 있으나 부담이 간다면 관광 왔다는 기분으로 즐기면 마음 편하다. 일부 생활물품 조달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나 필수품은 홈쇼핑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쇼핑 시 평소 스쳐 지나갔던 배송비 추가부담에 서글퍼진다.
잘 살려면 여기서도 건강하고 부지런해야 한다. 제주섬은 그 수식어만큼이나 그냥 내 주지는 않는다. 한라산·둘레길·올레길, 오름·곶자왈·벵듸, 숲·생태길·역사문화유적탐방길·마로, 섬 중의 섬, 자연·해안경관을 즐기고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부지런히 팔아야 하고 변덕스런 날씨와 정보·문화격차도 극복해야 한다. 북쪽 제주 바다, 남쪽 서귀포 바다와 남북을 경계 짓는 한라산에 의해 급변하는 지역별 날씨는 황당하므로 항상 준비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직도 헷갈리는 것은 방향감각이다. 제주에서는 바다로 향하면 북쪽이고 한라산 쪽으로 가면 남쪽이다. 서귀포에서는 반대이므로 동서쪽도 헷갈린다.
제주말도 알아듣기·읽기·쓰기가 쉽지 않다. 주민과 함께하면서 한 마디 한 마디 배우면 정겨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며, 삼다삼무(삼다(三多)는 돌 많고[石多], 바람 많고[風多], 여자 많다[女多]는 것을 의미하고, 삼무(三無)는 도둑 없고[盜無], 거지 없고[乞無], 대문 없다[大門無]는 것을 의미한다)로 통하는 제주사람들의 친근함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클린하우스(생활쓰레기·재활용품 모아두는 곳)가 곳곳에 있으나 환경오염이 왠지 걱정된다. 제주의 야자나무, 먼나무, 팽나무가 환경을 감시하고 정화하고는 있지만….
교통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외지인들의 의식도 한몫하는 것 같다. 무료 공용주차장이 마을 곳곳에 있으나 차들은 여전히 도로와 주택가 이면도로에 주차해있고, 같은 번호 버스도 출발지와 종착지가 다르고, 등·하교나 방학, 주중과 주말, 공휴일에 따라 배차시간이 다르고, 내릴 때도 오가는 정류장 이름이 다른 곳이 많으니 잘 살펴야 한다.
그래도 유네스코 3관왕, 환경청정, 세계평화의 섬 제주는 역시 명성에 걸 맞는다. 이번에 4번째 제주섬에 왔지만 여전히 마음 설레고,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특색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제주섬의 매력이다. 여기에 직장을 얻어 일도하고 자연경관과 함께하며 제주사람으로 살아가는 특혜와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삶의 변화이며 즐거움이다.
이제 방송일을 이야기하자.
아리랑국제방송은 국내 체류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해외,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전통,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고 관광, 날씨, 생활정보와 국내·외 뉴스를 제공하는 대한민국 대표 영어방송이다.
방송은 지상파FM(제주시 88.7㎒, 서귀포 88.1㎒, 대정 101.9㎒), DMB(수도권, 위성), 아리랑캐스트(MARU), 모바일 앱과 웹, 홈페이지(www.arirang.com, www.arirang.co.kr), 위성(유럽권/북아프리카, 호주/뉴질랜드권, 미주권, 아시아/중동권)을 통하여 제주는 물론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으로 방송된다.
따라서 주조·송출·송신실은 서울과 제주로 다중·이원화되어 있고 송·중계소는 제주도에만 있는 효율적이고 특화된 다전송 방송국이다. 인터넷으로, 위성으로, 지상파로 시·청취자를 찾아가는 이런 방송체계가 앞으로는 대세가 될지도 모른다.
방송기술자와 WOJ 프로그램제작 인력만 상근하는 (재)아리랑국제방송 제주영어FM방송국은 제주벤처마루에 연주소와 송출시설을 갖추고, 제주와 서귀포시에 있는 송·중계소를 통하여 제주도를 청취구역으로 하는 지상파라디오방송국이다.
일근 출근해서는 스튜디오, 조정실, 기계실의 방송시설을 점검하고 일주일에 두 번은 견월악송신소와 삼매봉, 광해악, 어음방송보조국 방송시설을 점검한다. 오후에 출근해서는 송출시설을 점검하고 22시부터 24시까지‘완더스오브제주(Wonders of Jeju, WOJ)’를 생방송 한다.
WOJ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넘기는 시간대에 제주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하고 다양한 제주소식을 전하며, 최신 K-POP으로 청취자가 흥겹고 신나게 참여하면서 즐기는 방송이며, 서남아시아, 중동, 유럽권에서는 황금시간대에 청취자와 만나는 생방송/녹음방송이다.
WOJ 1, 2부 On-Air Time : 2017년 일∼토, 1부 22:00∼23:00, 2부 23:00∼24:00
Producer : HAN Jong-hwan, DJ : Joseph KIM, Writer : NOH Ji-hye
☞일(녹음) 1주간의 제주도의 이슈를 말하는 Talk! Talk! Jeju(이환준)/WOJ 리포터들이 신청하는 K POP으로 즐기는 Let’s Play Together
☞월 외국인이 제주에 정착할 때 꼭 필요한 정보를 소개하는 Island Living Guide(Darren Southcott)/제주문화 소식과 행사를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Jeju Culture Report(김재경/Jae Kim)
☞화 제주 관련 주제에 K POP이 있어 흥겨운 Jeju Keyword & Music(이동범/Kyle)/DJ가 소개하는 제주 맛 기행 Culinary Quest
☞수 버스타고 훌훌 떠나는 제주기행 Hop on & off(오혜련/Lindsey)/주제별 청취자의 신청곡으로 DJ와 PD가 함께 진행하는 Turn Table
☞목 퀴즈도 맞추고 선물도 푸짐한 Jeju Quiz Whiz(장광섭/Jesse)/토박이와 함께 배우는 제주사투리 Fun! Fun! Jeju Language Season 2(고혜경/Annie)
☞금 제주의 신화와 전설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New Tales From 탐라 Season 2(김지은)/탐방 작가가 알려주는 제주의 숨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Getaway
☞토(녹음) 제주사람, 삶을 밀착 인터뷰로 들려주는 Real Life Stories(강영주/Kaitlin)/지난 한주동안 아리랑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소개, 방송된 K POP과 즐기는 Arirang Top 10
월-금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전하는 오늘의 제주 소식 Jeju News Line(양경이)
송신소는 한라산 동편 능선 견월악(개오리오름, 해발 약 700m)에서 주파수 88.7㎒/출력 3㎾/CP Ring 안테나로 제주시역과 동부지역을 주 방송구역으로 한다. 서귀포 황우지해변과 외돌개를 감싸 안은 삼매봉(88.1㎒/1㎾/CP Ring 안테나), 넙게오름의 광해악(101.9㎒/100W/야기안테나), 평화로와 산록서로가 만나는 어음교차로의 어음방송보조국(88.1㎒/100W/야기안테나)은 제주남서부지역을 서비스한다.
송·중계소 오가는 길은 5.16도로를 따라 한라산 동쪽 능선을 넘어 서귀포 시내를 지나 제주도 남서쪽 해안과 서북부 중산간을 거쳐 오가는 길이다. 이 길은 제주의 한라산·오름·곶자왈·올레길, 숲·생태·역사·문화·유적탐방로, 자연절경은 물론 테마공원·공연·전시장 등을 지나거나 이어지는 길이며, 아리랑 전파가 일일이 청취자들을 찾아뵈러 가는 길이기에 방송기술자는 항상 관심 가지며 살피는 길이다.
화산섬 제주의 속성만큼 방송전파 특성도 단순하지만은 아닌 것 같다. 남쪽이지만 기상환경 영향(暴雪, 暴雨, 强風, 지역별 氣溫差)과 방송전력이라고 특별하지 않은 제주섬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기상변환점인 한라산허리 700고지와 해안가 오름에서 송신되는 전파가 겨울이면 눈(雪)으로 얼거나, 여름이면 태풍으로 비바람에 휘날리거나, 사시사철 용암에 부딪히거나, 깨지거나, 흡수되지 않고 가장 좋은 상태로 청취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운용,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지역보다 송신지원 환경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제주방송기술인의 기술력과 노하우도 대단하다.
제주 1년 살기에서 500일을 훌쩍 넘겼다. 탐라문화를 이해하고 아름다운 제주자연과 함께하면서 제주를 마음으로 새기고 몸으로 익혀가고 있다. 인생 육십 겨울 문턱에 와서 다음 겨울 문턱에서는 일변도 된 나의 삶을 보게 될 것이다. 제주를 사랑한 뭍사람이 뭍을 사랑한 제주사람으로, 제주 아리랑과 함께 한 삶으로.
※ 다음 호에는 제주시 동부구좌들판에서 늦가을 억새 물결 따라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오늘의 나를 발견하는 다랑쉬와 용눈이 오름을 탐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