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는 오랜 시간 소비자를 TV 시청자로 이해해왔다. TV 수신기를 통해서 영상이 시청자에게 전달되면 그 신호를 수집해서 어느 시간에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방송 콘텐츠를 봤는지, 이 아주 단순한 시청자 수치 계산법으로 몇십 년 동안 방송 소비자를 분석해 왔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계산법으로는 시청자를 예측하지 못한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특정 시간대에 어떤 소비자들이 아이스크림을 구매하는지 정도의 수준인 것이다. 그나마,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는 CCTV가 있어 소비자의 외모, 구매패턴, 동선 등을 파악할 수 있기라도 하다. 시청률 데이터는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의 소비자 데이터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방송사가 소비자를 어떻게 분석해 서비스를 기획해야 할지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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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메타데이터의 목적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함
인터넷과 스마트폰 출현 이후 많은 방송사가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지만, 아직도 소비자를 어떤 방식으로 분석해야 하는지 감을 잡기 힘들어한다. 어디서 데이터가 모이고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알기 힘들어한다는 말이다.
가령 넷플릭스에서 메타데이터 구축에 그렇게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콘텐츠에 대한 정보들을 쪼개고 쪼개서 수치화하여 분류할까? ‘메타데이터를 통해 방송 콘텐츠를 잘 정리하고 보관하여 관리하기 위함’이라고 답한다면, 아날로그 방송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OTT 서비스를 흥행시키며 확산했던 키워드는 ‘추천 서비스’였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모든 OTT 서비스는 다양한 메타데이터로 콘텐츠들을 분류하고 이렇게 분류된 데이터를 이용자 데이터와 연결한다. 메타데이터의 주목적이 서비스 개발을 위한 것이지, 콘텐츠 관리가 아니다. 아직도 많은 방송사에서는 메타데이터를 콘텐츠 보관과 관리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즉, 방송사에서 소비자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메타데이터의 목적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가령 메타데이터와 관련한 아카이빙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도 방송사는 소비자 이용 서비스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보다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모아 빠르게 소비자의 선호와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데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메타데이터의 체계를 수립할 때도 중간중간 소비자 데이터와 연결할 수 있는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 데이터와 연결될 수 있는 메타데이터는 그 내용을 세분화하여 추후 더욱 다양한 소비자 분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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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와 브레인스토밍? 그건 기획의 첫 단계가 아니다.
기획의 첫 단계는 웹과 모바일에서 소비자의 소리를 듣는 것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아직도 많은 방송사에서 기획 회의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은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조사해온 내용을 공유하고 일치되지 않은 의견에 대해 합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견해들을 밝힌다.
방송사에서 이러한 기획 회의와 브레인스토밍은 흔한 광경이었다. 특히, 어떠한 방송 콘텐츠를 기획하고자 한다면 그 첫 단계로 기획 회의와 브레인스토밍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방송사가 진정 방송 콘텐츠 소비자의 니즈를 발견하고자 할 때, 기획 회의와 브레인스토밍을 먼저 진행하는 게 맞는 순서일까?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기획물을 내놓아야 하는 기획자 입장에서 기획 회의와 브레인스토밍은 필연적인 업무절차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이 행해지는 기획회 의와 브레인스토밍은 방송사가 스스로 제작하기를 원하는 콘텐츠, 혹은 소비자가 원할 것도 같은(?) 콘텐츠를 제작할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소통이 이뤄지는 오늘날에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욱 심층적인 분석이 가능해졌다. 웹 시대에는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그나마 단편적으로 소비자를 분석할 수 있었다면, 스마트폰 시대에는 더 정교한 소비자 분석이 가능하다.
몇 년 전에 이미 AI 챗봇에 대한 이슈가 있었고, 방송사에서는 이미 그런 컨셉으로 소비자 요구를 수용하기도 한다. 가령 뉴스 콘텐츠 소비자가 특정한 뉴스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거나, 해당 뉴스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들을 검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세한 부분까지 챗봇이 대답해 준다.
소비자가 AI 챗봇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방송사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한다. 소비자가 우리 방송사의 뉴스를 소비하며 어떠한 부분에 가장 관심을 가지는지, 필요한 부가 정보는 무엇인지, 뉴스 기사를 읽고 취할 다음 행동은 무엇인지(어떠한 미디어를 이용하는지 등), 우리 방송사 뉴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은 어떤지. 소비자들에 대한 정보가 이처럼 구체적인 텍스트 데이터로 쌓이게 되면, 방송사는 이 데이터를 통해 고객 니즈를 파악하고 고객 세그먼트를 구체화할 수 있게 된다.
굳이 AI 챗봇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방송사가 모을 수 있는 이용자 데이터는 많다. 문제는 그러한 데이터를 숫자로 바꾼 정형데이터로 분석하지 않고 단편적인 내용분석에만 머물러 실제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적극적인 활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오늘날에는 실시간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그에 맞는 광고나 홍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럼에도 방송사는 ‘누구도 접해보지 못한 혁신적인 것’을 선보이겠다는 그 생각으로 소비자를 면밀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에 앞서 기획 회의나 브레인스토밍에 치중하고 있다. 웹과 모바일에서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소비자들의 소리, 우리 방송사는 이제 이러한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조직화할지. 그로써 방송사에 바라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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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표를 큐레이션 도구로 이해하기
전통적으로 방송사에서 편성부서는 핵심부서에 속한다. 원하는 방송 콘텐츠를 특정한 시간대에만 시청할 수 있었던 시대에는 편성시간대가 방송 콘텐츠 성공의 여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인에 속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사실 편성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TV 편성시간표는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카탈로그의 기능을 한다. 특정 방송사에서 어떠한 상품의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지 그 상품들 내용을 열거한 문서의 역할 정도만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점점 방송사 브랜드보다 콘텐츠 내용에 집중하는 시대이므로 소비자는 편성표를 통해 특정 방송 콘텐츠를 기다리지 않는다. 물론, TV에 익숙한 연령대는 아직도 편성표에 따라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지만 젊은 층의 세대일수록 이러한 편성표를 활용한 미디어 이용 패턴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면, 이제 편성의 개념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편성은 소비자에게 큐레이션 도구로 인식될 수 있도록 그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OTT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금, 소비자가 나에게 맞는 콘텐츠를 찾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매일 수많은 콘텐츠를 추천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소비하길 원하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찾는 데 애를 먹는다. 따라서, 최근에는 OTT에 제공되는 영화를 추천해주는 앱이 인기가 많다. 다양한 영화들을 내용, 장르, 출연 배우 등으로 구분하고 순위를 매겨 소비자가 원할만한 영화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방송사의 편성표는 바로 이러한 추천 앱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필요가 있다. 편성표에 단순히 프로그램들을 배치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정보를 제시하고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필요한 데이터를 면밀히 제시해줘야 한다. 편성시간대별로 콘텐츠가 배치된 이유, 그 시간대에 그 콘텐츠를 소비하며 함께 무엇을 하면 좋을지, 편성시간대 앞뒤로 국가적인 행사나 이벤트는 무엇이 있는지. 이러한 것들을 스토리로 풀어 편성표를 만들어 제공하면, 그것 하나가 영화 추천 앱 서비스만큼의 기능을 할 수 있다.
이처럼 편성표를 콘텐츠 큐레이션 도구로 이해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소비자가 어떠한 정보들과 콘텐츠를 매개하는지 그것을 알아채야 한다. 소비자들 하루의 일과 중 다양한 패턴들을 분석하고 그 패턴별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구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편성표, 그것은 TV 디바이스 시대의 유물과도 같은 것이지만 방송사만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편성표를 좋은 큐레이션 도구로 활용하자. 그리고 이를 위해 소비자들 하루 일상의 패턴을 더욱 면밀하게 연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