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CBS 디지털기술국 엔지니어
2016년 12월의 어느 날, ‘이번에는 꼭!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있기를…’이라고 기도하며, 오목공원 벤치에 앉아 CBS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녁시간 즈음, 게시판에 올라온 최종합격자 명단을 떨리는 손으로 확인하였고, ‘김준규’라는 저의 이름을 본 순간 2년여간의 마음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습니다. ‘감사합니다’를 수백 번 외치며 입사한 지 6개월! 공통교육과 수습교육을 거쳐 60년 전통을 가진 CBS의 신입 엔지니어가 되었습니다. 사연 없는 지원자는 없겠지만 저의 이야기를 통해 방송국 입사를 준비하는 지원자들에게 희망과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체… 뭐하고 살래?
‘군인’, ‘기간제 물리선생님’, ‘레스토랑 매니저’, ‘축제 기획사의 STAFF’, ‘IT 자격증 계약직 채점요원’, 졸업 후 10년간 참 다양한 일을 하였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최선을 다했지만 항상 마음 한구석에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방송국 입사에 대한 오랜 꿈이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학내 방송반 활동을 하고, 대학교 때는 본부에 속한 대학방송국에서 3년 동안 기술업무를 맡았습니다. 대학방송국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방송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었고, 현업에 진출해 있는 많은 선배들을 만나며, 저도 언젠가는 방송국에 입사하여 ‘방송장이’로 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군 전역 후,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은 비행기 한 번 타보지 않았던 저를 호주로 이끌었습니다. 그곳에서 3년간 워킹홀리데이와 비즈니스 수업을 들으며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라는 말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고, 우연한 계기로 축제기획사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축제에서 기술관련 STAFF으로 때론 조연출로 축제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 곧 저의 천직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습니다.
방송국과 축제기획사에서의 경험과 다짐은 조금 늦을 수 있는 나이 31살에 ‘꿈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입사는 작전이다!
전형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서류전형-필기전형-실무면접-최종(임원)면접의 과정을 통과해야 합니다. 지원자마다 공부 방법이 다르겠지만 제가 공부했던 방법 위주로 설명을 하려고 합니다.
‘서류전형’
서류전형은 스펙 부분과 자소서를 준비해야 하는데, 스펙은 지원자들이 갖는 평균 수준을 가지되 일정 수준을 달성했으면 전공시험에 집중해야 합니다. 방송기술직의 대표 자격증인 ‘무선’, ‘정보통신’ 기사 자격증은 취득하는 것이 좋습니다(방송환경에서 IT가 강조되는 점을 볼 때, ‘정보처리기사’, ‘네트워크 자격증’ 준비도 유용). 자격증 소지에 대해 가산점을 제공하는 곳도 있고, 합격자 선정 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곳도 있습니다. 특히, 저와 같은 비전공자는 방송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증명하는 가장 기본요소이기에 자격증은 필수입니다.
자격증 시험문제는 전자, 안테나, 통신 등에서 고르게 출제되는데 전공필기 시험을 위한 준비도 되고, 유사문제가 입사 필기시험에도 출제되는 경우가 있으니 전공 수준을 높이는 차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소서는 ‘솔직하게’, ‘경험을 반영한 스토리텔링’, ‘면접 질문의 기초’에 중점을 두고 작성합니다. 자소서는 서류점수뿐만 아니라, 필기시험을 통과 후 면접에 있어서도 기초자료가 됩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인생 경험을 나열해보고 그것을 통해 스토리텔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질문에 맞는 경험과 성과를 잘 우려내는 것이 좋으며, 면접 기초자료이므로 솔직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인생의 경험을 수려한 글솜씨로 표현했지만 자신의 경험이 아니어서 질문에 당황하거나 대답을 못 한다면 합격과는 멀어지겠죠…
‘필기시험’
필기전형은 상식/교양(국어), 전공필기, 논술로 나누어집니다.
상식/교양은 최신 시사 및 IT, 국어, 방송사 연관 문제 등이 객관식 및 주관식 서술형으로 출제됩니다. 특히, CBS의 경우 시사·문화·스포츠·회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출제되고, 단순한 용어를 묻기보다 현상을 제시하고 옳고/틀린 것을 찾는 문제가 출제되어 난이도가 높습니다. 저는 매주 업데이트되는 상식 용어를 정리해 암기하고, 뉴스 및 시사프로그램을 꾸준히 청취해왔습니다. CBS의 대표 아침 시사프로그램인 ‘김현정의 뉴스쇼’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해 들려주어 시사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비전공자(전공 : 물리교육)인 저에게 있어 전공은 가장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했습니다.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전공지식을 쌓았고, 객관식 문제에 대비하여 ‘자격증과 공무원 기출문제’를 풀어보았습니다. 주관식으로 출제되는 방송사를 대비해서는 모의 문제를 만들어 매일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안테나/전자/통신’ 등의 과목도 중요하지만, 요즘 방송환경이 요구하는 ‘IT/네트워크’ 관련 문제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도 필요합니다.
논술은 스터디를 구성해 예상 문제를 모으고, 실제로 작성하여 스터디원과 함께 첨삭을 거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첨삭 뒤에는 예상 문제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서 자신만의 모법답안을 만들어 유사 문제가 출제되는 것에 대비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스터디를 통해 준비했던 주제인 ‘MCN’, ‘VR, O20, LBS’ 문제가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논술은 방송사가 지금 가장 고민하는 문제,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 주제로 나온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면접’
면접에서는 전공지식도 질문하지만, 전공 전문성이 일정수준 갖춰져 있다면 자소서 위주의 질문이 주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결국 채용은 현업에 계신 선배님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후배를 뽑는 과정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되는 방송 및 기술 분야의 질문, 그리고 각 회사에서 고민하거나 중점을 두는 이슈도 많이 묻는 편입니다. 따라서 방송사마다 고민하는 이슈에 대해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4~6명의 스터디원을 구성해 예상 질문을 모으고, 면접관과 지원자가 되어 연습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반복해서 남 앞에서 말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실제 면접에서의 긴장감을 덜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핸디캡’이 오히려, 면접 점수를 얻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나이’, ‘물리교육 전공’, ‘다양한 직무 경험’은 저의 가장 큰 핸디캡이었지만, 오히려 면접에서 꼭 물어보는 단골 질문이기에 방송 기술인이 되고자 하는 이유와 접목해 논리적인 답변을 준비했습니다. CBS는 실무면접에서 PT 면접을 포함합니다. 긴장 속에서 면접관 앞에서 PT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반면에 지원동기와 방송에 대한 열정을 ‘주도적’으로 말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잘 준비하면 플러스 효과가 됩니다.
버릴 것 없는 인생의 경험
‘조금 더 일찍 도전할 걸이라는 후회’와 ‘방송국에 입사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내온 2년의 준비과정!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련의 세월을 극복하고 방송국 입사의 꿈을 이루어 준 것은 방송국에 입사하여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대학에서의 물리전공은 방송기술 이론의 ‘기초역량’을, 군 간부의 경험은 협업의 방송환경에서 ‘소통능력’을, 레스토랑 업무는 ‘문제해결력’과 타인을 생각하는 ‘서비스’ 정신을, 대학방송국과 엔터테인먼트의 경험은 방송장이가 되겠다는 ‘결의’를 갖게 해주어 버릴 것 하나 없는 소중한 경험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여러분이 주인공입니다!
지금은 공통교육(1개월)과 수습교육(4개월)을 거쳐 방송 제작 현장(라디오)에서 제작기술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CBS는 4개월의 수습교육과정 동안 기술기획관리, 송출, 정보네트워크, 제작기술 등 방송기술의 모든 업무에 대해 상세하게 교육합니다. 4개월의 교육을 마치고 비로소 엔지니어라고 불리게 될 때, 방송 제작현장 어느 곳에서도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만들어주는 유용한 시간이었습니다.
입사는 산의 ‘정상’에 오른 것이 아니라, ‘산 입구’에서 정상을 향하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생각합니다. ‘방송장이’가 되고자 하는 열정을 가졌던 지난 2년의 소중한 시간을 늘 생각하며,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방송기술인이 되겠습니다.
여러분도 이 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