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 열풍으로 ‘요즘 뜨는 여행지’가 되어버린 라오스.
작년 TV로 ‘꽃보다 청춘’을 보는 내내 가슴 떨리는 설렘과 흥분을 느꼈고, 다음 여름 휴가는 무조건 라오스로 배낭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 누구나 다 가본다는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지 못해 그 마음이 더 간절했던 것 같다.
라오스는 늦깎이 청춘도 불사르기 좋을 만큼 대단히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방비엥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빚어낸 작품이오, 루앙프라방은 천 년 역사를 고스란히 느끼기 좋은 도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순박하고 선량한 사람들 덕분에 꿀 같은 8박 10일을 여행할 수 있었다.
여행 출발 전 라오스에 너무나 많은 비가 내려 여행을 망쳤다는 후기 글을 본 터라 날씨가 내내 걱정이었는데 첫날 비엔티엔 이외에서는 낮에 내리는 비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첫날 밤 비행기로 도착해 비엔티엔에서는 환전만 하고 다음 날 서둘러 방비엥으로 떠났다. 비엔티엔에서 방비엥까지 거리는 150km. 미니밴으로 4시간 반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틈만 나면 산사태, 침수가 난다고 한다. 도로가 곳곳에 패여 있어 미니밴을 타는 동안 원치 않는 바운스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방비엥이란 지역은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느끼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작은 동네이다. 하지만 관광객이 점점 늘기 시작하면서 옛 모습이 사라지고 리조트, 호텔들이 증축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곳은 석회암 카르스트의 산과 그 옆으로 쏭강이 흐르는 풍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곳은 만화 ‘드래곤볼’ 우마왕이 사는 곳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숙소 베란다에서 바라본 뷰는 정말 무릉도원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방비엥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블루라군, 탐짱동굴이 있고, 액티비티는 쏭강을 따라 내려오는 튜빙, 카약킹 그리고 동굴튜빙이 있다.
시내에서 7km 떨어진 곳에 블루라군이 있는데 이동 수단은 자전거, 오토바이, 버기카, 툭툭이가 있다. 가는 길이 비포장도로이고 비라도 오면 질퍽한 도로가 되어 특히 자전거나 오토바이는 이동이 쉽지 않다. 사람들을 모아 툭툭이를 타고 블루라군으로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내가 블루라군에 갔을 때 전날 비가 많이 온 상태라 블루라군이 아닌 옐로라군이 된 상태였다. 블루라군에는 물 웅덩이 옆으로 큰 나무가 기울어져 있는데 나무 위로 올라가 7m 높이에서 다이빙하는 것과 나무에 묶인 끈을 잡고 웅덩이로 점프하는 것이 블루라군 놀이의 백미이다.
그리고 쏭강을 따라 카약투어를 하며 여유 있게 주위 광경을 둘러보는 것도 좋았다. 튜브를 타고 강에 몸을 맡기며 내려오는 튜빙은 방비엥에서만 할 수 있는 유일한 액티비티이다. 중간에 강 옆으로 3개의 bar가 있는데 튜브를 타고 내려가다가 bar로 손을 흔들면 bar에서 로프를 던진다. 그 로프를 잡으면 bar에 있는 사람이 로프를 당겨 bar로 이동이 가능하게 한다. bar에 도착하여 맥주를 사 먹고 음악을 듣고 쉬다가 다시 튜브를 타고 강에 몸을 맡겨 유유히 내려가면 되었다.
라오스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 곳곳에 바게트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 많다. 우리 돈 3~4,000원으로 결코 싸지는 않지만, 양은 두 명에서 먹을 정도로 충분히 크고 맛있었다. 또한 ‘신닷’이라는 라오스식 샤브샤브는 우리 돈 6,000원 정도로 맛이 괜찮은 편이었다. 라오스 쌀국수는 ‘까우삐약’이라 부르는데 2,000원 정도이고 우리나라의 칼국수 면발과 비슷했다. 깔끔한 닭육수에 고기, 어묵, 채소, 고수가 들어가는데 국물맛이 일품이다.
방비엥의 또 하나의 놀거리는 클럽이다. 방비엥에서 유일한 클럽인 ‘사쿠라바’는 매일 밤 8시 이후가 되면 다국적 여행객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맥주, 칵테일, 보드카를 파는데 보드카를 두 잔 마시면 사쿠라바 민소매 티셔츠를 준다. 나 역시도 보드카 두 잔을 사 먹고 티셔츠를 받았다. 이곳은 한국인들이 많아 한국음악부터 팝송 및 여러 장르의 음악을 틀어준다. 그리고 다 같이 미친 듯이 춤추고 K-POP이 나오면 떼창을 하기 시작한다.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 것 같았지만 젊은이들 틈에서 나의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12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방비엥에 있으면서 신기했던 기상 현상은 밤에만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낮에는 하고 싶은 액티비티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원래 방비엥에서 4박을 하려고 했으나 할 수 있는 액티비티도 다 하였고 굳이 1박을 더 할 이유가 없어 3박을 한 후 루앙프라방으로 떠났다. 루앙프라방에서 여유 있게 4박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길은 비엔티엔에서 방비엥에 왔던 길보다 훨씬 더 험난하였다. 미니밴을 타고 높은 산을 몇 개를 넘었는지 모르겠다. 마치 우리나라의 미시령 옛길을 끊임없이 달리는 기분이었다. 산을 넘다 보면 도로 옆 미니밴 창밖으로 라오스 소수민족(몽족)의 삶을 바라볼 수 있었다. 6시간이 걸려 루앙프라방에 도착하였다.
루앙프라방은 동남아에서 가장 느긋하고 평화로운 도시, 동서양의 조화가 이루어진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답고 잘 정돈된 느낌을 받았다. 메콩강과 남칸강이 루앙프라방 도시 주위를 감싸며 흐르고 있어 정말 여유로움이 묻어있는 도시 같았다. 루앙프라방은 특별히 가봐야 할 관광지나 액티비티는 없다. 프랑스의 식민지 시절 옛 수도로서 그냥 도시 분위기를 느끼고 시내를 둘러보면서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묵은 숙소는 시내 여행자거리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어 자전거를 타고 나가야 했다. 자전거는 숙소에서 무료로 대여를 해주었기에 시내에 나가고 싶을 때마다 자전거를 이용했다. 루앙프라방은 오르막, 내리막길이 별로 없어 자전거로 돌아다니기에 적합하였다. 느긋이 아침을 먹고 시내로 자전거를 타고 강 주위에 앉아 강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가까운 사원을 관람하고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고 카페 들러 커피를 마시며 루앙프라방 시내 분위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후 4시가 넘으면 시내 중심에 자리잡은 푸시산 정상으로 올라가면 루앙프라방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메콩강 넘어 일몰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저녁마다 도시의 중심가에 들어서는 야시장에서는 산에서 내려온 소수부족들이 펼쳐놓은 수공예품들을 판다. 그리고 옆 골목 사이에는 만오천킵부페 등 다양한 먹거리도 판다.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시장을 운영하는데 몽족들이 만든 알록달록한 옷이며 그림, 수많은 공예품을 보니 구매하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하였다.
그리고 루앙프라방에는 매일 아침 6시에 탁발의식을 행한다. 나는 탁발의식을 보기 위해 4일 중 하루 날을 잡아 새벽 5시에 일어나 시내 중심가로 나갔다. 아침 동이 트기 전에 탁발의식이 진행되었다. 탁발은 관광상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들이 스님들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고, 길을 방해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지 않았다. 탁발의식이 끝나면 7시가 되는데 그 옆 골목에는 아침시장이 열린다. 생닭, 생오리부터 과일, 고기, 야채, 식재료 종류도 다양하고 먹거리도 다양하다.
루앙프라방에서 근처 유명하다는 꽝시폭포는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아서 미니밴을 예약하였다.
꽝시폭포는 시내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여러 개의 계단식 폭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난주에 비가 많이 와서 흙탕물 폭포였고 물살이 세서 수영하기 어려웠다. 에메랄드 물 색깔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루앙프라방에 있으면서 좋았던 것은 탁발의식, 푸시산 일몰보기, 야시장구경, 자전거로 루앙프라방 시내 돌기였다. 테마가 배낭여행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행 중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추억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어 다른 휴가와는 또 다른 여행의 묘미를 느꼈던 것 같다. 혼자서 혹은 힐링 여행을 하고 싶다면 주저 없이 라오스를 추천한다. 라오스에 있는 배낭여행객들은 당신의 친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