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그 여정을 가슴에 새기며 – 2

백두대간 종주, 그 여정을 가슴에 새기며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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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이준규 아리랑국제방송 제작기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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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호에서는 백두대간에 대한 소개와 함께 종주 준비와 의의에 대해 알아보았고,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구간을 소개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백두대간의 나머지 산행에 대해 이어가고자 한다.

백두대간 주요 산행 구간
태백산 구간 (도래기재-백봉령, 도상 96.1Km, 실거리 178.6Km)
북진을 계속할수록 산이 높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러나 태백산 구간은 육산으로 속리산에 비하여 여유롭다. 대간 주변으로 좌우에 아름다운 야생화가 많다고 불리는 화방재(花房)를 지나, 차로 갈 수 있는 최고 높이의 만항재(1,330m)를 거쳐 함백산을 오르는 때가 3월인데도 눈으로 가득하다. 이름도 예쁜 은대봉, 금대봉, 비단봉을 넘으니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발원지인 삼수령이다. 2014년 1월 1일, 2015년 1월 1일은 두 번에 걸쳐 일출 산행을 감행하는 덕항산 구간을 도전하였으나 몸을 가눌 수 없는 너무도 강한 바람에 안전상의 이유로 도중에 탈출을 해야 했고, 다시 찾은 올 초 댓재에서는 차 문을 열다가 문이 꺾이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1,257m의 청옥산 정상에는 믿기지 않게 약수가 있어, 이 물의 고마움으로 비박을 계획했다. 대간길 비박은 많은 먹거리 짐과 만만치 않은 거리로 인하여 고통과 인내를 요한다. 그럼에도 고통을 감내함은 마루금을 거닐며 느끼는 희열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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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구간 (백봉령-구룡령, 도상 88.3Km, 실거리 165.4Km)
설악산과 더불어 태백산맥에 속하는 고산준령인 오대산! 오대산 구간 중 닭목재를 출발하여 두리봉을 넘으니, 산불확산을 막기 위한 산방로에 두릅이 꽃을 피우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으니 주워 담기 바쁘다. 배낭에 채우고 채워도 널려 있는 두릅을 갈 길 먼 배낭에 짐이 되는 줄도 모르고 담다 보니 어둠이 몰려온다.
100년 만에 최고의 폭설로 인하여 헬기로 식량을 공수하는 왕산면 대기리에 며칠 전 산악회가 지나갔다는 정보를 믿고 고루포기산을 오른다. 세찬 마루금 바람이 대간 길을 삼켜버린 탓에 한참 만에 겨우 정상에 올랐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하산이 아닌 탈출을 서둘러야 할 지경이다. 저 멀리 설원의 고랭지에 민가가 보여 그곳을 향하여 걷는 걸음은 교대로 러셀을 해도 쌓인 눈으로 인하여 고갈된 체력의 한계를 보이며, 어렵게 도착한 민가는 모두 도심으로 탈출한 빈집이다. 차량회수를 위해 둘이서 먼저 출발하는데 어디까지 제설작업이 되어있는지 알 수 없어 119에 전화를 해도 동문서답이다. 후발대는 서울로 전화하여 조난 직전이니 기도해 달라고 요청한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탈출하여 서울에 도착하니 밤 11시 50분이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큰일 날 뻔한 일이었다.
선자령 구간은 대간 일정상 나의 마지막 구간이 되었고, 이 마지막 졸업산행은 비박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여건이 좋은 대간 길의 밋밋함을 허락하지 않으신다. 태풍과 같은 강한 바람이 기다리고 있지만 기대에 가득 찬 드넓은 초원에 등짐을 부리고 하룻밤을 지내려 하니 녹녹하지 않은 강풍에 계획을 포기하려다 비박의 노하우로 숙련된 대장의 인솔 하에 어머니와 같은 포근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자리를 선사 받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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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구간 (구룡령-진부령, 도상 75.3Km, 실거리 140.8Km)

군 생활하며 필레 지역에서 혹한기 적응 훈련을 마치고 한계령을 넘어오며 휴게소가 그렇게 아름답게 보임은 한 달 동안 동사 직전까지 견뎌낸 결과의 착시 현상이리라. 추석 보름달이 막 지난 동그란 달이 서쪽으로 기울 무렵의 새벽에 어둠을 헤치고 천상의 화원 점봉산을 향하여 암릉구간을 오른다. 천연 보호구역이라고 지정하여 출입을 금지 시켰지만 무슨 꽃이 보호종인지 알 수 없다. 단지 산을 찾는 우리에겐 온 산하가 아름다운 자연으로 느껴질 뿐이다. 설악산은 백두대간의 마지막 구간으로 기암괴석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공룡능선과 집채만 한 바위들로 유명한 황철봉 너덜지대를 부상의 위험 속에 무사히 지나니 설악이 한눈에 들어오는 북설악 마등령 구간을 무사히 마친다.
단목령 출발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설악구간도 마지막 한 구간 남았다. 암흑 같은 새벽 2시 미시령 고개에서 헤드랜턴도 조심조심하며 신선봉 부근에 이르니 속초 시내의 야경이 아름답게 반긴다. 대간령, 마산을 지나 진부령 종착지에 이르니 백두대간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염원하며 백두대간을 이어가기를 소망하며 기념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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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의 회고
더 갈 수 없는 진부령 고개.
남한에서 갈 수 있는 최북단의 이 고개에 도착하여 백두대간의 마침표를 찍는다.
종착점에 이르러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생각하며, 중국을 통해서라도 백두산에 올라 백두대간의 끝 백두산 장군봉을 바라보며 천지능선의 절반을 종주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본다.
백두산 정상을 백 번 오르면 그중에 두 번 정도 천지를 볼 수 있다는데 청명한 날씨 속에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찬양을 부르며 감격하고 연길을 지나 두만강변 도문에서는 북한에도 우리와 같은 자유를 갈망하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백두대간(백두역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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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며
백두대간! 이 네 글자가 주는 설렘과 추억을 어찌 글로써 표현되리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눈보라에…… 때로는 살이 익는 듯한 더위와 열기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새삼 느끼며 지나온 대간 길의 추억을 표현할 수 없는 글로 담아 본다.

때로는 정월 초하루 일출을 보기 위해
때로는 100년 만에 만난 폭설에 고립되기도 하고
때로는 마루금에서 한눈에 바라보이는 산천을 가슴과 눈으로 느끼며
때로는 이름도 없는 봉우리를 수없이 넘고 넘어도 나타나지 않는 목적지
때로는 폭염에 윗옷을 벗어 던지고 자연과 호흡하며
때로는 마루금의 대피소에서 탱크소리와 칼잠으로 밤을 지새우며
때로는 대간 길의 진행보다 한 생명 구원을 위해 민박집에서 머물며 복음제시도
때로는 아무도 없는 캄캄한 대간 길을 홀로 거닐며 어둠 속에 길을 못 찾아 알바를 하고
때로는 울긋불긋 단풍에 취하여 갈 길을 중단하고
때로는 어렵고 힘든 구간에는 숨바꼭질을 하며
때로는 천상의 화원 곰배령에서는 아름다운 천상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고
때로는 집채만 한 바위를 넘고 넘어 삐끗한 발목을 움켜잡고 너덜지대를 지나고
때로는 새벽 2~3시에 헤드랜턴을 켜고 철조망을 넘어 침투 작전을 펼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연장 산행으로 어두운 계곡 길을 랜턴도 없이 몇 시간 동안을 탈출하며
때로는 수직 바위를 로프에 의지한 채 위험구간도 지나고
때로는 폭우 속에 우의를 입고 판초 아래 도시락을 먹으며
때로는 좌우에 희귀한 야생화의 자태에 눈길을 두어 대열에서 뒤처지기도 하고
때로는 이름도 생소한 뒷동산 같은 마루금에 우사에서 나는 코를 찌르는 향기를 맡으며
때로는 별빛과 달빛, 찬 이슬을 벗 삼아 걸어온 대간 길의 졸업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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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구간도 빠짐없이 산행기와 사진으로 인증을 남기며 대간 꾼으로 열정을 새기며 감탄스럽게 ‘백두대간’은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백두역정 순례자의 길을 떠나 고난, 역경, 시험, 유혹, 절망, 기쁨, 진리의 용사를 만나고 오직 마루금으로만 진행하며 큰 부상 없이 오직 백두대간에서 완주를 꿈꾸며 이루어낸 지나온 1,240Km의 마루금이 한 편의 영화처럼 흘러가니 하나님 아버지 감사, 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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