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와 토트넘, 그들의 국내 투어가 남긴 것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이벤트 실험을 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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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우리 국민을 즐겁게 했던 스포츠 이벤트가 있다. 바로 손흥민 선수가 속한 영국 축구클럽인 토트넘 홋스퍼 FC(이하 토트넘)가 내한하여 K리그 올스타(이하 팀K리그)와 스페인 축구클럽인 세비야 FC(이하 세비야)를 상태로 경기를 펼친 것이다.
손흥민 선수는 이 시대의 아이콘이다. 홀로 독일 유소년 유학길에 올라 프로 계약을 맺고 전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인 영국 프리미어리그까지 진출하여 2021~2022시즌에는 득점왕까지 차지한, 우리나라뿐만 아닌, 전 세계 축구인들에게 우상 같은 존재다. 이런 손흥민 선수와 그가 속한 토트넘이란 팀이 우리나라에 내한하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될 것인데, 우수한 국내외 선수들과 경기까지 치렀다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러한 스포츠 이벤트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그런데, 손흥민 선수와 토트넘 국내 투어는 스포츠 이벤트뿐만 아닌, 미디어 역사에도 큰 흔적을 남겼다. 이번 스포츠 이벤트를 독점 중계한 쿠팡플레이의 전략과 행보를 살펴보면 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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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
쿠팡플레이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여러 가지 잡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K리그 선수들의 차출 문제,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 전 국민적인 스포츠 이벤트인데 쿠팡플레이라는 유료방송으로 봐야 하느냐의 논란. 덧붙여,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쿠팡플레이에서만 독점 방송할 경우에 동시 접속자가 몰려 사고라도 나면 어쩌냐는 시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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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는 이러한 논란을 모두 잠재웠다. 무엇보다, 쿠팡플레이가 이미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미디어가 되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와 한국축구연맹은 이미 2022년 4월 12일 ‘K리그 뉴미디어 온라인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쿠팡플레이는 2022년까지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과 함께 공동으로 K리그를 중계하며, 2023년부터 3년간은 독점으로 K리그를 중계한다. 이미 국내 프로축구팬들은 아는 뉴스로, 그만큼 축구경기를 쿠팡플레이에서 시청하는 것이 이미 익숙해진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는데 열을 올리던 쿠팡플레이는, 이번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확실한 이미지 선점을 위한 치밀한 준비를 이어갔다. 경기관람을 위한 온라인 예매를 쿠팡플레이에서만 독점하여 쿠팡플레이 유입량을 늘릴 수 있도록 했고, 쿠팡플레이를 시청할 수 있는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회원들에게는 경기관람 티켓의 10%를 할인해주는 특전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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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축구관람 티켓과 달리 동영상 제공 서비스에서 예매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을 위해, 손흥민 선수가 직접 티켓 예매방법을 설명하는 동영상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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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축구팬들은 <쿠팡플레이 시리즈>라는 이름이 붙은 ‘토트넘 vs 팀K리그’, ‘토트넘 vs 세비야’와의 경기에 열광했으며, 팀K리그 선수 차출 문제도, 코로나 문제도, 쿠팡플레이가 유료라는 문제도, 쿠팡플레이 시청불편 문제도, 그중 어떤 하나도 결과적으로 논란이 커진 문제가 없었다. 스포츠 이벤트를 즐기는 축구팬들은 만족했고, 경기 현장의 분위기도 좋았으며, 쿠팡플레이에 대한 인지도는 더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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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벤트 분위기 고조시키기
쿠팡플레이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면, 쿠팡플레이가 이번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관련 유튜브 동영상은 총 19개인데, 경기를 앞둔 토트넘 선수들의 인터뷰와 한국놀이 체험, 콘테 감독의 각오 등 손흥민 선수와 토트넘 팬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동영상들을 제공하며 경기에 대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렇게 분위기가 고조된 데에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손흥민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축구와 손흥민 선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진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전략적으로 포착하여 미리부터 손흥민 선수와 토트넘의 국내 투어와 경기를 기획하고 다채로운 마케팅을 통해 더욱 기대감을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쿠팡플레이의 사업적인 관점에서 도전적인 시도였고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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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인 2019년, 이탈리아 축구클럽 유벤투스가 우리나라에서 팀K리그와 경기를 치렀으나 간판스타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아 소송전까지 벌어진 일이 있었다. 큰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를 치르면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그간 한 번도 거대한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해본 적이 없는 쇼핑몰 기반 동영상 제공 서비스 기업이 모두가 만족스러워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은 어려운 것이었다. 쿠팡의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추진한 일이었다고 해도 그 이면에 숨어있는 준비과정, 기획력과 추진력, 마케팅 기법 등에 대해서는 미디어 역사적으로도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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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승부는 월드컵에서
쿠팡은 2010년 창립되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성장한 회사다. 쿠팡은 창립 10년 후인 2020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들을 위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론칭했다. 당시 월 2,900원을 내면 이용할 수 있었던 매력적인 동영상 제공 서비스였다. 물론, 현재는 4,900원으로 인상되었지만, 2022년 1월 쿠팡플레이 앱 사용자 수는 355만 명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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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손흥민 선수와 토트넘이 참여한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쿠팡플레이는 더 큰 성과를 냈다. 쿠팡플레이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토트넘과 팀K리그 1차전의 경우, 약 184만 명의 UV(유니크 뷰어·Unique viewer: 중복 없이 1회 이상 경기를 재생한 고객)가 기록되었고 토트넘과 세비야의 2차전 중계는 110만 명의 UV를 기록했다. 두 경기 모두 합쳐 무려 30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추산된다.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들에게 제공된 경기관람 관련 숫자도 보자. 1차전 6만 4,100명의 관중이 모였고, 2차전에 4만 3,998명이 모였다. 10만 명 이상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들이 오프라인에 모인 것이다. 이 10만 명 이상의 회원들은 경기장에 놓인 쿠팡플레이 광고 간판을 접했고, 경기 후 선수들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로고가 적힌 감사 인사 현수막도 접했다.
그야말로 이번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쿠팡이 거둔 이미지 각인효과는 엄청난 것이다.
그런데, 쿠팡플레이를 통한 쿠팡의 도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쿠팡플레이는 국가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로드 투 카타르>를 10월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11월 21일이니, 월드컵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쿠팡플레이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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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쿠팡플레이가 공개할 <로드 투 카타르>가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이어 한 달 후에 월드컵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적까지 낸다면? 그 분위기의 절반 이상은 쿠팡플레이의 흥행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렇게 된다면, 쿠팡플레이가 우리나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계기가 또 한 번 마련될 것이다. 이번 손흥민 선수와 토트넘, 그들의 국내 투어 결과를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본다. 이번 월드컵과 함께 미디어 시장도 그 승부가 선명하게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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