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미디어 콘텐츠가 넘쳐나는 콘텐츠 과부하 시대이다. 인터넷과 디지털이 미디어 생태계를 이루는 기초 환경으로 자리하면서 각종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대체로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이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노출하지만, 이마저도 수십 번의 스크롤과 스와이프로 선별 과정을 거쳐서 미리보기를 통해 흥미를 충분히 자극할 때, 비로소 스트리밍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가 최종 스트리밍 대상으로 낙점받아도 이용자들이 원하는 즐거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면 그들은 언제든지 스트리밍을 중단하고 다시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나선다. 지금처럼 콘텐츠가 범람하는 미디어 속에서 이용자에게 외면받지 않으려면 전략적으로 전체 속성은 오락성을 바탕으로 하되, 반복적으로 시선과 흥미를 끄는 것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를 잘 반영하는 것이 바로 틱톡, 쇼츠, 릴스와 같은 숏폼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기존 소셜미디어는 각각 쇼츠와 릴스로 세분화하며 짧은 순간, 그 찰나의 이용자 시선을 사로잡으며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영상을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 크게 성장한 틱톡을 견제하고자 쇼츠와 릴스가 뒤늦게 후발주자로 합세하며 본격적으로 숏폼 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시간을 밀도 있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분초사회’가 중요한 삶의 가치로 등장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숏폼 콘텐츠의 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롭고 즐거운 콘텐츠를 갈망하는 이용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숏폼 콘텐츠는 자극의 강도를 높여가며 부정적인 논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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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의 이용현황
틱톡, 쇼츠, 릴스와 같은 플랫폼에서 짧은 영상의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글로벌 이용자 성장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트위터와 같은 기존 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둔화 양상을 보였지만, 숏폼 서비스는 상승세를 보였다. 숏폼 콘텐츠는 틱톡이 코로나 기간에 급상승하며 젊은 미디어 이용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였다. 후발주자로 합세한 유튜브의 쇼츠와 인스타그램의 릴스가 무섭게 추격하며 숏폼은 3가지 서비스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였다.
숏폼 콘텐츠의 사용시간은 1인당 월평균 46시간 29분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OTT 플랫폼의 사용시간이 1인당 월평균 9시간 14분인 것에 비해 무려 5배 이상 많은 시간이었다. 구체적으로 숏폼과 OTT의 대표 서비스인 틱톡과 넷플릭스를 비교해보면, 2023년 8월 기준으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에서 틱톡이 663만 명, 넷플릭스가 1,207만 명으로 집계되었으나 전체 월 사용시간은 틱톡 85억 분, 넷플릭스 52억 분으로 틱톡이 넷플릭스보다 33억 분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에서도 틱톡이 21시간 25분으로 넷플릭스 7시간 7분보다 3배 이상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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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숏폼 시청은 10명 중에서 9명이 즐겨볼 정도로 대중적인 미디어로 부상하고 있다. 나스미디어 조사에 의하면, 국내 미디어 이용자의 숏폼 시청 경험은 76% 수준이며, 연령대별로는 10대 88%, 20대 87%, 30대 78.5%, 40대 62.5%, 50대 64% 비율로 나타났다. 숏폼 콘텐츠는 낮은 연령대일수록 시청 경험이 더 높았지만, 40대와 50대 이용자의 시청 경험도 60% 이상을 보여, 전 연령층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숏폼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피드에 올라온 숏폼 콘텐츠를 무심결에 시청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숏폼은 이용자가 서비스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주는 하나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와이즈앱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 TOP 5 가운데, 숏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만 지난 3년 동안 사용시간이 크게 증가하였다. 인스타그램은 2021년 2월 기준 숏폼 서비스 릴스를 도입한 이후, 사용시간이 급성장하며 이용자를 락인하는 강력한 효과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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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의 진화와 신규 서비스 등장
숏폼은 짧고 간결한 직관적인 메시지로 생산과 확산이 쉬운 편이다. 과거에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케팅 전문가가 숏폼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기획하고 바이럴을 유도했지만, 지금은 일반 이용자들이 일상에서 쉽게 따라 하고 자신만의 시각과 해석을 추가하며 생산과 확산에 참여할 수 있는 밈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정리해보면, 숏폼 콘텐츠의 생산과 확산은 마케팅 전문가를 중심으로 계획되고 실행하는 전략형 방식에서 이용자가 참여해서 재미와 소통을 통해 형성하는 관계형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이용자는 숏폼 생산과 확산에서 직접 참여하며 특정 브랜드나 상품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인식과 애착 관계를 구축할 수 있어서 중·장기적 측면에서 브랜딩효과와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활용하기 위해 최근 미디어 업계에서는 새로운 숏폼 서비스의 출시와 숏폼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숏폼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용자들의 내면을 부드럽게 파고들어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톡에서 각각 클립과 펑을 선보이며, 숏폼 전용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먼저, 네이버 숏폼 서비스 클립은 숏폼-롱폼-채팅을 서로 연계해서 확장성을 바탕으로 락인효과를 강화하는 전략을 선보였다. 클립은 이용자의 관심사에 따라 K팝, 패션, 뷰티, 스포츠, 연예, 음식, 여행, 일상 등 다양한 소재의 숏폼 콘텐츠를 추천하고 네이버 예약, 쇼핑, 블로그 등 기존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해서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한 카카오톡 숏폼 서비스 펑도 지난해 9월부터 자사의 강점인 인스턴트 메신저에 숏폼을 추가해서 소통 기능을 강화하며 이용자의 서비스 체류시간을 늘리고자 하였다. 펑은 카카오톡을 통해 24시간 동안 일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숏폼 기능을 추가한 서비스이다. 카카오톡은 펑을 통해 메신저의 한계를 넘어 소셜미디어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려 수익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숏폼의 과잉 오락성과 부작용
짧고 강렬한 영상으로 숏폼 콘텐츠가 이용자의 흥미와 시선을 끌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특히 숏폼 콘텐츠는 영상이 짧고 깊은 사고가 필요하지 않아서 무심결에 스크롤하며 여러 개 콘텐츠를 순식간에 시청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숏폼 콘텐츠 1개는 짧은 영상이지만, 여러 개를 시청하다 보면 어느새 1~2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시청한 콘텐츠 양은 많지만, 휘발성이 강한 스낵화 특성 때문에 앞서 시청한 콘텐츠보다 더 즐겁고 재밌는 콘텐츠를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데 이용자가 스스로 의지대로 시청을 조절하지 못하면 중독에 빠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숏폼 중독이 음란물이나 마약보다 중독성이 더 높다고 경고한다. 그뿐만 아니라 숏폼 중독은 사고능력에 영향을 미쳐 문해력을 저하하고, 심지어 우울증, 불안, ADHD 등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위험도 존재한다. 숏폼 중독은 마치 게임 중독에서 볼 수 있었던 증상과 유사하다. 숏폼을 시청하면 우리 뇌는 자극을 받게 되고 즐거움, 혹은 행복감을 느껴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생성한다.
숏폼 콘텐츠는 짧은 영상으로 이용자들의 흥미와 시선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수익과 연결되는데, 숏폼의 서비스 경쟁이 시작되며 자극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극의 빈도와 강도가 강렬해지며 이용자들은 이른바 도파민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숏폼 콘텐츠의 시청이 우리 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숏폼의 구성적인 특성을 고려해보면, 짧은 영상 안에 강렬한 자극이 담겨 이용자의 시각과 청각을 통해 뇌를 자극해서 도파민을 생성한다. 이러한 과정은 여러 개 숏폼 영상의 시청을 반복하며 도파민 과잉 상태에 이르게 되고, 강한 자극에 내성이 생기는 ‘팝콘 브레인’을 유도하여 중독 상태에 빠져 여러 가지 부작용을 동반한다. 예를 들어 숏폼 영상으로 폭력이 강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잠재적인 학습을 통해 내적 폭력 수위가 높아지며 폭력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해외에서는 숏폼의 인기와 활용만큼이나 오래전부터 숏폼 시청의 부작용과 심각성을 논의해오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새로운 숏폼 서비스가 출시되고 숏폼 이용이 늘어나고 있어, 숏폼의 부작용과 심각성을 주목하고 이를 예방할 방안을 함께 고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숏폼 이용은 청소년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이 자극적인 숏폼 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사회적 가치와 정보를 왜곡해서 받아들이며 자아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성장기 시절 사회화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리서치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숏폼 콘텐츠의 이용현황과 인식 및 규제 필요성’을 조사한 결과에서 숏폼의 규제에 대해 69%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고, 규제 대상으로는 콘텐츠 제작자(또는 생산자) 64%, 플랫폼 51%, 시청자(또는 소비자) 16% 순으로 나타났다.
물론 규제가 해결 방법은 아니겠지만, 숏폼의 생산과 확산에 비해 중독에 대한 예방과 대처가 미미하여 정부 차원에서 선정성, 폭력성, 유해성 등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거나 차단하는 등 엄격한 관리와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이용자에게 숏폼 이용에 관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교육해서 올바르고 건전한 콘텐츠 시청을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숏폼 시청으로 적당한 도파민의 생성은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움이 될 수 있지만, 도파민 과잉 생성은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는 디지털 자살행위와도 같다. 지금이라도 숏폼의 무한 스크롤 시청을 멈추고, 30분 이내로 정해진 시간만 시청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숏폼은 대중적 인기와 마케팅 활용이 아니라, 중독과 부작용, 건전한 시청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나스미디어 (2023). 2024 디지털 미디어 & 마케팅 전망.
나스미디어 (2022). 2023 Digital media & Marketing trend Forecasting.
이경탁 (2023. 10. 31). AI 기반 네이버앱 정식 출시… “초개인화 콘텐츠 추천 강화”. 조선비즈.
와이즈앱 (2023. 9. 26). 한국인 ‘OTT’보다 ‘숏폼’을 더 오래 본다… 월평균 사용시간 5배 차이.
와이즈앱 (2023. 11. 15). 불붙은 앱 체류시간 경쟁 (유튜브vs카카오톡vs네이버).
한국일보 (2023. 11. 25). “숏폼 시청” 75%···“규제 필요하다” 69%.
헬스조선 (2022. 12. 15). 재밌고 자극적인 ‘숏폼’ 시청, ‘팝콘 브레인’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