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 나의 ‘그림’ 이야기

우리도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 나의 ‘그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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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헌 EBS 제작기술부

2010년 TEDxSeoul에서 소설가 김영하는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이라고 외칩니다. 그 날 김영하는 예술가가 될 수 없는 수백까지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되어야 하는 자기만의 단 한 가지 이유가 예술가를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예술로 각자를 구원하라고 외칩니다. 그 후로 7년이 지났습니다. 그의 말을 자신의 고민으로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긴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무시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하겠어’라고 생각하면서…
그의 강의는 이제 사람들로부터 잊혀졌지만 저는 그의 주장이 우리에게 아직도 필요함은 물론 공감을 얻어 더 널리 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이 예술을 특정인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이다’가 아니라 ‘누군가만 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우리, 같이 예술을 하자’라고 주장 할 것입니다. 특히 제가 최근에 시작한 취미활동인 ‘그림 그리기’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합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바쁘고 정신없이 살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얼마나 표현하며 살고 있나요?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말이나 글 또는 어떠한 형태의 메시지로도 표현하지 않으면 스스로도 자신의 내면을 알 수 없다’라고 어느 철학자(누군지는 기억이 안납니다만)가 말했습니다. 무엇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하는 행위 자체가 궁극적 목적인 것입니다.

저는 EBS 제작기술부 조명팀에서 일 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조명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일이었습니다. TV영상에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가 된 듯한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빛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인물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180도 달라지는 TV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조명인이자 미술가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정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 조명을 어떻게 비춰주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미술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오랜 시대를 관통해오며 특정 분위기를 가장 잘 연출 해냈다고 인정받는 명품들이 있습니다. 화난 사람, 행복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용서받으려는 사람, 결의에 찬 사람 등의 인물 묘사는 표정과 자세, 구도, 색채 등으로 완성 되었습니다. 그중 특징을 결정짓는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빛입니다. 조명을 하는 사람으로서 미술작품들은 매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빛의 화가 렘브란트를 시작으로 툴루즈 로트렉, 페테르 루벤스, 클림트, 에곤 쉴레, 이중섭 등의 작품들을 접하였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하르먼스 판 레인 렘브란트는 조명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화가입니다. 어둡고 밝음의 대비를 극적으로 배합하여 원하는 부분을 부각시켜 입체감을 표현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초상화와 자화상을 많이 그린 렘브란트의 몇 가지 그림을 보면 그 특징을 알 수 있습니다.

 렘브란트 자화상 웃고 있는 남자 황금 투구를 쓴 남자 남자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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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순찰
야간 순찰

렘브란트는 인물의 다양한 표정, 자세들을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그려내었습니다. 항상 주변을 관찰하면서 인물의 동작을 포착하고 핵심적으로 그려내는 스케치 연습을 했다고 합니다. <야간 순찰>을 보면 그가 왜 ‘빛의 화가’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지지에 그린 그림
편지지에 그린 그림

우리나라의 이중섭 작가는 한국미술사의 찬란한 빛과 같은 작가입니다. 이중섭 작가의 작품은 선 표현의 능란함과 강렬함으로 유명합니다. 미술관을 한 번도 가지 않은 사람들도 이중섭 작가의 ‘소’ 그림은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가 가족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이중섭 작가는 일본인 아내와 두 아들을 그리워하며 오랜 생을 보냈습니다. 그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화에는 그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가슴을 찡하게 하는 감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술작품들을 경험하다 보니 어느 순간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한번 저렇게 나를 표현해 보고 싶다.’, ‘나도 한번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꼭 잘 그리는 사람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길지 않은 생각 끝에 그림을 한번 그려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습니다. 주변의 지인들을 한 명씩 그려 보았습니다. 대단한 기법을 사용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단순한 선으로 그 사람의 특징을 잡아내기 위해 한 명을 수십 번에 걸쳐서 그리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의 얼굴 같지 않던 괴상한 선들이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제법 형태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결과들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잘 그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스로는 제법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그림을 본 지인들이 기뻐했습니다. 점점 그림 그리기에 흥미가 붙었습니다. 미술을 전공한 친구에게 조언을 들어가며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서 연습했습니다. 표현력에 도움이 되었던 연습은 크로키 크로키(Croquis) : 회화에서 초안, 스케치, 밑그림 등의 뜻을 지닌 기법상의 용어. 일반적으로 대상을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대담한 선으로만 표현하는 화법을 말한다. 필자가 활용한 크로키 연습 웹사이트는 line-of-action.com 이다.
연습입니다. 처음에는 5분에서 시작하였습니다. 5분 안에 대상을 표현하는 것도 버거웠고 형태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연습을 해나가면서 점점 표현력이 길러짐을 느꼈습니다. 조금씩 시간을 단축하여 3분, 2분, 1분 크로키로 연습해 나갔습니다. 크로키만으로 조금 지루할 때에는 보이는 그대로 명암을 넣어가면서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단순한 라인으로 인물 그리기
단순한 라인으로 인물 그리기

크로키와 별도로 세부 묘사 연습을 위한 초상화 연습도 합니다. 얼굴은 미세한 선의 차이로 인상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정확하게 특징을 잡아내서 보이는 그대로 그리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눈과 코의 거리, 인중의 길이 등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얼굴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비율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상화 입문 전에 간단히 얼굴 비율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처음 스케치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크로키를 할 때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추가할 명암을 고려하여 연필에 강약을 넣어가며 그려주면 좋습니다. 어둡게 들어가야 하는 부분은 강하게 잡아주고 밝아지는 부분은 풀어주는 방식으로 강약 조절을 합니다. 많은 연습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크로키 연습
크로키 연습

비율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명암입니다. 명암은 인물의 특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렘브란트의 그림처럼 강렬한 1~2개의 광원이 있는 그림이 있는 반면 얼굴 전체를 덮는 부드러운 조명을 광원으로 하는 그림도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고 빛이 어떻게 들어왔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명암의 대비가 심한 경우에는 가장 어두운 부분과 가장 밝은 부분을 파악해야 합니다. 저는 밝은 부분에서부터 점점 어두운 부분을 덮어가는 방식으로 연습했습니다.

인물화 그리기
인물화 그리기

필자 역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불과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보입문자입니다. 그래서 결과물이 아직까지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그림은 누구나 재미있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취미이자 예술 활동이라는 것입니다. 간단하고 위트있게 그려낸 동료의 캐리커처를 감상하며 잠깐이나마 박장대소하며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의 활력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개개인의 눈높이에 따라 어려울 수 있겠으나 그 과정 또한 즐거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술활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그림 그리기를 할 때 단순히 시간을 보내거나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은 엄연히 저의 예술 활동이자 창작 활동 시간인 것입니다. 특히 그 시간을 통해 ‘나’를 표현함으로써 삶이 더욱 풍성해지고 행복해졌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꼭 그림이 아니어도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포리즘이나 시와 같은 형식으로 지금 이 순간 나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 보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정체성을 갖는 성숙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길을 꾸준히 걸어간다면 어느 순간 우리는 느낄 것입니다. ‘아! 나의 인생은 너무 아름답다!’

자, 망설이지 말고 예술가가 되십시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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