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상 EBS 영상조명부 조명감독

[인터뷰] 유희상 EBS 영상조명부 조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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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과 삶

유 희 상 EBS 영상조명부 조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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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제작에서 조명은 영상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밝고 어두운 정도, 따뜻함과 차가움, 그리고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 화면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조명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창의적인 작업이다. 프로그램의 성격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명감독의 역할 역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EBS에서 조명의 세계를 탐구하며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유희상 조명감독을 만나, 조명감독이라는 직업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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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

안녕하세요. EBS에서 조명감독으로 근무하고 있는 유희상입니다. 2023년 EBS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조명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직무를 소개하는 이 인터뷰의 특성상 취준생이신 독자분들도 많을 거로 생각해요. 그와 관련해서 저의 조금 특이한 이력을 소개하자면, EBS가 저의 3번째 직장이라는 거예요. 이전 직장에서는 각각 회로설계와 행정 업무를 담당했어요. 세 군데 모두 다른 직무로 이직을 해서, 몇몇 친구들은 저한테 이직을 키자니아 직업 체험하듯 한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어요. 그만큼 저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여러 직업이 궁금했거든요. 그 마음을 떠올려서 독자분들의 궁금증을 열심히 해소해 드리겠습니다!

 

소속 부서 및 직무 소개
우선 방송기술직이라는 직무에 대해 소개가 필요할 것 같아요. 방송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EBS의 경우 방송기술은 방송 제작과 운영에 필요한 기술적 업무를 하는 직무로 업무의 범위가 꽤 넓어요. 전파를 송출하고, 방송 장비를 관리하는 업무만 생각하실 수 있는데, 조명을 포함해서 음향, 영상(촬영 시 카메라 감독이 구성한 각각의 화면에서 노출, 색 등의 비디오 밸런스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역할) 업무도 제작기술 분야로 방송기술 직무에 포함돼요. 방송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기 위해선 전자공학 지식이 필요하지만, 제작 관련 기술은 영상 미학적인 안목도 필요해요.

저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방송기술직으로 입사하여, 현재 EBS 융합기술본부 영상조명부에서 조명감독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영상조명부는 프로그램 제작 시 비디오에 관한 기술적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로서 조명감독을 비롯해 영상감독, 기술감독이 소속되어 있어요.
제가 속한 조명팀은 스튜디오 제작이나 중계 제작 시 조명 업무를 담당해요. 스튜디오 조명과 중계 조명의 큰 차이점은 조명시스템의 차이라고 볼 수 있어요. 스튜디오는 고정된 장소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이미 구축되어 있는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중계 조명은 중계 현장에 맞게 시스템을 구축하는 업무부터 시작돼요.
저는 현재 스튜디오 조명을 담당하고 있어요. 스튜디오에 조명을 설치하고 콘솔로 조명을 제어하면서 프로그램 연출 의도에 맞게 조명을 디자인하고 운용해요. 스튜디오에 구축된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는 것도 조명감독의 업무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조명에 대한 이론적 지식과 콘솔 운용 능력뿐 아니라 조명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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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를 위한 배움과 노력

아직 부서 막내로서 이것저것 배우고 경험해 보는 입장인데요, 발령 직후부터 부서 차원에서 외부 교육을 많이 보내주셨어요. 조명 콘솔(GrandMA3) 사용법 교육, 조명 시뮬레이션 프로그램(L8) 활용 교육 등을 통해 콘솔과 조명 관련 툴의 기본적인 사용 방법을 배웠어요. 방송기술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조명 교육도 수강했는데, 이론 학습뿐 아니라 타 방송사의 실사례를 참고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좋은 기회였어요.
요즘은 조명 캐드 프로그램(Vectorworks)에 관심이 많아요. 캐드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조명 디자인이나 조명 세팅 업무를 효율화하고 타 담당자와 정확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진 않지만,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활용해 볼 생각이에요.
아, 그리고 신입사원을 3번 해본 입장으로 업무를 할 때 특별히 노력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어요. 업무할 때의 인풋과 아웃풋의 관계를 파악하려고 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어떤 프로그램의 조명을 디자인하는 경우를 생각해볼게요. 이때 조명디자인이라는 업무의 인풋은 조명의 종류, 위치, 방향, 조도, 색 등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아웃풋은 화면으로 보이는 영상이 될 거예요. 인풋의 변화에 따라 아웃풋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유심히 모니터링하면서 스스로 배우기도 하고, 기존 셋업을 조금씩 개선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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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프로그램 및 조명의 특징

EBS의 특성상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정규 프로그램 중 유아어린이프로그램이 대다수에요. 저는 <딩동댕유치원>, <한글용사 아이야>를 거쳐 현재는 <최고다! 호기심 딱지>, <수상한 방송국>의 스튜디오 조명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런 프로그램들의 조명적 특징이라면, 컨트라스트가 낮은 플랫한 조명 셋업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에요. 제작 일정상 모든 샷마다 개별적으로 조명을 고려하기 어렵고, 인물의 동선이 치밀하게 계획되기보단 애드리브로 결정되는 경우도 꽤 있어요. 그래서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플랫한 조명을 주로 적용하고 있어요. 다른 방송국으로 치면 아마 예능프로그램과 조명적 특징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명부와 암부가 뚜렷한 조명을 좋아하는데, 프로그램 성격이나 제작 여건상 적용하기엔 부적합한 부분이 많아요. 그래도 종종 기존과 다른 분위기의 조명 연출이 필요할 땐 PD님, 영상감독님 등 관련 담당자분들과 협의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셋업을 시도해 보곤 해요.

 

<스페이스 공감> 조명감독의 경험
작년 하반기에 기회가 돼서 내부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스페이스 공감>의 조명도 담당하게 됐어요. 앞서 말씀드린 유아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컨트라스트가 짙은 조명을 연출해 볼 수 있고, 좀 더 복잡한 구성의 조명들을 운용할 수 있어서 조명감독으로서 정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담당자분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조명의 영역을 넘어 이미지를 완성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어요.
세트가 설치되면 그 위에 조명을 세팅해서 그 조명을 운용하고 이것을 카메라로 촬영을 하죠. 그 촬영본이 색보정(DI) 단계를 거쳐 영상의 룩을 완성하게 되는데, 카메라 감독님이나 색보정 감독님과 같이 관련 담당자분들과 영상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영상에 대해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업무에서 제가 고려하는 인풋이 조명의 영역을 넘어 카메라, 색보정까지 확대된 셈인 거죠. 물론 제가 제어할 수 있는 인풋은 아니지만, 아웃풋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많이 파악하고 있으면 조명을 계획할 때 좀 더 수월해질 수 있죠.
고민도 많았고, 노력도 많이 했지만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사실 재작년에도 선배님들의 도움 하에 <스페이스 공감>의 조명 큐 작업과 콘솔 운용을 한 번 해본 적이 있는데 아쉬움이 많았어요. 그래도 그때 비하면 많은 부분을 개선했고, 더 많이 배웠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생기면 더 많이 시도해보고, 더 많이 배우는 기회로 만들 거예요.

 

출근 후 일상의 업무
촬영이 있는 날과 없는 날이 다른데요, 촬영이 있으면 조명 세팅 작업을 해요. 조명 설치가 완료되어야 카메라 세팅 등 다른 촬영 준비가 가능해서 세트 다음으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해요. 특정 조명의 조도, 색, 방향 등 조명 제어 값들의 순서를 큐라고 하는데요, 조명 설치 이후엔 조명 제어를 위해 콘솔에 큐를 메모리 하는 작업을 해요. 이후 촬영이 시작되면 영상감독님과 소통하면서 조도나 색 등을 적절히 조정하고, 필요한 경우 셋업을 수정하기도 해요.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사용한 장비와 시설들을 정리해요.

조명 큐 작업 및 시뮬레이션 프로그램(L8) 화면
조명 큐 작업 및 시뮬레이션 프로그램(L8) 화면

 

 제작 일정이 없을 때는
촬영이 없는 날은 다양한 작업을 하는데, 세트 설치 전에 세팅이 필요한 조명을 준비하기도 하고 조명 레이아웃을 변경하기도 해요. 각종 장비나 시설 유지보수를 하기도 하구요. 그밖에도 담당 프로그램의 조명 회의를 진행하거나, 촬영본을 모니터링하기도 해요. 모니터링은 일종의 오답노트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녹화방송은 종합편집을 거친 최종본이 나오기까지의 기간이 좀 걸리는 편이라, 조명 셋업에 대한 기억이 생생할 때 모니터링하기 위해서 가편집된 영상을 연출팀에 요청해서 확인하는 편이에요. 그 밖에 캐드 툴로 조명 도면 작업을 하기도 하고, 선배들의 과거 방송이나 타 방송사의 방송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구상하기도 해요. 제작이 없는 날은 다음 제작을 준비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스튜디오에서 조명을 설치하는 업무 중
스튜디오에서 조명을 설치하는 업무 중

 

업무를 하며 느낀 보람과 힘든 점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결과물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껴요. 영상에서 조명은 큰 부분이긴 하지만 정규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기존 셋업을 크게 변경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작은 부분들을 조금씩 바꾸고 있어요. 유심히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이런 변화를 체감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작은 변화를 여러 번 만들어 결과물이 개선될 때 보람을 느껴요.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때가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상황 속에서 가능한 방법들을 시도하다 보면 또 다른 해결방법을 찾는 경우도 있어요.

고등학생 현장 실습 특강
고등학생 현장 실습 특강


나만의 취미나 여가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서 다양한 취미를 즐겨보려고 했는데, 직장에 다니면서 취미를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천체관측을 해보려고 망원경도 사고, 예전에 쓰던 기타를 다시 배워볼까도 했는데 꾸준히 하게 되진 않더라구요. 그나마 학생 때부터 취미였던 사진은 지금도 가끔 하고 있어요.
자주는 아니고 여행을 가거나 날씨가 화창할 때 10년 넘게 쓴 카메라를 들고 시간을 보내요. 어디서 어떤 사진을 찍을지 생각하고, 카메라를 조작하고 구도를 잡아 사진을 찍은 뒤, 보정하는 과정이 제작 과정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사진을 찍으면서 조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반대로 업무에서 배운 것을 이용해 사진을 찍기도 해요.

사용하는 카메라(올림푸스 E-P5)와 렌즈들
사용하는 카메라(올림푸스 E-P5)와 렌즈들



사진을 시작한 계기

군복무 중에 말년 휴가를 앞두고 혼자 ‘내일로 여행’을 계획한 적이 있어요. 그때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여행 사진을 찍으면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카메라도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샀어요. 10년이 지났는데 지금 봐도 멋있는 카메라에요. 그전에는 카메라를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 생애 첫 카메라였기 때문에 사진 이론과 조작법을 사지방 사지방(사이버 지식 정보방으로, 장병들을 위한 영내 PC방)에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말년 휴가를 나갔을 때, 혼자 여행을 떠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사진을 찍는 유희상 감독
사진을 찍는 유희상 감독

 

사진관 관련된 에피소드
예전에 플레이샷이라고 캐논에서 주최하던 사진 공모전이 있었어요. 저는 2번 도전해봤는데 큰 상을 받진 못했지만, 한 번은 전시작으로 선정되고, 한 번은 출품한 사진을 프린팅한 신발을 상품으로 받았어요. 별로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지금도 잘 신고 있어요.
그리고 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잡지사에서 여행 잡지용 사진 촬영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도 있어요. 여행 잡지다 보니까 맛집 소개가 빠질 수 없죠. 서울 곳곳의 맛집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했는데, 촬영용으로 1인분보다 많은 다양한 음식들이 제공돼서 사진을 맛있게 찍어 봤던 좋은 기회였어요. 지금도 가끔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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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
조명감독으로서 제작을 경험해 보니까 오히려 방송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방송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성하고 운용 편의성을 향상하면, 비용 및 시간상으로 제작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제작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서, 이를 토대로 방송시스템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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