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동훈 MBC 제작기술국 영상기술파트 사원

[인터뷰] 은동훈 MBC 제작기술국 영상기술파트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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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일을 합니다

MBC 제작기술국 영상기술파트

은 동 훈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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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MBC에 입사하여 영상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은동훈 사원은 여러 프로그램을 제작해오며, 자신만의 영상 룩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자신이 제작한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더 나은 영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젊은 방송기술인의 삶을 들여다보자. 독서를 좋아하며,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는 남다른 취미를 가진 은동훈 사원을 소개한다.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MBC 영상기술파트에서 영상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은동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영상감독의 업무
올해 진행했던 선거방송 ‘선택2024’를 예시로 들면서 영상감독의 업무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선거방송을 하는 메인 부조정실의 전체적인 신호 시스템을 설계하고, 한 달 전부터 비디오 케이블을 깔고 주조정실로부터 오는 외부 신호와 부조정실 내부를 도는 내부 신호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2) 주조정실과 회선을 체크하고 조율합니다. MBC의 경우 3+1 회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계차에서 오는 회선, 지방 MBC에서 오는 회선처럼 외부 신호를 회선조정실과 연락하여 조율합니다.

3) 부조정실과 스튜디오 간에 라인을 체크하고 필요한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스튜디오에 상주하는 LED팀, 오디오팀, 조명팀에게도 필요한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4) 비상시 대처방안을 마련합니다. 생방송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 이를테면 MUX, 싱크, DA, 카메라, 오디오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각각의 대처방안을 마련하여 유사시 즉각적으로 대처합니다.

5) 카메라 얼라인(Align) 및 영상의 밝기와 색감을 조정합니다. 리허설 전에 전체적인 카메라 밸런스를 맞추는 얼라인 작업을 합니다. 방송 중에는 모든 카메라의 밝기와 색감의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을 합니다. 필요에 따라 의도적으로 얼굴 밝기를 높이거나 색을 더하며 MBC 비디오만의 노하우를 쌓습니다.

6) 이밖에 VMU와 라우터, 멀티뷰어와 같은 방송 장비의 간단한 정비를 합니다.

업무를 위해 노력했던 일
MBC 입사 전까지 저는 방송 관련 경험이 전무했습니다. 영상기술파트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카메라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를 높이는 일이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많아 ‘사진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하며 카메라의 조리개 값, ISO, 셔터스피드, 피사계심도 등 카메라 관련된 용어를 익혔던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인 내용인 감마와 플레어, SDI 신호와 콤포지트 신호의 차이, 비디오 신호 대역폭에 관한 내용까지 부족한 부분을 느껴 관련 내용을 선배에게 여쭈어보거나 독학하면서 공부했습니다.
다양한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방송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나 광고, 영화,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각각에 카메라 기종은 무엇이고 어떤 테이블로 촬영했고 어떻게 조명을 세팅했을지 생각하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좋은 룩(Look)의 기준과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좋은 룩의 기준, 영상 분야의 트렌드
좋은 룩의 기준까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좋은 룩은 여러 감독님과 연출진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때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또 녹화했던 프로그램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가급적 꼭 본방을 사수하며 다시 복기합니다. 복기 과정에서 얼굴이 너무 밝게 나왔을 수 있고, 좀 붉게 나왔을 수 있고, 좀 노랗게 나왔을 수 있고, 핏기가 없는 것처럼 색이 다 빠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적절한 밸런스를 가진 좋은 룩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최근 파일럿 프로그램을 도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예능이고 시사교양이고 젊은 연출진을 시작으로 방송에서 흔히 보지 못했던 룩 심도가 얕아 주위 배경이 쉽게 아웃포커싱 되고, 얼굴 느낌도 약간 레드톤이 도는 영화 느낌이 나는 룩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트렌드에 맞게 저희 영상기술파트에서도 기존 카메라를 가지고 얕은 심도의 카메라 룩 느낌을 낼 수 있게 세미나도 진행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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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프로그램에서 영상미의 방향성
프로그램의 제작 의도에 맞춰 영상을 다르게 보려고 합니다. 예컨대 <생방송 오늘 아침>과 <PD수첩>의 경우 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지만 <생방송 오늘 아침>은 아침 8시 30분에 방송되고 <PD수첩>은 밤 9시에 방송됩니다. 같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지만 시간대의 차이가 있으므로 <생방송 오늘 아침>의 경우 전체적인 비디오 밝기를 환하게 보고 <PD수첩>의 경우 전체적인 비디오 밝기를 조금 어둡게 봅니다.
또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다 밝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라디오스타의 경우 출연진의 얼굴이 잘 나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출연진의 얼굴을 위주로 밝기를 보고 페인팅하며, 복면가왕의 경우 출연자의 얼굴뿐만 아니라 복면의 밝기와 색, 뒤에 LED 밝기와 색, 조명의 느낌 등 훨씬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며 비디오를 봅니다.
이렇듯 프로그램의 제작 의도와 맞게, 또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여러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영상의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맡았던 프로그램 중 힘들었던 콘텐츠
녹화 프로그램 관련해서는 일산에서 두 개의 스튜디오를 동시에 사용했던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강연자들>이 가장 까다로웠고, 생방송 관련해서는 선택 2024 <총선데스크>가 가장 까다로웠습니다. 특히 선거방송은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만큼의 긴장감과 부담감이 있었습니다만 또 그만큼의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LED Wall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위한 방법
가장 중요한 건 얼라인을 마친 카메라와 LED의 색온도를 맞추는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조명과 같은 색온도로 맞춘 LED라고 해도 막상 카메라에 담아보면 약간 푸른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LED에 화이트를 띄워달라 부탁하고 벡터 스코프로 확인하면서 화이트를 맞추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또 모아레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LED 픽셀의 크기를 줄이거나, 조명의 조도를 줄이고 LED와 사람을 떨어뜨려 LED가 아웃포커싱이 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영상감독 업무의 매력
아무래도 가장 큰 매력은 현장의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구해줘 홈즈>나 <라디오스타>, <전지적 참견 시점>을 하다 보면 자꾸 웃는 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복면가왕>에서 가왕의 노래를 들으면서 무언의 감격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영상만 잘한다고 좋은 방송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훌륭한 카메라와 조명, 오디오가 한순간 만나 멋진 방송이 만들어질 때 이 기적 같은 순간에 제가 함께한다는 것이 정말 뿌듯합니다. MBC의 비디오를 책임진다는 자부심도 영상감독 업무의 큰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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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거나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
가장 힘든 부분은 역시 들쑥날쑥한 근무 시간입니다.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자정이 지나 퇴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날 숙면을 잘 취한다고 해도 개운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평소에 잘 쉬고 건강 관리를 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런칭할 때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기존과는 다르게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한다든지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것을 연출 쪽에서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노하우가 많은 선배와 협업하며 관련 기술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불규칙한 근무의 어려움과 근무 유형
네, 말씀대로 불규칙한 근무 시간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파트 차원에서 많이 배려해주시는데, 예를 들면 근무가 긴 프로그램 다음 날은 쉬거나, 주말에 하루 근무했으면 평일에 하루 쉬는 식으로 근무가 이루어집니다. 근무 시간이 길거나 난이도가 있는 근무는 한 사람이 몰아서 하지 않고 최대한 고루 나누어 근무 부담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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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후 하루

녹화 프로그램
우선 부조정실로 출근해서 랙실에 들어가 오늘 사용되는 기기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시간에 맞춰 카메라 보조팀에서 카메라를 받으러 오면 녹화에 맞는 카메라와 렌즈를 확인하고 불출합니다.
카메라 불출과 맞추어 카메라 전원을 켜고 카메라 얼라인을 봅니다.
얼라인을 마친 카메라는 녹화 전 해당 프로그램의 룩에 맞게 녹화 전 세팅을 진행합니다.
녹화가 들어가면 카메라의 밝기와 색감을 보며 조정합니다.
녹화가 끝나면 카메라를 반납받고 부조정실 기기의 전원을 끄며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생방송
전반적으로 녹화 프로그램과 유사하나 조금 다릅니다. 부조정실로 출근해서 랙실에 들어가 오늘 사용되는 기기를 확인하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시간에 맞춰 카메라 보조팀에서 카메라를 받으러 오면 생방송에 맞는 카메라와 렌즈를 확인하고 불출합니다.
카메라 불출과 맞추어 카메라 전원을 켜고 카메라 얼라인을 봅니다.
얼라인을 마친 카메라는 생방송 전 해당 프로그램의 룩에 맞게 세팅을 진행합니다.
생방송 전에 주조정실과 라인 체크를 진행하며 3+1 회선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생방송이 들어가면 카메라의 밝기와 색감을 보며 조정합니다.
방송이 끝나면 카메라를 반납받고 부조정실 기기의 전원을 끄며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나만의 취미 & 주말에 하는 일
저는 조금 독특한 취미가 있습니다. 바로 시 창작입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 시절 문예창작 동아리에 들어가 다양한 글을 썼습니다. 최종면접 때도 사장님 앞에서 제가 썼던 시를 읊었던 게 생각납니다. 관련해서 독서도 좋아합니다. 요즘엔 젊은 시인 시집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최근엔 강우근 시인, 한재범 시인, 정재율 시인 신작을 읽고 있습니다. 한계가 없는 시의 아름다움에 자주 감탄합니다.

한가한 주말, 자신만의 유화를 그리고 있는 은동훈 사원과 직접 그린 꽃 그림들
한가한 주말, 자신만의 유화를 그리고 있는 은동훈 사원과 직접 그린 꽃 그림들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유화를 특히 좋아하는데 고흐의 해바라기 같은 명작들을 따라 그리거나 꽃 그림을 주로 그립니다. 관련해서 전시회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최근 예술의 전당에 ‘베르나르 뷔페’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베르나르가 생각하는 현대인의 실존적 고독이 잘 느껴졌던 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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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좋아하는데 최근엔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인상 깊었습니다.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 않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내부를 관객이 스스로 상상하게 만드는 수작이었습니다.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모든 걸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주말이면 사랑하는 사람과 보고 싶었던 전시를 보러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시를 읽거나 씁니다.

전시  전시 포스터, 영화  포스터
전시 <베르나르 뷔페> 전시 포스터,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포스터

 

가장 좋아하는 본인의 시 소개
제가 예전에 청년문학상을 받은 시 네 편 중 두 편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르마딜로>는 현대인이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작했습니다. 방충망에 거꾸로 매달린 매미 눈에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우는 얼굴로 웃고, 혼자 있을 때조차 웃는 얼굴로 울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마치 베르나르 뷔페 그림 속 사람들처럼 눈에는 초점이 없고 우울한 얼굴입니다. <아르마딜로>는 현대인으로서 느끼는 고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눈사람>은 TV 매체의 일방향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이 죽었던 참사가 연일 TV에 보도될 때 제가 느꼈던 슬픔의 일방향성, 그리고 TV 매체가 가질 수밖에 없는 정보 전달의 일방향성에 대해 생각하며 썼습니다. <눈사람>은 우리의 슬픔은 어디서부터 나왔고, 어디로 향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르마딜로
고목 밑에서 몇 주 울다 지친 매미가 아파트 방충망에 매달린다
거꾸로 뒤집힌 채

비가 솟구치고
해가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지고
나무가 하늘을 딛고 일어서서 가지 끝마다 흙을 묻힌다
여기저기 우는 얼굴로 웃는 사람들이 머리로 걷고 다리를 더듬이처럼 움직인다

매미는 밤마다 창 너머로 어색한 울음을 본다
웃는 얼굴로 운다는 건 얼마나 인간다운 짓인가
맴맴 울어서 매미가 되었다는 서사처럼
뻔하디 뻔한 비극은 누구도 쓰지 않고
슬프고 외롭다 쓰는 시인은 죽고
이제 시는 안 슬프기로 하고

티브이 저편에서 모르는 얼굴들이 하루에도 수천 번 흑백에서 웃어도
창 너머로 채널을 돌리다 말고 나는 몸을 둥글게 만다

시간이 다 된 선풍기 날개가 딱딱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침묵은 언제나 단단하고
빙그르르 여름이 그친다

눈사람

나무 아래 버려진 티브이
저 상자 안으로 언젠가 내가 걸어 들어간 것만 같다

소리가 안팎을 나누고
바람이 그늘을 들추고

나는 아직도 왼팔에 얼굴을 묻고 여기에서 우는 사람
저기 검은 테두리 안에 가둬진 그는 오른팔을 세차게 흔들며
버스 창가에 앉은 사람같이 웃는다

그렇게 사고가 난 버스 안에서도
하얀 얼굴로 웃고 웃고 웃다가
웃음이 남아나지 않을 때 그는 처음 운다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운다

그래도 들리지 않아서
어떤 안부는 이렇게
깨지지 않는 창 하나를 두고 전해져야 한다는 듯이

무턱대고 검은 양말과 무작정 하얀 와이셔츠
표정이 다 날아갈 때까지

차창 밖으로 어느 여름이 가고 그냥 겨울이 오고
손가락으로 나날을 세어도 보았지만
벙어리 장갑을 꼭 쥐어 준 그는 아직 오지 않고 있다

향후 계획
영상기술파트 일원으로서 영상감독으로 성실히 일하고 <쇼 음악중심>이나 일일 드라마와 같은 프로그램도 도맡아서 MBC를 넘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상감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영상의 룩을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조명파트나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영상의 미(美)를 완성할 수 있는 DI파트에서도 일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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