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일을 합니다
정태수 KBS 중계기술국 영상감독
이번 파리올림픽 중계를 위해 KBS는 프랑스 현지에 중계진을 파견했지만 국내에서도 영상을 받아 OFF-TUBE 형태로 우리나라 선수가 참가한 경기들을 중계했다. 특히 TS-13 스튜디오에 4개의 OFF-TUBE 중계실을 꾸려 제작의 효율과 편의성을 높였는데, 밤에도 이어지는 경기 중계를 위해 근무자들은 2교대로 신속 정확한 중계방송 제작에 최선을 다하였다. 그중 평소 중계기술국에서 영상감독을 맡고 있지만 이번 올림픽 중계에서 OFF-TUBE 음향감독으로 업무에 임했던 정태수 감독을 만나 중계방송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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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KBS 중계기술국에서 근무 중인 정태수라고 합니다. 저는 타 공기업에서 7년여 근무하다가 2021년 말 KBS 신입으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방송 관련 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입문하다 보니 좌충우돌하며 재밌게 일을 배워나가고 있으며, 현재 영상감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방송과기술’ 애독자로서 저의 이야기를 해볼 수 있어 영광입니다.
2. 중계기술국의 업무 소개
KBS 중계기술국은 중계방송을 위한 기술적인 모든 업무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계방송 기획, 설계, 장비를 설치할 장소 선정, 설치, 테스트, 오퍼레이팅, 트러블슈팅, 커스터마이징, 제작, 송출, 철거, 유지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중계하는 프로그램의 스펙트럼도 넓습니다. 매주 방송하는 열린음악회, 전국노래자랑 같은 고정 프로그램부터 국제 스포츠대회(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국내 스포츠(야구, 배구, 농구, 축구), 정부 행사(정상회담, 경축식, 기념식), 야외 콘서트, 각종 시상식, 재난뉴스 등 다양한 분야의 중계를 맡고 있습니다.
3. 영상감독의 업무 소개
저는 중계기술국에 처음 발령받고 나서 2년 동안 오디오 감독을 했었고, 올해 초부터는 직무를 바꾸어 중계차 영상감독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중계차에서 영상감독은 방송용 카메라 운용 및 유지관리와 카메라로부터 얻어진 영상신호를 관리하고 중계차의 전반적인 시스템 엔지니어링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프로그램마다 사용하는 리소스의 종류와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중계마다 그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 세팅하고 제작진이 원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4. 중계방송을 위한 준비 및 마무리
중계를 나가기 전에는 어떤 장비를 사용할지 확인해야 합니다. 중계차는 한번 나가면 장비를 추가하거나 변경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연출진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어떤 규모, 장비를 사용할지 협의해야 합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으면 현장에 도착해서 중계차를 주 하는 것으로 모든 사전 준비가 마무리됩니다.
방송 후에는 사용했던 장비의 상태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중계 현장은 행사가 끝난 뒤 빠르게 철거가 진행되기 때문에 장비의 분실이나 파손의 위험이 있습니다. 개수는 맞는지, 파손된 부위는 없는지 등을 확인한 후 회사에 안전히 복귀하는 것으로 중계의 출장은 마무리됩니다.
5. 중계방송 업무의 장단점
흔히들 중계방송 업무는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이라고 꼽을만한 게 있다면, 무거운 장비를 옮기고 설치하거나 케이블 포설 같은 몸 쓰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건강한 신체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출장을 1년에 100일 이상은 다니게 되는데, 어떤 분은 월세가 아깝고 힘들다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팔도를 출장 다니며 국내의 지역별 관광명소나 맛집을 꿰고 계시는 분도 계십니다. 저는 후자에 가까운 취향이라서 출장이 많다는 것은 장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나 사람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림픽, 월드컵, 정상회담, 시상식, 콘서트 같은 국내외 대형 이벤트 현장에 가볼 수도 있고, 일부 선배들께서는 북한도 다녀오신 분도 있을 정도로 살면서 아무나 못 해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중계방송 업무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6.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아무래도 고생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에 뉴스 교대근무를 하러 나가곤 합니다. 작년에는 집중호우로 잠수교 수위가 높아져 통제됐는데, 서울에서 그렇게 강물이 불어난 건 살면서 처음 봤습니다. 중계차가 올림픽대로 한복판에 있어서 화장실이 없고, 먹을 것, 쉴 곳이 부족한 상태에서 10시간 정도를 재난방송 중계를 하다 보니 굉장히 힘들었던 당시가 기억납니다.
7. 파리올림픽의 OFF-TUBE 업무 소개
현재 직무는 영상감독이지만, 2년여의 음향감독 경험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OFF-TUBE(OT) 운영 경력이 있어 음향감독의 업무인 OT 운영을 맡게 되었습니다. OFF-TUBE는 경기의 해설자(Commentator)가 현장에 가지 않고 중계방송 화면을 보면서 해설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이번 2024 파리올림픽에서 KBS는 TS-13 스튜디오에 OFF-TUBE 4개를 설치하여 35개 종목 중 30개 종목을 제작하였습니다.
OFF-TUBE에서의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 COMMENTARY 오디오 믹싱
・ COMMENTARY CAM 세팅
・ IS, ON-AIR RETURN, PGM 영상 세팅
・ PAGING, 인터컴 세팅
COMMENTARY 오디오 믹싱이 시청자에게 보이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OT에서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되었습니다. 해설진이 종목마다 다르고, 같은 종목인데도 해설진 스케줄에 따라 사람이 바뀌는 경우도 있어서 매번 해설진에 맞는 오디오 세팅을 맞춰줘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슈였습니다. 남-남, 남-여, 남-여-남 등 다양한 조합과 각 해설자마다도 숙련도가 달라서 INPUT GAIN, COMP, EQ 등을 방송 전에 정밀하게 세팅하고 각자의 음색, 톤, 목소리, 경기 상황에 따라 적정 오디오 레벨을 실시간으로 조정해 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OT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파리올림픽 특집호에서 소개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8. OFF-TUBE를 위한 필요 장비
OT 부스에 필요한 장비는 오디오 믹서(야마하 DM1000), 프리앰프, 모니터링 스피커, 라우터, 인터컴(RTS), 카메라(커맨터리 캠), 헤드셋(다이내믹 마이크), 경기 시청(IS, ON-AIR) 모니터, 경기 데이터(INFO) 조회용 노트북 등이 있습니다. OT의 PGM을 송출하거나 경기 영상(IS)을 수신하기 위한 장비는 FS, MUX, SYNC, 광전송장비 등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장비들은 중계기술국과 TV기술국이 보유한 장비를 활용합니다. 특히나 이번에는 TS-13 부조정실의 인프라와 장소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9. OFF-TUBE의 사전 준비와 노력한 점
휴먼에러를 줄이기 위해서 해설진이 최적의 상태에서 중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특별히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생방송에 들어가기 전 현재 경기 영상을 보여주거나, 마이크 사용 시 주의사항, 최적 마이크 위치, 발성, 페이징 소스 간 밸런스 협의 등과 같은 운용에 있어서 변수가 되는 요소들을 해설자들에게 인지시켜 주어 당황하지 않게 해주었고 이로 인한 혹시 모를 사고나 품질 이슈가 나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라이브가 시작되고 나면 해설진과 OT 감독 간에는 직접적인 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급한 경우에 필요한 수신호나 필담 등을 사전에 약속하기도 하였습니다.
10. 대형 이벤트 방송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점
대부분의 대형 이벤트 같은 경우 라이브로 제작되기 때문에 사고 없이 끝내는 것이 가장 큰 이슈입니다. 규모가 클수록 시스템이 복잡하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여기에서 제가 맡은 부분에 최선을 다하여 결과물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 예비 시스템을 항상 구축하곤 하는데, 처음 구축할 때는 손에 익지 않아서 실제 상황에서는 잘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방송을 하기 전에는 예비 절체 방법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그리고 장애가 어디서부터 발생했는지 신속히 체크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시스템을 파악해야 하고, 내가 맡고 있는 시스템이 전체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 인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11. 올림픽 중계의 힘든 점과 보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종합대회는 대회 기간도 길고 하루에 제작해야 하는 스케줄이 많기 때문에 쉬지 못하고 계속 제작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은 시차 때문에 밤낮을 바꿔 새벽에 일하는 점이 특히나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따거나 신기록을 세우는 등 감동적인 순간이 내 손을 거쳐 방송하고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나중에 제가 제작한 방송이 시청률이 잘 나오거나 SNS에 짧은 영상으로 유행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12. 이번 중계방송의 근무 방식
이번 올림픽은 한국보다 7시간 느린 파리에서 열렸기 때문에 야간근무가 불가피했었습니다. 경기 시간이 현지 07시~23시였는데, 한국에서는 14시~06시였고, 방송도 같은 시간에 편성되었습니다. 14시에 시작하려면 최소 1~2시간 전에는 장비 예열과 부조정실과의 회선 체크시간을 두어야 하고, 교대 시 인수인계 시간을 고려하여 주간 조/야간 조가 각각 13시~22시, 21시~06시에 근무를 하였습니다.
OT 4개소를 운영하기 위하여 운영자 8명이 필요했고, 각 부서의 협조를 받아 중계기술국 5명과 타 부서 3명이 팀이 되어 근무를 하였습니다. 8명 중에는 음향감독 업무가 처음인 팀원도 있어서 올림픽 시작 일주일 전부터 속성 트레이닝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OT 경력자는 2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모두 모여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였습니다.
13. 나의 취미
저는 보기보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도전적인 것을 좋아해서 여러 가지 취미를 갖고 있습니다. 20대에는 유도, 주짓수, 풋살, 스노보드 같은 운동을 꽤 오래 했었는데 무릎 부상으로 다 그만두게 되었고, 30대인 현재는 스포츠 클라이밍과 풍경 사진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파리올림픽 때 스포츠 클라이밍 경기를 김자인 선수와 함께 제작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습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TOP을 찍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이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안되는 것도 몇 번 시도해서 성공하면, ‘내가 이걸 했다고?’ 하면서 스스로에게 놀라며 하면 할수록 자존감이 충만해지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멋있는 풍경을 보면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담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결과물로 만드는 과정에 재미를 느껴서 풍경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올해 6월 야경 명소로 유명한 남한산성 서문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금방 지나가는 노을을 담기 위해서 2시간을 기다려서 찍어보았습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연습 수준이지만 나중에는 공모전에 출품하거나 나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14. 스포츠 클라이밍의 필요 요소 그리고 권하고 싶은 사람
신체적으로는 마를수록, 팔다리가 길수록, 상체 힘이 좋을수록 하기 좋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차분함, 순간적인 판단력, 팔, 다리를 모두 제어할 수 있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턱걸이가 안 늘어서 고민인 분들, 등 근육 키우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턱걸이는 1개도 못 하시는 분들도 한 달만 하면 5개 정도는 정자세로 가능해집니다. 고소공포증 있으신 분들도 극복하기 위한 운동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남녀노소 모두 할 수 있는 운동이라 클라이머 중에서는 가족이 다 같이 오는 분들도 많이 계시기에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를 하고 싶으신 분들께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15. 마지막 한 마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큰 행사는 거의 다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 3년 차로 내년이면 지방 순환근무를 가게 되는데 남은 기간도 중계인으로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