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MBC 기술연구소 차장
2017년 2월! 현재 지상파 UHD를 담당하고 있는 모든 기술인이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가슴 벅찬 하루가 될 수 있는 바로 그 날! 지상파 UHD 본 방송 시작을 계획하고 있는 날짜이다. 아직 어느 나라도 해본 적 없는 지상파 UHD 본 방송을 준비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이 있었고 아직도 풀어야 할 이슈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본 방송을 위한 시스템이 정리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본 기고에서는 현재 방송 4사가 준비하고 있는 UHD 부가서비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올해 진행된 전시회(NAB 2016/KOBA 2016)에서 소개된 지상파 방송사의 UHD 시스템을 Review 해 봄으로써, 지상파 UHD 본 방송의 모습을 대략적으로나마 예측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지상파 UHD 표준화 현황
지상파 UHD 표준은 2014년 DVB-T2 기반으로 제정된 ‘지상파 UHDTV 방송 송수신 정합(잠정표준)’과 차세대 방송 포럼(차방포럼) 및 TTA에서 진행하고 있는 ATSC 3.0 기반의 ‘지상파 UHDTV 방송 송수신 정합 (2016.2Q 제정)’ 두 방향으로 동시 진행되었으며,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 협의회’ 주체로 공청회를 거쳐 2016년 7월 ATSC 3.0 기반의 지상파 UHDTV 방송 송수신 정합 표준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해당 표준은 ‘차세대 방송 포럼’에서 학계, 국책 연구소, 방송국, TV 제조사 및 장비 업체 등에서 공동으로 표준 초안을 만들었으며, TTA를 통해 최종 표준안으로 채택되었다. 해당 UHDTV 표준은 RF 위주의 물리 계층 및 MMT/ROUTE 기술을 포함한 시스템즈, HEVC/MPEG-H Audio 기술이 차용된 컴포넌트, 콘텐츠 보호를 위한 UHD-CP 기술, 융합형 3DTV, 부가서비스를 위한 IBB(Integrated Broadcast & Broadband) 에 관한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기반이 되는 ATSC 3.0 표준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관계로 HDR 및 STL(Studio Transmitter Link) 기술 등 보완되어야 할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내년 본 방송을 준비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는 현황으로 파악된다.
지상파 UHD 부가서비스
지상파 UHD 본 방송이 시작되면, 소비자들은 고화질의 실시간 방송을 집안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다매체 양방향 서비스가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방송/통신 시장해서 좋은 화질의 지상파 서비스만으로는 시청자들의 새로운 Needs를 완벽하게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존에 지상파 방송에서 제공해줄 수 없었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지상파 방송국들은 인지하고 있고,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하여 지상파 UHD 부가서비스를 기획, 개발하고 있다. 본 절에서는 먼저 지상파 UHD 방송을 통해 제공 가능한 부가서비스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양방향 방송 안내 – Advanced ESG
첫 번째로 소개할 기술은 양방향 방송 안내(Advanced ESG) 시스템이다. TV를 통해 편성 정보를 확인하고, 미래 방송에 대한 시청/녹화 예약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방송 안내” 기능은 기존 TV 및 유료 방송 사업자 등을 통해 이미 제공되고 있는 기능이다. 지상파 UHD 방송을 통해서는 단순한 미래 방송의 편성 정보 확인에 그치지 않고, 시청자가 원하는 과거/현재/미래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 정보 및 Thumbnail 뿐만 아니라 하이라이트 영상, 예고 방송 등의 기능을 제공 받을 수 있다. 즉, MBC 무한도전을 보고 있던 시청자가 지난주 방송의 하이라이트를 보고자 할 경우, 간단한 리모컨 조작만으로 해당 동영상을 찾아서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본 서비스는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본방송 시작과 함께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방송 이어보기 – Dynamic Linkage Service
다음으로 생방송 이어보기(Dynamic Linkage Service) 서비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스포츠 중계를 보다가 갑자기 “정규 방송 관계로 중계방송을 종료합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멘트를 듣고 황당함을 느껴본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규 방송을 포기하고 무한정 지속되는 스포츠 경기를 계속 중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위와 같은 불편함을 해소시키고자 개발한 기술이 바로 생방송 이어보기(Dynamic Linkage Service)이다. 다음 그림을 통해 생방송 이어보기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를 확인할 수 있다. 본 채널은 정규 편성에 맞춰 방송을 진행하고, 늘어난 시간에 대한 스포츠 프로그램은 임시 채널을 생성하여 제공하게 된다.
시청자에게는 임시 채널이 생성되었음을 메시지를 통해 알려줌으로, 본인이 원하는 채널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한다. 임시로 생성된 채널은 스포츠 프로그램 종료 시 자동으로 사라지게 된다. 해당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채널을 생성/삭제 할 수 있는 정보와 채널 사이의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방법이 적용되어 있어야 하며, 해당 기술들은 2016년 7월에 제정된 지상파 UHDTV 표준에 포함되어 있다.
UHD VOD 서비스
ATSC 3.0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를 꼽자면, 방송망과 인터넷망을 결합한 새로운 방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 갖춰졌다는 점일 것이다. 즉, 기존에 지상파 방송이 하기 힘들었던 양방향 서비스를 ATSC 3.0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상파 UHD 방송에서는 좀 더 손쉽게 추진할 수 있다. 그중 하나의 서비스가 UHD VOD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다. PC 혹은 모바일 환경에서만 가능하였던 지상파 다시보기, 편성표, 각종 이벤트들을 UHDTV만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히 보기만 하는 ‘바보상자’로써의 TV가 아닌,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를 지상파 UHD 플랫폼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본 기술은 이미 유럽/호주/뉴질랜드 등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HbbTV(Hybrid Broadcast & Broadband) 기술에 한국형 기능을 추가한 IBB(Integrated Broadcast & Broadband) 표준을 기반으로 실현될 수 있다.
다시점 비디오 – Multi-View
“현재 시점은 9회 말 투아웃! 방송 화면에서는 투수 혹은 타자의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는데, 나는 벤치의 긴장된 모습과 감독의 작전 지시 내용이 궁금하다.” 방송에서 다양한 시점의 비디오를 보여줄 수 있다면, 위와 같은 시청자의 Needs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에게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만족도를 증대시킬 수 있는 신 개념의 방송 서비스를 실현시킬 수 있다. 위의 예시는 야구 경기에 대한 부분이지만 본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쇼 프로그램에서 걸그룹 멤버별 클로즈업 영상 및 “마이 리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채팅방 골라 보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의 응용이 가능하게 된다.
NAB / KOBA 전시를 통해 살펴본 지상파 방송사의 UHD 시스템 구축 현황
앞에서 우리는 지상파 UHD 시스템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다. 지금부터는 올 초 진행되었던 NAB 및 KOBA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었던 국내 지상파 방송사의 ATSC 3.0 UHD 시스템을 살펴봄으로써 내년 2월에 시작하는 UHD 본 방송의 대략적인 모습을 경험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려 한다.
전시회에서 공개된 지상파 UHD 시스템은 각 사별로 고유의 송출/송신 시스템을 구성하기는 하였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ATSC 3.0에 복수 표준으로 채택된 MMT 및 ROUTE 두 가지 기술 모두 FULL 송출/송신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위에서 잠시 설명한 다양한 정보(동영상 클립, Thumbnail)를 제공하는 양방향 방송 안내(Advanced ESG) 및 ATSC 3.0 부가서비스들을 방송 3사가 공통으로 소개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아 앞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생각하고 있는 지상파 UHD 방송의 패러다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각 방송사의 차별화된 특징들도 볼 수 있었다. KBS는 방송망을 통한 재난 방송에 중심을 두었다. 재난 시 어떤 통신망보다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지상파 방송망이라는 점에 착안하였을 때, 본 서비스는 공영방송 KBS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임팩트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MBC는 실제 Live 4K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UHD 방송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였다. 아직 2.5~3초 정도의 지연 시간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멀게만 느껴졌던 지상파 본 방송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현실감 있게 느끼게 할 수 있는 큰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SBS는 방송망이 아닌 인터넷망을 통한 Live 방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6-1채널은 방송망을 통해 제공하고, 6-2 및 6-3채널은 인터넷망을 통한 Live 채널을 보여줌으로써, 지상파 방송망의 전송 용량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NAB에서 전시된 해외 UHD 동향 및 ATSC 3.0을 활용한 서비스
Harmonic/Elemental/Media Excel 등 외산 인코더 업체들도 4K UHD 기술을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미국의 OTT 시장을 위한 플랫폼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서 아직 ATSC 3.0 UHD 서비스에 적용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이미 4K를 뛰어넘는 8K 상용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NHK의 경우 8K 중계차 및 체험관을 운영하며, 상용서비스에 자신감을 비쳤다.
ATSC 3.0 서비스 관련 전시들도 눈길을 많이 끌었다. 삼성전자와 Pearl TV의 경우, Target AD(시청계층 / 지역별 맞춤 광고) 및 Push VOD(방송망을 활용한 VOD 서비스) 등을 소개하며 ATSC 3.0을 활용한 다양한 부가서비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국 방송사들의 ATSC 3.0을 바라보는 방향은 고화질 UHD 방송보다는 방송망과 통신망을 접목하여 TV,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송 서비스를 실현시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 보인다.
마무리
필자가 올해 UHD 시스템 개발을 하면서 들었던 가장 큰 느낌은 ATSC 3.0이라는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한 미국 시장에서는 ATSC 3.0 및 UHDTV에 대해서 아직은 많은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장비 업체들은 미국 방송사의 동향을 보면서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하지 않은 듯했고, 미국 방송사들 또한 당장의 서비스 계획보다는 앞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홍보에 더 역점을 두고 있었다. 한국 및 일본 장비 업체 및 방송사들이 ATSC 3.0 및 UHD 방송을 주도하는 느낌을 받았고, 다들 그런 모습에 부러워하기도 하고, 박수도 보내면서, 과연 우리가 잘할 수 있나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본방송 실현!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지금처럼 관련 방송인들이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시기가 멀지 않은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