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의 시대 ②

큐레이션의 시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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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나문방구” 포스터출처 : 네이버 영화(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6986)

문방구=큐레이션?

혹시 최근에 개봉한 영화인 “미나 문방구”를 보신 분이 계시는지요?

드라마 “7급 공무원”의 헤로인 최강희 배우가 나오는 영화인데, 누적 관람객이 30만 명이라니 크게 흥행은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만, 과거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었던 문방구를 배경으로 해서, 사람들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다소 생뚱맞게 동네 문방구 얘기를 꺼낸 것은, 문방구가 당시로써는 꽤나 첨단을 달리던 큐레이션이었기 때문입니다.

준비물에 필요한 물감, 도화지, 가방 등등이 모두 갖춰져 있었고, 그중에서 주인아저씨가 추천하는 것을 챙겨가기만 하면 학교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문방구에서 팔던 쫄쫄이, 뽑기 같은 불량식품 아닌 불량식품도 문방구에서 우리를 유혹하곤 했었지요. 우리를 열광시켰던 책받침 속의 스타들을 처음 만난 곳도 거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학생들의 취향과 감성을 읽어내고, 최적의 상품을 배열하고 판매한 문방구 주인아저씨는 참 탁월한 큐레이터였던 것 같습니다.

 

지난 글에서 예고했듯이 이번 호에서는 큐레이션의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드립니다.

여러 사례를 말씀드리기에 앞서 지난 호에 제가 말씀드렸던 큐레이션의 정의를 잠시 떠올려보시길 부탁드립니다.

“가치가 없거나 혹은 적다고 판단되는 콘텐트(정보)가 새로운 기준하에서 의미를 부여받아 월등한 가치의 새로운 콘텐트로 재탄생되는 것”이 큐레이션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큐레이션의 세계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큐레이션의 분류 : 4가지 유형

지난 원고에서 큐레이션의 정의와 사례를 말씀드리면서, 큐레이션에도 몇 가지 유형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영어에 “문장 5형식”이 있듯이 여러 큐레이션도 서너 개의 카테고리로 수렴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어느 순간 번뜩하고 떠오르는 것이 아래의 4가지 유형입니다.

유 형

개 요

대표적인 사례

콘텐트 큐레이션

기존 콘텐트+독창적 아이디어

Summly

플랫폼 큐레이션

콘텐트의 유통생태계 구축

Apple App Store

소셜 큐레이션

큐레이터들의 제안 모음

Pinterest

커머셜 큐레이션

맞춤형 구입 제안

Amazon

큐레이션의 분류 : 4가지 유형

4가지로 크게 분류한 것은 여러 큐레이션 서비스들의 교집합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4가지 유형으로 많은 의문들이 해결되었던 것과 동시에, 대부분의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하나 혹은 두 개의 유형에 포함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각각에 대해 사례와 함께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콘텐트 큐레이션”입니다.

이 글에서 콘텐트 큐레이션은 독창적 아이디어가 큐레이션과 결합하면서 놀라운 시너지를 낸 경우로 정의하고자 합니다. 단순한 큐레이션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케이스로, 대표적인 사례로는 Summly를 들 수 있습니다.

   
▲ 콘텐트 큐레이션 : Summly 앱 구동화면출처 : http://blog.naver.com/uxnote?Redirect=Log&logNo=40185927143

 

Summly는 뉴스를 아이폰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400~500자 정도로 요약해주는 앱입니다. 넘쳐나는 뉴스를 일일이 읽기 힘든 이용자들이 한번은 생각했을 법한 간단한 아이디어를 그저 구현했을 뿐이지요.(뉴스 제공자들도 한번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 초 간단 앱이 출시 4주 만에 5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최근 Yahoo!에 약 3천만 달러에 인수되었습니다.

독자적인 알고리즘(algorithm)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앱이 이러한 성공을 이룬 것은 기존의 뉴스 제공 서비스에 ‘요약’이라는 탁월한 양념이 들어간 때문입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필립스의 유명한 광고 카피처럼 ‘요약’이라는 아이디어가 (뉴스) 큐레이션과 결합하는 순간, Summly는 (완전히 새로운) 킬러앱이 된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플랫폼 큐레이션”입니다.

플랫폼 큐레이션은 큐레이터가 만든 플랫폼이 큐레이션을 행하는 주체가 되고, 플랫폼 내부가 하나의 완결된 생태계가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Google Play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의 막대한 가입자 기반을 배경으로, 콘텐트(앱 등) 제작사로부터는 수수료를 징수하는 한편, 콘텐트의 심사 및 게시 여부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짐으로써 플랫폼 큐레이션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 애플 앱스토어를 벤치마킹한 “T스토어”(SKT)나 “올레마켓”(KT) 등은 그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데, 이는 이용자 규모의 절대적인 열세와 수익배분 등 비즈니스모델의 차이 등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 플랫폼 큐레이션 : T스토어(홈페이지 갈무리)

 

 

세 번째로는 “소셜 큐레이션”입니다.

아마 가장 익숙한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포함되어 있을 유형으로, 패션 등 첨단 트렌드를 트렌드세터(trend-setter, 유행선도자)인 큐레이터가 소개하는 형태입니다.

대표적인 큐레이션 서비스로 꼽히는 “핀터레스트(Pinterest)”나 한국판 핀터레스트라고 불리는 CJ E&M의 “인터레스트미(interest.me)”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 소셜 큐레이션 : 핀터레스트의 아이템 안내 메일 갈무리

유명 영화배우나 탤런트가 착용한 액세서리가 완판되는 것처럼,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가 핫(hot)한 아이템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자들은 그러한 내용을 주기적으로 구독하는 형태라고 보시면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화려한 비주얼과 젊은 감성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음 유형인 “커머셜 큐레이션”에서 또 말씀드리겠지만, 최종적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어 두 가지 유형은 서로 공통점이 많으며, 현재 서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메일을 보시면, 그러한 점을 명확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멋진 아이템을 소개하는 듯하지만, 구매 욕구를 제대로 자극하는 내용의 메일입니다)

 

마지막 유형은 “커머셜 큐레이션”입니다.

이름 그대로 커머셜(commercial)한 큐레이션으로서, eBay나 Amazon처럼 상품 판매자가 구매자의 구매패턴, 선호유형 및 유사한 경제적/사회적 계층에 속한 타인의 구매성향을 반영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형태입니다.

   
▲ 커머셜 큐레이션 : 티몬 Life Styler(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최근에는 상업성을 숨기고(?), 스타일 제안 등의 세련된 형식을 취함으로써 “소셜 큐레이션”과 구분하기 어려운 정도로 상호 수렴하고 있습니다. 소셜 커머스로 유명한 ‘티켓몬스터’에서 ‘Life Styler’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한 것도 그 일환입니다.

 

한국형(型) 큐레이션의 등장 : “Style Share”와 “Interest.me”

지금까지 소개드린 큐레이션의 유형과 사례는 대부분 우리나라가 아니라 서구(특히 미국)에서 기원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문화나 정서와 조금 맞지 않는 부분들도 종종 있긴 합니다. 그 반작용일까요? 최근에는 한국적인 문화와 정서가 반영된 한국형 큐레이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Style Share”라는 패션 앱(iOS 및 안드로이드용)입니다.

간단히 설명해 드리면, 최신 패션 트렌드와 구입 정보, 평가 등을 공유하는 앱으로서, 대학생 출신 대표가 2천만 원의 소규모 자금으로 설립한 벤쳐기업의 작품입니다.

   
▲ 국내 콘텐트+소셜+커머셜 큐레이션 사례 : “StyleShare” 앱 구동화면 캡쳐

이 앱이 주목받는 이유는 큐레이션과 아이디어가 결합된 콘텐트 큐레이션의 사례이면서 소셜 큐레이션과 커머셜 큐레이션에도 걸쳐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보여줌으로써 인정받고 싶고, 유행을 선도하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이 반영됨으로써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큐레이션이 등장한 것으로 생각됩니다.(네이버가 최근 런칭한 “Wanna B!”가 이 앱을 따라한 것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인기라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CJ E&M이 자사 방송과 연동하여 운영하는 “인터레스트미”(interest.me)입니다.

아직 핀터레스트처럼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세나 확실한 인지도는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CJ E&M 계열 채널들이 “인터레스트미”에서 큐레이터로서 콘텐트와 서비스를 추천하고, 방송에서 “인터레스트미”를 홍보 및 추천하는 순환방식을 취하고 있어 주목할만 합니다.

   
▲ 국내 소셜+커머셜 큐레이션 사례 : 인터레스트미(홈페이지 갈무리)

“슈퍼스타K”(엠넷),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온스타일) 등 CJ E&M 계열 채널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과 영향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향후 “인터레스트미”의 행보와 결과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재는 소셜 큐레이션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커머셜 큐레이션의 형태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CJ의 외식사업과 유통 등과 결합할 경우, 다양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큐레이션은 방송사의 미래다

지난 호와 이번 호 글을 읽으시면서 큐레이션이 방송사와 무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실 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큐레이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이전에는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한때의 유행이거나 혹은 방송사가 관여할 만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러다 국민게임으로 불린 “애니팡”으로 유명한 “카카오게임 플랫폼”을 보면서 큐레이션, 특히 플랫폼 큐레이션이 방송사의 미래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 카카오게임 플랫폼(홈페이지 갈무리)

 

잘 아시다시피 현재 카카오톡은 메시징 서비스 부동의 1위로서, “○○○ for Kakao”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러한 게임은 카카오톡에서 개발한 것이 아니며, 카카오게임플랫폼 위에서 유통되도록 큐레이션하는 것입니다. 다만, 카카오톡의 가입자 기반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카카오톡과 게임 개발자가 상호 Win-Win하는 구조입니다. 연 400억 원 규모였던 모바일 게임시장이 연 8천억 규모로 성장하고, Google Play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 모두가 카카오게임에 기반한 것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지난 호 말미에도 말씀드렸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 속담처럼 큐레이션을 잘 정의한 말은 없을 것 같습니다.

방송사가 현재까지 콘텐트의 제작과 유통에 직접 관여하는 방식이 “고비용-고효율-낮은 성공확률”이었다면, 큐레이션은 상대적으로 “저비용-고효율-높은 성공확률”의 비즈니스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방송사가 큐레이터의 역할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큐레이션의 세계는 다시 요동치리라 생각합니다. 방송사가 오랜 기간 축적해온 절대적인 신뢰와 콘텐트에 대한 안목은 최고의 큐레이터가 될 수 있는 비장의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큐레이션이라는 황금열쇠로 방송사의 미래가 바뀌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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